[Theme Feature] Korean Biennales 2014 Preview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
9.5-11.9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한국영상자료원
아시아의 개념에 질문을 던지다
<미디어시티서울>이 <SeMA 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 >로 명칭을 변경하고 9월 1일 새롭게 우리를 찾아왔다. 이름이 변했다고 내용이 달라질까? 사실 행정적인 차이가 있을 뿐 <서울미디어시티>가 가진 미디어라는 매체를 기반으로 이루워진 비엔날레라는 특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 이번 전시의 타이틀 ‘귀신, 간첩, 할머니’가 심상치 않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근현대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핵심 단어들의 조합이다. 식민시대와 냉전, 그리고 그 시대를 견뎌온 타자인 할머니의 등장은 전시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번 비엔날레 감독을 맡은 박찬경은 “강력한 주제전이며 아시아 작가가 참여 작가의 주를 이루고 있다. 당대의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비엔날레는 거의 없다”며 타 비엔날레와의 차이를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17개국에서 42명(팀)의 작가가 참가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이 주제를 해외작가들은 과연 어떻게 읽어냈을까. 이에 대해 박찬경 감독은 “아시아 작가들은 역사적 맥락이 유사해서 쉽게 주제를 이해했으며 서구 작가들의 경우 이를 동양적 주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편적 주제로서 받아들였다”라며 “결국 전시에서 말하려는 아시아는 서구의 대상으로서 상대적인 개념도 아니고 대상화된 개념도 아니다. 구조적인 역사로 바라보면 살아있고 변화하는 역사이다”라고 설명했다. 거칠게 표현하면 아시아라는 개념의 모호성, 불확실성에 의문을 던지는 전시라고 볼 수이다. 그렇기에 전시에서는 아시아가 무한히 소통 및 교통해 온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예술가와 기술자들이 아프리카 몇몇 독재 국가에 초대형 동상을 제작하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담은 최원준의 작업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는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그 외에 가상의 해녀들의 위험한 일상 속 삶과 죽음을 표현한 미카일 카리키스의 <해녀>, 카일라스 산에 이르는 여정을 독특한 산의 풍경과 성스러운 영적 공간으로 표한한 자오싱 아서 리우의 <코라> 등은 이번 전시의 주제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프레비엔날레부터 대중에게 공개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했다. 프레비엔날레에서 진행된 학자들의 토론은 여럿이 함께 주제를 잡아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비엔날레는 서울시립미술관 직영이 되면서 포스트 뮤지엄 비전을 내건 미술관의 특성상, 그리고 지리적 위치상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과거 비엔날레에 15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하니 대중의 관심도가 어림짐작된다. 그렇다고 대중성을 의식하여 전시를 기획할 수는 없다. 다만 전시 참여작가이기도 한 장영혜중공업이 전시 트레일러를 만들고 배우 박해일과 최희서가 각각 국영문 오디오가이드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관객과 만난다. 이와 더불어 전시 기간 중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쉽게 풀어내 관객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려 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함께 전시가 진행되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영매(9.2~5)’,‘아시아고딕(9.11~17)’, ‘냉전극장(10.14~19)’, ‘그녀의 시간(11.4~9)’, ‘다큐멘터리 실험실(11.18~23)’이라는 주제로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영상작품을 진득하게 앉아 관람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다른 전시와 달리 비엔날레를 찾는 관람객은 공부하는 태도를 취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현대미술에 대해 무작정 어렵다는 편견보다는 전시와 작업의 소통의 맥을 이해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전시를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박찬경 감독의 말이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작가 지원에 대한 노력이 눈에 띈다. 우선 양혜규, 배영환을 비롯 12점의 신작이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의 커미션으로 제작되었다. 또한 ‘SeMa-하나 미술상(가제)’이 신설되어 전시기간에 참여 작가 중 최우수 작품을 선정하여 상금 5000만 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알쏭달쏭한 주제어에 맞춰 어떤 시각미술이 펼쳐질지 궁금하다면, 시간 여유를 갖고 서울 미디어시티의 구석구석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그 속에 당신이 모르던 아시아 혹은 작가가 놓친 당신의 아시아가 펼쳐질 것이다.
임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