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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Projection: Media Sculptures in Early Chinese Video Art
중국 베이징 신세기동시대예술재단은 8월 23일부터 10월 25일까지 장페이리를 비롯한 6인의 초기 비디오 전시를 열었다. 프로젝션 작품이 대규모로 등장한 카셀도큐멘타 9 이전의 모니터 작품들은 재료와 공간적 측면의 실험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미술과의 20년 시차를 극복하고 외려 능가하려는 그들의 비디오 조각은 지금도 자주 등장하는 플라스틱 상자 모니터와 설치, 그리고 움직이는 이미지의 역사를 함께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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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디오아트의 시작
임산 | 동덕여대 교수
중국 베이징 798예술구의 신세기동시대예술재단(新世纪当代艺术基金会)에서 열린 전시 〈안티-프로젝션: 중국 초기 비디오아트의 매체 조각(反投影: 中国早期录像艺术中的媒体雕塑)전〉은 비디오 매체를 창작의 주요 형식으로 사용한 중국 비디오아트의 선구적 작가 여섯 명의 작품 7점을 소개했다. 이 전시는 신세기동시대예술재단이 주관하여 진행 중인 “영상예술 리서치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물 가운데 하나이다.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큐레이팅을 맡은 양베이천(杨北辰) 교수는 이 전시가 단순히 지난 전통의 흔적을 회고하기보다는 “초기 비디오아트 형성기에 당대 예술가들이 채택한 논리와 그것의 특별한 전략을 탐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밝힌다.
중국에 비디오아트 장르가 처음 소개된 시기는 1980년대 후반으로 알려진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가운데 장페이리(张培力)가 그 시기를 증언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1957년생으로서 항저우에 있는 중국미술학원을 졸업했다. 회화에서 비디오아트로 전향한 그가 1988년에 발표한 3시간 분량의 〈 30×30 〉은 중국 최초의 비디오아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당시 중국의 아방가르드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영상매체를 미술교육에 도입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그래서 장페이리에게는 ‘중국 비디오아트의 아버지’라는 호칭이 붙는다. 그가 활동의 중심으로 삼은 모교 중국미술학원은 베이징의 중앙미술학원과 더불어 현대 중국의 고등미술교육을 이끄는 양대 산맥이다. 장페이리의 회고에 따르면, 1989년 중국미술학원에서는 함부르크미술대학에 재직 중인 한 독일인 교수를 초빙하여 특강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학생과 작가들은 게리 힐, 빌 비올라, 매튜 바니 등의 작품들을 처음 접하게 된다. 당시 장페이리는 이에 적지 않게 영향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장페이리는 작품 2점을 소개했다. 하나는 〈 과제 1번 〉(1992)이다. 여섯 개의 채널을 12대의 TV모니터에 배분하여 비디오 이미지를 상영하는 이 작품에서는 실험용 혈액 샘플을 채취하는 모습이 느린 속도로 전개된다. 채널별로 드러나는 채취 과정의 시간차는 컴퓨터를 이용한 후반 작업을 통해 이루어진 단순한 RGB컬러 이미지프로세싱으로 드러나는데, 그 과정의 차이는 마치 청사진이나 추상화 같은 화면 변화로 인식할 수 있다. 전시 공간에서 모니터를 선형적으로 배치한 방식은 비디오 이미지 사이의 의미와 관계의 연속성과 연결성을 암시한다. 이러한 개념주의적인 비디오 설치는 또 다른 작품 〈 초점 거리 〉(1996)에서도 채택된다. 나열된 8대의 모니터에는 도심의 특정 풍경을 대하는 카메라의 초점 거리가 달라짐에 따라 텍스처가 변화하는 비디오이미지가 순차적으로 보인다. 장페이리는 인간의 개인성이나 주체성보다는 비디오 자체의 매체성을 강조하고, 그것에 동반하는 시간적 속성을 표현하는 데 회화적 감수성을 활용했다. 중앙미술학원 출신으로 베이징에서 활동한 주자(朱加)의 〈 옷장 〉(1992)과 〈 목적적 반복 〉(1997) 역시 고정된 비디오카메라가 촬영한 이미지를 브라운관 TV에 상영하여, 화면 속 대상화된 물질에 대한 반복적인 일상의 경험을 일깨우면서도 인간의 육안에는 보이지 않는 곳을 재현하는 비디오 매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미술 11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월간미술 > vol.418 | 2019.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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