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아시아 현대예술의 허브 도시로 거듭나는 광주

contents 2014.2. 컬럼 | 아시아 현대예술의 허브 도시로 거듭나는 광주
아시아 현대예술의 허브 도시로 거듭나는 광주

후기자본주의로 대표되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이후 서구 중심적 경제주의에서 벗어나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다변적 경제지구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국가별 주요 도시 개발로 인한 메가폴리스(megapolis)의 개념을 뛰어넘는 각
도시 간 네트워크를 중점으로 한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로의 이행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는 세계 예술지구(藝術地區)의 변화와도 맞물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00년대부터 서구 주도의 미술사적 흐름
에서 탈피하고 자립함과 동시에 도시 간 교류를 통해 아시아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촉발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아시아 예술의 허브로 거듭나고자 2003년 ‘홍콩 인비트윈 콘퍼런스
(HK Inbetween Conference)’, 2009년 ‘요코하마 아트이니셔티브 콘퍼런스(Yokohama Art Initiative Conference)’, 2011년 뉴 뮤지엄의 ‘뮤지엄 애즈 허브(Museum as Hub)’ 등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세계미술계의 변화 속에서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 도시추진단이 주최하고 루프가 주관하는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가 2011년부터 광주에서 지속되고 있다. 아시
아 창작공간 간 교류협력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11년도에 기획・진행된 바 있는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 – 아시아 아트 모빌리티’의 경우, 아시아 11개국 23개 공간이 참여해, 각 공간에 대한 소개와 그 활동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유사한 역사의 사건을 겪어내며 공고해진 새로운 아시아성에 대한 이해와 그 안에서 발생한 모종의 차이들을 수용하고, 궁극적으로 서로의 다양성이나 각 나라의 예술계 상황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이에 따라 2012년 11개국 29개 공간이 참여한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에서는 공간과 그 아이덴티티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는 또 다른 차원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더불어 새로운 ‘아시아성’을 연구하며, 새로운 ‘예술의 공공적
기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리고 2013년도에는 기존의 11개국에서 15개국으로 네트워크 협의체가 확대 구성되었으며, 협의체 구성원 간 새로운 예술적 담론 형성을 위한 공동 협업 프로젝트 개발을 논의하였다.
아시아 각국의 주요 창작공간이 참여하는 전례 없던 아카이브 전시회 개최를 통해 21세기 문화 예술계 안에서 태동하는 예술 지식과 예술 기록물의 중요성을 재조명했다. 또한 아시아 각국의 지역적 특성을 공유함과 동시에, 새롭고
지속적인 프로젝트 개발, 기획 협의를 하고 있다.
현재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가을 광주광역시에 개관하는 ‘아시아 문화전당’ Pre-개관전시 콘텐츠 주제협의 및 도출을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주제는 크게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공공예술’ 그리고 ’21세기 현대예
술의 아시아성’이다. 이런 큰 틀 아래 아시아 각국의 서로 다른 역사를 통해 성장한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적 관점을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장을 마련, 과거의 획일성을 탈피하고 현대 민주주의의 다양한 정체성을 모색하고자 함이
다. 또한 아시아 국가들 간의 직접적인 예술 교류를 확대하여, 아시아 특유의 예술적 정체성 확인에 기여하고자 한다. 나아가 아시아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함으로써, 아직 충분히 서술되 지않고 공백으로 남아 있는 아시아 근대미술사를 채워 넣으며 새로운 역사적 시각을 정립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적 자립성과 주체성이 점차 확립, 강화되는 현상은 아시
아 각국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변화에 뒤처지고 종속되기보다는 패러다임을 이끌어나가는 진정한 아시아 현대미술을 선도하는 허브로 대표되기 위해서는 한국이 이와 같이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되는 21세기 현대미술계의 흐름을 민감하게 지각하고 대처해야 한다.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우뚝 선 광주시는 한반도의 역사 속에서 어느 지역보다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또한 오래전부터 ‘예향의 도시’로 불리며, 우리의 예술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는 이러한 광주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녹여내어 진정한 의미의 글로컬리즘을 완성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서진석・대안공간 루프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