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어제 같은 오늘
젊음과 늙음의 경계는 오늘에 있다. 늙은이의 오늘은 과거와 가깝고, 젊은이의 오늘은 미래와 가까운 까닭이다. 늙은이는 어제를 회상하고 젊은이는 내일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지금에 나는 분명 늙은이 임에 틀림없다. 언젠가부터 미래를 꿈꾸기보다 과거의 기억을 갉아먹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좀처럼 희망이, 밝은 내일이 보이지 않는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이번호 특집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공교롭게도 이 기사를 담당한 임승현 기자는 우리 편집부 식구 가운데 가장 젊다.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사이에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데, 십 수 년 나이 차이 나는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오죽이나 세대 차이를 실감 했을까. 그래도 내일을 좇는 임 기자에게 이번 기회는 여러 모로 공부가 되었을 게다.
최근에 본 전시 가운데 인상 깊었던 두 장면 있다. 먼저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레트로 ’86-’88전〉(11.14~2015 1.11). 액자소설 같은 이 전시에서 그림마당 민 전시(김인숙 박영숙 윤석남 정정엽 등)와 관훈갤러리에서 열렸던 <로고스&파토스전〉(노상균 문범 문주 이기봉 등) 은 그야말로 감회가 남달랐다. 그리고 또 하나는 국제갤러리 도날드 저드와 조습의 개인전이다. 눈치 챘겠지만, 내가 이 전시를 흥미롭게 견주어 본 이유는 이들 전시 사이에 존재하는 성격 차이와 다름의 간극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 현대미술의 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각기 다른 내용과 형식을 추구하고 차별화/전문화된 입장에서 미술과 세상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작가들의 폭넓은 스펙트럼 말이다. 이런 다양성의 공존이야말로 한국 현대미술의 지층을 두텁게 하는 요소일 게다. 이렇듯 미술에는 정답이 없다. 절대적인 가치판단도 불가능하고 우열도 없지만 호(好)-불호(不好)는 가능하다. 그러니 창작자와 향유자 모두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판단하고 즐기면 된다. 여기서 《 월간미술》이 아주 적절한 ‘참고서’ 노릇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월간미술》이 ‘교과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대충 한번 쓰윽 훑어보고 버리는 그저 그런 ‘잡지(雜誌)’ 나부랭이도 아니다. 서가에 두고두고 꽂아 놓고 다시 꺼내서 보는 ‘책’이다. 전문가와 일반인은 미술을 대하는 눈높이가 다르고 기대치에서도 차이가 난다. 사정이 이러니 누구나 흡족하지는 않겠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전시의 차이와 간극을 즐기듯《 월간미술》을 즐겼으면 좋겠다.
어느덧 한 해가 또 저물어 간다. 多事多難하지 않았던 해가 어디 있었으랴. 그럼에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유독 깊게 남는 2014년이다.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길 바란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bold_title]CONTRIBUTORS[/bold_title]
김언호 한길사 대표
마감기간이 되면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어 사진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김신의 디자인에세이 참고도판으로 헤이리 한길책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윌리엄모리스의 《초서저작집》 이미지를 구하기 위해 김 대표에게 S.O.S.를 청했다. 이 박물관은 윌리엄 모리스의 책공방 캠스콧 프레스가 간행한 모든 책을 소장하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김 대표는 몇 번 통화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책을 예술품이라고 생각하며 책 만드는데 정성을 쏟는다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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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교수
저드 재단 공동대표의 바쁜 일정에 맞추어 촉박한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대담 진행을 맡아주었다. 그리고 전시 리뷰까지. 이번 도날드 저드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덕분에 가능했다. 정 교수는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예술학과와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에서 미술사 석사과정을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댄 플래빈(Dan Flavin)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윌리엄앤메리대와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방문교수, 필립스 컬렉션 미술관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한남대 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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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정 전시코디네이터
전시 진행을 위해 서울과 창원을 오가는 생활을 했던 권유정 코디네이터. 창원 현지에서 취재진을 이끌고 현장을 설명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소박한 듯 큰 행사라고 정의했다. 이 전시가 열린 창원은 현란함이 매력적이었다는 말과 함께. 지역에서 벌어지는 현대미술 행사가 쉽지 않았지만 그러한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이번 비엔날레가 일조할 것임을 확신했다. 미술이론과 예술경영 프로그램 등을 공부한 그녀의 관심사는 당연히 ‘커뮤니티 아트’다. 큰 키만큼이나 성장했을 계기가 되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