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전통, 치열한 정체성 확인의 또 다른 이름
박계리《모더니티와 전통론》혜원 2014
흔히 전통이라고 하면 시대에 뒤처진 것, 촌스러운 것으로 단정하기 쉽다. 최근 출간된 책 《 모더니티와 전통론》은 전통에 대한 보다 균형적인 시각을 제안한다. 우선 저자 박계리는 전통은 고정된 산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개념이라고 파악한다. 하지만 전통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선언하기보다 전통이 만들어지고 계승되고 사라지고 다시 호명되는 능동적인 과정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 책에 ‘혼돈의 시대, 미술을 통한 정체성 읽기’라는 부제를 붙였다. 19세기 말 대한제국기부터 20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지난 100여 년간 식민지, 광복, 전쟁과 분단, 세계화라는 가장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쳤다. 저자는 “20세기 한국 미술가에게 ‘전통’이라는 화두는 보수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개념이 아니라 급변하는 세계사의 역동적인 흐름 속에서 아방가르드가 되고 싶어 했던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불러내고, 재인식하고, 재창조해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전통을 둘러싼 여러 논란 혹은 담론을 분석하기보다 개별 작가들이 이 혼돈의 시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전통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그 면면을 드러냄으로써 그들의 치열한 고민을 살펴보았다. 커다란 담론으로 접근할 때 생략되는 구체적인 삶의 풍경을 드러냄으로써 시대를 보다 효과적으로 읽어내고 작가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접근은 과거 읽기에만 유효하지 않다. 지금도 많은 작가가 세계화 시대에 끊임없이 논의되는 지역성의 화두와 연결해 전통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전통은 식민지시대부터 광복 이후 문화 권력에 의해서 정책적으로 자주 활용된 키워드로 지금도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전통이 정책에 의해 만들어지는 데 박물관은 전통이 유물로서 소장되고 집적되는 공간으로서 큰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저자는 책의 전반부를 한국 박물관의 역사와 컬렉션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데 큰 비중을 두었다. 일제강점기 제실박물관(이왕가박물관)의 탄생부터 조선총독부박물관과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민족미술관, 현재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이르기까지, 식민지시대 제도로서 근대박물관의 왜곡된 미의식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컬렉션으로서 근대박물관의 전통 계승과 보존의 차원을 분석했다.
저자는 정체성을 치열하게 고민해 진정성을 확보한 작가와 함께 당시 미술 담론의 중심에 있던 작가 중 진정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 작가들을 선별했다. “정체성의 문제에 있어서 작가의 역사성, 뿌리에 대한 고민도 물론 중요하지만, 작가가 어떤 범주의 인식지도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세계관 또한 매우 중요해요. 그리고 서양 매체를 쓰는 미술가들은 서양의 작가들과 자신을 비교해야만 하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기 때문에 일찍부터 한국성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니 축적된 경험이 많죠. 반면 전통적인 매체를 쓰는 미술가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모더니스트가 되고 싶은데 전통을 고민하는 순간 복고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 오랫동안 전통의 무게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그렇다면 ‘전통’ 하면 떠올리는 무수한 이미지와 개념들, 즉 향토와 무속, 연희, 민예, 민화, 문인화, 달항아리, 구수한 맛, 무기교의 기교 등은 어떠한 경로를 거쳐 현재 우리에게 전달되었을까? “예를 들어 오늘날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조선시대 달항아리가 어떻게 백자를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했어요. 본디 곡식을 담는 용도로 여성이 사용하던 달항아리가 어느 순간 조선시대 선비의 취향을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이것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보다 어떠한 조건에서 다수의 동의를 얻게 되었는지 그 경로를 짚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연구 방법은 수입된 서양미술사의 단편적 흐름에 20세기 한국미술사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국미술사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20세기 미술사를 이해하는 시도로서 의의를 가진다. 서구의 ‘~이즘’ 식으로 한국미술사를 구분하다보면 결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색화와 민중미술도 정체성의 문제에 있어서 동시대성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오늘날 작가들이 전통과 한국성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 소재주의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한뿐 아니라 북한 역시 전통이라는 화두를 놓고 유의미한 전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전통론에 대한 관심 속에서 저자는 북한 미술을 연구해왔으며 이 책의 후속편으로 북한미술의 전통론에 관한 연구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슬비 기자
박 계 리 Park Carey
1968년 출생했다. 이화여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박사박위를 받았다. 2003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화여대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일했으며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저로 《예술과 정치-북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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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박물관 기행
배기동 지음
공룡의 터를 보여주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에디슨과학박물관 등 국내의 이색 박물관 41곳을 유익한 정보와 함께 알기 쉽게 소개한다. 전통문화, 자연과 인간, 치료의 역사, 발명과 발견 등 8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책문 584쪽·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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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은 미술관 여행
원형준 지음
서양미술의 꽃을 피워낸 르네상스와 화려하고 역동적인 스타일을 이끌어낸 바로크 미술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교외의 작은 미술관과 성당 30곳을 소개한다. 조용한 공간에서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인상적이다.
책읽는수요일 41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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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를 두려워 말아요
정은혜 지음
미술 치료사인 저자가 8년여에 걸친 치료 경험 속에서 만난 정신병동의 환자들, 청소년거주치료센터 학생들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담았다. 기존의 통념을 깨는 창조적인 미술치료기법 사례 등을 여과없이 공개했다.
샨티 31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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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주의 선언
문광훈 지음
삶의 심미성에 대해 인문학적인 사유를 이끌어낸 책이다. 동서양의 문화, 역사, 철학, 예술을 넘나들며 우리 사회문화 전반의 내면적 성숙을 이끌어내려 한다. 저자는 예술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통념에 반문을 던진다.
김영사 472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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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아픔
소피 칼 지음/배영란 옮김
프랑스의 설치미술가이자 사진작가인 저자의 자전적 수필집이다. 저자 특유의 감각적인 사진작품과 글로 이별 전후 시기를 기록했다. 1985년 시작한 프로젝트로 2003년 완성됐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담출판사 284쪽·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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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체
김석윤, 박길룡, 이재성 지음
건축전문가가 소개하는 제주의 현대건축 가이드 북이다. 전통, 사회, 자연, 문학이라는 4개의 주제로 나눠 건축을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풍부한 도판과 친절하고 쉬운 설명으로 대중과 눈높이를 맞췄다
디 368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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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데이비드 실베스터 지음/주은정 엮음
미술평론가이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가까운 친구였던 데이비드 실베스터가 25년에 걸쳐 베이컨을 인터뷰한 내용을 엮었다. 베이컨이 받은 예술적 영감의 근원과 작업에 활용한 기법 등을 알 수 있어 그의 그림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디자인하우스 344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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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헤지아 디자인을 말하다
리코드 엮음
권명광, 목진요, 박완선, 방경란, 이수진으로 구성된 디자인연구소 리코드가 디자이너 13인의 목소리를 담았다. ‘좋은 디자이너는 어떤 존재인가’부터 디자인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두성북스 216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