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한국 동시대미술의 뿌리를 추적하다
문혜진《90년대 한국 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현실문화, 2015
‘동시대 미술의 기원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은 90년대 한국 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은 원래 309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저자의 석사논문을 새롭게 정리해 출간한 책이다. 저자는 동시대 미술이 하나의 시대성을 부여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부유하는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1980년대 말부터 1990년 초에 일어난 국내외 정세 변화와 미술계 반응을 주목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비에트 연방 해체 등 거대 이념 붕괴와 같은 국내외 체제 변화와 X세대, 압구정동,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신세대 문화와 소비자본주의의 출현은 모더니즘 대 민중미술의 이념적 지향으로 상징되는 1980년대식 미술 구도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했고 당시 미술계는 이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해 급격한 형질 전환을 거쳤다.
특히 서구에서 유입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양식은 당시 미술계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비평언어를 모색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를 처음 소개한 모더니즘 진영에서는 모더니즘의 계승이자 차세대 미술을 설명하는 대안이었으며, 사회적 변혁과 미술의 현실 반영을 강조한 민중미술 진영에서는 원치 않지만 닥쳐버린 현실에 대해 조심스럽고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었다.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수용을 둘러싼 두 진영 간 유례없이 치열했 논쟁을 치밀하게 추적하고 생생하게 재구성한다. 이를 위해 20여 년 전 아직 역사화되지 않은 자료를 사료(史料)화 하기 위해 문헌조사, 작가 및 비평가 인터뷰 등 전방위적인 리서치를 활용했다.
또한 이 책은 한국 현대미술사를 바라보는 유용한 수단으로서 ‘번역’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둘러싼 열띤 논쟁을 문화 번역의 과정으로 해석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서구의 원전과 모방 간의 간극에서 오역이 일어난 현상의 의미를 밝힌다. 여기에서 중요한 지점은 저자가 지배와 종속관계로 인식하기 쉬운 번역의 문제를 번역 자체의 반역적 속성에 주목해 한국현대미술사를 서구 미술의 불연속적 다시 쓰기이자 한국적 특수성이 드러나는 새로운 문화 창조의 장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미술 잡지에 실명 릴레이로 펼쳐진 지상공방전, 비평가가 작가를 선정하고 자신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 전시 기획 등은 오늘날 미술계와 비교할 때 실로 비평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당시는 진영논리가 생생하게 살아있었기 때문에, 개인 대 개인의 공격이 아니라 진영에 대한 이의 제기로 논쟁이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전시라는 제도가 완비되기 이전 단계라 비평가가 큐레이터를 대신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늘날 비평이 그 동력을 상실하고 비평가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립근거가 약화된 상황에서 동시대 비평가로서 저자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비평가가 작가, 큐레이터, 심지어 미술시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생산적인 비판을 소신껏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비평가의 눈과 태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술계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평을 통해 할 말은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저자는 그동안 미루었던 박사과정 진학을 계획 중이며 책임 번역을 맡은 사진이론 번역서를 곧 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한국현대미술사에 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시차를 두고 도전할 생각이다.
이슬비 기자
문 혜 진 Moon Hyejin
1977년 태어났다. KAIST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석사 수료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예술사·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2006년 제8회 사진비평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번역서로 《테마 현대미술 노트》(201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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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세상을 바꾸다
이태호 지음
미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가 미술관 밖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각미술, 사회의 관행에 맞선 미술의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미술이 동시대를 변화시키고 해석하는 방법을 담았다.
미술문화 336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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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작가들
고동연 지음
2014년 열린 동명의 전시를 기획했던 저자가 우리 시대 미술가들이 살아가는 생활과 작업 환경에 대해 인터뷰하고 리서치한 내용을 정리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대학을 졸업한 작가 21명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스페이스 오뉴월 464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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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과 아이
문성식 지음
제51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최연소 작가로 초대돼 주목받은 작가 문성식이 2009년부터 써온 일기와 계간 《현대문학》에 발표한 칼럼, 그리고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그린 드로잉 중 엄선한 대표작 66점을 수록했다.
스윙밴드 184쪽·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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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트 쿡북
메리 앤 코즈 지음/황근하 엮음
예술가와 요리는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까? 예술과 음식의 공통분모를 찾아 소개하는 ‘예술 인문 요리서적’이다. 음식을 소재로 한 정물화, 예술가들이 즐겨 먹은 음식 등과 실제 음식의 레시피를 소개해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디자인하우스 34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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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진중권 지음
2014년부터 창비 팟캐스트 ‘진중권의 문화다방’에서 저자가 직접 만난 인터뷰이 중 사진, 미디어, 건축,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8인을 선별해서 엮었다. 미학자가 소개하는 한국 문화예술계의 지형도를 살펴볼 수 있다.
창비 388쪽·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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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컬렉터들
김상엽 지음
근대 미술사에서 미술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수집 문화의 변화 양상을 수장가의 유형을 분석해 살핀다. 근대 미술시장사의 관점에서 접근해 현대 미술시장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시킨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돌베개 352쪽·16,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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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온다
류동현 지음
2012년부터 서울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아트캠페인 ‘바람난 미술’이 2014년 한 해 동안 진행한 내용을 담았다. 대중과 미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기획된 만큼 시민이 자주 찾는 곳에서 열린 전시와 행사를 정리했다.
오픈하우스 247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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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박물관 산책
이희수 지음
이슬람 문화의 권위자인 저자가 이스탄불 대학교에서 유학하고 교수로 재직하며 직접 본 터키의 대표적인 박물관 17곳을 꼽아 소개한다. 고대문명부터 터키공화국의 시작까지 박물관을 통해 터키의 역사를 풀어낸다.
푸른숲 328쪽•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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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박상미 지음
번역가, 예술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2005년부터 5년간 뉴욕에서 살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해 블로그에 게재했던 글을 엮었다. 저자의 삶을 솔직 담백하게 기록해 거칠지만 생생한 뉴욕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난다 306쪽•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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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아트행동주의
이광석 지음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부상하는 새로운 예술 창작과 미디어 표현의 비판적 흐름을 국내 예술가들의 예술활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뉴아트행동주의’ 문화실천의 새로운 지형을 살펴본다.
안그라픽스 392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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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뒤바꾼 아이디어100
메리 워너 메리언 지음/최윤희 엮음
사진기법부터 제작 방식, 사진사, 사진이 영향을 끼친 문화사적 의미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진을 소개한다. 초기 사진기법과 공정에 대한 설명을 통해 현대사진에 사용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SEEDPOST 224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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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인생찬란 유구무언
신현림 지음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저자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생의 아름다움을 포착해낸 포토 에세이를 재출간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희망과 외로움이 뒤섞일 때 터져나오는 탄성, ‘아我!’를 비유적으로 표현해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문학동네 214쪽•1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