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비엔날레의 판타지즘에 태클을 걸다
심상용 《속도의 예술》한길사 2008
비엔날레는 과연 미술의 유토피아적 미래를 확장시킬 최선의 형태인가? 지난 5월 9일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막했고 전 세계 미술인의 시선은 베니스에 집중됐다.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위치한 작가를 확인하고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세계미술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미술담론의 장으로 이해되며 비엔날레는 관객들의 눈을 자극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비엔날레도 같은 공식을 채택해왔다. 2014년에는 광주, 부산, 서울을 비롯해 창원, 대구, 금강 등 6곳에서 국제비엔날레가 열렸다. 그러나 특색 없이 동시다발로 열리는 비엔날레에 대해 본래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현대미술의 무목적성 판타지즘을 자극하는 비엔날레라는 형태 자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연장선상에 서있다. 2008년《 속도의 예술》을 펴낸 저자 심상용은 비엔날레 전시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지금은 비엔날레가 갖는 판타지즘에 콩깍지가 한꺼풀 벗겨지면서 비판적인 시각이 심심치 않게 논의되지만 이 책이 출간됐을 때만 해도 ‘이제 정착단계에 들어서는 국내 비엔날레의 성공가도를 막는다’는 언짢은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책에서 “이 책의 요지가 비엔날레를 반대한다는 식의 정치적 행동주의나 선동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오히려 “비엔날레라는 거대한 물적 인적 집적을 불가피한 운명이거나 미래의 비전으로 믿고 추구하게 만드는 정신과 심리의 저변에 돌고 있는 강력한 욕망을 확인하고 그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다”(p.36~37)라고 밝히고 있다. 책이 출간된지 8년이 흐른 지금, 비엔날레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어떻게 변했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상황은 악화되었다.”
저자가 비엔날레를 해석하는 이론적 토대는 폴 비릴리오의《 속도와 정치》와 예술과 경제의 관계를 톱니바퀴에 비유한 예술사회학자 레이몽 물랭의 영향을 받았다. 폴 비릴리오에 의하면 현대의 모든 기계에는 모터가 달려 있다. 사회의 구성물 대부분에 모터가 부착되면서 현대사회는 빠른 속도를 재촉해 왔다.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다양성은 사라지고, 가속에 가속을 더하면 결국 돌아오는 것은 권태다. 심상용은 “속도의 문제는 미술에서도 유효하다”고 말한다.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는 현대미술 담론이 휘발되는 주기를 앞당겼고, 미술의 트렌드는 ‘2년’이라는 짧은 기간마다 교체되는 궤변적 메커니즘을 생성했다. 또한 비엔날레는 ‘글로벌 아트’의 등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국내 비엔날레 시장이 확산된 계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비엔날레는 국제무대에서 ‘글로벌 아트’로 도약하기 위한 일종의 엑스포로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거래와 교환이 이뤄지는 글로벌 아트시장은 존재할 수 있지만 ‘글로벌 아트’는 전체주의화된 무형의 단어일 뿐이다. 그러나 비극적이게도 우리 스스로 ‘글로벌 아트’에 대한 아웃라인을 만들고 하나의 이미지로 착상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강박성에 사로잡혀 있다”며 비엔날레를 통해 단순히 스타작가를 생성해내는 것이 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내실을 단단히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 속도의 예술》이 출간될 당시보다 악화된 부분은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그리고 미술관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최근 아트페어가 ‘전시’를 흡수하는 움직임이 만연하다. “철저히 경제적인 논리로만 봤을 때, 새로운 스타작가들이 빠르게 순환되어야 한다.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미술계의 구조에 시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 작가를 발굴하여 거래뿐 아니라 공급도 담당하겠다는 논리인데 이는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다.”
미술을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과 맞아떨어진다. 경제 급성장으로 얻은 이익은 강조되지만 그로 인해 잃은 것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저자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며 반성과 대안을 찾는 논의의 장이 열릴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임승현 기자
심 상 용 Shim Sangyoung
1961년 태어났다.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제8대학에서 조형예술학으로 석사와 박사, 파리 1대학에서 미술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현대미술의 욕망과 상실》 《명화로 보는 인류의 역사》 《천재는 죽었다》등이 있다. 현재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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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
아니 코엔 솔랄 지음/이인혜 엮음
프랑스 문화역사가인 저자는 색 자체의 존재감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마크 로스코 회화의 근원을 ‘유대인 이민자’라는 사실에서 찾는다. 한 화가의 일대기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미술의 성장을 살펴본다.
다빈치 304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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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보인다
리즈 리딜 지음/안희정 옮김
영국 런던 슬레이드 미술대학교 회화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그림을 보는 방법을 구성과 형태, 재료와 장르를 망라해 살펴본다. 특히 그림의 디테일을 확대해 짚어봄으로써 그림 감상의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한다.
DnA 248쪽·16,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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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나와 우리를 묻다
박제 지음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사 속 대표 작가 20명의 작품을 20가지 테마로 분류해 살펴본다. 정의, 용기, 중용, 창의력, 개혁 정신, 허영, 거짓 등 1부와 2부로 나눠 사적인 삶과 공적인 삶의 가치를 제시한다.
이숲 240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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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와 거리미술
애너 바츠와베크 지음/이정연 엮음
미술운동, 장소의 개념, 공공성의 문제 등 다각적 측면에서 전 세계 각지의 대표적인 거리미술 작품을 분석해 거리미술에 새로운 미술사적 해석 측면을 제시한다. 또한 그라피티와 거리미술의 다양한 스타일도 소개한다.
시공아트 264쪽·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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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호학
진동선 지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스티븐 쇼어, 구본창, 배병우, 이갑철 등 국내외 사진가의 주요 작품을 통해 사진 표현, 해석을 둘러싼 코드를 기호학을 빌려 설명했다. 사진기호학의 기초 개념부터 형식과 내용을 다루는 실전까지 다뤘다.
푸른세상 552쪽·2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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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
장우진 지음
만화 형식을 취해 미술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간다. 이미지와 텍스트, 실사와 패러디, 철학적 논제와 콩트 등이 돋보인다. 미술작품의 조형 원리에서부터 미술의 장르, 담론을 두루 살펴보며 현대미술에 접근한다.
궁리 340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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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훔친 미술
이진숙 지음
《러시아 미술사》, 《미술의 빅뱅》 등을 펴내며 다양한 시대와 매체로 미술사에 접근해온 저자의 신작. 피렌체 르네상스와 프랑스혁명부터 양차 세계대전, 미국 대공황까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 속에서 회화를 읽어나갔다.
믿음사 556쪽·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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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업실을 갖고 싶다
제인 필드루이스 지음/신혜정 엮음
누구나 무엇인가를 창작하거나 휴식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아트 디렉터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저자는 소설가, 미술가, 음악가, 원예가 등 다양한 분야 예술가의 개성있는 작업실 36곳을 소개한다.
북노마드 184쪽·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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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
이정아 지음
사소하게 스쳐가는 일상의 의미와 소중함을 그림을 통해 일깨운다. 기자, 에디터, 웹진 편집장,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저자의 감각적인 글은 명화와 만나 자전적이며,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팜파스 244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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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 존 말루프, 마빈 하이퍼만 지음/박여진 엮음
40여 년간 거리로 나가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었으나 미공개로 생을 마감한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의 셀프 포트레이트와 희귀한 컬러 사진 등 235점의 작업을 담은 책. 사진을 통해 작가의 삶을 역추적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윌북 289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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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미술
제니 무사 스프링 외 지음/손희경 엮음
공공 장소에 불쑥 나타나서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 설치미술의 순간을 생생한 도판과 함께 소개했다. 방 안을 떠도는 흰 구름, 도시 속으로 들어온 알루미늄 빙산 등 58개 팀의 작품을 소개하며 대중과 현대미술의 거리를 좁힌다.
아트북스 18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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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카페에서 읽는 인상주의
나카노 교코 지음/이연식 옮김
짧고 간결한 설명으로 인상주의 회화의 중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 시민사회의 성장, 노동자와 여성의 삶 등을 그림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봄 264쪽·1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