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예술과 비예술 사이의 경계를 해독하는 사고실험
아서 단토 지음/김혜린 엮음《일상적인 것의 변용》 한길사 2008
언젠가 뒤샹의 <샘>을 두고 한 지인이 나에게 “어떻게 저런 것도 예술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뒤샹의 변기는 뒤샹이 만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변기와 달리 특별히 아름답다고 평할 만한 요소가 있지도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변기와 달리 뒤샹의 변기에는 소변을 볼 수 없다는 점뿐이다.
아서 단토는 ‘예술작품과 예술이 아닌 물체 사이에 지각적인 차이는 없다’라는 개념을 최초로 전개한 사람이다. 그는 1965년 미국의 한 철학회에 초청돼 <예술계(The Artworld)>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필자가 소개할《 일상적인 것의 변용》의 핵심적 토대가 된다. 논문에서 단토는 1965년 뉴욕 ‘스테이블 갤러리’에 전시된 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1964)를 언급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브릴로 상자와 겉보기에 차이가 없는 워홀의 작품을 보며, 그는 예술이 예술이게끔 만드는 ‘정의’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일상적인 사물과 예술작품이 공유하는 가시적 조건이 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예술과 일상사물을 구별 짓는 조건은 무엇일까? 그 조건은 예술가의 의도와 예술사적 맥락을 뜻한다. 어떤 물건이 작품이 되기 위해선 먼저 예술가가 그것을 예술이라고 선언해야 한다. 그러나 예술가는 아무 물체나 예술로 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예술계가 가진 예술 개념에 의해 규약된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 개념은 작품을 예술로 해석하기 위한 이론적 도구로서 해당 예술계가 처한 역사적 시점에 제한된다. 예를 들어 만약 뒤샹이 변기를 전시장에 던져놓은 시점이 1917년이 아니라 1719년이었다면 그의 변기는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300년 전 예술계는 변기를 예술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예술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토는 일상적인 물건들이 어떻게 예술품으로 ‘변용’되는지를 설명하면서 워홀의 <브릴로 상자>에 의해 미술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다. 보통의 사물과 지각적으로 구별되지 않는 워홀의 작품은 지각적 활동을 통해 예술을 식별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기존의 예술적 정의를 철저히 부정한다. 단토의 서문을 인용하자면 “워홀의 상자들은 (비트겐슈타인에 의해) 주장된 정의 불가능성까지도 문제화했다. 왜냐하면 그 상자들은 공동의 합의에 의해 예술작품이 ‘아닌 것’으로 인준된 것들과 너무나 닮았고,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정의의 문제를 시급한 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워홀에 의해 다시금 호출된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현대예술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주요한 주제다. 실상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작품들은 이 질문에 대한 자기반성적인 주석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단토는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무엇이 예술이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뒤집은 다음, 지각적인 속성에 의존하지 않고도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을 구분해내는 이론적인 틀을 제공한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오늘날, 단토가 남긴 철학적 유산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워홀이 브릴로 상자를 발표한 시대로부터 현대의 이르기까지 예술의 역사가 특별히 진보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현대예술을 이보다 잘 설명하는 이론은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책은 예술가들의 상호 모방이나 예술이 현실에 침투하면서 발생하는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한다.
《 일상적인 것의 변용》은 본래 뮤리엘 스파크의 소설《 진 브로디양의 전성기》의 등장인물 헬레나 수녀가 쓴 책의 제목이다. 그는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 헬레나가 쓴 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물어보았고, 스파크는 ‘아마 예술에 관해서였을 것’이라고 회신했다고 한다. 단토는 허구의 책 제목을 자신의 책과 예술철학을 지칭하는 것으로 변용한 셈이다. 즉,《일상적인 것의 변용》은 단토의 예술론을 지칭하는 책의 제목인 동시에, 그가 말하는 ‘변용’에 대한 실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 줄의 제목에서조차 지적인 섹시함이 철철 넘쳐나는데, 하물며 책 안에 담긴 그의 예술철학이 주는 충만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노진구 철학, 미술비평
[separator][/separator]
위대한 현대미술가들 A to Z
크리스토퍼 마스터스 지음/유안나 엮음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인 앤디 튜이가 요제프 알베르스를 시작으로 마르크 샤갈, 프리다 칼로, 앤디 워홀, 래리 족스까지 주요 현대미술가52명의 얼굴을 일러스트로 그리고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각 작가에 대한 글을 서술했다.
시그마북스 224쪽·15,000원
[separator][/separator]
뉴욕 지금 미술
이나연 지음
현대미술의 메카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전시 및 미술계 지형을 바꾼 컬렉션과 주요 사건을 소개한다. 나라 워커, 제프 쿤스 등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부터 요절한 작가까지 다양한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파트프레스 405쪽·23,800원
[separator][/separator]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
국립현대미술관 지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광복 70년을 기념해 열린 동명 전시의 도록. 전시에 소개된 이쾌대의 작품과 유품 등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연구자들의 다각도 해설이 돋보이는 글을 실어 주목된다.
돌베개 536족·45,000원
[separator][/separator]
캣츠 갤러리
수잔 허버트 지음/박선영 엮음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미술 연극 오페라 영화의 유명 장면을 그림으로 재창조하는 저자가 자신의 작품을 모아 펴낸 책. <비너스의 탄생>, <햄릿> 등 명작 속 주인공으로 탈바꿈된 고양이의 모습에서 무한한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시그마북스 320쪽·25,000원
[separator][/separator]
한중일의 미의식
지상현 지음
한중일 삼국의 문화적 특징을 분석한 책. 곡선성, 전형성과 은유, 강박, 공포와 해학, 대비, 복잡도, 전망과 도피 이론 등 일곱 가지 유형으로 나눈 분석이 흥미롭다. 유형별 사례 제시를 넘어 역사적 고증과 미술을 통한 예시를 시도했다.
아트북스 368쪽·20,000원
[separator][/separator]
예술을 보는 눈
마이클 핀들리 지음/이유정 엮음
아트 딜러이자 예술시장 전문가인 저자가 예술의 가치를 상업적·사회적·본질적 가치로 나눠 설명한다. 날카로운 분석으로 예술시장의 추후 움직임을 짚으면서도 저자가 겪은 일화를 통해 쉽게 다가간다.
다빈치 240쪽·18,000원
[separator][/separator]
WALL AND PIECE
뱅크시 지음/손정욱 엮음
관습과 제도를 비판하는 거리의 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을 브리스톨 어느 거리에서부터 팔레스타인의 분리장벽에 이르기까지 소개한다. 그간 공개를 꺼리던 뱅크시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소개해 이목을 끈다.
세리프 244쪽·25,000원
[separator][/separator]
우먼 인 골드
앤 마리 오코너 지음/조한나·이수진 엮음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걸작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둘러싼 역사를 서술했다. 최근 개봉한 동명의 영화에서 표현하지 못한 클림트와 그림의 주인공의 관계 등 이면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영림카디널 456쪽·17,000원
[separator][/separator]
미술사를 만든 책들
리처드 숀, 존-폴 스토나드 지음/김지실 엮음
20세기에 출간된 미술사 서적 중 지금까지 큰 영향력을 미친 16권을 선정해 소개한다. 중세 건축물부터 마티스까지, 비잔틴 도상학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폭넓은 주제를 연대별로 다루며 당대 맥락과 후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아트북스 448쪽·25,000원
[separator][/separator]
베티 에드워즈의 색채 이론
베티 에드워즈 지음/김재경 엮음
저자가 오랜 기간 색채 워크숍을 진행하며 실험하고 연구한 페인팅 기법과 색의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기반으로 색의 기초 구조를 설명하는 색채 이론서. 다양한 난이도의 색채 연습과 125편의 삽화가 수록되어 이해롤 돕는다.
비즈앤비즈 206쪽·22,000원
[separator][/separator]
맞서는 엄지
나이즐 스파이비 지음/김영준 엮음
고고학, 인류학, 미술사, 심리학 및 신경과학의 최신 이론을 바탕으로 고대 인간의 예술적 기원을 추적한다. 시각적 재현능력에 대한 다각도의 탐구를 통해 예술 실천을 넘어 사회 형성 과정까지 생각해본다.
학고재 375쪽·25,000원
[separator][/separator]
뉴욕의 속살
안성민 지음
동양화에 기반을 두고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여러 요소를 그리는 한국화가인 저자가 뉴욕에서 15년간 살면서 포착한 뉴욕만의 독특한 일상 모습과 예술적 영감을 주는 생활 속 요소를 포착해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했다.
마음산책 288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