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동양예술에 담긴 인문사상의 핵심
주량즈 지음《인문정신으로 동양예술을 탐하다》 알마 2015
유교문화권이자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우리에게 ‘동양’은 아이러니하게도 ‘낡음’과 ‘낯선’ 것인 오늘이다. 소개할 주량즈(朱良志)의 《인문정신으로 동양예술을 탐하다》는 동양의 철학에서 파생된 예술, 그 예술 속에 담긴 미학의 단초들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불편한 한자들을 헤치며 책을 읽는 동안 ‘동양’의 개념이 얼마나 창조적이며, 현대적인 동시에 예술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개념인지 깨달으며 더 이상 낡은 것이 아닌 더 알아야 할 ‘동양’으로 치환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애초에 동양에서는 삶과 철학, 그리고 예술이 크게 분리되지 않는다. “분산되어 있고 자유로워서, 마치 꽃을 앞에 두고 달을 감상한다든지 화로 앞에 앉아 차를 맛보는 것과 같은 식이다. 세 마디나 두 구절의 짧은 말 대부분은 지혜가 번뜩이고 한가로이 술잔을 기울이는 가운데 종종 정곡을 찌른다. 이러한 이론은 예술을 논하는 것이자 인생을 논하는 것이고, 이론이자 예술이기도 하다.”
저자는 동양예술의 본질을 몇 가지 요소로 정리하면서 동양예술과 중국예술을 혼용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본고 서두에 언급한 한자문화권이자 유교문화권의 기초 철학이 중국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강 ‘향기를 듣다’는 형신(形神)-형태와 정신에 관한 이야기다. 동양 예술은 기본적으로 형식미 자체에 머물지 않고, 그 너머를 추구한다. “그림을 그릴 때 겉모습만 비슷하게 그릴 수 있다면 어린아이의 수준과 다를 것이 없고, 시를 지을 때 문자의 뜻에만 머문다면 뛰어난 시인이 아니다. 그림은 정신을 그려내야 하고 시는 언어 너머에 있는 의미를 머금어야 한다.” 작가적 개념과 사유를 충분히 거친 창작이 더욱 의미있고, 가치있다는 현대적 미학 개념과 결코 다르지 않다. 2강 ‘춤을 보다’는 동정(動靜)-예술 작품에 있어 움직임과 고요함을 말한다. 단언하는 것에 신중하고 변화하는 것에 대한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시각예술에서 식물성과 공존하는 동물성, 경계를 무너뜨리며 ‘이것도 되고 저것에도 해당하는’ 작품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3강 ‘굽이진 길 곡경’은 함축(含蓄)에 대한 설명이다. 산도 물도 제방도 회랑도 굽이지고 곳곳에 굽이진 풍경이다. 조원가가 이렇게 굽이지게 하는 것은 굽이진 물에서 푸른 바다의 광대함을 보고, 굽이진 회랑에서 구름까지 이어지는 느낌을 받고, 굽이진 난간에서 짙고 옅은(黑白) 자태가 가늘고 부드럽게 드러나고, 작은 돌의 굽이짐에서 천지를 하나로 관통하는 기세가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4강 ‘작은 꽃 미화’는 이소견대(以小見大)-작은 것으로 큰 것을 표현한다는 독특한 동양식 표현이다. 이는 작은 꽃과 작은 돌에도 우주가 담겨있다는 뜻이며, “겨자씨 안에 수미산을 들인다(芥子納須彌)”는 관점이다. 5강 ‘마른 나무 고수’는 중국예술의 최고 개념을 드러내는 단어다. 즉, 대교약졸(大巧若拙)이란 표현의 함축어로 노자가 말한바 최고의 기교는 서툰 것처럼 보인다고 하는, 예술에서만 다룰 수 있는 치명적 명제다. 비슷한 명제인 6강 ‘텅 빈 산 공산’은 동양사상에서 현대예술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허실(虛實)의 문제다. 허와 실 모두 존재하는 것이며, 실이 있기 위해선 반드시 허가 받침이 되어야 하는 추상적인 명제의 구체화다. 서양에선 유사한 개념이 없으며 동양의 특유한 사상으로 현대미술을 비롯 예술을 설명할 때 비워져야 채울 수 있다는 개념만큼 창작 작품을 설명하기 좋은 명제도 드물다.
저자는 7강의 ‘차가운 달’과 8강의 ‘부드러운 바람’을 통해 동양예술을 탐닉하는 방식의 취미 부분을 다루었고, 9강의 ‘지혜의 검’에서 깨달음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10강의 마무리 지점에서 다루는 ‘조각배’는 하나의 상징물로 예술가의 마음을 담은 표현이다. “조각배는 예술가의 마음을 소풍 보내어 이상적인 세계로 향하게 하는데, 그곳이 바로 예술가의 정신이 머무는 곳이다… 예술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도구다.”라는 문장으로 예술에 있어 작가 정신의 깊은 부분을 다시 한 번 짚어주며 책을 맺는다.
이 책에 사용된 많은 단어나 문장의 공통점은 서로 다른 대척점이 아니라 각각 상대되는 개념이 있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거나(대대(待對)), 결국 모두 다를 뿐 틀린 개념이 아닌 것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나름의 아름다움을 말하고(화해(和諧)), 생사(生死)를 나누지 않고 큰 자연의 틀에 넣고 보는 직관과 관통의 개념이 녹아있다. 무엇도 선명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도 틀린 것은 아니다. 이것은 한자의 숨은 괄호를 미처 새로운 현대어로 조어(造語)하지 못한 우리의 숙제일 뿐이다.
김최은영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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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미술
정연심 지음
시대의 철학 종교 사회가 반영되는 미술작품과 예술가의 긴밀한 관계를 조명하면서 미술을 통해 세계사를 읽어낸다. 종교, 권력, 테크놀로지, 여성 등 굵직한 주제로 나눠 인류 문명의 중요한 요소를 미술로 짚어본다.
다른 184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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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
스티븐 네이페·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 지음/최준영 옮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반 고흐의 일생을 《잭슨 폴록: 미국의 전설》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기 전문 작가가 공동 집필했다. 반 고흐를 둘러싼 예술적 신화를 걷어내고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민음사 972쪽·4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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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컬렉션
이종선 지음
국내 국보급 문화재를 소장한 ‘삼성가의 컬렉션’을 주도하고 박물관 건립과 성장을 함께했던 저자가 지난 20년간의 수집 과정과 뒷이야기를 담았다. 문화재의 발굴부터 복원 연구 전시에 이르기까지의 숨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영사 32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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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예술과 건축(외 2권)
헤더 손턱 맥레이 지음/최지원 옮김
〈세계 종교예술과 건축〉 시리즈 1권으로 그리스도교 회화와 건축 등을 도상학과 상징주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이 시리즈로 다른 저자들의 《이슬람 예술과 건축》, 《불교 예술과 건축》이 함께 출간되어 다양한 종교예술을 살펴볼 수 있다.
시그마북스 22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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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
이태호 지음
초판본의 오류를 수정하고, 상태가 좋지 않던 도판들을 전면 교체해 재편집했다. 카메라 옵스쿠라가 조선 후기 초상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초상화의 사실적 표현과 아름다움을 다루고 있다.
마로니에북스 424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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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미학
제인 포지 지음/조원호 옮김
전통적 미학의 범위를 디자인으로 포용해 디자인의 미학적 위치를 살펴본다. 예술작품과 디자인의 차이를 분명히 나누며 기능적인 물건에 투영되는 미적 호기심을 살펴보면서 ‘미적’이란 말의 의미를 분석한다.
미술문화 304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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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존 소렐 외 2인 지음/오수원 옮김
토니 블레어 정부부터 현재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까지 약 15년간 영국의 문화예술 교육을 이끈 세 전문가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정부와 민간, 지역 단위 교육정책이 추구하는 문화예술 교육의 청사진을 담았다.
열린책들 160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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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조직하기
줄리 아울트 외 지음/박가희, 전효경, 조은비 옮김
2013년 오픈 에디션즈에서 출판한 《Self-Organised》 번역서. 북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시각예술가들의 경험과 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자기조직화(self-organised)’에 관한 해석과 시선을 담았다.
미디어 버스 232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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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철학사(전 3권)
이광래 지음
르네상스 이후부터 미술의 종말을 말하는 지금까지의 미술사를 철학적 문제의식을 지닌 미술가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8400매에 달하는 원고에 1년 6개월간의 편집 과정을 거쳐 정리했으며 미술 철학사의 계보를 저술했다.
미메시스 992·832·832쪽·28,000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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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김율 옮김
도상해석학자로 잘 알려진 저자가 “고딕건축 양식이 스콜라철학에 영향을 받았다”는 명제를 각종 사료를 통해 증명한 기념비적인 책으로 현대의 역사·사회학에 영향을 미치며 미술사의 학문적 지형을 넓힌 것으로 의미 있다.
한길사 252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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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마 마시터피스
앤 템킨 엮음/강나은 옮김
뉴욕 현대미술관(이하 MoMA)의 3번째 아트북 시리즈로 대중적인 작품부터 생소한 작품까지 4000점 넘는 회화와 조소 컬랙션 중 217점을 소개하고 MoMA 컬렉션의 역사와 작품 보존 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RHK 248쪽·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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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이 된 미술관
니콜레 체프터 지음/오공훈 옮김
상류층의 재테크 수단, 시대풍조에 순응하는 미술가와 비평가 등 돈과 권력에 얽매인 현대미술의 모습을 파헤친다. 독일 미술잡지의 편집장이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술 증오’에 대해 설명한다.
자음과모음 208쪽·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