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예술사로 피워낸 역사학자의 꽃

폴 존슨 지음/이창신 엮음《창조자들》황금가지 2009

한 시대 문화의 꽃은 예술이다. 꽃은 사상이라는 뿌리와 정치경제라는 둥치와 사회라는 가지를 바탕으로 피어난다. 따라서 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뿌리, 둥치, 가지 모두를 알아야 하듯이 예술도 그 시대의 사상, 정치경제, 사회를 알아야 올바로 보인다. 과거 시대를 공부하는 것을 역사라 한다면 역사학의 꽃은 예술사이다. 진정한 역사학자란 예술사를 꿰뚫은 이이다.
서양에서 20세기 가장 탁월한 역사학자는 영국인 폴 존슨(Paul Johnson, 1928~)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옥스퍼드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언론계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주간지 《뉴 스테이츠먼》 편집장(1965~1970)을 끝으로 역사가의 길로 들어선 폴 존슨은 20세기 현대사를 다룬 《모던타임스》(1983)를 포함한 다수의 대작을 잇달아 저술한다. 그리고 1088페이지에 달하는 《미국인의 역사》(1997)를 일흔의 나이에 탈고하였다. 폴 존슨은 글 쓰는 재능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는 재능도 타고나 평생 그린 소묘, 수채화, 유화가 수만 점에 달하는 화가이기도 하다. 문인화가인 폴 존슨이 평생 가장 쓰고 싶었고, 쓰면서 가장 즐거웠다는 책이 《미술: 새로운 역사》(2003)이다. 이 책을 쓰고 3년 후, 폴 존슨은 지금부터 과거 600년 동안 서양예술계가 낳은 가장 창조적인 예술가 17명의 짧은 전기(傳記) 에세이인 《창조자들》(2006)을 내놓는다. 1342년생인 제프리 초서부터 1905년생인 크리스찬 디오르까지 다룬 이 책에서 음악가는 J. S. 바흐 단 한 명인데 음악이란 눈으로 보는 문학과 미술과는 다르게 귀로 들어야 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언어로 서술하기에는 재미가 덜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인(文人)은 모두 6명으로 프랑스어로 쓴 빅토르 위고를 빼고는 모두 영어로 글을 쓴 문인이다. 저자가 영문학의 풍부한 전통에 깊은 자부심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음악가와 문인을 뺀 나머지 10명은 모두 미술가이다. 화가(뒤러, 터너, 호쿠사이, 피카소)와 건축가(퓨진, 비올레 뒤크)뿐만 아니라 유리공예가(티파니), 패션디자이너(발렌시아가, 디오르)와 만화영화 제작자(디즈니)까지 폭넓게 들어 있어 누구든 새롭고 깊이 있는 예술을 만들어낸 이가 창조자라는 저자의 열린 생각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함께 다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폴 존슨은 역사학의 거장다운 솜씨를 뽐내며 창조자들의 특질에 바로 다가간다.
각 예술가를 다룬 무수한 전기와 역사책은 물론이고 편지, 정기간행물, 미간행 문서, 미술관 박물관 전시도록, 각종 사전(辭典)에다 직접 보거나 들은 자료들을 모아놓고 필요한 내용들을 잘 꿰어 자유자재로 엮어내는 걸림없는 폴 존슨의 솜씨에서 진정한 글쓰기의 예술을 맛본다. 한 예술가의 방대한 작품 분석은 기본이고 외모, 가정환경, 교육과정, 경제상황, 가족과 친구 관계, 읽은 책, 즐긴 음식과 음주습관, 옷 입은 방식, 취미이야기까지 따라가다 보면 이 예술가들이 지금 우리 옆에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그래서 폴 존슨 책에서는 여러 일화(逸話)가 중요한 구실을 하고 이는 대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유머야말로 다른 엄숙한 역사학자들이 흉내 못 내는 폴 존슨만의 미덕이기도 하다. 모든 역사학자의 책무인 평가에서도 폴 존슨은 단호하고 명쾌하다. 위대한 예술가를 다룬 전기들이 종종 빠트리는 예술가의 약점까지 빼놓지 않기 때문에 폴 존슨이 내린 평가는 타당하고 진실에 가까이 있고 통찰력이 가득하다. 예술가가 살던 동시대나 후대에 다른 이들이 내린 평가를 인용하여 저자 자신의 평가에 신뢰성을 높여 주기도 하고 우리가 당연하게 믿고 있던 평판이 얼마나 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다양한 증거들을 제시하여 일깨워준다. 폴 존슨은 17명의 예술가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영향을 준, 그리고 영향을 받은 선후배 예술가들은 물론 동시대 예술가를 무수하게 불러와 짧은 전기를 매우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는 272개나 되는 각주(note)와 많은 예술가와 작품 이름이 빼곡한 색인(index)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한 문장도 버릴 것 없는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20세기 시각혁명의 주인공이자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피카소와 디즈니를 함께 다룬 마지막 장이다. 피카소가 구세계 방식(화가의 작업실, 예술의 수도 파리)으로 재현예술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면 디즈니는 신세계방식(신기술, 할리우드)으로 자연을 보강, 변형하고 생기를 불어넣은 뒤 초현실로 표현하는 길을 걸었다고 정리한다. 피카소가 10%의 참신함과 90%의 기교로 완성되는 회화를 두 비율이 정반대인 유행예술(fashion art)로 바꿔놓았기 때문에 피카소 이후에 “예술은 무엇이든 용서가 되는(앤디 워홀)”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다. 자연에서 멀어져 내면을 파고든 피카소의 유행예술은 20세기에는 강력한 힘을 발휘했지만 재현예술이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앞으로 서서히 빛을 잃고 진부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폴 존슨의 생각에 필자도 동의한다. 그렇다면 우리시대 예술가들도 자신의 내면에서 벗어나 자연을 재현하는 길로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P.S 《창조자들》(황금가지) 한국어판은 2016년 1월 절판됐다.
탁현규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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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림으로 보는 불교 이야기
정병삼 지음
불교미술사를 연구한 저자의 방대한 자료와 미술사적 검증을 통해 불화를 중심으로 한 불교 미술을 상세하게 설명한 개정판이 출간됐다. 내용 이해를 돕는 도록 교체 및 추가, 사진 설명 등에서 이전보다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졌다.
풀빛 352쪽·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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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아트인문학 여행×파리
김태진 지음
예술가의 자취가 남아있는 파리의 명소를 살펴보고 당시 예술가들이 던진 질문과 그들의 삶을 살펴본다. 도시에 대한 저자의 감각적인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동명의 강연시리즈를 바탕으로 했다.
카시오페아 32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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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마네의 회화
미셸 푸코 외 지음/오마리본 세종 엮음/심세광 외 옮김
미셸 푸코 사후에 그가 1970년 초 튀니지에서 마네의 회화에 대해 강연한 녹취록이 발견되었다. 이를 번역/저술하고 기획한 책이 ‘파레시아 총서’ 1권으로 출간됐다. 푸코가 사유하는 마네의 미학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린비 344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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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팝아트와 1960년대 미국사회
고동연 지음
음식, 도시 재생, 예술과 과학의 만남 등의 주제를 워홀 올덴버그 등을 중심으로 한 1960년대 미국 팝아트 작가들을 통해 살펴본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을 파헤친 이들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본다.
눈빛 396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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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1•2
이주헌 지음
출간 20주년을 맞아 기념 개정판을 발간했다. 총 10개국 16개 도시 44개의 미술관을 소개한다. 이전에 비해 10여 개의 미술관이 새롭게 추가되었고 기존 미술관의 변동 사항도 반영되어 보다 풍성한 정보를 제공한다.
학고재 432쪽/448쪽·(각)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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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상징의 미학
오타베 다네히사 지음/이혜진 옮김
서양 근대 미학사 3부작의 마지막 책이다. 1735년부터 1835년에 이르는 독일 철학계 내부의 미학 전개 양상을 상징 개념의 변용 과정을 분석하여 접근했다. 이를 통해 근대 미학의 형성을 면밀하게 살펴본다.
468쪽 돌베개·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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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디자인 멘토링
원유홍 지음
시각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중요한 인문학적 논제들 -본질, 요건, 지침, 언어, 이미지, 범주 등 26가지의 핵심 주제를 다룬다. 대학에서 30년간 학생을 가르쳐 온 저자가 전하는 냉철하면서 따뜻한 지침서.
안그라픽스 168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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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박찬원 지음
아마추어 사진과 프로 사진의 차이, 보기 좋은 사진과 의미있는 사진, 필름 카메라에 대한 오마주 등 사진 애호가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알기 쉽게 그러나 현실적인 조언을 담아서 수필 형식으로 써내려갔다.
고려원북스 24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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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신현림 엮음
교과서에 실린 동서양 고전 시부터 한국 시문학사에 큰 줄기를 만든 현대시, 문단의 이목을 끈 걸출한 신예 시인들의 창작시까지 저자의 마음에 다가온 시를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서해문집 288쪽·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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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2B2715일러스트로 읽는 인상파 화가들
스기마타 미호코 지음. 조명희 옮김
‘인상파’라는 용어는 익숙하지만 그 특징과 작품은 잘 모르는 일반인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작품을 접하게 하는 입문서다. 일러스트를 설명 도구로 사용해 읽기보다는 보는 방식을 통해 예술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킨다.
어젠다 128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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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기호학 입문
숀 홀 지음/김진실 옮김
기호학의 주요 개념을 75개로 나눠 각 개념마다 독자에게 해석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책 전체를 기호화했다. 의사 소통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 기호학의 개념에 대한 틀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비즈앤비즈 192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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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표현주의
볼프디터 두베 지음/이수연 옮김
시공아트 시리즈 64번째 책으로 현대미술 태동에 영향을 준 1905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후까지의 독일 표현주의를 소개한다. 당시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대표적인 작가를 설명하면서 표현주의의 미술사적 의의를 짚어본다.
시공아트 264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