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스스로의 눈으로 작품을 보라
정준모 《한국 근대미술을 빛낸 그림들》 컬처북스 2014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과 덕수궁분관장을 역임한 미술평론가 정준모가 근대미술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 재직 당시 <한국근대회화 100선>을 주관했던 경험이 이 책의 토대가 되었다. 저자는 1900년부터 1960년까지 한국 전통미술과 서구의 근대미술이 만나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시기에 한국 미술의 정체성이 어떻게 조형화되었는지 살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작품들은 소위 ‘명품’ 위주보다는 미술사적 ‘맥락’에서 중요한 정도를 따져 작가 92명의 작품 108점을 선정해 수록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이미지 중심으로 편집해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다. 작품 해설, 작가 소개도 충실하고 부록으로 근대미술사 개론과 연표를 수록해 깊이를 더했다. 저자는 “이 책의 근본 개념은 도록이다. 우표만한 도판으로는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눈으로 작품을 제대로 보지 않고 유명 작가, 명화만 좇는 현상이 만연하다. 명화는 사람들 각자의 가슴속에 있는 것이지 남의 판단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미술은 ‘시대의 거울’이자 ‘역사의 증인’인 만큼 우리의 뿌리인 근대미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식민지, 전쟁 등 워낙 혼동의 시대이다보니 근대 작가에게 ‘친일’ 혹은 ‘월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가 많다. 저자는 “사람이 살다보면 공(功)도 있고 과(過)도 있기 때문에 양면을 함께 봐야 한다”면서 “잘못한 것은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맞지만 대부분의 친일논쟁이나 부역 논란이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상대방을 내치기 위한 명분으로 거론된 적이 많다.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보니 슬그머니 넘어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그는 6・25전쟁을 기록한 미술작품을 분석한 저서《 한국미술, 전쟁을 그리다》를 출간 준비 중이다. “작가들이 민족상잔의 비극을 모른 척했다고들 하지만 찾아보니까 분명하게 존재한다. 찾지도 않고 자료가 없다고 하는 것은 역사를 정리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이슬비 기자
정준모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서양화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토탈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덕수궁분관장,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겸 전문위원, 대변인,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청주국제공예비엔날 레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영화 속 미술관》, 번역서로 《미술관 관람의 길잡이》 등이 있다.
지형도 그리기는 현재 진행형
박영택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휴머니스트 2014
박영택은 많은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했던 경험으로 다수의 서문과 리뷰를 작성함과 동시에 큐레이터의 습성으로 마치 전시를 기획하듯 테마를 정하고 책을 저술해왔다. 지난 2001년《 예술가로 산다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 현재까지 그가 출간한 책만 15권이 된다. 저자는 최근 한국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담아 한국현대미술의 흐름과 성격을 정리하는 책《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를 출간했다. 이 책은 한국현대미술을 시대, 그룹, 작가별로 나눠 정리하는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 비평가인 저자의 주관으로 대표 작가와 각 작가의 대표작을 선정하여 계보를 만들어낸 뜻 깊은 시도다.
샤머니즘적 주술과 영성을 나타낸 박생광, 한국의 자연주의적 성향을 이어오는 변관식과 이상범, 한국 모더니즘의 기원적 작업을 한 김환기 등이 8인의 선배 작가를 필두로 그들의 작업과 맥을 같이하는 작가 총 109명과 그들의 대표작을 보여주는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독자적이고 방대한 작업에도 불구하고 “책 저술 과정에서 자료가 넘쳐나다보니 오히려 자료에 매이는 측면이 있었다. 취합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숙지가 부족했던 듯하다”며 아쉬운 점을 말했다. 현대미술의 도판을 사용할 경우 개별 작품의 저작권을 모두 요청해야 하지만 출판사와 저자가 최대한 힘써 저작권을 가진 이들과 접촉했음에도 연락이 취해지지 못한 작가와 도판이 일부 있었다. 또 수많은 자료의 취득 과정에서 부득이 누락된 각주 및 정보들이 있다. 수많은 자료를 정리하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타난 실수인데 그 중 한 예로 김동화의《 화골》에서 오윤, 안창홍, 윤형근 등의 작가를 다룬 글을 인용하면서 주를 달지 못하고 기재한 점을 들 수 있다. 이 부분을 포함해 저자가 언급했던 미흡한 부분 및 누락된 내용은 향후 개정판에서 보완될 예정이다. 이 책의 작가와 작품 선정은 보는 관점에 따라 첨예한 의견이 교차할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평론이란 “객관적인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평론가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목소리를 높여 다양한 의견이 교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서구 비평가나 철학가의 사상에 맞춰 한국미술을 정리하던 것에서 벗어나 비평가의 취향과 학문적인 시선을 독립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크다.
박 교수는 이 책을 기반으로 한국현대미술의 지형을 그리는 일을 앞으로 계속해 보완 연구할 과제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개정판을 만드는 데 공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임승현 기자
박영택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금호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약 10년간 일했고 1995년 뉴욕 퀸스미술관에서 큐레이터 연수를 했다.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2010 아시아프 전시 총감독, 2013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전시 총감독 등을 지냈다. 현재 경기대학교 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 현대미술가 아이웨이웨이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포스트 3000여 개 중 110여 개를 간추려 묶은 책. 예술작업과 사회 운동의 경계에서 활동하는 그의 글을 통해 중국 인민의 삶과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미메시스 520쪽·25,000원
한국문화사의 격동기인 18~20세기의 회화 동향을 네 쌍의 아이콘으로 추렸다.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대향 이중섭과 미석 박수근. 여덟 작가에 대하여 각각 쌍벽으로 대조해 설명한다.
세창출판사 384쪽·20,000원
건축가 김인철이 건축 과정을 기록한 책으로 네팔 지역의 건축과 문화를 전한다. 하나의 집을 완성하기 위해 땅은 물론 사용할 사람의 일상까지 연구하며 삶에 가장 어울리는 집을 짓기 위해 건축가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담았다.
집 288쪽·20,000원
사진가로서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필름에 담는 과정을 엮은 사진 에세이. 사진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며, 사진이 현대예술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대표적인 역할을 한 사진가 구본창의 30년 사진 인생을 한 권에 담았다.
컬쳐그라피 312쪽·14,000원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얼굴이 되어버린 스펙터클한 건물들을 이해하는 길을 안내한다. 때로는 협업으로, 때로는 경쟁의 형태로 만나온 미술과 건축의 관계를 해부하며 정치·경제적 가치와 만난 건축이 생산하는 광경에 대해 성찰한다.
현실문화 392쪽·28,000원
시각이미지에 대한 비평이라기보다 사물들의 ‘삶’ 또는 ‘운명’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담은 에세이로 동시대 시각문화를 탐구한다. 현직 큐레이터이자 현대미술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가 자유롭게 풀어놓는 생각들이 사물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실문화 248쪽·16,500원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키치가 어떤 모습으로 현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고 극복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사전적 분석이 아닌 예술, 정치 등의 영역에 만연한 키치의 본 모습을 분석한다.
지혜정원 320쪽·30,000원
포스트 사회주의 중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 격동의 시간 속에서 나타나는 매체의 발화를 고민하며 이러한 지점을 통해 포스트 사회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중국의 보통 사람들을 읽어낸다.
이담북스 345쪽·29,000원
실기 수업 방법론
로이스 헤틀랜드 외 지음 / 김세은 옮김
미술 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사고의 습관”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로 면밀한 연구 내용을 담고 있다. 수업을 어떻게 조직하고, 이끌어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그 과정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진사 288쪽·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