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요제프 보이스의 사회적 조각,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
송혜영 지음 《요제프 보이스, 우리가 혁명이다》 사회평론 2015
1980년대 미술대학 재학시절,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를 아는 학생과 모르는 학생으로 구분하던 적이 있었다. 나 또한 이 작가에 대해 선배나 친구를 통해 띄엄띄엄 들었지만 마치 아는 것처럼 착각한 시절이기도 했다. 그 시절, 민주화를 위한 투쟁은 연일 지속되었다. 당시 대학을 다니던 미술학도들에게 ‘보이스’는 바람처럼 귓가에 떠도는 이름이었다. 1987년 6월 직선제 개헌이 선언되었다. 이 시기 대학을 다니던 내게 죽은 토끼에게 그림을 설명하는 보이스의 퍼포먼스는 시대적 우울과 오버랩되는 하나의 상징적인 이미지였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촛불을 밝히는 사회 현상을 보면서 집단의 온기를 감각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봄 햇살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날, 일년이 넘도록 책장에서 침묵하던 ‘우리가 혁명이다’라는 강령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이 책 《요제프 보이스, 우리가 혁명이다》에서 귀결되는 핵심어이자 보이스의 작업 성과를 압축한 표현으로 ‘사회적 조각’을 되짚으며 “모든 사람이 창의력을 발휘해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자는 ‘사회적 조각’의 목표를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는 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과제인 동시에 지속적으로 유효한 메시지”임을 밝힌다.
보이스의 삶의 여정을 따라 10장으로 구성된 《요제프 보이스, 우리가 혁명이다》. 1장은 보이스의 인생경력 / 작품경력 그리고 보이스 신화를 통해 보이스가 누구인지 그의 이력을 소개하는 장이다. 2장부터 6장까지는 삶과 예술 통합주의에 대한 그의 사고와 행위 그리고 교육과 실천 과정이 담겨있다. 특히, 보이스가 삶과 예술의 통합을 위해 시도한 교육과 예술행위 중에서 2장의 ‘따스한 조각’과 5장의 ‘사회적 조각’은 그의 말대로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한다’는 이유와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보이스 예술관의 핵심이기도 한 ‘따스한 조각’에서 보이스의 삶과 예술 통합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온기이론’을 예시한다. 돌은 광물이 빙하를 거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고체인 조각이며, 뼈는 우유처럼 유기적으로 형성된 과정이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예를 통해 돌과 뼈로 조각과 조소의 차이를 비유한 보이스의 관점은 흥미를 넘어 조각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한다. 동시에 보이스의 오브제가 밀랍의 유동성을 통해 새로운 조각을 시도했던 근거를 이해하는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보이스의 ‘따스한 조각’은 온기와 냉기, 확장과 수축, 삶과 죽음의 양극을 통합하고, 그 사이의 유동적인 변화 과정을 전제한 작업이다. 단절된 양극성을 벗어나 상호 교류하는 관계를 지향하는 보이스의 조각에 내재한 의미는 이 책이 주는 무게감이다. 5장 ‘사회적 조각’에서는 1967년 보이스가 언급한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는 명제가 갖는 확장된 예술개념을 통해 서구의 모순된 사회 구조와 위기 상황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작가의 사회적 태도와 예술적 실천방식을 읽을 수 있다. 그가 추구한 ‘사회적 조각’은 보다 나은 사회로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목표는 모든 인간의 잠재된 능력을 믿는 슈타이너의 관점에 반영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슈타이너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사회의 참담한 현실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자유, 평등, 박애라는 삼중구조 사회를 제안했다. 삼중구조란 정신생활의 자유, 법치생활의 평등, 경제생활의 박애를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리는 것이다. 슈타이너의 영향을 받은 보이스는 문화는 자유, 권리는 민주주의, 경제는 사회주의로 요약되는 미래지향적인 사회 유기체를 이루고자 했다.
6장 ‘사고하는 조각’에서는 “인간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첫 번째 작품은 사고하는 것”이라는 보이스의 말처럼, 사고를 조각으로 간주하는 장이다. 창의적인 사고 자체가 바로 조각이라는 것이다. 사고의 과정에 언어가 동반되어 언어는 조각의 재료가 된다. 보이스의 칠판작업은 사고하는 조각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7장은 기독교와 샤머니즘이 공존하는 보이스의 작품과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8장 ‘운송미술’에선 7000그루의 참나무와 현무암으로 재생의 과정, 사회생태학적 생명을 부여하기 위한 순환과 공존의 과정을 설명한다.
이 책 《요제프 보이스, 우리가 혁명이다》를 지금 밝은 봄 햇살 속에서 새삼 발견한 것은 시공간을 넘어 상호작용하는 깊은 여운, 대학시절 잘 알지 못했지만 여전히 귓가에 여운으로 맴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촘촘하게 기억할 여운 하나, 보이스의 속삭임이다. “나는 육체적인 재료뿐 아니라 영혼의 재료를 다루는 조각의 형태를 생각하며 사회적 조각의 올바른 목표를 추구하게 되었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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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론
윤범모 지음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이자 미술비평가인 저자가 한국미술을 연구한 원고를 모아 엮은 책. 저자는 고구려 벽화부터 민화, 불화, 근현대회화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통섭의 시각으로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자 했다.
칼라박스 576쪽 · 4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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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팔경도
박해훈 지음
국립나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인 저자가 고려 때 중국에서 전래된 그림 양식인 ‘팔경도(八景圖)’를 연구한 책. 팔경도의 기원과 성립부터 전래와 확산, 조선 시대 전반에 걸친 팔경도의 변천사와 회화적 특징 등을 분석했다.
소명출판 290쪽 ·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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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미술
권이선 지음
뉴욕에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저자가 뉴욕의 주요 장소에 설치된 다양한 공공미술을 소개하는 책. 저자는 시민 모두가 감상할 수 있고 일상의 재미를 전하는 거리의 미술을 통해 공공미술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조망한다.
아트북스 236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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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소울
루크 지음
스웨덴으로 이주한 저자가 북유럽 예술과 디자인을 통해 그들의 삶의 중심에 있는 가치들을 이야기한 책. 저자는 인간, 평등, 신뢰, 자연, 미니멀리즘이라는 가치들이 어떻게 실천되고 시각적으로 표현되는지에 주목한다.
시공아트 31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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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나는 심플하다
최종태 지음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이자 장욱진의 제자인 저자가 장욱진 탄생 100주년을 맞아 스승과 그의 예술을 이야기한다. 스승을 추모하는 글, 작품 설명 등 저자가 1979년부터 최근까지 40년에 걸쳐 써온 글들을 엮었다.
김영사 192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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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색을 품다
이연식 지음
한국민화협회 이사이자 TV드라마에서 전통화 디렉터를 맡으며 민화를 알려온 저자가 민화 감상에 필요한 지식을 쉽게 풀어낸 책. 저자의 대표 작품 80여 점과 정선과 정조임금의 그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나무를심는사람들 23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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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곁
김선현 지음
미술치료계의 권위자이자 그림이 가진 치유의 힘을 설파해온 저자의 첫 그림 에세이. 저자는 자신이 마음의 위안을 얻은 명화 80여 점을 통해 여성이라는 편견 속에 힘겨워하는 이들이 그림의 곁에서 잠시 마음을 쉬어가기를 권한다.
예담 240쪽 · 1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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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황홀한 블랙
존 하비 지음 / 윤영삼 옮김
세계적 석학이자 비평가, 소설가인 저자가 패션, 종교, 인류학, 예술을 넘나들며 검은색을 연구한 책.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서부터 샤넬의 드레스까지 검은색의 사회적, 정치적 가치와 미학적 뉘앙스를 폭넓게 설명한다.
위즈덤하우스 58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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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페스티벌 X 2
강수미 지음
미술비평가이자 동덕여대 회화과 교수인 저자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기획한 〈2016 비평페스티벌〉의 기록물. ‘비평가의 기능: 역량과 역학’을 주제로 한 다양한 비평문과 〈2016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제도비평과 토론을 담았다.
그레파이트온핑크 336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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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소녀의 웃음이 내 마음에
선동기 지음
10년 가까이 미술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며 ‘그림 읽어 주는 남자’로 잘 알려진 저자가 잘 알려지지 않은 명화 112점을 담은 그림 에세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들의 숨은 그림을 6가지 주제로 선별하여 소개한다.
을유문화사 27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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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현대미술
캘빈 톰킨스 지음 / 김세진, 손희경 옮김
미국 《뉴요커》에서 40년 이상 미술평론가로 활동한 저자가 작품만큼 흥미로운 작가들의 삶에 관해 써온 글을 선별하여 담은 책.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등 현재 최고의 위치에 올라간 작가 10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트북스 364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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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 보고 싶은 중국 옛그림
이성희 지음
장자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중국 국보급 명화 30점을 소개하는 책. 중국 회화사를 조망하는 네 가지 주제 아래 위 · 진, 남 · 북조 시대부터 근대까지 작품들을 설명하며 동양화의 세계로 초대한다.
로고폴리스 384쪽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