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현재 심사정- 조선남종화의 탄생
심사정, 오로지 화가였던 사람
이예성, 《현재 심사정- 조선남종화의 탄생》 돌베개, 2014
조선회화사를 살펴보거나 조선시대 명품 전시를 둘러볼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가가 있다. 바로 현재 심사정(玄齋 沈師正, 1707~1769)이다. 그는 당대 겸재 정선에 비교될 만큼 조선후기 화풍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남긴 그림만 해도 300여 점에 달한다. 하지만 당시의 명성에 비해 전해지는 기록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대 최고의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이 역모에 연루되어 풍비박산 났기 때문이다. 심사정 연구자인 이예성은 “사람들이 역모 죄인의 자손과 교유하기를 꺼렸던 탓에 친분을 맺었던 강세황, 김광수, 김광국을 제외하면 그의 그림에 발문(跋文)이나 제시(題詩)를 쓴 사람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한평생 그림만 그린 심사정은 문인화가였지만 역적의 후손으로 곤궁한 사정에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당시 조선의 문인화가들은 중국 문인화풍인 남종화풍은 선호했지만 직업화가의 화풍인 절파화풍이나 기타 북종화풍은 배척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일찍이 출세의 길이 막혀 신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심사정은 중국의 남종화풍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북종화풍에서도 필요한 기법을 취해 자신만의 화풍으로 완성시켰다.
정선이 실경산수화 분야에서 우리의 산천을 대상으로 우리의 미감이 반영된 ‘진경산수화’를 만들어냈다면 심사정은 관념산수화 분야에서 중국 남종화풍과 다른 우리 고유의 미감이 드러나는 ‘조선남종화’를 탄생시켰다. 저자는 “조선 최고의 감식가였던 강세황은 일찍이 정선과 심사정의 작품을 비교한 바 있는데 호매(豪邁)하고 웅장한 기상은 정선이 낫고, 문인화의 격조있는 운치는 심사정이 낫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부터 동양에서는 뛰어난 화가가 갖추어야 할 두 가지 필수 덕목이 있다.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길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당대 최고의 후원자를 두었던 정선은 금강산을 비롯해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지만 심사정은 역적의 자손으로 여행 다닐 처지가 못 되었다. 물론 당대 문인화가들처럼 금강산을 관람하는 등 실경산수화를 일부 남겼지만 심사정은 칩거해하면서 중국에서 들여온 화보를 진력으로 연구하고 자신의 화풍을 만들어냈다.
이때 ‘화보(畵譜)’란 중국 대가들의 그림을 모아 놓은 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 회화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문인화가들은 화보를 통해 주로 중국의 관념산수나 인물을 그렸지만 그중에서도 심사정은 누구보다 전통에 충실했고 화보를 바탕으로 화풍의 변화를 모색했다. “동양화에서 대가의 작품을 보고 그리는 ‘방(倣)’의 개념은 대가의 정신을 본받고, 대가의 양식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양식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모방의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한편 심사정은 손을 사용하여 그린 지두화(指頭畵) 같은 청나라의 새로운 화풍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50여 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으며 산수, 화조, 인물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다양한 작품들을 남겼다. 강세황은 그의 그림 중 화조를 으뜸으로 꼽았지만 저자는 심사정의 그림은 단연 산수화가 으뜸이라고 강조했다. 심사정은 죽기 8개월 전 자신의 모든 화법과 기량을 한자리에 펼쳐 보였는데, 그 작품이 바로 <촉잔도(蜀棧圖)>이다. 가로 길이가 8미터를 넘는 대작으로 현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간송문화전(7.2~9.28)에서 그 전모를 확인할 수 있다.
심사정의 화풍은 후배 화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문인화가로는 정수영, 홍의영, 박제가, 윤제홍 등에게, 직업화가로는 이인문, 김홍도, 김수규, 이한철 등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데, 저자는 이들을 ‘심사정파’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심사정은 큰 화가로 그와 심사정파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현재 심사정에 관한 어린이 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슬비 기자
이예성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심사정에 관한 국내의 대표적인 연구자로 꼽히며 여러 대학 및 문화 관련 기관 등에서 한국미술사에 관하여 강의를 하고 있다. 단독 저서로 《현재 심사정 연구》(2000)가 있으며, 공저로 《조선왕실의 행사그림과 옛지도》(2005), 《조선왕실의 미술문화》(2005), 《한국의 미술가》(2006,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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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뒤바꾼 아이디어100
마이클 버드 지음/ 김호경 옮김
쉽고 명쾌한 내용의 미술서적을 편찬하는 영국 로렌스킹의 대표 시리즈. 시대나 사조로 미술사를 서술하기보다 선사시대 동굴 암각화부터 현대미술까지 핵심어를 꼽아 미술사의 지형을 새롭게 풀어 써서 미술입문자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시드포스트 232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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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지음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를 다룬 1권에 이어 이번에는 그 속에서 인간이 갖는 감정을 깊게 살펴본다. 특히 디지털 이미지에 나타나는 언캐니한 감정을 중심으로 21세기의 디지털 미학이 무엇인지 의문을 던진다.
천년의상상 340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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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기 지음
현대기하학을 중심으로 호크니의 1982~86년 포토콜라주를 해석한 저자의 논문에 1990~2012년 작품들의 분석을 보완 수록했을 뿐 아니라 예술론적 관점에서 호크니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본 책. 다각적 분석이 돋보인다.
이마지네 312쪽·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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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열 지음
한국에서 도예를 전공한 저자가 멕시코로 건너가 현지에서 생활하며 접한 예술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묶었다. 멕시코의 생활환경, 토착예술을 자세히 풀어낼 뿐 아니라 구체적인 예술가, 미술관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미술문화 336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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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상시에 지음/정진국 옮김
<만종>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 밀레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밀레의 후원자이자 친구였던 저자가 130년 전에 쓴 전기가 번역 출간되었다. 밀레의 일기장, 메모들,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해 밀레의 삶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
웅진문학임프린트 348·1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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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가우디 지음/이병기 옮김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7년에 걸쳐 작성한 노트 <레우스 수기>를 일부 옮겼다. 이 노트는 가우디의 개인 기록물을 엮은 것으로 글의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건축에 대한 가우디의 진솔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아키트윈스 128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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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느 서머슨·마라L. 허마노 지음/김준·우진하옮김
세계적인 예술대학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의 ‘비평적 창조’수업을 소개한다. 창의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같은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풀어내는 방법을 단계를 나눠 체계적으로 탐구하도록 돕는다.
브레인스토어 352쪽·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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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키슬러 지음/박성은 옮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이자 만화 일러스트레이터인 마크 키슬러의 드로잉 강의서. 저자만의 재치 넘치는 설명으로 드로잉의 9가지 기초인 단축법, 배치, 크기, 오버랩, 명암, 그림자, 윤곽선, 수평선, 밀도를 설명한다.
라의눈 26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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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지음/이세진 옮김
19세기 프랑스의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글을 모았다. 그리기와 창작, 생활에 대해 그가 가진 생각을 꾸준히 드러내는 글을 통해 일상에서 예술을 대하는 화가의 태도를 접할 수 있다.
북노마드 256쪽·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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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지음
도예가의 작업실을 소개하고 그들의 인물, 작품 사진 등을 함께 선보인다. 각 장마다 도예가들의 밥상을 소개하는 부분은 소소한 재미가 있다. 생활 속에서 사용가능하기에 어느 장르보다 더 가까운 도예작품에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
미디어샘 256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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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이수현 옮김
오늘날의 지배적 사상・문화현상으로 여겨지는 포스트모더니즘을 깊게 살펴본다. 철학과 사회이론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의 주요 주장들을 하나하나 비판하며 마르크스주의 이론들을 역사적으로 살펴본다.
책갈피 352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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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성경
율리우스 슈노어 폰 카롤스펠트 그림/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옮김
160년 전인 1851년부터 1860년까지 독일의 목판화가 폰 카롤스펠트가 성서이야기를 주제로 그린 240점의 목판화를 한 권으로 묶었다. 마치 에칭과 같은 정교한 목판화를 크게 보여주고 그 내용에 맞는 성경구절을 병치했다.
프롬나드 260쪽·2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