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논픽션과 픽션이 오가는 고구려 벽화고분 이야기
전호태 《비밀의 문 환문총》김영사 2014
“1988년 어느 여름날 대학 선배로부터 건네받은 이 책은 환문총의 벽화가 왜 두 번 그려졌는지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중요한 서적이다.” 연구서를 발견한 국립박물관 미술부의 학예사 한인규의 증언이다. 그러나 한인규는 저자의 페르소나 정도로 보이는 허구의 인물이다. 환문총이 실존하는 고구려 벽화고분이며 기존의 벽화 위에 다시 벽화를 그렸다는 것만이 사실이다.《 비밀의 문 환문총》은 고구려 벽화고분 전문가 전호태가 30년 이상 연구한 자료를 기반으로 환문총을 색다르게 해석한 서적이다 .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연구 총체를 학술 용어를 나열하거나 연구서 방식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와 스토리텔링 사이에서 오묘한 줄타기를 한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다큐텔링’이다. 최근 방송과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팩션faction과 유사하다. 환문총은 생활풍습을 그린 기존의 벽화 위에 단순한 동심원문을 그린 미스테리한 고구려벽화고분이다. 그러나 논문으로 쓰기에는 사료가 부족해 늘 수수깨끼의 단편들로만 남아있었다. 결국 저자는 자료와 고증을 바탕으로 친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친근한 접근을 시도해 오히려 높은 관심과 설득력을 이끌어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직접 고분을 발굴 및 조사한 일본 관학자와 그곳에 있었던 조선인의 에피소드부터 불교에 귀의한 소그드족 청년 호자의 전법여행 여정을 통해 서역과 고구려, 신라의 불교문화를 소개한다. 또한 고구려 대귀족의 세계관의 변화, 신라와의 전투 이후 평양성이 함락된 상황에서 국내성 일대 고구려인의 삶까지 시공간을 옮겨가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러한 글쓰기는 철저한 연구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시도다. 저자는 “연구서와는 다른 소설식 어법 사용이 익숙지 않아 고생했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 ‘다큐텔링’은 연구서를 쓰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녹일 수 있다”며 새로운 장르 글쓰기의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동시에 글이 지닌 전문성도 강조했다. 이번 책은 지난 10년간 저자가 대중과 전문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글쓰기를 꾸준히 했기에 가능했다. 고구려 벽화고분, 나아가서는 고구려사를 쓰면서 어린이, 청소년, 비전문가, 전문가 등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접근해왔다. 학술 연구서 저술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관심도 함께 나아가야 학술 분야 연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이가 고구려에 어렴풋한 역사적 자부심을 갖지만 고구려에 관한 연구는 백제와 신라에 대한 연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저자가 처음 고구려 벽화고분 연구를 결심하던 때 주변인들 대부분이 만류했다. 그러나 전호태는 문헌사 및 양식사 위주의 기존 연구방식보다 지성사적인 방법론을 취하며 이를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연구 초기에는 자료가 불온서적으로 취급되어 읽지 못하거나, 유적을 보지 못하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일제강점기에 쓰인 연구서에 실린 고구려벽화고분의 이미지와 내용을 표로 정리해 완벽히 암기했다. 보지 않은 것을 상세히 묘사하는 그의 역사적 상상력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 2004년 연구차 북한을 방문했을때, 일본을 통해 저자의 연구서를 읽은 북한의 고구려벽화고분 연구자들이 그의 생생한 상황 묘사에 나이 지긋한 노교수로 착각했다고 한 에피소드는 그의 사실적이고 실감나는 묘사력을 알게해 준다.
안타깝게도 저자가 연구를 시작하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구려사 연구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구비·취직·실견 불가라는 3불不의 상황이 연속되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바탕으로 고구려사가 좀 더 폭넓은 지성사적방식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다큐텔링’의 새로운 글쓰기 방식은 대중의 관심과 인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임승현 기자
전 호 태 Jeon Hotae
1959년 태어났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미국 UC버클리대 및 하버드대 방문교수를 엮임했다. 《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이야기》 《살아있는 우리 역사, 문화유산의 세계》 를 포함 다수의 저서가 있다. 2001년 제 41회 백상출판문화상 인문과학부문 저작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울산대 박물관장 및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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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36:회화
백인산 지음
국보급 문화재를 다수 소장한 간송미술관의 작품 중 조선시대의 문화를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회화 36점을 묶어 우리 문화와 역사를 살펴본다. 저자의 차분한 해설로 우리 그림에 나타난 이야기를 읽어가며 우리 문화재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본다.
컬처그라퍼 308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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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와 예술
앨러니 앤틀리프 지음/신혜경 옮김
행동주의 예술비평가인 저자가 예술사에서 아나키즘에 대해 집중 고찰한 책. 1860년대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철학, 사회·정치적인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아나키즘 예술가들이 그 과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학사 297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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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마켓 바이블
이지영 지음
예술품 어드바이저이자 큐레이터인 저자가 미술시장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과 풍부한 사례 그리고 친절한 참고도판을 통해 미술시장 시스템, 각 나라의 미술시장 특징과 흐름 등을 설명한다.
미진사 328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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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철학을 만나다
장병희 지음
근현대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예술을 감상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학작품과 한국 영화부터 할리우드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작품을 데카르트, 헤겔, 프로이트, 데리다 등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접근해 미학적 의미를 고찰해 본다.
까치 32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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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담은 그림
채운 지음
유명 작가의 작품을 장자와 니체를 넘나드는 폭넓은 경구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작품을 통해 저자는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진정한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일상적인 이야기와 그림에 대한 상세한 해석은 독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청림출판 312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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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김영숙 지음
짧은 여행에서 미술관을 들를 때, 중요한 작품만은 놓치지 않고 감상하려는 이들을 위한 명화 안내서. 실제 미술관의 관람동선을 따라 중요한 작품을 짧게 설명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간략한 스페인사 소개를 곁들여 배경 이해를 돕는다.
휴머니스트 22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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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는 무당이 아니다
이하림 지음
미술사와 한의학을 전공한 저자가 한의사가 갖춰야 하는 마음가짐에 초점을 맞추며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또한 신체, 질병 등의 묘사가 나타난 미술 작품을 소개해 치료의 역사를 인문학적으로 폭넓게 접근했다.
H하우스 39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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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노은주·임형남 지음
고궁, 사찰, 가옥 등의 전통건축을 건축가 부부의 눈으로 소개한다. 우리 전통건축에 나타난 시대적인 의미와 공간적 가치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 나열을 지양하고 자연과 공간의 배치, 공간의 의미를 해박한 인문학적 내용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지식너머 312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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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역사
케롯&페터 피엘 지음/이경창·조순익 옮김
디자인의 기원부터 양식, 운동, 학파를 연대순으로 소개하면서 디자이너들의 개별 작품도 살펴본다.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 사건과 디자인의 양식적 주제를 궤도를 같이해 해석했다. 간략한 설명과 풍부한 도판은 디자인의 변화를 이해하기 쉽게 돕는다.
시공문화사 512쪽·4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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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경영과 마케팅
이보아 지음
저자가 오랜 기간 박물관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박물관의 정의, 유형, 역할, 경영과 마케팅 등을 설명한다. 박물관의 기초 이론부터 최근의 경영사례와 전략 등을 다각도로 접근해 분석한 전문 박물관 경영 연구서다.
김영사 340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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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요코하마와 뱅크아트1929
최선 지음
저자가 2011년 일본 요코하마의 <뱅크아트1929 레지던시>에 참여할 당시 만난 일본 작가와 그곳의 전시 공간을 소개한다. 또한 요코하마의 문화예술 정책인 〈창조도시 요코하마〉와 그 핵심기관인 〈뱅크아트 1929〉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담았다.
수르 20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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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토크:뉴욕에서의 대화
맹지영・유J 지음
서울과 뉴욕의 미술계를 경험한 큐레이터와 아트 디렉터인 두 저자가 두 도시의 미술 현장을 소개한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취해 예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이야기 주제를 미술관 갤러리뿐 아니라 일상 속의 공간으로 넓힌다.
북노마드 256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