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밥과 예술
고암 이응노(顧庵 李應魯, 1904~1989).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직접 본 건 1989년이었다. 대학 2학년 때, 지금은 없어진 서소문 호암갤러리에서였다. <군상(群像)> 시리즈가 개미떼처럼 보였던 기억이 또렷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알지 못하면 제대로 보지 못하는 법’, 그때는 그랬었다. 고암을 깊이 알지 못했기에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백남준과 더불어 고암이야말로 세계 미술계에 자신있게 자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한국인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고암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2000년 평창동에 이응노미술관이 생기면서였다. 이응노미술관이 개관하기까지 부인 박인경 여사와 윤범모 교수 같은 후학들의 숨은 공력과 가나아트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후 이응노미술관은 2007년 대전시립미술관 바로 옆에 독립 건물을 지어 이전해 오늘에 이른다. 2011년엔 충남 홍성에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도 건립됐고, 올해 프랑스 파리 근교 보쉬르센(Vaux-sur-Seine)에 고암아카데미 건물도 개관한다고 한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을 다녀왔다. 그곳에 가면 6월 1일까지 고암의 미공개 기증작품 500여 점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조그만 작품이 있었다. 이번호 표지에 실린 <구성>이 그것이다. 훼손된 원작을 복원한 것으로 고암이 윤이상, 천상병 등과 함께 이른바 ‘동백림(동베를린)사건’에 연루되어 2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동안 교도소 안에서 종이와 밥풀을 짓이겨 만든 작품이다.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서 고암을 생각했다. 차디찬 감방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꼼지락거리며 그것을 만들었을,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뱃속을 채워줄 눈앞에 밥보다 창작에 더 굶주리고 목말라했던 고암을 말이다.
이 대목에서 유진상 교수의 컬럼(p.60-61)이 오버랩 됐다. ‘전시 지원비’를 받지 못했다고 SNS에 불평불만을 표출하는 (일부) 젊은 미술인의 행태 말이다. 물론 예술가라고 해서 먹고사는 문제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작가로서의 합리적인 권리요구 또한 정당하고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제 맘대로 작가를 ‘을’로 규정하고 ‘갑’이라고 칭한 선배 세대를 향해 볼멘소리는 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 주려해도 어린애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작 예술에 대한 절실함이나 진지함에 대한 고민보다 기껏 당장 제 앞에 놓인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특집에 소개된 13명 ‘미술 친구들’이 오히려 제도권 미술계를 욕망하는 이런 젊은 작가들보다 더 순수하고 진솔해 보인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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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달성 AHAF 운영위원장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미술계에서 늘 새로운 시도로 한국 현대미술을 해외 미술무대에 소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화랑협회에 제안해 2002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탄생시켰고, 1995년 제정된 <서울판화미술제>를 세계 유일의 판화·사진 전문 아트페어인 <아트 에디션>으로 발돋움시켰다. 취재 차 방문한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AHAF) 홍콩 2014> 현장에서 황 대표는 한국미술의 도약을 위해 아시아권 갤러리와의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윤 숨SUMM 대표
조덕현의 개인전과 자하 하디드의 전시를 모두 기획하였다. 이번 달 유난히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늘 친절한 설명으로 취재에 도움을 주었다.《 월간미술》의 2012년 2월호 특집 <2012년을 빛낼 미술인20>에 선정되기도 해 인연이 깊다. 현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이자 아트디렉터로서 강의와 전시기획 글 연재까지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하는 그녀가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길 기원한다.
이경민 이응노미술관 홍보담당전시
홍보담당자는 그 기관의 얼굴이다. 그 임무의 중함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그렇게 보면 대전 이응노미술관 홍보담당 이경민 큐레이터도 그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셈. 고암의 미공개 작품 500여 점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인 이번 <신소장품전> 취재를 위해 각종 자료와 일정을 준비하고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국내 대학에서 불문학과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는 이 큐레이터가 앞으로 이응노미술관을 더욱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