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돈과 의지의 결합
특집기사로 아라리오를 다루자는 제안에 기자들마저 처음엔 시큰둥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별히 뭐 나올게 있냐는 반응도 있었고, 특정 갤러리를 너무 빨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을 거라고, 걱정 말라고 큰소리쳤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라리오에 대한 관심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돌이켜보니 그 존재를 처음 접한 건 1990년대 중반, 지금은 폐간된 《가나아트》에 실린 광고를 통해서였다. 당시로서는 이름도 생소했고, 게다가 서울이 아닌 천안에 있는 갤러리가 미술전문지에 광고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2002년 갤러리를 새로 오픈하고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한 yBa 주요작가 작품을 대거 컬렉션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에도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갤러리 마케팅과 특히 컬렉터이며 작가인 김창일 회장의 행보는 국내외 미술계 인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뉴스 메이커로서 아라리오와 김창일 회장의 존재감에 정점을 찍은 사건은 건축가 故 김수근의 ‘공간空間’ 사옥 매입과 제주도 뮤지엄 개관. 그 규모나 소장품의 수준은 접어두고라도, 아무리 성공한 사업가라고는 하지만 순수하게 개인의 역량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국내에선 유례를 쉽게찾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스위스의 화상畵商 에른스트 바이엘러Ernst Beyeler, 1921~2010가 연상된다. 소규모 화랑에서 출발해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아트페어 <아트바젤>를 만들었고, 나아가 재단을 설립해 뮤지엄으로 화상의 꿈을 완성한 전설적 인물 말이다. 오늘도 바젤-바이엘러미술관을 찾는 관람객 발길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보잘 것 없던 작은 도시 바젤은 명실공히 세계미술의 메카로 자리매김 했다. 맨해튼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넘게 가야하는 거리에 있는 디아:비컨 역시 마찬가지다. 미술관 하나 때문에 비컨Beacon이라는 작은 마을은 전 세계 미술순례자의 성지聖地가 됐다. 우리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창덕궁 옆 담쟁이로 뒤덮인 작은 벽돌 건물이나 지방 소도시 시외버스터미널, 제주도 구도심 미술관을 보기위해서 제 돈 들여 멀리서 비행기타고 날아 온 노랑머리 관람객을 보는 일도 멀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돈 많은 사람은 미술에 의지意志가 없고 반대로 의지는 있는데 정작 돈이 없는 미술인이 많더라. 당연히 나는 후자에 해당한다. 아무쪼록 돈과 미술에 대한 의지, 이 둘을 두루 갖춘 인물이 더 많이 등장하길….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bold_title]CONTRIBUTORS[/bold_title]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
《조선일보》 미술담당 기자를 거쳐 현재는 전시기획과 전시 홍보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이앤아트’를 운영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그림쇼핑》 《그림쇼핑2》 《안녕하세요? 예술가씨!》 《미술경매이야기》 등 미술전문책을 썼다. 연세대 국문과, 중앙대 예술대학원 박물관미술관학과,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 대학원 과정을 졸업했고, 뉴욕 포댐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MBA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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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진
미술비평
마감 직전 ‘작가보수제’에 관한 정부 발표 내용을 확인해 원고를 수정하는 순발력을 발휘해주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시카고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뉴욕 아시아 아메리칸 아트센터 프로그램 매니저, 쌈지스페이스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홍익대 대학원에 진학해 현재 신자유주의와 현대미술에서의 제도적, 존재론적 관계를 고찰하는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며, 현대미술 비평 작업으로 소설 쓰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