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독자의 의무와 권리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다. 언론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일부)기자를 조롱하고 비꼬아 비아냥거릴 때 사용한다. 여기엔 ‘불공정, 편파, 선정적, 왜곡, 무책임, 무능’같은 부정적인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남 얘기가 아닌 것 같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말처럼 왠지 뒤통수가 따가운것 같다.
여하튼 매체 성격이나 소속 부서에 따라 기자들은 특화된 영역을 뛰어 다니며 취재한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이나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의 현장, 혹은 대중을 현혹하는 연예계 언저리나 승패의 희비가 엇갈리는 스포츠 경기장 등. 전문 분야에 따라 활동무대가 각양각색이다. 속내 또한 그렇다고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미술판은 그나마 젊잖고 적어도 겉모습은 우아하고 고상하다. 그래선지 미술 전문기자는 다른 분야 기자보다 비교적 욕을 덜 먹는 편이다. 왜냐면 미술 전문기자의 역할은 취재 능력보다 기획과 편집 능력에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술 전문기자는 엄밀히 따지면 언론인 journalist이기보다 문화생산자 cultural producer에 가깝다. 주관적인 비평가보다 직관적인 큐레이터에 가깝다고나 할까.
새삼스레 이번호 레퍼토리를 훑어본다. 특집 이우환. 생존 작가 한 사람을 특집으로 삼는다는 부담과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인 작가로서 백남준과 더불어 말 그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의 현재 좌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심사숙고해서 임동식 작가를 스페셜 아티스트로 소개한다. 이우환에 비해 덜 알려진 작가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평가하는 잣대가 다를 뿐, 단언컨대 그에 못지않은 ‘좋은 작가’다. 이번호에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균형추로 손색없다고 생각한다. 혜안 있는 독자라면 이런 의도에 공감하고 복선을 헤아릴 수 있으리라. 지난호 <서용선 개인전>에 이어 <윤동천 개인전> 기사를 대담 형식으로 만들었다. 좀 더 다양한 정보와 전시 뒷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하고자 다각도로 접근 했다. 이밖에 미학자 강성원의 ‘인문학미술觀’ 연재를 시작한다. 일반 독자에겐 다소 버겁고 어렵겠지만 작정을 하고 곱씹으며 정독하길 권한다. 강우방의 ‘民畵이야기’ 와 더불어 미술이론 깊이읽기에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역시 새로 시작한 디자인 칼럼리스트 김신의 ‘디자인 에세이’도 짧지만 재밌고 흥미로운 페이지로 기대된다.
돈으로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돈을 버는 속도를 추월한지 이미 오래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한달 동안 책을 구입하는 데 쓰는 돈보다 커피 값이나 핸드폰 요금으로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다. 분하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독자들이여, 제발 돈 내고 책을 사서 보시라. 그런 후에 흉을 보든지 욕을 하든지 칭찬을 하든지 하시라!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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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환 미술비평
이른 아침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 같은 날 늦은 저녁 서울로 돌아왔다. 심영철 작가의 개인전 취재를 위한 이 일정을 묵묵히 동행해주었다. 일정이 꼬여 긴 시간 지체되는 와중에 상황을 너털웃음으로 넘기며 오히려 다채로운 대화로 기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젠틀맨.
영남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미술비평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며 월간미술대상 학술평론부문 장려상(2006)을 수상하기도 했다. 회화를 전공해서일까. 그는 늘 장르에 구분 없이 작가의 작업과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비평가다.
전민경 국제갤러리 홍보디렉터
파리, 바젤, 프라하로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날수로만 열흘이 넘고. 약 두 달 전부터 준비된 이번 취재는 일정 조정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전민경 디렉터는 갤러리 홍보담당자로서 일정 조정과 적극적인 어필이 돋보였다. 일례로 아트바젤의 지아니 예처가 지나가는 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붙잡아 스탠딩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항상 자신감 있는 어조로 취재원과 취재진을 연결해주는 중개인 역할은 물론 때론 통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귀국하자마자 바로 브라질로 자원봉사를 떠난단다. 체력이 바닥났다는 건 거짓말이었구려!
김신 디자인 칼럼리스트
김신의 디자인 잡문집《 고마워 디자인》을 읽으면 디자인이 우리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고마운 생활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호부터 연재되는 ‘김신의 디자인 에세이’를 통해 그가 디자인이라는 망원경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현장을 엿볼 수 있다. 디자인과 예술, 그 차이보다 인간의 본질적 측면과 맞닿아 있는 디자인의 속성을 포착하는 점이 흥미롭다. 김신은 월간《 디자인》 편집장, 대림미술관 부관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디자인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 저술가로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