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 박영택
〈취향심향(趣向心向) : 미술평론가의 수집미학〉
이길이구갤러리 3.24~4.28
수집품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인품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한다. 한 사람의 취향을 비롯해 삶의 태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인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다양한 사물을 수집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미술 작품뿐 아니라 고미술품, 아기자기한 취향을 반영한 소품과 문구류, 자신을 꼭 닮은 심슨 캐릭터 등 수집의 범주도 다양하다. 그는 수집한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수집미학》 을 발간하기도 했다. 서울 신사동 이길이구갤러리에서 박 교수의 소장품 30여 점이 공개됐다. 수집품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그의 심미안을 살펴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사실 박 교수는 본격적으로 수집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모으는 것은 투자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술사적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주머니 사정상 구입 가격도 그리 비싸진 않다. 무엇보다 보는 순간 그를 매혹하는 것들이다. 그는 수집품을 창고에 쌓아 보관하지 않고 연구실 책상과 책장 위에 올려놓고 매일 눈길을 준다. 연구실 책상 앞 가장 잘 보이는 공간에는 삼국시대 토기들이 항상 자리 잡고 있다. 수집한 토기만 100여 점에 달하는데 그는 아득한 시간을 머금고 있는 질박한 형상이 아름답기 그지없다며 설레는 표정으로 말했다. 박 교수는 비평 행위나 수집 행위를 설명할 때 ‘편애’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비평이나 수집은 제 감각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저를 사로잡는 무엇을 찾는 과정이죠. 전시를 보고 글을 쓰는 것, 골동품 가게를 둘러보고 물건을 사는 것이 분리된 행동은 아닙니다.” 감각의 촉수를 벼리며 자신의 감각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일관된 행위에 가깝다.
일단 수집의 단계에 들어서면 물건 하나를 사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단다. 그 역시 자신의 수집품을 바탕으로 하나의 체계를 세우는 일종의 분류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과정이 언젠가는 《수집 미학》의 후속편으로 소개될 것이다.
이슬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