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신임 화랑협회 이화익 회장
2001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열고 화랑인으로서 살아온 지 어느덧 16년을 맞은 이화익갤러리 이화익 대표.
이제 그는 갤러리 ‘대표’ 외에 ‘회장’이라는 직함을 얻었다. 지난 2월 8일 열린 한국화랑협회 정기총회에서 총 투표수 112표 중 72표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제18대 회장에 선출된 것이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가장 큰 행사인 〈2017 화랑미술제〉를 마치고 온 이화익 회장을 3월 14일 만나 선거 당시 내세운 공약들에 관한 향후 계획과 및 생각 등을 들어보았다.
“어려운 미술계 화합과 소통으로 힘을 합쳐야“
이 회장이 내건 공약 중 첫 번째로 꼽은 것은 바로 ‘화합’과 ‘소통’이다. 이유는 지난 임기 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회원들끼리 교류하고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고 협회가 하는 일에 대한 정보 공유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 이번 선거를 치르며 많은 화랑인을 만나 얘기를 나눈 이 회장이 깨달은 사실이었다. 그는 3개월에 한 번 정도 회원화랑 정기모임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한국화랑협회에 소속된 화랑 수가 총 142곳이에요. 협회가 물론 권익을 추구하는 단체이긴 하지만 많지도 않은 화랑끼리 반목하기보단 먼저 상호 소통하며 협력해가야 합니다.” 이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화합을 내세운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해 천경자 〈미인도〉 진위 공방, 이우환 화백 위작 유통 논란 등으로 미술계가 받은 타격을 전화위복으로 삼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위작 유통을 종식시키고자 정부가 추진한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률안(이하 미술품 유통법)’ 국회 상정을 막는 데 회원화랑이
다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이 회장은 “위작 의혹은 역사적으로 늘 있어왔어요. 사실 위작 문제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데도 마치 미술계 전부의 일인양 언론에 대서특필되다보니 미술계를 향한 일반인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법이란 게 한번 제정되면 적용에 취사선택이 불가능한 거잖아요. 통과되면 돌이킬 수 없죠. 도와주기 위해 마련하는 거라지만 충분한 논의와 조사 없이 입법부터 된다면 결과적으로 미술계와 미술시장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고 우려하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우선돼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이 회장이 이번 선거 때 내세운 공약 ‘미술품 양도소득세 폐지’와 ‘현금영수증 발급 유예’와도 연결된다. 그는 미술품 유통법 제정은 시기상조라며 유통법보다 시급한 것이 ‘미술 진흥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전업 작가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화랑 또한 영세업이에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아이를 법으로 규제해 아예 못 걷게 하기보단 제대로 걸을 수 있도록 육성한 후 규제를 가해도 늦지 않습니다.” 화랑협회는 이 사안을 문체부에 건의하기 위한 법적인 절차를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다. 2017년 7월부터 시행되기로 한 미술품 현금영수증 발급 규정 시행이 1년 6개월 정도 연기될 수 있었던 것은 유약한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화랑협회의 지속적인 노력 결과였다. ‘미술품 거래 이력제’에 관해서도 이 회장은 “전 세계 어디서도 시행하고 있지 않은 것을 우리가 하려고 하는 셈”이라고 말하며 “우리보다 화랑의 역사가 훨씬 오래된 외국의 사례와 제도 시행 현황 등 연구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미술품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거래액의 5%를 세금으로 지불하는 ‘거래세’가 부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술시장 규모 확장을 위해 화랑협회가 추진한 방안 중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바로 ‘해외 컬렉터 초청’이다.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 위주로 컬렉터를 홈그라운드에 초대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한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진행한 2015년 10억 원 이상의 판매액을 달성했고, 2016년에는 미국과 유럽 국가의 컬렉터를 포함해 80여 명을 초대해 50억 원 수익을 올렸다.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데 드는 경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올해는 정부 지원금을 증액시키고 초대 대상을 컬렉터를 비롯 미술관장이나 큐레이터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임기 내 주력할 사안으로 ‘국내 경매사와 상생하는 방안 도모’를 거론했다. “화랑과 경매사가 상대의 영역을 존중해야 합니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형 화랑이 경매업을 시작한 격이기 때문에 두 시장의 경계가 불분명한 편”이다. 물론, 최근 이 문제점을 인식한 국내 투톱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서류상 분리되어 겸업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전시보단 아트페어나 옥션을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는 요즘의 추세 속에서 화랑은 큰 압박과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 회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협회와 감정연구소의 상생 방안 마련도 그의 임무다. 감정 과정에서 생겨난 회원화랑의 오해도 불식시켜야 한다.
“이 모든 문제를 임기 2년 동안 해결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 화랑이 좀 더 나은 환경애서 보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유럽과 미국 같은 서구와 비교하기보다 우리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하는 이 회장의 표정에 다부짐이 느껴졌다. 말대로 열의만으로 숱한 당면과제를 해내야 하는 이화익 회장의 2년간 행보를 기대해본다.
곽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