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이대형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
대기업 아트마케팅의 첨병
미술에서 주목받으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아이디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양성을 하나로 응축할 수 있는 힘을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전해야 한다. 큐레이터 이대형은 끈질기게 위험요소를 무릅쓰고서라도 과감하게 일을 ‘저지르는’ 배짱 좋은 큐레이터다. 이대형은 아트사이드의 큐레이터로서 미술계에 발을 들이면서 국내에 중국현대미술 작가를 다수 소개했다. 이른바 ‘아시아통’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전시기획 경력을 쌓던 그는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그곳에서 쏟는 관심은 중국, 일본미술에 국한되었다. 그때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데 올인해야겠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그의 관심은 한국현대미술이라는 일관된 지점을 지니지만 이를 보이는 큐레이팅 방식은 끊임없이 변모해왔다.
미술시장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2007년, 그는 특정 작가들만을 주목하는 일방향적 시장 프레임에서 벗어난 전시를 구상했다. 2008년 이대형이 기획한 <블루닷아시아>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면서 “큐레이터의 눈을 통해서 작품을 봐야 합니다”는 귀에 쏙 박히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전시는 성공적이었다. 젊은 작가들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블루닷아시아> 이후 진행한 은 한국미술을 국제적으로 알린 대표적 전시로 손꼽힌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초래된 금융위기 이후 예산이 80% 가량 축소된 상황에서 런던의 사치갤러리에서 진행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경제 난항 속 수많은 위험요소를 안고도 그는 전시를 강행했다. 강단 있는 기획력으로 25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관람객을 이끌어냈다. 이에 전시는 2010년 <코리안 아이-환상적인 일상>으로 이어졌다. 2012년에는 사치 갤러리에서 직접 작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동명의 전시가 이뤄졌다. 이후 이대형은 서구와 한국현대미술의 고리를 넘어서 세대 간, 장르 간 교류에 초점을 맞춘 <코리안 투모로우>, 한국 여성작가의 범주화를 거부하는 <코리안 우먼 노마딕 코드> 등 다채로운 기획을 꾸준히 했다.
현재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서 그의 업무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연속이다. 해외 큐레이터, 장르, 세대 간 협업을 꾀하던 그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과 기업이 두루 협업할 수 있는 환경에 서있다.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2011년 브랜드 슬로건을 ‘모던 프리미엄’으로 내세우면서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문화 사업에 투자해왔다. 마케팅팀이 오랜기간 다져온 문화 융성의 토양위에 그가 함께하게 된것이다. 이대형은 마케팅 사업부 조원홍 전무 이하 다양한 인력과 함께 큐레이팅 환경을 조성하며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부터 10년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후원한다. <올해의 작가상> <젊은 모색> 의 틈바구니 속에서 비교적 지원이 뜸한 중진작가를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그 첫 번째 작가로 이불의 전시(2014.9.30~3.1)가 열리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국내외적으로 계획된 프로젝트 중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있다. 우선, 2025년까지 10년간 진행할 테이트 모던 미술관 터바인홀의 전시가 있다. 또한 미국의 한 미술관과 10년간 파트너십 체결했으며, 전 세계 수억 명의 뷰어를 지닌 미디어 회사와의 아트티비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약 30분간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심층인터뷰 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작가 하나하나의 소개보다 플랫폼 자체를 구축해 토양을 다져야 작가, 큐레이터 등이 발굴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결국 미술계에 또 하나의 마케팅 플랫폼을 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형은 “현 시점에서 큐레이팅은 이질적인 요소들의 방정식을 만들고, 그 사이의 연결성을 구축해 나가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그는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방정식을 풀어가고 있다. 맥락을 이해하고, 판을 분석하는 안목이 큐레이터로서 그가 새로운 방식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임승현 기자
이 대 형 Lee Daehyung
1974년 태어났다.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큐레이토리얼 스터디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아트사이드에서 열린 <5인의 중국 아방가르드 작가들전>을 시작으로 지난 13년간 서울을 넘어 런던, 뉴욕, 베이징 등에서 열린 다수의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큐레이팅 회사인 Hzone을 설립했고, <코리안 아이>와 등의 굵직한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현대자동차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테이트모던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성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