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제시카 모건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제시카 모건

비엔날레를 불태우라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 이 확고한 선언은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주제다. 지난 5월 1일,   기자는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제시카 모건 <제 10회 광주 비엔날레>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제시카 모건은 유럽 각국의 기자들에게 자신이 리서치한 광주의 역사적 사건과 맥락을 설명했다. 외신들의 관심은 제시카 모건의 시선으로 본 광주에 모아졌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전시는  특히 ‘장소성’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장소는 그녀의 큐레이토리얼에 큰 역할을 한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타 도시와 달리 광주는 관광도시가 아니다. 광주의 강한 역사적 맥락은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데 부담이 되기보다는 큐레이터로서 전시를 기획하는 데 확실한 메시지를 갖게 한다.” 1년이 넘는 리서치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국인 큐레이터의 눈으로 본 한국사회의 맥락(context)을 숨기지 않는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나에게는 새롭지만,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맥락, 잘 알려진 작가들을 어떻게 새롭게 보여주고 해석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한국의 맥락을 배제한 채 전적으로 외국인의 눈에 비친 모습만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서구인의 시선이 삽입되었음을 시원스레 인정했다.
지난 5월 23일 서울에서 열린 주요 일간지와 전문지 기자를 상대로 열린 간담회에서 제시카 모건을 다시 만났다.  광주의 역사적 맥락만큼이나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도 확고하다. 일종의 선언으로 읽히는 ‘터전을 불태우라’란 주제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제시카는 “이 문구는 시공간에 따라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갖는다. ‘불태우다’는 표현은 한국이 지닌 상실의 역사, 파괴의 시간을 떠올리면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너머에서 우리 이웃들은 무엇인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앞을 향한 움직임이자 미래의 열쇠다.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무엇인가 다른 것을 성취하여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질문을 제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존의 하우스(비엔날레)를 불태운 이번 비엔날레는 어떤 장소로 읽힐 수 있을까? 그녀는 “미술관이나 비엔날레나 유사할 것이다. 미술관의 경우는 기관의 비평이나 미술관 내의 해석에 기반을 둔 일련의 예술에 대한 통념적 흐름(계보)이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아이디어에 함몰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리뉴얼이 필요하다. 예술적인 부분을 포함해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새로운 기운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을 꾸몄던 작가 제레미 델러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장 전면 외벽에 화재가 나 벽을 뚫고 나오는 문어의 모습을 거대 실사 출력의 고화질 배너로 설치할 예정이다. 이 모습은 ‘리뉴얼’하는 비엔날레의 이미지를 시작부터 강화한다.
이번 전시에는 대규모 설치 신작을 선보일 얼스 피셔, 스페인 출신 듀요 엘 우티모 그리토 등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을 포함 참여작가의 90%가 광주에서 처음으로 전시하는 작가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총 39개국 106팀의 작가가 참여하며 한국 작가는 전체의 약 20%인 20팀이다. 하우스는 신체, 기관, 체제 등 무한히 적용될 수 있는 메타포다.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는는 9월, 전시 관람자, 비엔날레라는 전시체제, 광주라는 공간 그리고 제시카 모건의 큐레이토리얼이란  하우스의 불씨가 어떻게 변화되어 퍼저나갈지 그 양상이 기대된다.

임승현 기자

제시카 모건은 1968년 영국에서 출생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런던 커톨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시카고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등에서 다수의 실험적인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영국 테이트 모던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2014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전면에 전시될 제레미 델러의 대형 패널작품 예상도

2014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전면에 전시될 제레미 델러의 대형 패널작품 예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