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작가 임흥순
작가가 보내는 존경과 위로
이번 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한국 작가 3인이 참여한 것도 화제였지만, 임흥순 작가의 은사자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것 또한 많은 이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임흥순의 이번 수상작은 <위로공단>. 심사위원단은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조건과 관계된 불안정성의 본질을 섬세하게 살펴본 작품”이라며 “가볍게 매개된 다큐멘터리 형태로 그의 인물들과 그들의 근로조건을 직접적으로 대면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위로공단>은 우리 근대화, 산업화 시기 식구들을 위해 노동 현장에 투신한 여성노동자들의 과거 삶을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값싼 노동력을 요구하는 지금의 현실을 접붙여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정작 임 작가는 담담했다. “수상은 생각하지도 않은 일이라 실은 매우 당황스러웠죠. 미술전시를 목적으로 제작된 작품이 아니어서 더욱 그랬고요. 그래서 오히려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작품에 등장한 분들을 생각하니 수상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수상이라는 개인적인 영광이 그분들이 지내온 모진 세월과 힘겨운 현실과 맞바꾼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그래도 수상으로 가계의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작가에게 힘이 된다. 제도권 미술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난 자신의 수상 소식에 다른 이 또한 어떤 가능성을 본 것에 환호했으리라는 것이 임 작가의 말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 8월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오쿠이 엔위저와 대면했으며 두 번의 미팅을 거쳐 최종 출품작가로 선정됐다. 작가 스스로 본전시 출품작가로 선정된 이유를 비엔날레 현장에서 비로소 깨달았다고 했다. “사실 총감독의 의도를 대략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나 자본에 대한 그의 생각이 저의 작업과 맞닿아 있구나 짐작했을 뿐이였어요. 미술의 변방에 위치한 작가였기에 그럴 수 있겠다 싶었기도 했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 점이 본전시에 출품하게 된 이유가 됐던 것 같아요. 전시가 개막한 뒤 구체적인 사례와 단순하면서 직접적인 작업이었기에 그랬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매체를 통해 <위로공단>이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 생활을 해오신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해온 여동생의 삶으로부터 영감받은 작품”이라고 알려져 작가의 경험에 바탕한 이른바 ‘리얼스토리’로 보도됐다. 언론의 속성이 무언가 드라마틱한 내용을 원하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머님과 여동생, 그리고 형수께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저에게 많은 지지와 지원을 해주셨던 분들이니까”라고 말했다. 30대에 사회와 현실 비판을 담은 작업을 할 때는 이런 감정을 최대한 감추려고 했단다. 그런데 <금천미세스> 작업을 하면서, 나이 40을 넘어가면서 자신의 감정에 오히려 솔직해지는 작업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현실을 비판하고 어두운 부분을 드러내 말하고 그러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떤 희망이나 비전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작업하면서 인터뷰한 여성들에게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분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경이로움과 존경심이 생겨났어요. 시대에 상처받으신 그분들은 분노하고 극단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는 삶을 사셨더군요. 세상을 다차원, 다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어요. 그것이 오히려 제가 배운 점입니다.”
스스로 금천예술공장 입주가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며 그 이전 작업은 80% 정도가 ‘시행착오’라고 말한 그다. “<금천미세스>를 비롯 제 첫 장편 <비념>을 거쳐 <위로공단>은 지금까지 해온 제 모든 작업의 복합체라고 볼 수 있어요. 초창기 개인적 관심사였던 가족과 사회 계급, 계층, 노동자의 문제 등으로부터 우리 근대사에 등장하는 다른 어머니, 다른 가족, 이웃들로 이야기의 주제가 옮겨간 것으로 봐요. 그 내용을 억지로 이어 붙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려 했습니다.”
임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경로로 관객을 맞이하게 된다. 우선 <위로공단>은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또다른 신작으로 7월에는 일본 신미술관에서, 12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각각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황석권 기자
임 흥 순 Im Heungsoon
1969년 태어났다. 경원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샤르자 비엔날레>(2015), MoMA PS1(2015), 국립로마현대미술관(MAXXI) <미래는 지금이다(Future is now)전>(2014), 아르코미술관 <역병의 해 일지전>(2014)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상’(2014), 인천다큐멘터리리포트 ‘베스트러프컷’(2014) 등을 수상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창동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프로그램 참여작가다.
베니스 비엔날레 시상식 장면
<위로공단>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