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한국관 참여작가 전준호
우리만의 리그를 벗어나다
작가 전준호가 8월 21일부터 9월 23일까지 갤러리 현대 신관에서 ‘그의 거처’란 제목으로 전시를 연다. 2009년이후 5년만의 개인전이다. 전시 개막을 20여 일 앞두고 그를 만났다. “문경원 작가와 공동작업하면서 개인 작업도 지속해왔기에 개인전이란 틀에 부담은 없다. 다만 대중적인 컨텍스트를 간직한 채 현재 고민하는 문제의식을 녹여내는 것에 대한 짐이 있다”며 전시 소감을 밝혔다. 작가는 예술이 늘 무책임하게 ‘소통’을 외치지만 실상 시장과 유착하고 권력 지향으로 점철되는 면에 염증을 느꼈다. ‘우리만의 리그’를 벗어나는 것이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요 테마다. 문경원과의 프로젝트〈 News from nowhere〉 중 2012년〈 카셀 도쿠멘타13〉에서 선보인, 건축가 디자이너 의사 문학가 등을 만나 함께 작업한〈 Voice of Metanoia〉역시 그러한 시도였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업〈마지막 장인〉(위 사진)은 나무를 깎은 해골조각이다. 형식적인 면에서 2009년 도쿄 개인전에서 선보인 해골 반가사유상과 비슷할지 모르지만 전혀 다른 맥락을 지닌다. 조각 자체에 대한 경외심보다 그가 관심을 두는 점은 이 작업과 함께 전시될 소설이다. 관객은 해골의 탄생설화가 담긴 14쪽 분량의 단편소설을 읽은 후 전혀 다른 맥락으로 작품을 보게 된다. 이러한 상황 자체가 신화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하나의 담론이 된다. 우리 시대는 일거일동이 신화로 버무려져 있다. 작가는 이런 시대에 ‘현실은 과연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를 물으며 현실과 신화 사이를 표현했다. 한편 오는 9월〈후쿠오카 트리엔날레〉에 선보이게 될 문경원과의 공동작업 〈묘향산관〉도 이번 전시에서 국내 첫선을 보인다. 북한에서 운영하는 중국 북경의 ‘대성산관’이라는 식당에서 남북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말을 건내거나 동료들과 예술에 대해 밤새 이야기를 나눈 경험을 영상으로 풀어냈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오묘한 제3의 지대에서 펼쳐지는 예술, 사랑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다. 신화가 현실이 된 세상에서 그 중간지점을 찾는 점이 전준호의 개인 작업과도 맥을 같이한다.
문경원과 함께〈 2015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할 작품은〈카셀 도쿠멘타13〉에서 전시한 바 있는 영상작업〈세상의 저편(El Fin del Mundo)〉의 연작이다. 이 작업에 대해서는 “아직 기본적 배경만 나와 있는 상황으로 어떤 방식의 전시로 엮을지는 고민 중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시스템은 무엇이고, 그 속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이전보다 더 구체적이고 명료해진 상태”라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준호는 현실 기반의 작업을 하면서 ‘사회적 참여의식이 강한 작가’ 혹은 ‘정치적 발언이 두드러지는 선동적인 작가’라는 주변의 평을 듣곤한다. 이에대해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담론을 꾸미는 작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는 예술과 대중의 진정한 소통 방법을 연구하며 우리의 현실과 허상을 일루전이란 시각언어로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임승현 기자
전준호는 196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동의대를 졸업하고 영국 첼시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석사를 졸업했다. 1995년 송아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 일본, 프랑스에서 9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수많은 단체전에 참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영국 컨템포러리 아트 소사이어티, 미국 휴스턴 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여섯 차례의 국내외 수상 경력이 있다. 2013년부터 작가 문경원과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으며 <201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함께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