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Jirisan Project 2014: Universe-Art-Zip
2014 지리산프로젝트:우주 예술 집
지리산, 우주를 품다
한반도에서 가장 넓은 산은 지리산(智異山)이다. 전라남북도, 경상남도에 걸쳐 있는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종착지라는 지리적 의미와 우리 현대사의 질곡의 장였던 역사적 의미가 깊은 이른바 ‘민족의 성산(聖山)’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지리산을 배경으로 예술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지리산프로젝트추진위원회(예술감독 김준기)가 주관한 ‘지리산프로젝트 2014: 우주예술집’이 바로 그것. 이 프로젝트는 10월 3일부터 11월 2일까지 남원의 실상사(南原 實相寺), 산청의 성심원 그리고 하동의 삼화에코하우스에서 각각 나눠 열린다. 참여작가는 총 30여 명(팀)이다.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의도는 “개인과 공동체와 자연의 생명평화의 가치를 담아 우주를 품는다”이며, 개별의 집합체로서 우주가 되듯 모든 가치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이에 특정예술, 융합예술 그리고 서로예술이라는 3가지 방향성을 제시하여 전시로 구체화했다.
먼저 실상사를 찾아 전시 관람을 시작했다. 알려졌다시피 실상사는 신라시대(828년)에 창건되어 국보 제10호인 백장암 3층석탑을 비롯 국가지정 보물을 품은 천년고찰이다. 그러한 실상사가 이번 지리산프로젝트를 통해 품은 작품은 오랜 시간의 켜를 현재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작가가 풀어내거나, 분열을 극복하고 상호 ‘존중’의 가치를 담아내는 내용으로 설치된 것들이다. 이에 현재 실상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발굴현장을 기록하고(장유정, <천년 묵은 먼지>), 구(舊) 해우소(解憂所)에서 사찰 주변에서 채집된 소리를 재생하거나(정만영, <실상사의 소리풍경>), 불상의 광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김기라, <광배프로젝트>) 등의 작품이 선보였다. 또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이들의 원혼을 달래고(장영철, <실상사 기도소>/안상수 마고 신믿음, <생명평화깃대, 빛 304>), 타인과 상처에 대한 인간의 마음을 탐구한(천경우, <하늘이거나 땅이거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발걸음을 산청으로 옮겼다. 이곳에 위치한 성심원은 개원한 지 50여 년이 지난 곳으로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이룩한 마을이다. 강제적으로 격리되었던 한센병 환자의 한과 원이 서려있는 이곳은 현재 지리산 둘레길과 연결돼 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한센인들이 생활하던 공간은 작가들의 레지던스 공간으로 변모했다. 성심원은 지리산을 매개로 만난 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등 주변 커뮤니티와 교류가 활발하다. 이곳에 이방인과도 같은 작가들이 또 하나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전시에 담았다. 오늘과 내일이 별반 다르지 않은 곳에 낯섦을 선사하고(구헌주, <‘교환, 서로 다른 익숙한’ 그래피티 프로젝트>), 지리산의 신화를 소재로 작업했으며(서용선, <지리산 풍경, 역사, 신화_마고성 사람들>), 자신이 머물렀던 타지에서 만난 이들과 성심원을 세우고 살아온 신부를 투사한 작업(인진미, <패러럴 시티>, <미상(nobody) 트레일러>),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봐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본인의 이름 밝히기를 꺼려했던 이들의 존재를 찾아나선 작품(정용국, <첫 번째 사람>) 등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하동의 삼화에코하우스에서는 강영민과 팝아트조합이 함께 한 캠핑과 무궁화나무 심기, 감따기 농활 등의 퍼포먼스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전시 개막일과 그 다음날까지 이틀간 열린 학술심포지엄도 이번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구축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장소로서 지리산의 의미를 상정하고, 예술이 공동체와 바로 여기 지리산에서 무엇을 매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제안과 질문, 그리고 대담이 쏟아졌다.
지리산프로젝트는 1회성 사업이 아니다. 10년을 생각하고 기획한 프로젝트라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수적이다. 기획의도에도 밝혔듯 지리산프로젝트가 우주의 마음의 품고 개인과 자연의 에너지 운행을 어떻게 화(和)할 것인지 향후 행보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다. 남원/산청=황석권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