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2014: 옆으로 자라는 나무
자연을 품은 예술, 예술을 품은 자연
공주 금강변을 따라 모래사장과 강물이 햇볕에 반짝이고, 강변의 모래땅에는 나무와 풀들이 제각기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보(洑)가 설치되고 수변공원이 조성되면서 모래사장은 사라지고, 땅에서 자라던 나무와 풀들은 물속에 그 뿌리를 박게 되었다. 천변을 따라 난 사람의 걸음을 닮은 산책길과 그 주변에 자라던 야생화의 고운 시선과 향기들도 시멘트 블록과 자갈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사라졌다. 그런데 공주 금강변의 과거와 현재의 풍경 사이에 지속적인 관계를 생성시키는 자연미술운동 그룹이 있다. 1981년 여름, 젊은 작가들이 금강 백사장에서 만나 ‘자연의 품에 예술가의 몸을 던지기’를 약속하며 의기투합한 그룹 ‘야투(野投)’다. 고승현, 허강, 임동식, 정장직, 이종협 등 당시 청년작가들은 1970년대 개념미술, 대지미술의 유행과 추종적 행위로부터 벗어나 예술가의 원초적인 몸짓에 초점을 맞추었고, 예술의 형식이나 개념을 창출하기보다는 예술가와 자연의 순환적 관계, 예술가 자신의 주된 방법론을 벗어나 자연과의 동화와 생성적 감응을 예술창작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하였다. 이러한 자연미술운동은 1991년 첫 국제전을 시작으로 2004년 <제1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개최하고 2014년 6회를 맞이했다. ‘야투’ 그룹운동의 역사는 33년에 달하고, 국제전으로서는 23년을, 비엔날레로서는 11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갖게 되었다. 현재의 전시에 부쳐 긴 과거사를 짧은 지면에 설명한 의도는 자연미술운동이 오늘날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가? 무엇을 생산하고 있는가?를 되묻고자 함이며 현행의 다양한 비엔날레 중 하나인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떻게 그 의미를 생성시키고 차이를 발생시켜 나아갈 것인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재 공주 금강변 자연공원은 올해 설치된 작품과 2012년에 설치된 작품들이 금강의 자연-작품-풍경을 이루고 있어 일회성 전시와는 사뭇 다른 감상을 제공한다. 자연미술이 갖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적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며 자연과 동화되는 작품들과 인간의 환경개입과 파괴로 인해 생명의 질서를 벗어나 언제든 소멸해버리는 자연세계가 한 공간에서 충돌하고 있었다. 이번 <6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2014> 전시총감독 김성호는 “우리에게 자연에 대한 피상적이고도 관성적인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순환과 네트워크의 자연 본성을 성찰하게 만드는 하나의 화두”로 ‘옆으로 자라는 나무(Horizontally growing trees)’를 제안했다. 주제 안의 키워드 ‘옆으로’는 ‘대결’이 아닌 ‘조화’를 도모하고, ‘하나’가 아닌 ‘더불어’를 지향하는 자연의 근원적 본성에 관한 하나의 메타포임을 강조한다. 자연이 미술 표현의 대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 자체가 미술 안에서 직접 작용하는 실험적 태도를 중시한다. 이 주제 아래 본전시-숲(林)과 특별전-비밀정원을 기획하고, 부대행사로 어린이자연미술전, 시민강좌,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프로그램 등의 참여프로그램과 쌍신공원,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의 상설전시를 마련하여 자연미술운동에 대한 폭넓은 체험과 이해의 기반을 구축한다. 공주 금강변의 쌍신공원(야외)에 마련된 본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26명이, 특별전(실내전)에는 12명이 참여한다.
본전시 ‘숲’은 복수성, 유목성, 우연성, 메타포적 자연미술 등을 내용으로 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베티노 프란치니(Bettino Francini) 작가의 <안(inside)>은 인간과 자연의 재결합을 시도하는 작품으로 아슬아슬 수면을 걷듯 그물다리를 지나 물고기의 몸으로 들어가면 강의 세계를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인공물이 자연에 대한 신체적 경험을 제한하는 것과 달리 작품을 통해 자연의 내부로 직접 들어가 보는 신체적 경험을 제공하고 인간이 본디 자연과 하나였다는 감각을 다시 일깨운다. 허강 작가의 <흐르는 나무(Flowing Tree)>는 강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나무나 식물, 열매를 상기시킨다.
노란색 부표로 제작한 이 작품은 물의 흐름과 바람에 의해 유동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인식하게 한다. 제임스 에드워드 토윌리스(James Edward Towillis)의 작품 <MC2=E>는 나무를 둘러싼 큐브와 빈공간을 드러내는 큐브를 병렬설치한 작업으로 ‘나무와 인간=에너지’ 혹은 그 역이 주제다. 관객이 빈 공간을 채우는 인간-오브제로서 작품의 일부가 되고 자연과의 관계성을 경험케 한다. 특별전 ‘비밀정원’은 “자연의 소소한 요소들이 확산해서 또 다른 전일체 구현”이란 형식에서 ‘인공(일상) 안의 자연’과 ‘자연 안의 인공(일상)’을 오고가며 탐구한다. 이이남 작가의 <옆으로 자라는 산>과 이명호 작가의 <사진-행위 프로젝트>, 석리(Seok Lee) 작가의 <공공연한 반항 II> 등은 테크놀로지와 미디어아트가 그릇이 되어 자연을 담아낼 뿐 아니라 자연물과 아날로그적 사유가 그릇이 되어 일상과 인공을 담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트랙터마차를 타거나 걸어서 전시장 곳곳을 탐색하는 중에 고승현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위원장은 올해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모태로 추진한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자연미술 프로젝트”의 중요성과 차이성을 강조했다.
필자는 세계의 자연미술 관계자들이 집결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인간에 의한 자연의 훼손 내지는 생태의 위기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극복하고, 보다 건강한 삶의 조건과 환경을 복원하고자 하는 염원과 의지가 충만함을 느꼈다. 만연한 비엔날레의 관행으로부터 탈주하여 신선한 대안을 찾고자 하는 세계 자연미술가들이 함께 하는 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자연미술운동의 참뜻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란 기대를 품게 되었다. 황찬연・대전시립미술관 객원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