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함창예고을-금.상.첨.화錦.上.添.畵
비단과 술이 익는 마을, 함창의 미술프로젝트
우리나라에서 마을미술프로젝트가 벌어진 지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이 사업은 지금까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으며 조용히 진행돼 왔다. 조용하게 진행됐다란 말은 기획 특성상 마을미술프로젝트가 미술계 안에서 작가들과 기획자에게만 주목받고 있다는 뜻이다. 미술공간과 행사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예술계의 관심도 당연히 여기에 맞춰져 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생산(작가의 창작), 소통(전시와 비평), 수용(관객의 반응)의 세 꼭짓점 중에서 주로 생산 장소로 쓰이던 곳에 나머지 요소를 불러들인다. 경북 상주시 함창읍의 마을프로젝트는 작년에 발주한 사업 가운데 가장 크게 진행되는 행사다.
<함창예고을-금.상.첨.화>라는 표제를 붙인 프로젝트는 비단 위에 꽃을 얹었다는 금상첨화(錦上添花)에서 꽃 화(花)를 그림 화(畵)로 바꾸었다. 예부터 뽕나무와 누에를 키워서 비단의 고장으로 이름 높은 이곳에 그림까지 더한 마을을 일군다는 뜻의 ‘금.상.첨.화(錦.上.添.畵)’는 프로젝트 전체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함창 간이역 앞에 세워진 육근병의 미디어아트 작품은 누에고치 형태로 상주시 함창의 장소성을 함축해 보여준다.
전체 둘레길은 육근병과 오승환의 작품이 설치된 함창역을 <금상첨화> 가운데 ‘금(錦)’으로 잡고, ‘상(上)’에 해당하는 가야마을에 정의지, 양현진, 오유경과 김경아, 이창호, 프로젝트팀 2반(최혜정, 달문, 나다), 가야사랑마을공작소, 김성석의 작업이 들어갔다. 읍내 전통시장의 담벼락과 아케이드 천장에 각각 백용성과 이강준의 벽화와 조형물이 ‘첨(添)’을 이뤘고, 마지막 ‘화(畵)’에는 가장 많은 작가(이재형, 고순정, 윤동환, 라온(이미정, 신순단, 박남규), 김승영과 박기진, 김석환, 있다1(최정은 등)과 2(요아킴 등), 상주예총 협업, 안경진, 이승원)이 들어갔다. 이는 미술의 각 분야에 더하여 공연, 출판까지 아우르는 총체 예술의 성격을 띤다.
상주 특산품인 비단과 더불어, 전쟁 직후부터 ‘세창도가’란 명성을 쌓으며 함창에서 번성하던 양조업이 자취를 감춘 지금, 함창프로젝트는 양조장 폐건물을 예술공간으로 되살려냈다. 모두 여섯 개의 복합전시공간으로 변신한 이곳은 예컨대 김승영, 박기진 작가의 협업 <술도가>(술을 빚어내는 집이란 뜻으로, 지역에서는 ‘술도가이’라는 발음에 가깝게 쓴다)처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맥락을 얻었다. 무엇보다 함창마을프로젝트가 큰 조형물을 놓거나 선전 문구를 뿌리는 식의 자치단체 홍보수단으로 변질되는 선례를 따르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이는 출발 단계에 선 이 프로젝트가 아직도 원 거주민에게는 예술마을 정착이건 관광산업 혹은 양조업의 부활이건 하나의 활력 요소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함창=윤규홍 갤러리 분도 아트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