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Arario Museum in Space
아라리오뮤지엄 9월 1일 공식 개관
최고의 컬렉션, 제대로 된 ‘공간’을 만나다
“두려움과 흥분하는 감정이 뒤섞여 이 자리에 섰다”는 김창일 회장의 목소리는 다소 뜰떠 있었다. (구)공간사옥에 자리 잡은 아라리오뮤지엄 개관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김 회장의 심정이 이 한마디로 대변되었다. 그리고 김 회장이 직접 나서 기자간담회를 주도할 정도로 이곳에 대한 그의 애착이 느껴졌다.
이번 아라리오뮤지엄의 개관전은 <Really?>. 정식 개관일은 9월 1일로 맞춰졌다. 이 전시에는 김 회장이 35년간 수집한 약 3700점의 작품 중 총 43명 작가의 100여 점이 소개된다. 마크 퀸이 자신의 피를 수집해 만든 <셀프(Self)>, 피에르 위그의 <반짝임 탐험, 제2막>, 바바라 크루거의 <무제(끝없는 전쟁/당신은 영원히 살거야)>, 수보드 굽타의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 등이 회장작이다. 이밖에도 강형구, 소피 칼, 신디 셔먼, 백남준, 네오 라우흐, 요르그 임멘도르프 등 동시대미술을 조망할 수 있는 컬렉션을 선보인다.
김 회장은 공간사옥이 경매에 유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날 제주에서 올라와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고 한다. 유찰된 경매물건에 대해서는 차후 유찰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호가를 시작하는 것이 룰. 그러나 김 회장은 유찰된 가격 그대로 공간사옥을 매입했다. 김 회장은 “유찰은 결국 이곳이 버림받았다는 말 아닌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현재 이곳은 유적으로 지정되어 증개축을 하려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역사적으로 의의가 큰 이 건물의 원형이 보존되길 바라는 김 회장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됐을 것이다.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이 건물을 뮤지엄으로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는 김 회장은 “창문 하나라도 가급적 원형 그대로 보존할 것을 주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뮤지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이라며 “이곳에 어울릴 작품을 선택하여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도드라지게 할 조명과 시설까지 김 회장이 일일이 다 챙겼다고. 아라리오뮤지엄은 1개의 방을 1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원칙을 세우고 전시를 열 계획이다.
아라리오뮤지엄이 들어선 (구)공간사옥은 1977년 故 김수근이 설계해 지금의 서울 원서동 자리에 세워졌으며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건축물로 손꼽힌다. 문화재청은 이 건물을 올해 2월 27일부로 파격적으로 등록문화재(586호)로 지정했다. 이곳은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을 현대적 기법으로 해석, 각 공간이 막힘없이 연결되고 가변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연중무휴로 운영될 예정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연다(수요일은 오후 10시까지). 단, 개관을 기념해 9월 5일까지는 오후 10시까지 개관하며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장을 투어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한편, 아라리오갤러리는 10월 1일 제주 탑동시네마와 탑동바이크샵, 그리고 동문모텔에도 아라리오뮤지엄을 개관할 계획이다.
참조 www.arariomuseum.org
황석권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