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Art Basel
바젤에서 발견한 미술시장의 민낯
올해 45회째를 맞는 아트바젤(스위스 바젤 메세 플라츠, 6.19~22)은 철저히 작품을 구매하는 이들을 위한 잔치였다. 몇 년 전까지 보였던 ‘프레스 프렌들리’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공식 개막 전날. 프레스 등록과 동시에 본전시장을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었던 예년과 달리, 이번에는 오로지 VVIP와 대회 관계자, 그리고 참여화랑 관계자를 제외하곤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었다. 아트바젤의 전략적 행보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285개 화랑이 참여하는 아트바젤의 첫인상은 전언했다시피 이전보다 구매고객 중심인데다 이전보다 확장된 행사규모, 그리고 특정 작가의 작품으로 쏠리지 않는 다채로움이 돋보였다. 특히 부속행사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비엔날레급 전시로까지 비치는 <Art Unlimited>는 규모가 훨씬 커졌으며, 또 하나의 부속행사였던 <14 Rooms>는 아예 독립되고 특화된 아트바젤만의 전유물이라는 느낌을 충분히 주었다. 약 한 달 전 열린 아트바젤 홍콩의 첫 대회가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가운데 아트바젤의 자신감은 최상에 이르렀다는 생각이다.
세계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이번 아트바젤만큼은 예외였다. 일반인 공개 전인 6월 17일 VIP 공개 당시 15분 만에 앤디 워홀의 자화상이 3200만 달러(한화 325여억 원)에 팔렸으며, 데이비드 호크니의 풍경화는 400만 달러(한화 40여 억원)에 거래됐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 블룸버그》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헤드라인을 ‘바젤의 백만장자들은 미술이 현금보다 나은 투자(대상)라 확신한다’고 뽑았다.
아트페어 못지않게 관람객을 즐겁게 만든 것은 <Art Unlimited>였다. 특히 국제갤러리 소속으로 출품한 양혜규(왼쪽 페이지 아래 오른쪽)의 <서사적 분산을 수용하며-비카타르시스 산재의 용적에 관하여(Accommondating the Epic Dispersion-On Non-cathartic Volume of Dispersion)>(2012)는 높이가 10m, 넓이가 800m2에 이르는 대형작품으로 <Art Unlimited> 입구에 설치되어 큰 관심을 모았다. 블라인드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 관람객의 시선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이 작품은 ‘디아스포라’가 사회에 수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베를린의 하우스 데어 쿤스트 중앙홀에 설치됐던 것을 바젤로 옮겨와 소개했다. 양혜규는 이번 전시에 대해 “기존의 디아스포라가 내포한 의미를 작가로서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이 작품이 비록 아트페어에 전시되어 있지만 사실은 이후 뮤지엄 등의 기관과 콜라보레이션하고자 하는 일종의 예고인 셈”이라고 밝혔다. 3년 전부터 이 전시를 기획한 뉴욕 출신의 지아니 예처(Gianni Jetzer)는 <Art Unlimited>가 비엔날레의 한계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상업성과 비상업성보다는 작업이 함의하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비엔날레와의 차이로 큐레이터의 역할을 들 수 있다. 비엔날레는 큐레이터가 하나의 주제로 작업하는 프로젝트지만 아트페어는 전시되는 작품이 갤러리의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고 시장에 기반한다”라고 답했다.
또 하나의 부속전시인 <14 Rooms>도 아트바젤을 찾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4 Rooms>는 데미안 허스트, 요노 오코, 브루스 나우만,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 14명의 작가의 기념비적 퍼포먼스를 재현한 전시로, 14개의 방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관객은 각각의 방에 입장해 실시간으로 재현되는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었다.
바젤=황석권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