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Moving Triennale Made in Busan
무빙트리엔날레 메이드인 부산
부산의 중심에서 대안을 외치다
<무빙트리엔날레_메이드인부산전>은 부산의 미술단체와 공연예술, 인문학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9월 27일부터 10월 26일까지 부산연안부두터미널을 본전시장으로 하고 용두산공원 입구 (구)노인복지회관,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 부산지방기상청, 복병산 창작여관, 하동집 등 부산일대에서 열렸다. 다양한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인 만큼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Last Exit-가방, 텍스트, 사이트 프로젝트>를 비롯해, 공연과 학술행사, 그리고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복합 프로그램 등이 진행됐다.
취재를 위해 찾은 부산연안부두터미널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산했다. 과거 인근 도서지역으로 향하는 배가 출항하던 곳이지만 거가대교 개통 등으로 그 기능이 축소돼 매우 한산했다. 전시는 과거 여행객의 승선편의를 위해 설치된 길이 240미터에 달하는 무빙워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금은 가동을 중단했지만 과거 섬과 뭍을 오가던 수많은 이의 족적이 아로새겨진 곳이다. 전시에 참여한 100여 명의 작가는 ‘여행용 가방’을 매개로 작품을 출품했다. 이를 보면 본전시는 장소 특정적 작업들로 채워진 것 같다. 전시 장소가 부산을 대표하는 항구에서 산 꼭대기까지 고루 분포하니 그렇게 생각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하겠다. 그러나 이번 전시 주제는 ‘무빙’은 아니다. 전시감독인 김성연 전 대안공간 반디 대표는 “무빙은 전체 ‘행사명’일 뿐입니다. 공간의 특성에 따른 전시구성과 추후계획 등 무빙을 전제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출품작가들은 지극히 사적인 문제나 일상 등을 가방 속에 담아 표현하고 있어요. 다만 가방이 여행과 이동을 전제로 하니 무빙과도 연관되어 있다라고 말할 수는 있겠네요”라고 설명했다. 기계적인 해석을 경계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작가에게 주어진 제안은 오로지 가방을 매개로 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시각적 효과나 미학적 관점으로 작품의 수준을 논하기는 곤란한 성격”임을 전제로 했다. 그렇다면 출품작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수준차를 논한다는 것은 전시의도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그래도 무빙워크를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장소가 주는 아우라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가방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마치 멀리서 여행 온 이방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과 관객의 괴리는 오히려 작품 내부를 관찰하게끔 유도하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된다.
이번 전시가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선정 과정에서 빚어진 일련의 잡음과 무관하지 않다. 무빙트리엔날레의 김성연 전시감독이 바로 그 문제의 핵심에 있었고,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단체가 부산비엔날레 보이콧 선언을 하면서 무빙트리엔날레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40여 개 문화예술단체와 300여 명의 작가가 동참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부산비엔날레의 문제로부터 출발하여 지역의 단체들이 모여 행사를 계획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이들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은 맞습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번 행사가 비엔날레의 ‘안티’라기보다는, 이러한 시도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대안 제시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전시만을 두고 평가하기보다 인문학과 공연 등 여러 장르가 혼재되어 벌어지는 전체 프로그램을 두루 살피고 그 맥락을 살펴야 이번 대회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로서 비엔날레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다양한 층위의 예술적 시도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의미가 큽니다. 소모적이거나 일회적이지 않으면서 많은 예술인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준비과정에서 벌어진 다양한 논의와 협업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참여 작가의 층위와 지역도 다양하다. 130여 명의 작가 중 부산 출신 작가는 30여 명 정도이며 나머지 작가는 비영리 활동을 하는 국내외 기획자들의 추천을 받았다. 따라서 무빙트리엔날레를 부산비엔날레에 반하는 전시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 다만, 전시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속살이었다며, 만약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강하게 느껴졌다면 이 행사의 의미를 제대로 드러낸 반증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제 전시는 끝났다. 이 대회가 지속성을 갖는 대회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지역의 단체들과 예술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다 3년에 한 번씩 회합해 행사를 지속하자는 취지의 트리엔날레지만, 조직이나 예산 등 아직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방프로젝트의 경우, 연내에 다른 국가, 다른 도시로 ‘무빙’할 것을 계획 중입니다. 그 도시의 예술가와 시민들이 참여하여 가방 속에 그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또 텍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그 지역 예술인들의 생각을 추가해서, 지역과 지역을 이동하며 여행을 하다 3년 후에 다시 돌아오면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감독이 남긴 마지막 말이 3년 후 어떻게 실현될지 궁금하다.부산=황석권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