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Sung Donghun in Taipei
다루기 힘든 재료와 겨루다
철을 소재로 중량감 가득한 작업을 해온 조각가 성동훈. 그가 타이베이(台北)에 머물며 진행한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었다. 6월 4일 타이완의 철강기업 둥화(東和)강철의 먀오리(苗栗) 공장에서 열린 <제2기 둥화강철국제레지던시 작가전시회(東和鋼鐵第二屆國際藝術家 駐廠創作成果發表會)>에서 타이베이 작가 쑹쉬더(宋璽德)와 성동훈의 작품이 전시된 것이다. 성동훈은 25점을 출품했으며 그의 작품은 전시장 실내외에 배치됐다. 이를 위해 성동훈은 약 3개월 동안 이곳 공장에 머물면서 작품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는 둥화강철이 세운 둥호아트파운데이션이 주최한 것. 전시 개막 전날 성동훈의 이곳 작업장을 찾았다. 둥호강철은 성동훈에게 철슬러지 30톤을 제공했으며, 공장 한 켠에 별도의 작업장을 조성해줬다. 성 작가는 “약 25년 동안 철을 주된 재료로 작업했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철제품을 만들고 남은 폐기물인 슬러지에 눈이 갔다. 철의 어머니 같다고나 할까? 이 재료는 부피가 크고 중량이 상당하며 용접이 힘들어 쉽게 다룰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를 재료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당초 주최 측은 철강 및 H빔 등 철과 관련한 생산품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성 작가는 제철소 입장에서는 폐기물로 여기는 슬러지에 더욱 눈길이 갔다고 한다. 폐기되는 것이 당연했던 슬러지는 그의 손을 거쳐 돈키호테로, 의자로, 황소 등으로 변신했다. 제작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고. 처음 사용하는 소재여서 여러 실험 단계를 거치느라 그랬다. 재료의 특성상 이번에 출품한 작업은 마치 현무암이나 풍화된 돌처럼 거친 느낌이 가득하다.
둥화강철에서 성 작가에게 제공한 지원은 파격적이라 할만하다. 철을 가공하고 다루는데 있어 공장의 기자재와 장치는 물론, 과장급 간부가 책임을 맡은 별도의 인력도 제공했다. 그래서 성 작가는 한국에서 작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개막식에 참여한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축사에서 “최고 품질의 철을 마다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슬러지를 긁어내 이러한 장관을 연출한 성동훈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철조각이 차갑고 단단한 느낌을 주기 마련인데 성동훈의 작업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하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야생적인 힘이 넘친다”고 말했다.
이미 타이베이 주밍미술관과 가오슝의 피어2(Pier2)에 작품이 소장된 성 작가는 올해 말까지 타이베이와의 인연을 지속한다. 9월 투씨아트 갤러리(ToSee Art Gallery)와 함께 하는 ‘타이베이아트페어’와 쑨원미술관(Sun Yat Sen Museum in Taipei)에서의 초대전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타이베이의 유리회사와 함께 이번 둥화강철과 진행한 유형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둥화강철아트파운데이션은 둥화강철이 1000만 타이베이달러(한화 약34억 원)를 출연하여 설립한 것으로 다수의 국제적인 예술행사를 후원 및 주최해왔다. 이번 국제레지던시프로그램은 2회째이며 타이베이와 해외작가 각각 1인을 후원한다.
타이베이=황석권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