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형섭-부흥상회
가난과 쇠락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한국 사회는 발전, 개발 등과 더불어 부흥이라는 염원을 하나의 집단심리 표상으로 삼았다. ‘부흥상회’와 같은 이름은 한국 현대사의 초입에서 만날 수 있는 집단표상이다. 그러나 부흥이라는 낱말은 이미 진부해졌고, ‘○○상회’라 이름도 오래전의 일이라 ‘○○수퍼’의 단계를 지나 편의점과 할인마트의 시대를 맞았다. 따라서 ‘부흥상회’라는 간판은 역설적이게도 쇠락을 대변하는 오브제로 남았다. 조형섭은 부흥과 쇠락이라는 사회의 역설을 차용해서 예술을 이야기한다. 작업실과 전시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행위를 통하여 명망성 경쟁의 우위를 확보하고 자본가치를 획득하는 것이 대세인 가치전도의 시대에 그는 예술의 장 바깥 마을의 서사를 탐구하고 있다. 조형섭의 출발은 채집이다.
그는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발견한 평범한 오브제를 중심으로 작업을 풀어나간다. 그의 오브제는 나무와 쇠, 플라스틱, 페인트, 자개 등의 물질들이다. 그런데 그의 오브제가 예술창작의 일반적인 질료들과 다른 점은 그 속에 시간과 공간의 서사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작가 자신과 연관한 장소의 상황을 집약한 따뜻한 오브제들이어서 예술적 소통을 위한 의제생성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다양한 방법론들을 펼쳐내기에 최적의 질료들이다. 다만 전제할 것은 그 오브제들을 채집한 예술가의 마음이다. 이미 그 자체로 장소성을 반영하여 모종의 상황을 담고 있는 물건을 선택하고 그 의미 맥락을 전유하려고 하는 예술가의 마음이야말로 채집한 사물을 예술작품으로 전환하는 결정적 변수이다.
오브제를 해체하고 다른 질료를 결합해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조형섭은 새로운 오브제를 만든다. 버려진 물건들의 쓸모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원본으로 복제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반이며 자개농, 의자, 슬리퍼 등의 사물들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예술가가 일상의 오브제를 채집한다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서사를 획득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이후 예술적 전유의 맥락과 수준에 따라 소통과 공감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특히 예술가의 처소는 그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매개요소다. 그는 대도시가 아닌 외딴 시골마을의 레지던시에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업실과 마을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주변인으로서 생활 속의 서사와 예술적 담론 사이의 연계를 찾아나서는 조형섭의 작업은 오브제아트에서 마을예술로 진화하고 있다.
김준기・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