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음악과 함께하는 서양미술사 여행

《그림 속 음악 산책》 박혜원 지음, 생각의 나무, 2010

최근 들어 경계 허물기와 융합이 모든 학문이나 예술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20세기 이후 부쩍 늘어난 미술과 음악의 만남이다. 추상미술에서 바흐 등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칸딘스키, 피카소, 샤갈과 설치미술에서도 음향적 요소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반대로 미술작품에 영감을 받아 작곡된 음악도 많다. ‘보티첼리 3부작’을 남긴 이탈리아 작곡가 오토리노 레스피기가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중세 이후 19세기까지는 음악과 미술의 상호교류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할 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음악의 입장에서 보면 연극, 무용은 시간적 요소가 중요한 공연예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고 문학은 가사나 오페라 대본의 원작이라는 측면에서 음악이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을 뻗어야 할 장르다. 하지만 그림은 오페라 무대미술과 약간 연결될 뿐 예술의 존재론적 측면에서 보면 별개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음악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인물화나 정물화 속에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음악과 미술의 만남을 주로 그림을 통해 추적해낸 《그림 속 음악 산책》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작업이다. 음악과 그림의 만남에 관한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한 이유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미술에 대해 잘 모르고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은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런 틈새시장을 노려 어떤 작곡가의 음악을 들을 때 동시대에 활동한 화가의 그림을 보면 감상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쓴 바이올리니스트의 책이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중국어 번역본까지 나왔다고 한다. 음악을 들을 때 뭔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초심자의 심정을 겨냥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서양미술사와 판화를 전공한 《그림 속 음악 산책》의 저자는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아 악기가 등장하는 작품을 눈여겨본 것 같아 다행이다. 이집트 벽화부터 와토,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을 12명의 화가를 중심으로 쉽게 소개했다. 베르메르의 〈음악 레슨〉, 조르주 드라 투어의 〈악사들의 난투극〉, 와토의 〈음악회의 전주곡〉,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 드가의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 르누아르의 〈오페라의 관람석〉, 마티스의 〈음악〉 등 악기나 음악회, 작곡가가 등장하는 주요 작품을 다루었다.

하지만 화가에 대한 소개는 그렇다 치더라도 음악과 상관없는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볼 때 그림보다 음악의 비중이 약하다. 그림에 대해 거의 모르는 음악애호가들이 읽으면 흥미를 느낄지 모르겠으나 미술애호가들이 그림을 통해 음악을 알고 싶어 할 때는 뭔가 모자란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작가는 13명인데 수록된 도판은 130개가 넘는다. 한 작가의 작품 중 음악과 관련된 것은 두세 점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그림 속에 표현된 악기나 음악활동을 설명할 때도 색채나 명암 같은 회화적 요소만 언급할 뿐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나 의미는 놓치는 경우가 많다. 드가의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제목처럼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주인공인데도 눈부시게 처리한 무대 위의 발레리나에 비해 어둡고 평면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베르메르의 〈연애편지〉에서 여주인공은 왜 하필이면 류트라는 악기를 들고 있는지, 드라 투어의 그림에서 거리의 악사들이 무슨 이유로 칼부림을 하게 되었는지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소재로 한 음악, 음악을 소재로 한 그림을 한 작품씩이라도 소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이 책에 수록된 그림에서 아름다움, 희망의 메시지, 삶의 기쁨, 황홀한 체험을 발견한다. 위대한 걸작이라면 우리에게 감동을 주게 마련이다. 하지만 음악도 미술도 마냥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그림에 나타난 음악적 요소는 한가한 여백을 메워 주는 장식품이 아니라 냉엄한 현실과 맞닥뜨린 삶의 단면도다. 그림 속 음악에서도 이런 사회적 메시지를 읽어내야 한다. 그림을 통해 음악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히기 위해서.

이장직 서울대 서양음악연구소 총괄연구원

※ 《그림 속 음악 산책》은 현재 절판됐으며 eBook으로 구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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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를 좋아하세요…
이명옥 지음
미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해 온 저자는 ‘그림 큐레이션’에서 나아가 ‘시 큐레이션’까지 선보인다. 저자는 28편의 시를 선정하고 각각 그에 걸맞은 미술작품을 소개한다.
이봄 292쪽 ·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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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그림에 나를 담다
이광표 지음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소개해온 이광표 기자가 조선 시대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1950년대 초까지 화가들이 그려놓은 자화상을 탐구하고 깊은 안목으로 그림 안팎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현암사 33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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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만히 가까이
유경희 지음
저자는 서양미술사에서 ‘몸’과 ‘몸짓’의 형태가 두드러지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작품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그림을 읽어주며 작가와 작품 대상 간의 관계, 작가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아트북스 416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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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647조지아 오키프
리사 민츠 메싱어 지음 / 엄미정 옮김
조지아 오키프의 생애와 작품에 정통한 큐레이터이자 미술사가인 저자가 미국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오키프의 작품세계와 예술관을 집중 조명하며, 오키프의주요 작품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설명한다.
시공아트 248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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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롤리타는 없다 1, 2
이진숙 지음
고전문학과 미술작품을 통섭하며 인간의 삶을 이야기한다. 1권에서는 ‘사랑 · 죽음 · 예술’을, 2권에서는 ‘욕망 · 비애 · 역사’를 주제로 다룬다. 저자는 좋은 삶과 인간적인 성숙을 위해 신이 인간에게 준 ‘공감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음사 각 272 · 292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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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그림이 야옹야옹 고양이 미술사
이동섭 지음
우연히 친구의 고양이를 잠시 돌보다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진 저자는 고대 이집트 벽화부터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고양이를 키워드로 하여 미술의 역사를 다시 훑어본다.
아트북스 304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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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그림의 맛
최지영 지음
셰프 출신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현대미술과 음식의 관계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평소 우리가 먹는 음식은 물론 세계 3대 진미를 다루며 음식마다 걸맞은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담아냈다.
홍시 33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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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중국미술사
이림찬 지음 / 장인용 옮김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에서 40여 년간 근무하고 국립대만대학 등에서 강의한 저자가 평생의 연구 성과를 한 권의 중국미술사로 정리했다. 회화, 조각, 도기, 옥기, 서예 등을 아우르는 중국 미술의 정수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다빈치 632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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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한상연 지음
저자는 예술 정신의 자유로움이 삶을 보다 이롭게 만든다는 믿음에서 출발하여 전통적 예술관이 낳은 편견을 들여다본다. 나아가 우리 자신을 예술가로 이해하고 자유분방해질 수 있어야 함을 주장한다.
샘터 196쪽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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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리플릿 : 바깥을 향해 읽어라
백민석 지음
소설가 백민석의 첫 미술 에세이로 저자는 전시를 광고하기 위해 글과 사진을 실은 인쇄물인 ‘리플릿’에 주목한다. 현대미술의 대중적 접근을 시도하는 저자는 리플릿을 통해 세상을 보는 방식과 미술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다.
한겨레출판 300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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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건축가의 언어 26
안드레아 시미치, 발 워크 지음 / 진미영 옮김
코넬대 건축과에 재직해온 두 저자가 오랜 교수 경험과 현장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 디자인의 기본 원칙 이해를 위해 알아야 할 26가지 개념을 유명 건축가 90여 명의 프로젝트를 활용해 소개한다.
집 224쪽 · 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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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해찰 언저리의 미학
윌리엄 켄트리지, 수류산방 엮음
켄트리지의 작가적 태도와 예술 접근 방법에 주목하여 책의 편집 과정과 결과물이 그에 조응하도록 기획되었다. 장르와 시대를 횡단하는 켄트리지 예술에 대한 지금 여기의, 한국적 화답이다.
수류산방 888쪽 · 5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