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 친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해낼 수 있다.”
-월트 디즈니-
어릴 적 친구는 놀이터에만 있지 않았다. 만화영화 속 캐릭터는 곧 내가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했으며, 무르익지 않은 인생의 조언자가 되기도 했다. 어린이가 아니거나, 어린이가 아니었던 사람은 없다. 이것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성황리에 개최 중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에 전 세대가 모여드는 이유 아닐까. 약 100년에 걸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되짚는 이번 전시는 당대 어린이가 꿈꿔온 환상의 역사라 해도 무방하다.
전시는 시대 흐름에 따라 작품이 나열되어 있는데, ▲Part 1. 생명을 불어넣다 ▲Part 2. 마법의 시작 ▲Part 3. 마술을 부리는 듯한 제작자들 ▲Part 4. 새로운 차원을 향하여 ▲Part 5. 인류의 화합 등 5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디즈니 스튜디오 아티스트들이 손수 그린 핸드 드로잉부터 콘셉트 아트, 3D모형, 영상 콘텐츠까지 캐릭터와 작품의 제작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관람 포인트다.
월트 디즈니는 사실적이고 생기 넘치는 캐릭터들로 채워진 가상의 세계를 창조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 각각의 캐릭터에 부여한 설정을 토대로, 그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음향 효과의 조화를 통해 더욱 살아 있는 듯한 모습을 구현해 나갔다. 캐릭터의 풍부하고 섬세한 움직임과 배경의 사실적인 묘사를 담기 위해 세심한 관찰과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디즈니 작품은 시각 효과와 더불어 음향 효과의 조화 또한 캐릭터와 작품에 생생함을 심어주는 데 한몫 하는데, 전시공간뿐 아니라 매표소와 아트샵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애니메이션 주제곡이 전시에 몰입도를 높인다.
또 하나 눈 여겨 볼 점은 시대에 따라 발전하는 제작 기법이다.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 진행되던 작품은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디즈니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애니메이션 제작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당대 주요 음악가들과의 협업과 음악적인 스토리텔링은 디즈니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 과정은 작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미키 마우스>와 <피토키오>, <밤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손때 묻은 스케치는 <모아나>와 <겨울왕국>에 이르러 최첨단 그래픽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번 한국 전시에서는 특별한 대형 멀티미디어 월이 설치됐다. 한국 전시를 위해 미국 월트 디즈니 ARL의 감수를 받아 새로 제작된 이 특수 효과 영상은 디즈니 영화 속의 대표적인 상징들을 환상적이고 몽환적으로 표현해 관람객이 마치 신비로운 애니메이션 배경 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머릿속에서만 움직이던 캐릭터들은 놀랍다 못해 경이롭다고 할 집념의 작업과정을 통해 비로소 생명을 부여 받고 우리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게 되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은 많은 디즈니 작품들이 ‘생명을 얻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선사한다. 마치 제페토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입술을 그리며 피노키오를 완성해준 것처럼.
한 세기를 지나오고서도 보다 완벽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으려는 디즈니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디즈니 영화는 변화하는 세계와 맞물려 끊임없이 탄생, 재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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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 》
2019. 4. 19 ~ 8. 18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글 : 강예슬/ 자료 제공: 지엔씨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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