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 :  IMA PICKS

2018. 2. 23 – 4. 29

일민미술관

http://ilmin.org


일민미술관은 국내외 예술 현장에서 10년 이상 작가로서 주목할만한 작업을 해온 30-40대 작가들을 조명하는 《IMA Picks》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올해 《IMA Picks》는 김아영, 이문주, 정윤석 세 명이 선정되었다. 작가들은 각각 개인전을 펼치며 서로 다른 삶의 영역과 경험들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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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 Picks 1. 김아영 개인전 《다공성 계곡》

김아영,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 HD 1채널 비디오, 컬러,사운드, 약 20분, 2017. 작가 제공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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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다른 암석으로 이주해야 한다면 ?’

김아영의 작품 <다공성 계곡>에는 주인공 페트라 제네트릭스(Petra Genetrix)가 등장한다. 페트라 제네트릭스는 작가가 설정한 상상속 지하광물로, 가상공간 “다공성 계곡”에 사는 유사-신화적 존재다. 뜻하지 않게 폭발이 일어나 제네트릭스는 다른 지하 암석 플랫폼으로 이주를 하는데 여러 실질적  문제에 부딪힌다. 이주 심사 인터뷰를 거쳐야 하고, 새로운 플랫폼에 위협적인 바이러스를 보유했는지 점검받느라 40일간 격리조치된다. 데이터 센터에 의해 주거지가 복제되기도 한다. 작가는 페트라 제네트릭스가 겪는 문제적 상황을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얼마나 기이한지 깨닫게 만든다. 상상속 지하광물의 모험은 인류가 직면한 미래 세계의 존재와 이동, 증식에 대해 비판적 사유의 장을 이끌어낸다.

인류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라고 할 만큼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주’는 인류 문명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오늘날 국경 넘어 발생하는 생태, 정치, 경제적 이주등 비자발적 이주는 난민문제와 같이 적대적 갈등과 분쟁의 원천이기도 하다. 최근 이슈인 데이터 마이닝이나 데이터 이송으로 인한 네트워크 정보 재배치, 플랫폼 이동 또한 새로운 국면의 ‘이주문제’다.  김아영은 페트라 제네트릭스가 경유하는 불연속적 시공간들과 에피소드를 통해 동시대 이주문제에 다의적으로 접근한다.  작가는 파편화된 미디어 경험에 따라 삶의 조건들이 앞으로 점점 더 분절되리라 믿는다. 김아영은 페트라 제네트릭스가 거쳐가는 불연속적인 환경처럼, 궁극적으로 다공성 이야기 구조가 유발하는 상이한 생각들이 서로 공존하고 충돌하여 보다 날카롭게 현실을 인식하도록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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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 Picks 2) 이문주 개인전 《모래산 건설》

이문주, <모래산 건설>, 캔버스에 아크릴, 172x344cm, 2011. 개인 소장. 작품 이미지 작가 제공

이문주는 도시계획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자신이 거주했던 몇몇 지역에서 도시개발정책으로 인해 주거공간이 철거되거나, 한때 부흥했던 산업도시가 버려지고 퇴락의 길을 걷는 현상을 목격한다. 작가의 작업은 이런 경험들에 근거한 작품들이다. 이문주는 신자본주의와 자본주의의 도시 재생산 과정으로 도시계획이 지닌 매커니즘을 발견하고, 사회, 인류학적 현지조사에 근거해 도시문제를  회화작업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한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 보스턴, 디트로이트, 베를린 등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관찰한 사회적 폐허현장을 연결시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도시의 이면을 시각화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관찰해온 경로를 따라, 쇠락과 재건을 반복하며 만들어진 도시의 풍경들을 오버랩시킨 30여 점의 대형 회화와 드로잉, 아카이브 자료들을 선보인다. 작가가 선택한 도시는 세계화와 글로벌 자본주의에 의해 구축된 도시다.  특히 그는 신작들을 통해 2000년대 이후 부조리한 사회적 현실을 증언하는 예술가의 역할에서 변화하여, 인간과 생태적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달라진 태도와 시선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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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 Picks 3) 정윤석 개인전 《눈썹》

정윤석, 《눈썹》, 전시 설치 전경, 2018. (제공: 일민미술관, 사진: 김진호 Sustain-Works)

“마네킹 공장과 섹스돌 공장,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마네킹이 더 ‘사람같이’ 보이도록 공장 노동자들은 마네킹에 ‘눈썹’을 붙였다. <눈썹>은 이번 전시 제목이자 정윤석의 신작 이름이다. 작가는 마네킹과 섹스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필름에 담았다. 마네킹이 한결 인간같이 보이도록 섬세하고 강도높은 노동을 하는 공장 노동자들도 함께 촬영했다.

‘눈썹’은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 섬세한 노력을 기울인 부분이지만 결국 마네킹을 가장 인위적으로 보이게하는 요소다. 마네킹은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을 뿐 어딘가 인간같지 않은 어색한 비율과,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수동적 한계를 지닌다. 작가는 이런 마네킹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파생된 낯설고 기괴한 이미지들을 찍었다. 그는 공장에서 찍은 사진과 현장을 담은 설치작업으로 전시장을 장식했다. 정윤석은  동시대가 가진 기괴한 이미지를 통해 인간과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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