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Report | BERLIN] EVA & ADELE L’amour du Risque

등장 그 자체로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부부작가 에바와 아델레(EVA&ADELE). 이 둘의 모습은 비엔날레나 아트페어 등 세계미술빅이벤트 현장에서 쉽게 발견된다. 그들의 작품을 모은 회고전 〈EVA & ADELE–L’amour du Risque〉가 베를린의 미 컬렉터스룸(me Collectors Room Berlin)에서 4월 27일부터 8월 27일까지 열린다. 연중 8개월 가량을 퍼포먼스를 벌이고자 해외에서보낸다는 그들. 고전적 의미의 성 경계를 넘나드는 그들을 《월간미술》이 전시장에서 직접 만났다.

위험한 사랑? 자유를 위한 동행!
최정미 | 전시기획

에바와 아델레는 아직도 위험한 사랑을 하는 것일까? 독일처럼 사랑과 성(性)에 관해 비교적 관대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에바와 아델레에게 위험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들이 선택한 대담한 삶의 방식은 독일 외 여러 국가에서는 위험한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마치 중국 경극에 나오는 배우처럼 진한 분장을 한 모습을 달갑지 않게 보는 이도 있을 것이며 몇몇 국가에서는 남녀 구분이 안 되는 이들의 외모가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Wing 3〉에서 입었던 의상과 회화작품 전시광경

에바와 아델레를 영국 퍼포먼스의 대표주자인 길버트와 조지 (Gibert&George)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독일어 긍정과 부정의 줄임말 ‘네(Ja)’, ‘아니요(Nein)’의 합성어인 ‘야인(Jain)’이다. 길버트와 조지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으로 태어났으며 외적인 모습도 그다지 다양한 변화를 볼 수 없으며 이들이 어떻게 만났으며 활동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에바는 남성, 아델레는 여성으로 태어났으며 에바와 아델레로 활동하기 전 그들 각자의 생활과 작품 활동은 알려진 것이 전혀 없다. 공개된 작가 이력도 이 둘이 합쳐진 시기로부터 시작된다. 둘은 1989년에 만났으며 2011년에는 시청에서 정식 결혼을 한 바 있다. 에바와 아델레로서 공식적인 활동 연도는 1991년이며 그 시작은 마르틴 그로피우스 바우(Martin-Gropius-Bau) 미술관에서 열린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전시에 선보인 에바와 아델레의 결혼식이다. 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둘 다 신부 복장을 했으며 당시 웨딩드레스는 마르틴 그로피우스 미술관에 기증되었다. 상징적인 의식을 통한 일종의 인생 리셋이 실행된 경우이다. 에바와 아델레로 부활한 듯한 이들은 세계 여러 곳에서 열리는 각종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에 퍼포먼스 형식으로 참석하며 예술인은 물론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마치 축지법을 쓰는 듯 출몰하는 이들을 외계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필자도 어딜 가도 이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있다.

전시광경 Photo Bernd Borchardt

회고전 에는 대형회화 32점, 조형물, 사진, 비디오 및 162개의 코스튬 계획서 드로잉이 전시되었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날개 달린 금색과 핑크색의 의상 작업 (1992, 1995, 1997)가 이목을 끈다. 수십 년 동안 수집하고 제작한 속옷, 스타킹, 신발, 핸드백, 가방과 우산이 전시장 중앙에 설치되어 있다. 이라는 네온사인 아래에 구성된 162개의 코스튬 드로잉은 퍼포먼스에 사용될 옷과 소품 및 착용 순서 시간은 물론 분까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드로잉 시리즈에도 어김없이 분홍색은 빠지지 않는다. 관객은 마치 재밌는 만화를 보는 듯 긴 시간 벽에 붙어 자리를 뜨지 않는다. 비디오 작품 (1997, 1998)는 이들의 발자취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작업이다.

억압은 허망한 것


퍼포먼스에 사용한 소품 등의 전시광경 me Collectors Room Berlin/Stiftung Olbricht EVA&ADELE L’amour du Risque, Exhibition view 2018 Photo Bernd Borchardt

시리즈는 언론에 나온 기사나 관객이 찍은 사진을 사용해 아이러니하게 표현하고 있다. 영상작업 (1997)은 뉴욕의 한 슈퍼마켓에서 벌인 키스 퍼포먼스를 담고 있다. 벽 코너에 설치된 는 이들의 브래지어, 코르셋, 거들 등 속옷과 침대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은 연한 핑크색인데 올인원과 가터벨트가 합쳐진 검정 속옷은 하트 무늬가 마치 해골처럼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에바와 아델레는 자신들의 행위를 FUTURING-Performance라 칭한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고전적 의미의 성 경계를 넘는 행위(Over the Boundaries of Gender)를 통하여 새로운 공동체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비디오 작업 (1997/2003)에서 이들의 FUTURING-Performance가 강렬하게 전해진다. 회고전이 열리는 미 컬렉터스 룸(me Collectors Room Berlin) 컬렉터 토마스 올브리히트(Thomas Olbricht)는 간담회에서 에바와 아델레를 단지 독특한 퍼포머로서뿐만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개념예술의 상징으로서 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는 단지 이들의 강렬한 복장과 화장에 있지 않다. 고정적인 관념과 굳어진 사고체계에 질문을 던지며 이것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이들만의 방법론을 통하여 보여주고자 하는 데 있다.

〈Wings I〉에서 입은 의상(사진 왼쪽) 비닐과 천 1992 © EVA&ADELE Und Vg Bild-Kunst, Bonn 2018(사진: 최정미)

베를린에서 활동하지만 연중 8개월 넘는 기간 퍼포먼스 관련 여행을 한다는 에바와 아델레를 어렵게 만났다.

Q ‘에바와 아델레’는 항상 대문자로 표기된다. 이유가 있는가?

A 에바와 아델레는 우리의 작품이며 대문자 표기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리고 우리를 호칭할 때는 항상 에바와 아델레 순서를 지켜주기 바란다. 마치 아담과 이브처럼 말이다.

Q 에바와 아델레에게 퍼포먼스란 무엇인가? 요제프 보이스가 주장한 소셜 플라스틱과 관계가 있는가?

A 방법론적인 의미의 퍼포먼스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퍼포먼스는 끝과 시작이 없는 24시간 지속되는 행위이며 고전적인 의미의 퍼포먼스 경계를 넘어섰다. 행위예술만이 퍼포먼스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실행하는 행위도 퍼포먼스이다. 우리의 퍼포먼스를 통하여 관객들은 굳이 미술관을 가지 않더라도 예술품을 접할 기회를 가진다. 예술이 미술관이나 전시장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즉 장소 불문 우리가 있는 곳이 미술관이다.

Q 에바 아델레가 이만큼 유명해진 데는 소셜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다. 국제행사 때는 SNS는 물론 인터넷이 에바와 아델레의 사진으로 도배된다. 항상 사진 찍히고, 함께 찍어달라는 요청이 부담스럽지 않은가?

A 우선, 1991년 우리가 공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할 당시 SNS가 없었다. 그래서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에바와 아델레가 여기까지 오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초기 때부터 관객과 미디어가 우리를 지금처럼 인터넷에 올렸다면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미술시장 또한 에바와 아델레를 성급하게 홍보하고 팔려고 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갤러리들로부터 러브콜이 많이 들어왔지만 거절했다. 우리 스스로 페이스를 지키고 싶었다. 다행히도 시대와 함께 에바와 아델레를 준비할 수 있었으며 이제는 이러한 관심을 제대로 받아 들일 수 있다. 지금은 모든 사진 요청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감사하게 생각한다.

Q 집에서도 코스튬과 풀 메이크업 상태로 다니는지?

A 위층은 우리가 사는 공간이고 아래층은 스튜디오로 사용한다. 일정이 없으면 온종일 잠옷 차림으로 다닐 때도 있고 화장은 기본 정도만 한다. 일어나자마자 씻고, 면도하고 얼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때는 방문객이 와도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은 화장하고 준비하는 데 3시간 정도 걸린다.

Q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나치당)이 핑크를 동성애자를 억압하는 색으로 사용했다. 에바와 아델레도 코스튬에 핑크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의상은 스스로 제작하는가?

A 그렇다. 신체는 주체 즉 개인의 것으로 정치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으며 사회적 분위기에 억압당해서도 안 된다.정치적 탄압의 상징을 가시적으로 극대화함으로써 억압이 얼마나 허망한 행위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복장 디자인은 우리가 직접 하며 여러 명의 재단사가 제작한다. 하지만 회화는 우리가 직접 그린다. 둘이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긴 하다.(웃음)

에바와 아델레의 웃음을 뒤로 인터뷰를 마치며 독일에서 가장 핫한 철학자 마르쿠스 슈타인벡(Marcus Steinweg)의 텍스트의 구절을 인용한다. “Insistence, resistance, complexity affirmation, repetition and transformability become the essential features of a new concept of form.(주장, 저항, 복잡함의 긍정, 반복 및 변환가능성은 형식의 새로운 개념에 있어 필수적인 특징이 된다.)” 이는 비단 에바와 아델레만을 위한 글이 아닌 동시대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뇌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

< 월간미술 > vol.401 | 2018.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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