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야매 화백 개인전
2023. 9. 1 – 6
리수갤러리
전시 주제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로 이번 전시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삭막한 현실 속의 일상과 물건들을 보며 디지털 드로잉으로 엉뚱하면서도 재밌고 아름답고 화려한 색다른 판타지 세상으로 재창조된 작품을 보여줌으로써, 언제든지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실의 존재하는 이미지들은 물과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자세히 보며 생각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려는 시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먼지가 수북한 리모컨은 골동품일 뿐이고, 비가 올 때만 쓰는 우산은 현관 구석에 처박혀 있을 뿐이고, 재떨이 속 담배꽁초와 버려진 라이터는 그저 치워야 될 쓰레기일 뿐이다. 사람들에게 있어 현실 속의 이미지는 마치 영화 속 엑스트라 배우처럼 그저 일상에 스쳐 지나가는 조연으로 취급한다.
야매화백 작가는 낮에는 직장 생활을 하며 여러 가지의 현실 속 물건 등 이미지를 보며 퇴근 후 남들이 하기 힘든, 혹은 하더라고 표현하기 힘든 엉뚱한 상상을 디지털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그림 속에서는 어떠한 평범한 현실 속 이미지도 작가의 눈에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으로 변한다. 먼지가 수북한 리모컨은 세상이 위험에 빠졌음에도 배달 음식과 게으름에 푹 빠져 이불 속에 빈둥거리는 몰락한 히어로의 이야기가 되고, 현관 구석에만 있는 우산은 더운 날 비를 내리게 해주는 아름다운 여신으로 만들어진다. 재떨이 속의 버려진 담배꽁초와 라이터는 황량한 대지 위에 흡연을 의미하는 라이터 감옥 속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연약한 한 여자의 모습이 담긴 화려한 SF 판타지와 같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 밖에도 빼빼로를 보며 그려진 커플의 로맨스, 과자 봉지를 보며 상상한 다과회를 준비하는 소녀의 이미지 등등, 무색무취의 현실을 화려한 색감의 판타지로 재구성한 아름답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야매화백 작가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현실 속 이미지를 화려한 판타지의 이야기로 재탄생 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지금이라도 잠시 멈춰서 주변의 이미지들을 다시 한번 자세히 보고 평소와 다른 엉뚱한 상상도 하면서, 또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는 두 남성이 나오지만 한쪽은 꾸준한 노력과 자기 관리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 있고, 다른 한쪽은 완전히 나태하고 게으른 모습을 한 뚱뚱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데, 사실 이 두 명의 남성은 동일 인물이고 노력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아와 그냥 다 내려놓고 포기하려는 자아의 싸움을 표현하여 어떠한 역경과 시련이 닥쳐도 이겨내려는 히어로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다른 작품은 과거 시간대로 가서 파격적인 의상과 공연을 하며, 사람들의 질타에도 당당하게 무대의 서는 반항아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 두 작품을 그려낸 이유는 바로 판타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위 두 개의 작품 속 인물들은 야매화백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판타지로 표현한 것으로, 낮에는 직장 생활하고 퇴근 후 작품 활동을 하게 하는 가치관, 즉 자신의 게으름과 싸우며 항상 노력하는 모습과 다른 사람과 다르고 독특하다는 반항아 기질을 가지고 싶어 하는 욕구를 표현한 작품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나 자신과 싸워서 이기는 것도 버겁고, 시간 여행도 할 수 없으며,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독특성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판타지 즉 환상 속에서는 얼마든지 강한 적을 이기는 강력한 히어로가 될 수 있고, 기존 관습을 깨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반항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작품 속 인물들처럼 행동하려 각고한 노력을 한다면 판타지 속에서만 존재하는 히어로 혹은 반항아가 더 이상 환상이 아닌 현실에서도 실현될 수도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에게 있어서 판타지는 사람들의 그리고 작가 개인의 현실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해줄 수 있는 길잡이 역활을 해주고 있으며, 판타지 속 어떤 시련이든 이겨내는 히어로 혹은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반항아처럼 생각하고 노력한다면 개인의 인생이 좀 더 나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8개의 작품 속에서는 한 소녀의 꿈을 찾아 방황하는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이 소녀는 어렸을 때부터 로봇을 만들기를 좋아하고 엄청난 재능을 보였다. 새로운 로봇을 만들 때마다 즐거웠고 옆에는 항상 소녀의 꿈을 응원해주는 부모님이 있었다. 생일날 부모님은 소녀에게 좋아할 만한 선물들을 주며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물론 집안 형편이 좋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은 소녀에게 항상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소녀에게 커다란 시련이 찾아왔다. 소녀가 자라서 가난은 대물림되고, 취업도 잘되지 않고,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많고, 무엇보다 평생 자신의 편인 부모님마저 돌아가셨다. 소녀는 수많은 로봇들을 만들며 어떻게든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세상은 소녀의 노력을 알아주지 못하고 그런 세상에 소녀는 절망하고 만다. 결국 소녀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려 하는데……
그 순간 오래되고 망가진 한 로봇이 필사적으로 막으며 소녀를 살려내게 된다. 그리고 그 망가진 로봇은 소녀의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향하는데, 소녀의 마음속 깊숙이 내려와 한 빛나는 상자에 데려온다. 그 상자 속에는 과거 부모님이 소녀에게 준 생일 선물과 편지가 있고 편지에는 ‘생일날처럼 언제나 행복하길 바란다’ 라고 적혀있다.
과거 부모님의 선물과 편지를 받은 소녀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기 시작했고 과거 소녀가 부모님을 본떠서 만든 로봇이 다가와 위로해주고 있다. 부모님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소녀는 다시 힘을 내어 새로운 로봇들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뒤에는 망가진 로봇들이 응원을 해주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이 8점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닌 그저 그림 속에서만 일어나는 판타지이지만, 우리는 그림 속 소녀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슬퍼해 주며 응원해주고 있다.소녀의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실제 삶에서도 벌어질 수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 자신 혹은 주변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픽션, 판타지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실제 현실의 삶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야매화백 작가는 판타지가 허구의 인물과 이미지,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다시 한번 자세히 보고 깊이 생각하며 좋은 쪽으로 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자료: 리수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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