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월간미술대상

‘격려’와 ‘소통’의 장으로서 시상식

Sight & Issue

월간미술대상 수상자
(왼쪽부터) 작가부문 수상자 최우람, 비평부문 수상자 이진실,
전시부문 최우수상 수상자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사진 : 박홍순

제20회 월간미술대상
‘격려’와 ‘소통’의 장으로서 시상식

하도경 |  기자


1996년에 제정된 이래, 동시대 한국미술장에 유의미한 관점과 시야를 제시한 비평가와 전시 기관 및 기획자를 선정해 공로를 기리는 월간미술대상이 20회를 맞았다. 지난해 시상식의 제도적 문제를 보완하고자 한국미술계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진 이상’ 그룹에 주목한다는 점을 공표한 뒤 작가, 비평, 전시기획(최우수 전시 1건, 우수 전시 9건 선정)으로 수상 부문을 정비했다. 시상식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한민국 대표 커피 브랜드인 이디야커피의 후원으로 개최됐다. 이번 시상식은 미술계 인사들이 시상식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매개의 장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다. 지난해 전시기획 부문 최우수 전시상을 받은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이 월간미술대상 운영위원으로 합류했고, 작년 작가 부문 수상자인 성능경 작가와 비평 부문 수상자 문혜진 비평가가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제20회 월간미술대상 수상자는 작가 부문 최우람, 비평 부문 이진실이 선정됐고, 전시 부문은 부산현대미술관 《능수능란한 관종》(기획 최상호)이 최우수 전시로 선정됐다. 최우람과 이진실에게는 각 상금 1000만 원을 수여했다. 수상 기관이 국공립미술관인 경우 명예상을 준다는 원칙에 따라 전시 부문 수상자인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에게는 상금이 아닌 명예상을 수여했다.

심사는 공정성과 현장성을 갖추기 위해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추천과 심의 두 단계로 나눠 진행했다. 추천위원은 작년 비평 부문 수상자인 문혜진 비평가를 포함해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 구나연 스페이스 애프터 대표, 이문정 컨템포러리 미술연구소 리포에틱 소장, 이수영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가 참여했다. 최종 심의는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품수장센터운영과장, 박영택 경기대 교수, 심지언 월간미술 편집장, 최태만 국민대 교수, 홍경한 미술비평가로 구성된 심의위원단의 엄정한 심사로 진행됐다. 전시 부문은 2023년 6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개최된 전시를, 작가와 비평 부문은 최근 3년 내외에 왕성한 활동과 성취를 이룬 미술인을 대상으로 삼았다.

제20회 월간미술대상 상패

작가 부문 수상에 최우람
최우람은 1970년 출생으로 중앙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2006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과 제1회 포스코스틸아트 공모전 대상, 2009년 제20회 김세중청년조각상을 받은 바있다. 2022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 최우람 – 작은 방주》를 통해 그는 꾸준히 나아가며 도약하는 면모를 대중 앞에 선보였다.

심의위원단은 최우람에 대해 “한국 키네틱 아트의 독보적인 존재로 정교하고 치밀한 공작과 기계와 생명체의 결합을 도모하는 발상에서 주목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라며, “최근 전시에서 기존 작업에 인문학적 의미를 담아냄으로써 서정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기존 작업을 한 단계 발전시킨 성과”를 의미 있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2009년 김세중청년조각상을 받은 이래, 본인의 예술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하며 발전적인 예술적 성취를 보여준 최우람을 지목한 것이 당연한 귀결이라고 믿는다”며 최 작가가 중진 작가로서 다시 한번 주목될 적절한 시점임을 선정 사유로 밝혔다. 상패를 거머쥔 최 작가는 “늘 의심하고 살고 있는데 이보다 더 힘이 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며 “예술세계를 더 자신 있게 확장해 나가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예술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그날까지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평 부문 수상에 이진실
이진실은 1974년생으로 최근 『예술 매체의 재귀성 : 로잘린드 E. 크라우스의 매체비평 연구』로 서울대 미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 SeMA하나평론상을 수상한 그는 에디토리얼&큐레토리얼 콜렉티브인 ‘아그라파 소사이어티’의 구성원으로 활동 중이다. 심의위원단은 이진실에 대해 “현장성을 바탕으로 여성주의적 비평 태도를 꾸준하게 지속해온 점이 돋보이며, 향후 페미니즘 비평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으며, “한국 비평의 발전과 방향성에 있어 나침반이 되어주고 그동안의 학술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건강한 담론 확장에 기여한 부분과, 풍부한 비평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비평가”로서 이진실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는 “비평적 관점, 태도, 논지 전개의 엄밀성, 한국 미술비평의 발전을 위한 기여도 등을 고려하여 선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비평가는 비평의 위기 혹은 부재라는 이야기가 없었던 시절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짚으면서, “그 가운데서도 매체가 가지고 있는 또는 지켜줄 힘이라든지, 공론장으로써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다”라며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함께 비평 공론장의 역할들을 연결하고 만들어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제20회 월간미술대상 시상식 전경

최우수 전시 《능수능란한 관종》 외 우수 전시 9건 선정
최우수 전시로 선정된 부산현대미술관의 《능수능란한 관종》에 대해 심의위원단은 “‘관종’이라는 키워드로 한국과 서구의 현대미술을 다소 혼란스럽게 배열한 전시는 국내외 다양한 매체와 작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며, 시대적으로도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볼 수 있었다”며 “기획자의 의도와 취지가 분명하게 드러날 뿐만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지형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중적 소통에도 적극적인 전시”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심의위원단은 전시 부문 선정 기준에 대해 “주제의 명확성과 전달력(소통), 시대성을 반영한 전시의 적합성, 전시의 예술적 가치, 사회적 기여도(공헌), 주목할 점(차별적 특징), 참여 작가 및 작품의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관종’이라는 다소 부정적으로 읽힐 수 있는 단어를 전시 제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 준 미술관 관계자들과 동료들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표했고 “관종이라는 주제로 시작한 전시가 관심 속에 마무리되어서 뜻깊다”며 앞으로도 관심과 지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우수상 시상에 이어, 우수 전시로 선정된 9건의 전시 수상자들이 상패를 받았으며 각기 전시에 기여한 스태프들과 작가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기획 과정에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들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를 털어놨다. 《서울 :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을 기획한 주은정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만드는 행위가 간혹 소모적 혹은 소비적인 것은 아닌지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며 “이번 수상을 전시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월간미술은 월간미술대상의 취지를 이어받아 동시대 큐레이팅의 풍경을 지면으로 전한다. 선정 전시를 되짚으며 전시 부문별 수상자들을 특집 기획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동시대 한국미술 담론 부재와 위기를 바로 보고자 비평 부문 수상자와 함께 비평 특집 기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외에 예산, 규모, 지역 등 다양한 요인을 두루 고려해 적합한 후보가 수상할 수 있도록 미술 전문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월간미술대상의 존재론적 가치에 대한 고민도 게을리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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