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사진》

성곡미술관
2024.5.30~8.18
Exhibition Focus

오렐리 페트렐〈광화학 반응을 하지 않는〉(사진 가운데)
유리에 UV 프린트 210 × 140cm 2020
《프랑스 현대사진》 성곡미술관 전시 전경 2024
제공 : 성곡미술관

유영하는 사진들: 궤도의 이탈과
확장을 통한 연결과 접속

김선영 뮤지엄한미 학예연구관


현대사진을 다루는 다수의 작가는 탈장르 시도 가운데 지속적으로 사진의 지난 역사를 소환해 우리가 사진의 본질이라 믿은 것들이 어디까지 와해될 수 있는지, 동시에 사진의 개념과 표현 가능성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전시가 드러내는 사진의 동시대성 ① : 변용과 이탈, 확장
《프랑스 현대사진(French Photography Today : A New Vision of Reality)》은 현재 활발하게 논의되는 사진의 쟁점에 관해 다양한 실천 사례로 발언하는 프랑스 작가 22인을 소개한다. 이들의 작품 86점(사진 83점과 영상 3점)을 통해 제목 그대로 ‘프랑스 현대사진의 오늘’을 조망하는 전시다. 한편, 전시는 광범위한 현대사진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나열하거나 압축하여 보여주기보다는 기획자의 시선으로 ‘사진의 동시대성’을 가늠하고, 22인의 구체적인 사례를 그 개념 정의의 실증사례로 살핀다. 전시가 그리는 ‘동시대성’이 무엇이든 간에, 한 문장으로 간단히 언술할 수 없는 사진과 관계한 시대성, 즉 사진의 쟁점을 다루는 동시대 특유의 태도가 22인의 작품을 관통한다.

전시를 공동 기획한 엠마뉘엘 드 레코테(Emmanuelle de I’Ecotais)는 이와 관련해 “프랑스 현대사진계를 총망라하기보다는 모든 세대를 아울러 프랑스 현대미술의 수준과 다양성을 대표하고 그 풍요로움과 생동감을 보여주는 이들을 선별하여 소개한다”고 언급했다.레코테의 언급 안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진의 동시대성은 ‘다양성’과 ‘생동감’이다. 얼핏 상투적으로 들리는 이 키워드는 기획자가 디지털 첨단기술이 추동한 사진의 폭발적인 변용과 그간 사진이 걸어온 궤도로부터 이탈 및 확장을 염두에 두고 짚어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의 형태 및 개념의 변용과 궤도의 확장은 창작의 원동력이 되어 예술사진에 전례 없는 실험성과 개별성을 허용해 왔고, 밀레니엄 이후 사진의 동시대성을 특징짓는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1940년대생부터1990년대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작업 궤도 안에서 실로 다양하고 독자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사진과 타 예술 장르의 융합과 변주, 첨단 과학기술의 동원, 이종 분야 연구자와의 협업, 이를 통한 자료 · 정보의 발굴과 활용을 토대로 제작된 22인의 작업은 프랑스 현대사진의 동시대성을 구체적으로 예증한다.

경계 사이를 유영하는, 생경하고 생동한 사진들
전시는 작품이 지닌 실험성과 개별성을 예술의 고전적인 테마인 자연, 정물, 인간과 공간이라는 소주제 안에서 살핀다. 혹자는 현대사진의 유연하고 확장적인 동향을 살피는 데 이들이 부적절하리만큼 환원적인 테마라 여길 수 있지만, 오히려 전시 안에서 작업의 기본적인 방향과 확장, 변주의 폭을 가늠하는 데 최소한의 가늠 선이 되어준다. 전통 사진 장르의 갈래인 풍경(자연, 공간), 정물(정물), 초상(인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 통속적인 테마는 동시대의 사진적 실천이 미술과 사진의 풍부한 역사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소환하며, 재조명하고 재창조하는지를 살피도록 한다. 또한, 개별 작품이 장르에 귀속된 기존의 궤도에서 어떤 형태의 이탈과 확장을 통해 생경하고 생동한 이미지를 구상해 내는지를 의식적으로 가늠하게 한다. 전시에서는 각각의 테마에 따른 섹션을 명료하게 구분해 놓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소주제의 표제가 전시장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관람객들은 ‘자연’, ‘정물’, ‘인간’과 ‘공간’이라는 네 가지 테마를 작품과 대조하며 머릿속으로만 추정할 뿐 특정 테마와 작품을 직결시키거나 둘의 관계를 확정 지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전시 경험은 주로 기획자에 의해 명확히 구분된 개별 소주제 안에서 작품을 고정된 하위 사례로 간주하는 관람 방식을 극복한다. 작품을 관찰하고 상상의 구조를 스스로 구축하는 경험은 개별 작품이 특정 소주제 아래 고정된 하위 개체가 아니라 여러 소주제를 오가며 각각의 갈래를 연동하고 포개는 유동적인 요소로 이해하게끔 한다. 마찬가지로《프랑스 현대사진》전시 안에서 작품들은 고전적인 장르와 테마에 귀속되기보다는 이를 넘어서 독자적인 형식과 내용의 실험을 통해 경계 사이를 유영하는 이미지들로 읽히기 시작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제작한 브로드벡과 드 바르뷔아(Brodbeck & de Barbuat)의 사진으로 시작해 앙주 레치아(Ange Leccia)의 3채널 영상으로 마치는 전시 구성은 작가들이 동원한 기술 매체의 활용 범주와 그로 인해 얻게 된 결과물의 시각적 효과에 대해 일종의 표어를 제시하는 듯하다. 즉 전시는 사진 형식의 ‘다양성’과 시각 효과의 ‘생동감’을 시작과 끝의 서로 다른 사례를 통해 수미상관의 형태로 역설한다. 매체와 기술의 융복합이 추동한 시각 경험의 확장과 그 가운데 과거와 현재, 현실과 가상, 실재와 모사의 틈 사이를 파고드는 사진의 끊임없는 운동성, 그 경계 모호한 사진적 의미와 형식의 확장이 프랑스 현대사진의 중요한 시대적 특징으로 전시 안에 드러난다.


1, 2 엠마뉘엘 드 레코테 《프랑스 현대사진》 전시 리플릿 「기획의 글」

장-미셸 포케〈무제〉젤라틴 실버 프린트 위에 유채 30.5 × 23.8cm 2011 ⓒ Jean-Michel Fauquet / courtesy La Galerie Rouge

노에미 구달〈무제(산 III)〉라이트젯 프린트 150 × 116cm 2021 ⓒ Noémie Goudal

전시가 드러내는 사진의 동시대성 ② : 연결과 접속
한편, 전시는 그 동시대성을 다르게도 해석한다. 기획의 글에서 레코테는 현대사진의 특징을 언급하며, 작업의 주제와 형식 측면에서 1) “원천으로의 회귀” – 과거와의 접속, 2) “과학계와의 교류” – 이종 분야와의 경험과 지식 공유를 중요한 키워드로 꼽는다.2 동시대 사진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연결’과 ‘접속’을 논의의 쟁점에 다가서는 기본적인 태도로 취한다는 이야기다. 수천 년 된 부싯돌과 땅속 깊이 묻혀있던 암석 동굴을 현재로 소환하거나(쥘리에트 아넬(Juliette Agnel)) 고대 기후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수렴해 인류세 시대에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관해 발언하는(노에미 구달(Noémie Goudal )) 사례들을 떠올릴수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나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들에 대한 기록도 시간을 가로질러 현재로 소환되어 인류의 역사와 과학, 예술의 상관성을 가늠하는 데 유용한 재료로 활용된다(라파엘 달라포르타(Raphaël Dallaporta)). 또한 작가들은 사진의 전통 기법을 사용하거나(플로르 (FLORE); 필립 드 고베르(Philippe De Gobert)) 수천 년 된 장소와 사물을 이미지로 포착하는 개념적인 방법으로(쥘리에트 아넬) 사진 궤도 안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연결’과 ‘접속’이란 키워드는 구체적인 작업을 통해서도 그 실천의 다층적인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전시의 포스터로도 소개된 브로드벡과 드 바르뷔아의 〈A Parallel History, Study after Man Ray, Tears〉(2022)는 생성형 인공지능인 미드저니(Midjourney)가 미술 애호가라면 익히 알고 있는 만 레이의〈눈물(Tears)〉(1930)에 대한 언술 형태의 정보를 바탕으로 제작한 사진 이미지이다. 브로드벡과 드 바르뷔아가 만 레이의 사진에 관한 부수적인 정보와 이미지에 대해 묘사하면 미드저니가 실제 사진과 사진가를 참조하지 않고 이들의 설명과 묘사에만 착안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3 전시의 시작을 여는 이 듀오 작가의 작품은 만 레이의〈눈물〉외에도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ern)의〈Nude, Charis, Santa Monica〉(1936), 게오르그 호이닝엔-휘네(George Hoyningen-Huene)의〈The drivers〉(1930) 등 사진 역사에 자주 호명되는 고전 사진을 AI 버전으로 만들었다. 완벽한 모사인 듯 보이지만 기묘하게 뒤틀린 형상은 같은 듯 다른 이미지다. 고전 사진 속에 실존했던 피사체가 미드저니의 이미지 속에서는 엇비슷하게 닮은 한편, 매끈한 표면에 속이 텅 빈 인형처럼 보여 섬뜩함을 불러일으킨다. 브로드벡과 드 바르뷔아는 자신들의 기억에 의존한 데이터값으로 산출된 작업 이미지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고전 사진을 우리 스스로는 정확히 알고 있다고 믿지만, 보다시피 우리의 기억과 회상은 종종 부정확한 것으로 판명 난다. 우리의 기억은 얼마나 불완전한 동시에 완벽하다 오해받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AI 기술을 사진의 역사와 의식적으로 접목해 이를 기억의 불완전함, 그럼에도 역사를 기억해온 이미지의 총체적인 역할을 주제로 소환한다. 기억과 이미지의 역할, 재현의 능력 등 사진의 쟁점에 대해 발언하는 동안 과거 사진의 궤도와 새 기술의 확장된 실험이 접합을 일으킨다.

사진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법론과 탈매체적인 실천이 접합하는 작업 사례도 눈에 띈다. 장-미셸 포케(Jean-Michael Fauquet)의 예가 대표적인데, 촬영할 오브제를 제작하고, 칠하고, 조각하는 작업은 매체 확장적인 실험인 한편, 마지막 단계에 암실 인화를 거쳐 완성된 사진 표면에 유화를 덧칠하는 작업은 전통적인 회화주의 사진의 공정 과정을 떠올린다. 플로르의 경우에는 매우 오래된 프린트 기술부터 가장 현대적인 기술까지 능숙하게 활용하며 현대사진 매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4 이처럼 현대사진을 다루는 다수의 작가는 탈장르 시도 가운데 지속적으로 사진의 지난 역사를 소환해 우리가 사진의 본질이라 믿은 것들이 어디까지 와해될 수 있는지, 동시에 사진의 개념과 표현 가능성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왜 예술사진인가? (Why Art Photography? )』를 통해 동시대 예술사진의 개념과 특징을 분석한 비평가이자 예술사가 루시 수터(Lucy Soutter)는 “예술의 탈매체(post-medium ) 상태에 관심을 갖는 예술가들은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자의식적으로 매체와 관계를 맺는다.”5고 언급한다. 사진이란 매체 확장의 실천 가운데 과거와의 연결과 이종 간의 접속은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프랑스 현대사진》 안에서 프랑스 현대사진의 실천 사례로 톺아본 사진의 동시대성은 이처럼 상반된 개념들이 한데 아우러진 생동감을 의미한다. 동시대에 유동하는 사진은 궤도를 적극적으로 이탈하는 동시에, 과거를 소환하고 새로운 지식, 경험에 속하며 탄성있는 확장을 모색해 나간다.


3〈A Parallel History〉 연작에 관한 작가의 언급을 참조할 수 있다.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 이 도구들(생성형 인공지능)이 실제 사진가를 참조하지
않고 날짜와 특정 기술만을 사용하여 19세기 이미지를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도구들의 능력을 테스트하고 싶었다.” Sophie Bernard Brodbeck & de Barbuat : une autre histoire de la photographie blind 18 Decmber 2023
4《프랑스 현대사진》 전시 리플릿 「작가소개」
5 루시 수터 김동훈 조용준 옮김『왜 예술사진인가?』미진사 2018 p. 231

브로드벡과 드 바르뷔아〈평행의 역사_만 레이의 눈물에 관한 연구〉잉크젯 프린트 31.4 × 47cm 1930~2022
ⓒ Broadbeck & de Barbuat

인터뷰
엠마뉘엘 드 레코테
(Emmanuelle de I’Ecotais)

하도경 기자

성곡미술관의 《프랑스 현대사진》전을 공동 기획한 엠마뉘엘 드 레코테는 만 레이(Man Ray) 연구자이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퐁피두센터에서 만 레이 컬렉션을 담당했으며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파리시립 현대미술관(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사진 큐레이터를 지냈다. 2000년부터 매년 11월 파리시 90개 이상의 장소가 참여하는 현대사진 전시 〈포토 데이즈(Photo Days)〉의 설립자이자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기자간담회와 대담을 위해 내한한 그를 만났다.

엠마누엘 데 레코테 프로필 사진 © Marjolijn de Groot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을 한데 엮었다. 이유가 있나?
이 전시는 여러 세대에 걸친 작가를 포함하고 있다. 이미 저명한 작가들과 대중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2~3세대에 걸쳐 존재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이 스타일은 현실에 대한 동일한 탐구가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전시를 구성하는 주제들이 존재하지만, 이를 전시 공간 안에서 엄격하게 분리하지 않았다. 이러한 구성을 기획하게 된 의도가 있나?
전시 동선은 일종의 순례 혹은 사진 매체를 통한 여정과도 같다. 그럼에도 몇 가지 주요한 점을 부각한다. 예를 들어, 자연과 환경 문제, 특정 종의 멸종, 지구, 산, 바다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이는 오늘날 프랑스에서 매우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이다. 프랑스 작가들은 오늘날 환경 문제에 몰두하고 있다. 또한 많은 작가가 과학자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질학자, 고고학자, 식물학자, 물리학자 등과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한다. 전시 역시 작가와 과학 분야 간의 협업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걸 드러내 보인다.

사진 언어를 구사하는 다양한 작가가 있고, 매체를 구분하는 경계가 완화 내지 사라지는 추세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진 매체 특정적 전시를 연다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나.
실제로 모든 매체가 서로 교차하고 있으며, 사진도 문화 일부가 되고 있다. 현대 프랑스 미술 신에서도 사진은 다른 매체들과 뒤섞여 있으며, 뮤지엄에서 소장품 상설 전시를 열어도 회화, 조각, 사진을 기꺼이 혼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사진은 여전히 독특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는 주로 빛과 관련이 있다.

미드저니에 프롬프트를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생성한 브로드벡과 드 바르뷔아의 작업이 눈에 띄었다. 인공지능의 개입을 통해 현실을 조작하고 변형한 이미지까지 전시에 수용했다. 이를 본 다수의 관객은 사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질문할 것 같다.
이 작업은 진정 사진 매체에 대한 탐구다. 인공지능과 함께 사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모든 것을 컴퓨터에 입력했을 때 무엇이 남을 것인지를 묻고 있다. 이는 바로 기억의 문제다. 이제 더 이상 책으로 연구하지 않고 모두가 인터넷을 본다. 하지만 인터넷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아서 계속해서 채워 나가야 한다. 작가가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사진 역사를 탐구하는 것으로, 사진의 가장 유명하고 신화적인 이미지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인공지능으로도 만들 수 있는지였다. 현재 인공지능이 아무리 많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을지라도 실제와 동일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고, 일관성이 없을 때가 많다.

많은 사진을 온라인에 업로드 한다면, 인공지능은 참조할 이미지가 많아진다. 그러면, 실제와 같은 형태의 이미지를 더 쉽게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정보를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방향성을 택하고 있고, 프랑스는 정보를 온라인에 올리는 일에 방어적이다. 개인 정보 보호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프랑스는 정보 보호로 인해 많은 정보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아시아는 계속해서 정보를 기계에 제공해 정보가 존재할 것이다. 이 차이로 두 지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질문들을 제기한다.

디지털 사진 기술은 더욱 발전하고 있고,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는 주기 역시 빨라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날로그 사진 작업을 해오던 많은 작가가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아날로그 필름 다발과 장비들을 처분했다.
프랑스에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진을 찍는 작가들이 많다. 이들은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다. 사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자신이 직접 행하며 고전적인 기법에 여전히 관심을 둔다. 최근에 알게 됐는데, 현대의 사진 용지는 더 이상 감광 처리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사진 용지에 포함된 은염이 적어진 것이다. 일부 기술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지만, 일시적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이는 어느 정도 유행의 문제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고전적인 기법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장인적인 인화 기법과 특정 기술들은 유지될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한 가문이 개발한 비밀스러운 화학 기술로 제작된 인화 기법이 있다. 그 기술은 오직 그 가문만 알고 있으며, 사진작가들은 그곳에서 인화하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한다. 옛 기술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누군가에 의해 습득되고 있으며, 그것에 충실한 사진작가들이 있다. 반면, 기술 발전과 함께하는 작가들도 있다. 각각의 작가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전통과 현대 기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기도 한다.

이 같은 질문을 하는 이유는 한국에 사진 복원가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술을 지키려는 공식적인 움직임들이 부족하다고 여겨져서다. 한편,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아날로그 필름은 새로운 매체로 인식돼 과거의 기술들을 습득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잔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는 아날로그 사진의 전통 기법을 배우기 위한 워크숍이 많다. 수요가 있다면 더 많아질 거다. 이런 방식은 다시 유행할 거라고 본다. 아마도 프랑스는 사진이 태어난 곳이고 사진에 관한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긴 역사는 많은 작가로 하여금 사진을 장인 정신으로 다루는 데 집중하게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습득한 기술을 토대로 더 친환경적인 인화 기술을 개발하기도 한다. 온라인이 발달해 접근성이 좋아졌다. 그래서 세상에 다양한 기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복원에 관한 질문이다. 컬러 사진은 시간이 지나면 색이 변하기 마련이다. 특히 작가가 작고한다면 속수무책으로 사진은 전시되지 못하고 수장고에만 박혀 있게 된다. 만약 사진을 소장했을 때 변색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작가에게 인화물을 다시 제작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는 것이 실질적 해법이다. 작가들에게 네거티브 파일을 요청해서 필요할 때마다 인화물을 다시 만들 수 있다. 어떤 작가들은 기꺼이 네거티브를 주면서 언제든지 인화물을 다시 만들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작가들은 호의적이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가들에게 현 문제를 설명해야 한다. 오늘날 많은 사진이 서랍이나 아카이브실에 남아 전시되지 않고 있다. 사진이 빛에 드러나면 색이 변해 원래의 색을 잃게 된다. 이는 작가들에게도 큰 문제다. 작가의 작품이 제대로 전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들은 뮤지엄에 본인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필요할 때 인화물을 다시 만들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진 전문가가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돌아왔다. 프랑스 사진 담론은 동시대 한국 사진 신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프랑스 사진계에는 어떤 담론이 대두되고 있나?
프랑스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잘 팔리지 않거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기 없는 분야였다. 이들은 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해왔고 장기간 보도를 위해 적합한 방식으로 여겨졌다. 그 결과, 지금 많은 사람이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프랑스는 심미적인 목적으로 예술을 행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추세다. 사진이 단지 아름다운 대상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며, 왜 그러한 사진이 만들어졌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프랑스에서는 사진 다큐멘터리가 중시되고 있다. 이에, 젠더에 관한 다양한 이슈와 식민주의에 대한 재고, 역사적 책임감도 거론된다. 식민주의 역사를 딛고 나온 작가들과 이민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종합적인 대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시대에도 사진이 유효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사진이란 결국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세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는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우리가 실재하는 것에 대해 알 기회가 오히려 더 적어질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사진의 문제와 연결되는 점이다. 사진의 표현 문제는 언제나 현실의 재현 문제와 연결돼 있다. 여전히 프랑스에서는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순간을 포착하고 기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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