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6th Shanghai International
Artwork Trade Week

상하이 아트위크 2024
World Report

2024 West Bund Art & Design
제공 :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

상하이 아트위크 2024
변선민 문화예술기획자

지난 11월 7일 상하이 아트위크가 개막했다. 제6회 상하이 국제 예술품 거래 주간(The 6th Shanghai International Artwork Trade Week)이라는 공식 타이틀 아래 중국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 상하이의 예술특구인 웨스트번드 지역을 중심으로 상하이 전역에서 100여 개의 아트 관련 이벤트들이 개최되었고, 이를 위해 중국 본토와 홍콩은 물론 전 세계에서 컬렉터와 미술계 주요 인사들, 관계자들이 상하이를 찾았다.

팬데믹 이후 두 번째 열리는 상하이 아트위크를 앞두고 중국 미술시장의 향방을 점치는 다양한 기사와 분석들이 발표되었다. 지난 4월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회사 UBS가 공동 발간한 「2024 아트 마켓 보고서(Art Basel & UBS Art Market Report )」는 “중국의 컬렉터들이 지난해에 이어 2024년에도 글로벌 미술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했고, ‘3월 홍콩, 11월 상하이’라는 말이 통용되던 아시아 현대미술 제2의 허브 역할을 글로벌 아트 신에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서울에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중국의 경기침체와 맞물린 상하이 아트 신의 쇠락을 염려하는 기사들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국 정부의 초강력 봉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상하이는 기나긴 침체기에서 벗어나 지난해 상하이 아트위크를 재개했다. 웨스트번드 아트 & 디자인 페어(West Bund Art & Design Fair)와 아트021(ART021 )이라는 두 개의 대형 페어가 그간의 시간을 만회하듯, 포스트 코로나 소비에 힘입어 호조세를 보이며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냈고, 같은 시기 열린 상하이 비엔날레 역시 아티스트이자 전시기획자인 안톤 비도클의 탄탄한 큐레이션으로 호평을 받으며, 명실상부 중국 대륙 최고의 컨템포러리 아트 신의 중심이라는 상하이의 위상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깊어진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과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불황에 따른 중국 내 대형 사립미술관들의 잇따른 폐관, 지방정부의 부채 증가 및 중국의 내수 소비시장 침체 등의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확산하면서, 이번 상하이 아트위크의 성패로 중국 미술시장을 가늠해 보고자 하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상하이 아트위크의 중심 역할을 하는 두 개의 페어를 통해 상하이 아트위크의 분위기를 조망해 보고자 한다.

상하이 미술공간 오르빗에서 진행한 궤도의 궤도(The Orbit’s Orbit) 전시 퍼포먼스 전경 ©XELEVATION

웨스트번드 아트 & 디자인 (West Bund Art & Design)
2014년 설립되어 올해 11회를 맞은 웨스트번드 아트 & 디자인은 지난 11월 7일 VIP 오프닝을 시작으로 4일간 역대 가장 큰 규모와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개최되었다. 중국 정부의 주도하에 예술특구로 조성된 웨스트번드 지역의 오래된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한 웨스트번드 아트 센터를 중심으로 황푸 강변을 따라 약 5km에 걸쳐 5개의 전시 공간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웨스트번드 아트 센터의 두 개 홀에서 24개국 54개의 도시에서 온 122개의 갤러리가 페어에 참여했고, 웨스트번드 돔에서는 디자인 전시와 루이비통이 함께한 토크 프로그램이, 영국의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디자인한 새로운 전시 공간 올빗(The Orbit)에서는 밀라노 가구 박람회(Salone del Mobile Milano)의 퍼포먼스 전시가, 100여 년 전에 지어진 시멘트 공장을 개조한 게이트 M 드림센터(GATE M Dream Center)에서는 아티스트 40여 명이 참여한 기획전이 진행되어, 총 3만 제곱미터 면적에서 4,500여 점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2023년에 비해 20% 가량 확대된 규모로, 전시된 작품들의 가치 역시 작년보다 150% 높아져 약 3000억 원에 달했다. 글로벌 주요 갤러리들을 초청해서 부티크 형식의 아트페어로 시작한 첫 회부터 오늘날까지 11회 연속으로 참가한 하우저 앤 워스, 오타 파인 아트(Ota Fine Arts ), 페이스 갤러리, 샹아트 갤러리(ShanghART Gallery ), 화이트 큐브 등이 올해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에스더 쉬퍼, 가고시안, 리만 머핀, 세이디 콜스 HQ(Sadie Coles HQ )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중국시장에서 존재감을 이어갔다. 알민 레쉬(Almine Rech), 갤러리 조슬린 울프(Galerie Jocelyn Wolff), 타데우스 로팍, 페로탕 등의 갤러리들은 페어 참여뿐 아니라 중국과 프랑스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상하이 곳곳에서 진행된 특별전 《Shanghai Art Week : France is in!》과 연계하여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였고, 한국에서는 아라리오갤러리, 지갤러리, 아뜰리에 아키가 페어에 참여했다. 주최 측은 매년 참여 갤러리뿐 아니라 관람객의 숫자 역시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라 말했다. 첫날 VIP 오프닝에 많은 사람이 몰렸고, 이날 집계된 주요 갤러리의 세일즈 리포트를 통해 대부분의 갤러리가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었다고 귀뜸했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을 메인으로 내건 화이트 큐브 갤러리는 “중국 대륙에서 가장 중요한 컨템포러리 아트 마켓”이라는 갤러리 관계자의 말처럼 오픈 첫날 중국인 컬렉터에게 한국 작가 이우환의 1988 모노크롬 페인팅과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을 각각 약 14억 원( 100만 달러 )과 1억 원(6만 파운드 )에 판매했다. 하우저 & 워스는 필립 거스통의〈Untitled (Red and Black Book )〉( 1969 )을 약 14억 원( 100만 달러 )에, 안젤 오테로(Angel Otero )의 〈Red Mangrove〉(2024 )를 약 4억 원(28만 5천 달러 )에 판매하는 성과를 냈다. 베이징을 거점으로 잉크를 사용하는 작가들을 선보이는 잉크 스튜디오(INK Studio )는 빙위(Bing Yi )의 작품을 약 2억 원( 107만 위안 )에 미국의 컬렉터에게 판매했다. 이 외에도 린 채드윅(Lynn Chadwick ), 다이도 모리야마(Daido Moriyama ), 앤터니 곰리, 미노루 노마타(Minoru Nomata ), 쉬빙(Xu Bing ), 요시토모 나라, 자오양(Zhao Yang ) 등의 작품이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고, 참여 갤러리 대부분의 판매 실적이 매우 좋아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인 페어였다는 평가를 했다.

ART021 2024 개막 첫날 모습

ART021
상하이 아트위크의 또 하나의 중요한 페어 아트021(ART021 )이 상하이 전시 센터(Shanghai Exhibition Center)에서 열렸다. 웨스트번드 아트 & 디자인보다 한 해 먼저 개막하여 올해 12회를 맞은 아트021은 상하이 컨템포러리 아트 신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축으로 국제적인 대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보다 대중적이고 신선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미술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인기 있는 행사다. VIP 프리뷰가 있던 7일, 문이 열리는 오후 1시가 되기도 전에 전시장 밖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4일간 6만여 명의 인파가 방문해 중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염려에도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기사들이 나오게 했다.

20개국 43개 도시에서 131개의 갤러리와 예술기관들이 참여했고, 이중 절반 이상이 중국 외의 국가에서 참여했다. 올해 처음 참여한 갤러리의 비중도 30%에 달해, 중국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뤽 튀망(Luc Tuymans ) 작품을 28억 원(2백만 달러 )에 판매하는 성과를 냈지만, 대부분의 갤러리들은 1400만 원( 1만 달러 )에서 2억8000천만 원(20만 달러 ) 사이의 비교적 가격대가 높지 않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지난해보다 작가층이 눈에 띄게 젊어지고 다양해진 이유는 이 페어의 창립자인 데이비드 차우(David Chau )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올해 초 홍콩 에디션을 진행하며 멕시코,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의 아티스트들을 조명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상하이 에디션을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영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기획전 섹션을 만든 것이다. 두바이의 라우리 샤비비(Lawrie Shabibi )를 포함해 6개의 아시아 갤러리를 초청, 전시장의 전면 중앙부에 배치하여 차별된 기획을 꾀했다.

ART021 2024에 참여한 오페라 갤러리 제공 : 2024 아트021

행사 관계자는 “이번 아트021의 성공이 상하이의 미술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는 증거”라고 자평하며, 새로운 갤러리들의 참여 열기와 작품을 사려는 컬렉터들로 붐비는 현장을 그 근거로 들었다. 중국에 현대미술을 처음으로 선보였던 샹아트 갤러리는 유유한(Yu Youhan )의 작품을 9억8000만 원(70만 달러 )이 넘는 가격에 판매했으며 갤러리의 대표 로렌즈 헬블링(Lorenz Helbling )은 “작년보다 훨씬 긍정적인 현장 분위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시작된 하이브 센터 포 컨템포러리 아트(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는 이 페어에 12년 연속으로 참가하고 있다. 올해 가장 큰 규모의 부스로 참여하면서 유망한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선보였는데, ‘아직 아트 마켓이 조정기의 험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작품이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알민 레쉬 갤러리는 톰 베셀만(Tom Wesselmann )의 작품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탕 컨템포러리는 렁광민(Leng Guangmin )의 2024년 작품을 약 8억8000만 원(63만 달러 )에, 갤러리 샹탈 크루제(Galerie Chantal Crousel )와 이시 우드(Issy Wood )의 솔로 부스를 진행한 카를로스 이시카와 (Carlos Ishikawa ) 역시 이번 페어의 성과가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두 개의 페어를 통틀어 250여 개의 갤러리가 이번 상하이 아트위크에 참여했다. 샹아트 갤러리, 알민 레시를 비롯해서 상당수의 메이저 갤러리가 두 개의 페어에 동시에 참여하며 양쪽 페어의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는 듯 보였다. 웨스트번드에서는 마스터 혹은 블루칩의 굵직한 작품들 위주로 선보였지만 아트021에서는 보다 수집가치가 있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작품들로 부스를 구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차이나 데일리를 비롯한 여러 매체는 2023년의 상하이 아트위크의 성공, 그 이후의 중국 미술시장에 대해서 물음표를 남겼었다. 몇 주 전 발표된 「아트 바젤과 UBS의 컬렉터 리포트」는 글로벌 미술시장의 약세에도 중국의 컬렉터들이 타지역에 비해 두 배 이상의 금액을 컬렉팅에 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고, 최근 발표된 중국의 10월 소비지수는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여 중국 정부의 경제 부양책이 조금씩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거치면서 이상 과열된 듯 보였던 미술품 수집 열풍은 다양한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새로운 컬렉터들을 대거 시장을 끌어들였지만, 지금은 이들이 컬렉션의 방향을 고민하며 자기만의 개성을 만들어가는, 침체가 아닌 새로운 표준을 향해 가는 과도기적 시기일 수 있다. 모두를 궁금하게 했던 이번 상하이 아트위크는 아직 식지 않은 현대미술에 대한 시장의 열기와 숫자로 증명된 가시적인 성과로 중국 현대미술 시장에 당분간 초록 불을 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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