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산방 SuRyuSanBang
옛 것에 뿌리박은
새로움을 길어 내는
The Interview

박상일 방장
박상일은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출판계에 입문한 후, 독창적인 편집 방식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박가서.장을 설립했다. 1999년부터 디자인하우스에서 디렉터로 활동했고, 2003년 수류산방을 설립했다. 2009년 ‘지금, 한국의 북 디자이너 41인’에 선정되었으며, 2011년부터 문학동네 시인선 230여 권을 디자인하고 있다. 2011년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2015년 파주 북 어워드 출판 미술상을 수상했다.
심세중 대표
심세중은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거쳐 성균관대에서 건축 도시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7년부터 보고서\보고서와 디자인에서 에디터로 활동했으며, 2003년 수류산방 설립에 합류했다. 2019년 문화재위원으로 임명되었고, 2020년부터 성균관대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3년 한국의편집자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삶과 예술은 경쟁하지 않는다』와 『건축과 풍화』가 있다.
옛 것에 뿌리박은 새로움을 길어 내는
강재영 기자
고집쟁이 출판사, 언저리 출판사, 출판사가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출판사 등등… 수류산방을 수식하는 표현은 여럿이지만, 그 어떤 수식도 이곳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수류산방에게 책은 공간이다. 지난 20여 년간 책의 본질과 책이라는 경험의 질을 고민하며, 함께 만드는 일을 쉬지 않고 이어왔다. 이들은 큐레이터 김종길과 협업 속에 10여 년의 시간을 거쳐 작년 11월 『두렁, 앞뒤』을 펴냈다. 온전한 앎을 향한 집요함과 치밀함은 모든 현실적 제약을 뛰어넘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살아 있는 미술’을 담아냈다. 지금 우리의 미술과 노동을 겹쳐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책을 엮어낸 이들을 만나 이들이 하는 일, 그리고 새 책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류산방의 시작에 대하여
수류산방이 시작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박상일 수류산방이 시작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애초에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출발한 건 아니었고, 그동안 해 왔던 일들이 쌓이면서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있던 책을 만드는 방식, 편집의 방식, 그리고 책과 다른 여러 분야와의 연계를 고민하다 보니 ‘이런 방식으로 일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수류산방이 된 겁니다.
심세중 관행적인 단행본의 편집 방식이나 글쓰기 방식에 대한 회의가 있었죠.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요. 자연스럽게 작업 공간이 필요해졌고, 편집과 출판을 나름대로 실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했죠. 기존 출판사들이 번역서 중심의 출판에 집중하는 반면, 우리는 아카이브 형식의 출판을 더 많이 하게 된 것도 그 흐름의 연장선입니다.
박상일 수류산방이 번역서보다 아카이브 성격의 책을 더 많이 만들게 된 것은, 기존의 출판물이 다루지 않는 빈틈을 메우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번역서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결국 다른 언어로 존재하는 지식을 가져오는 과정일 수 있을 텐데, 정작 우리 주변에는 기록되지 않아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식들이 많거든요.
심세중 예를 들어, 미술사에서 특정 작가나 작품은 굉장히 깊이 연구되지만, 어떤 주제들은 아예 연구조차 되지 않아요. 그런데 그런 빈틈을 메우는 작업은 잘 평가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죠. 우리는 어쩌다 보니 그런 연구되지 않은 영역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정리해서 남기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류산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박상일 곧잘 ‘언저리의 미학’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사람들이 우선 주목하는 것은 중심에 있는 것들이지만, 사실 그 중심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언저리가 있기 때문이거든요. 미술계도 마찬가지죠. 조명을 받는 유명한 작가들이 있지만, 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기획자나, 편집자, 공간 운영자들도 있습니다. 가만 살펴 보면 하나의 장은 그런 언저리들이 지탱하고 있고요.
심세중 우리는 작가주의적인 태도보다는 협업과 노동의 가치를 중시합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예요. 한 작업 전체의 시각적 일관성이 기획의 방향성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우선입니다. 기획과 디자인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이죠. 수류산방의 책들은 언뜻 눈을 사로잡는 표면적인 ‘개성’을 강조하는 대신, 다양한 사람들이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수류산방의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나요?
심세중 대개는 사람들이 우리 책을 보고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저희가 기획을 해서 저자를 찾아가는 경우보다는, 우리가 만든 책을 보고 ‘이런 방식으로 내 책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찾아오는 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박상일 기존 미술 출판 시장에서 해 보지 않은 기획을 시도하니까 그것을 보고 ‘아,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하고 문의가 오는 식이죠.
2월 13일 수류산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강재영 기자(사진 왼쪽)와
심세중 대표(사진 가운데), 박상일 방장(사진 오른쪽)
사진: 김만나 제공: 수류산방
수류산방의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주석
수류산방이 내는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형식이 있다면 주석을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본문을 읽기 위한 보조수단이라기보단, 마치 방대한 지식사전을 방불케 하는 이러한 편집 방식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박상일 주석을 다루는 방식도 우리가 책을 만들면서 계속 실험해 온 결과예요. 보통 주석은 각주로 본문 아래에 배치되거나, 미주로 책 뒤에 덧붙는데, 우리는 그것이 독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본문을 읽는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도 주석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훈민정음 언해본을 보면, 본문을 큰 글자로 쓰고 그 아래에 작은 글씨의 한글 해석을 달아놨잖아요. 논어, 맹자 같은 고전도 마찬가지죠. 핵심 본문이 있고, 그 주변에 후대 학자들이 주석을 달면서 텍스트가 계속 확장되는 방식으로 동양의 고전들은 출판되었거든요. 지금의 책 만들기에서 이러한 읽는 방식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해 온 결과 중 하나가 본문 속 주석입니다. 본문과 주석이 따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읽히도록 만든 거죠.
수류산방은 국립극단에서 진행한 모든 공연의 포스터와 팜플렛을 수록하고,
여기 실린 글자를 읽을 수 있도록 주석으로 살려 넣었다
주석을 본문과 결합하면 디자인적으로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조정하나요?
심세중 보통 출판에서는 원고를 먼저 만들고 디자인을 마지막 단계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편집과 디자인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작업합니다. 본문과 주석도 얽혀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각각의 배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주석을 작성할 때부터 고려합니다. 디자이너가 판면을 구성할 때 “여기가 시각적으로 비어 보이니까 몇 줄 카피를 써서 채우자”는 식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주어진 재료의 필연성을 다 설명하고 담는 데서 출발합니다. 글과 사진, 주석과 도판이 모두 할 말을 다 하면서도 하나의 흐름 속에서 배치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요.
박상일 본문 못지 않게 주석이 더 중요한 재미 있는 원고들도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주석이 단순한 부가적 요소가 아니라, 본문의 연장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거지요.
수류산방의 주석 방식이 일반적인 방식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심세중 요즘 사람들은 정보를 검색해서 빠르게 얻으려고 해요. 검색하면 바로 정답이 나오고, 다른 길로 새지 않죠. 그런데 책으로 된 사전을 찾다가 다른 단어에 눈이 가고, 엉뚱한 낱말들을 계속해서 찾아 가는 경험 있죠? 그런 탐색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책의 경험을 생각해요. 독자가 책 속에서 여러 길을 풍부하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박상일 주석을 독자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장치로 활용하는 거죠. 새로운 개념을 접하거나,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새로운 맥락을 발견할 수도 있고요. 종이책에서 더 가능한 경험이에요.
실제 작업한 책 중에서 주석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례가 있다면?
심세중 『예술사 구술 총서』 프로젝트는 수류산방 주석 만들기의 대표로 꼽힐 텐데, 그중 소설가 박완서 편이 있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삶을 소설의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구술과 작품이 거의 겹쳐요. 문자 언어와 구술 언어의 겹침과 차이를 보려고 했습니다. “세상이 나아지는 것 같다”는 구술이 보통 사람의 말이라면 액면 그대로일 수 있지만,
박완서 선생님이 그 표현을 작품 속에서 집필한 맥락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 주석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대목에서도 주석이 발생합니다. 그를 위해서 박완서의 전작을 1년 내내 다 읽었어요. 박완서 선생님이 6.25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주석은 단순히 “6.25전쟁이란 한국전쟁을 의미한다”는 설명으로 끝날 수 없거든요. 대신, 박완서가 전쟁을 다룬 다른 소설이나 에세이에서 이 사건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함께 주석으로 달았죠.
박상일 『예술사 구술 총서』에서는 그 주석 자체가 시각적 덩어리로 편집 디자인의 요소가 되기 때문에, 결국 한 예술가의 삶과 예술 세계가 씨줄과 날줄로 엮이는 일종의 ‘예술 사전’에 이르게 되었죠. 주석 자체가 또 하나의 책에 가까울 정도로 방대해져서 작업 과정에서는 무척 애를 먹었어요.
주석을 편집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심세중 엄청난 팩트 체크와 리서치 작업. 예를 들어, 한 작가가 인터뷰에서 “나는 그때 유치진 선생을 만났어”라고 말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때 우리는 단순히 “유치진: 한국의 극작가, 1905~1974”라고만 주석을 다는 것이 아니라, 이 작가가 유치진을 만난 시기가 언제인지, 그 당시 유치진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었는지, 그 두 사람의 관계가 기존 연구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등을 구술의 맥락에 맞춰서 살피고 주석을 작성합니다. 기존의 논문이나 데이터를 대조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박상일 같은 역사적 사건을 두 사람이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도 많아요. 한 사람은 “그때 그 전시가 정말 좋았지”라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전시는 정말 엉망이었어”라고 하는 식이에요. 이런 경우 우리는 두 가지 입장을 모두 의식하고 추적합니다.
주석 편집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철학적인 태도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박상일 책을 읽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이에요. 보통의 책에서는 본문이 주가 되고, 주석은 부가적인 설명 역할을 하지만, 우리는 그 경계를 허물어 보려고 하는 거죠. 이미지 안에서 주가 되는 작품과 주변 공간의 관계, 글과 도판 원고의 관계도 마찬가지이고, 확장하면 공간 속에서 전시와 전시를 담은 도록의 관계도 새롭게 설정해 보려고 해 왔습니다.
심세중 그래서 우리가 만드는 책을 보면, 모든 페이지의 주석 형태가 규칙 안에서 조금씩 바뀌면서 어떤 페이지에서는 본문이 중심이 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주석이 중심이 되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본문과 주석이 대등한 관계를 이루기도 해요. 이렇게 책 속에서 다양한 리듬을 만들어가면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예요.
두렁 앞, 뒤
두렁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상일 단순한 책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을 기록하고 아카이빙하는 작업에서 출발하는 프로젝트들이 있지요. 수류산방의 책들이 대체로 아카이브 성격이 강한데, 두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카이브라고 디지털 등 기록을 생산한다 해도 그것이 책이란 형식으로 묶이지 않으면 개별적인 기억과 자료들이 하나의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느낍니다. 수류산방은 그것을 편집 과정을 거치면서 정리하고 체계를 만들어서 책의 펼침면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작업들은 원래 국가나 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아카이빙이 그 지점까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두렁도 그 중 하나였고요. 그런데 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공동 창작의 과정이고, 그 안에서 여러 사람의 노동이 집약됩니다. 문학 평론가 김인환 선생님의 글 중에, ‘진정한 의미에서 모든 노동은 반드시 공동 노동’이라는 말씀을 수류산방이 품어 왔어요. 저희가 두렁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같은 원칙이었는데, 이 책을 마치고 보니 두렁이 바로 그 태도였더라고요.
심세중 처음에는 녹취된 대화록이 너무 난해해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싶었어요. 그분들의 집담은 2014년에 이루어졌지만, 2017년에야 본격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했어요. 당시 김종길 큐레이터가 혼자서 이 기록들을 정리하려고 시도하다가 도저히 못하겠다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구술 정리를 위해 투입된 연구자도 중도 포기할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산발적인 대화로 이루어진 자료들을 일정한 질문지 형식으로 정리해서, “처음에 학교를 어떻게 다녔는지, 두렁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몇 년을 했는지, 이후 어떤 길을 갔는지”와 같은 서사를 구성하기로 했어요. 대화의 흐름이 끊어지는 것은 아쉽지만, 각 작가별로 전달해야 할 내용 위주로 재구성한 것인데, 이제 와서 보면 아까운 대목도 있습니다.
그래도 김종길 선생 덕분에 두렁을 알게 되었고 이 긴 공부를 하게 된 것을 감사드려요. 저희는 매번 만나는 분들에게 선재동자처럼 배움을 얻습니다. 만남을 통해서 세계가 확장되어 왔어요.
『두렁, 앞뒤: 한국 민중 미술사의 재구성』(수류산방, 2024)
두렁의 미학을 이해하다
박상일 우리가 발견한 것은 30년 전 미술 동인 두렁의 과정 자체가 공동의 노력과 희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옛날 사찰이나 탑을 세울 때 특정한 아티스트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모아 작업을 했잖아요. 누구의 이름이 남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노력과 시간이 그곳에 스며들어 있듯이, 두렁의 작업도 그런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세중 두렁의 작가들은 ‘더 못 그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이를 실제로 삶 전체에서 실천했어요. 홍대 미대를 나왔지만 삶 속에서 그림의 필연성과 기법을 새로 발견하고 배우려는 태도였죠, 현대미술에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예술은 쉽게 평가받기 어려운데, 두렁의 인물들은 대부분 애써 작가의 선택을 보류하고 자기 삶을 이어갔습니다. 우리는 수류산방의 편집과 주석의 방법을 이 프로젝트에서도 발전시켜서 단순한 구술집이 아니라, 일종의 지도를 만들듯 관계된 요소를 종합하고 엮어 드러내려 했습니다. 인터뷰 모음을 넘어서 인물 간의 연결 관계, 미술적 맥락, 역사적 흐름 등을 엮어내도록 책의 구조를 잡았어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나열하면서도 두렁 공동체 전체를 사회적 예술적 현실 속에서 재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두렁 프로젝트의 책이 가진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심세중 두렁 프로젝트는 작가나 운동으로서 실패한 자들의 이야기예요. 보통 예술가 열전은 성공한 작가나 유명한 작품을 다루잖아요. 두렁의 동인들은 현대 작가의 생존법을 거부합니다. 저희는 구술을 정리하고 편집하는 작업을 하면서 두렁을 미술 운동으로 한정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상일 한때 중요해 보였던 작가가 지금은 완전히 잊히기도 하고,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채 사라진 사람들도 있어요. 두렁은 단순히 ‘잊힌 작가를 다시 조명하자’는 게 아니라, 미술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담겨 있습니다.
심세중 『두렁, 앞뒤』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리고 노동에서 실현되는 예술에 대한 이야기였고요. 예술로서보다 노동으로서 한 작업 한 작업을 해 온 수류산방에게 두렁은 그 존재로 위대한 치유가 되었어요.
수류산방 지하 1층에 위치한 바쿠스 라이브러리에서는 두렁과 관련한 작은 전시와 함께
수류산방의 작업을 만끽할 수 있다 제공: 수류산방
수류산방의 앞으로 계획은 어떤 걸까요?
심세중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수류산방도 경제적으로 정말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어요.
박상일 우리의 방식과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류산방은 출판사이기만 했던 적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다가오는 사람과 작업들의 이야기를 더 잘 끌어내 드리려 했어요. 조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책과 여러 작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죠. 그 형식이 책이 아닐 수도 있고, 전시나 영상도 저희에게는 책의 다른 형태일 수 있어요. 지금의 수류산방 지하와 1층으로 이어진 ‘바쿠스 라이브러리(Bacchus Library)’는 그러한 접점 찾기의 일환입니다.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