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부속동 개관, 첫 상설전 공개

《대구 근대회화의 흐름》
1.4~2028.2.29

황수진 기자

Sight & Issue

서병오〈화훼괴석 10폭 병풍〉종이에 먹 134×33.5cm (×10) 1927

부속동 개관, 10년 만에 시민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대구미술관이 1월 14일 부속동을 개관하며, 통합된 미술관으로서의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부속동은 대구미술관 개관 당시 함께 건립되었으나, 지난 10년간 예식장 등으로 활용되며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던 공간이었다. 2022년 대구시는 부속동을 확보한 뒤, 2023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 2025년 1월 개관에 이르렀다. 연면적 4,461㎡ 규모의 부속동은 본동과 연결되며, 보이는 수장고, 6전시실, 교육실 등을 포함해 전시 및 교육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이로써 대구미술관은 기존의 전시 공간을 확장하는 동시에,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운영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부속동 2층 6전시실에서는 신소장품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소장품 하이라이트전》이 열린다. 이 전시는 매년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신소장품과 기존 소장품을 함께 선보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전시 중인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는 참여 작가 중 한 명인 미야지마 타츠오의 작품세계에서 핵심 개념을 차용했다. ‘변화’와 ‘연결’을 주제로 삼아, 미술관 또한 변화하고 연결되며 확장되는 공간임을 강조하고자 했다.

같은 층에 마련된 ‘보이는 수장고’는 지하 1·2수장고와 달리 개방형으로 운영된다. 약 100평 규모의 공간에서 작품을 보관하면서도 전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현재 55점의 조각 작품과 4점의 공예 작품이 보관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전시 작품으로 미스터의 〈스트로베리 보이스〉(2007), 키키 스미스의 〈메두사〉(2003), 최정화의 연금술〉(2013),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2014) 등이 포함된다. 보이는 수장고는 소장품을 보관하는 ‘격납부’와 전시하는 ‘전시부’로 구분되며, 작품들은 두 공간을 오가며 유연하게 교체될 예정이다.

부속동 1층은 전면 개편하여 교육 공간으로 재구성되었다. 두 개의 교육실이 마련되었으며, 하나는 강연 중심의 공간으로 최다 70명을 수용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체험형 공간으로 어린이부터 가족,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강연실과 체험 공간은 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되며, 앞으로도 다양한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확장될 예정이다. 권미옥 학예연구실장은 “상설전이 구축되면서 미술관이 보다 풍부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으며, 교육 프로그램과의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본동에서 부속동 2층으로 이어지는 연결통로
왼쪽 유리창에 미야지마 타츠오의 작품.
〈변화하는 풍경 변화하는 대구미술관〉2024

소장품 하이라이트로 채워진 부속동 2층 6전시실.
《계속 변화한다, 모든 것은 연결된다. 영원히 계속된다》
대구미술관 전시 전경 2025 제공: 대구미술관

대구미술관 첫 상설전 《대구 근대회화의 흐름》
대구미술관은 부속동 개관과 함께 첫 상설전 《대구 근대회화의 흐름》을 선보인다.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의 주요 중심지 중 하나로, 이번 전시는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대구 화단의 흐름을 조망하며 주요 소장품 7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4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근대 이행기의 대구 화단을 다루며, 수묵 서화에서 투명 수채화로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 한다. 근대 서화계의 거목 석재 서병오와 대구 수채화의 선구자 서동진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2장에서는 1930~1940년대 일제강점기, 서양화 도입과 함께 아카데미즘이 정착하는 과정을 조선미술전람회와 향토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특히 작품을 풍경화, 정물화, 인물화, 나체화 네 가지 범주로 구분해 소개한 점이 특징적이다. 대표 작품으로 이인성의 〈사과나무〉(1942)가 포함되었다. 3장은 194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 해방과 6·25전쟁을 거치며 대구로 유입된 작가들과 지역 간 화풍 교류를 조명한다. 대표 작품으로 김우조의 〈50년대 회상〉(1968)이 있으며, 전쟁기 월남해 대구에 정착한 신석필, 전선택, 권옥연, 서창환의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4장은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전쟁 이후 등장한 앵포르멜과 초현실주의 등 탈자연주의적 경향을 조망한다. 당시 대구 화단에서 활동한 정점식, 장석수, 이영륭 등의 작품을 통해 대구 근대미술의 변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권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상설전은 지난 10년간 축적된 대구 근대미술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설전의 특성을 반영해 작품 해제와 작가의 생애, 특징이 상세히 서술된 안내판을 배치했으며, 서화 작품의 경우 한자 발제를 통한 해설을 추가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최근 들어 미술관들은 소장품 연구를 기반으로 상설전 구축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이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상설전을 부활시키며 기대를 모으는 것도 같은 흐름에서다. 상설전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운영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다. 소장품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전시에 반영하는 과정은 미술관이 보유한 컬렉션의 공백을 점검하고, 장기적인 수집 방향을 설정하는 기회가 된다. 미술관은 기획 전시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연구와 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대구미술관의 첫 상설전 마련은 미술관의 구조와 본연의 기능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속동 2층에 신설된 ‘보이는 수장고’

부속동 1층 교육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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