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
국립아시아문화전당 (National Asia Culture Center)의 10년

심지언 편집장
Sight & Issue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개관 10주년 맞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 문화를 주제로 하는 복합예술기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으로 개관하여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ACC는 아시아 문화의 교류·교육·연구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아시아 문화예술의 교류와 창조, 확산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안고 출발했다. 융복합적인 창·제작과 연구를 강조하는 ACC는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민주평화교류원과 야외문화공간의 6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도서관, 전시관과 같은 전통적 명명이 아닌 활동 중심으로 각 공간에 정체성을 부여했다. 그렇기에 아카이브와 도서관, 연구소, 인력양성의 역할을 수행하는 정보원과 기계조형·복합·미디어· 창제작 스튜디오와 기술 지원, 블랙박스 형식의 복합전시 공간을 갖춘 창조원은 기존 기관들과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지향해왔다.

ACC가 현재와 같은 통합전당의 형세를 갖추기까지 많은 변화와 혼란의 시간을 지나왔다.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광주문화수도 육성’ 공약을 바탕으로 설립된 국가기관인 ACC는 2004년 3월 문화중심 도시조성추진기획단 및 위원회 발족, 2006년 9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 후 2011년 이영철 전시예술 감독(이후 아시아 문화개발원 초대 원장)과 김성희 공연예술 감독을 위촉했고, 2015년 국립 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이 설립되었다. 2021년 전당 직제 개편과 아시아문화전당재단을 설립했으나, 2022년 사업과 조직을 대폭 개선하여 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의 기능을 통합한 통합전당으로 출범했다. 1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이영철 감독의 위촉 해지, 조직의 통폐합 이슈 등으로 안정화까지의 과정은 소란스럽고 지난했으며, 미술계에서는 김선정(정보원), 김성원(창조원) 감독과 무수한 실무진이 ACC를 거쳐 갔다.

《봄의 선언》 전시 사전 국제심포지엄(2024년 10월 개최)

〈땅따먹기〉 《ACC 미래운동회》 출품작

10년의 성과:아시아 문화예술 & 디지털 기술의 융복합 콘텐츠 창·제작 플랫폼
ACC는 10년의 성과 중 누적 방문객 수 1,900만 명 달성을 첫 번째로 꼽았다. 2024년은 개관 이래 최초 한 해 방문객 수가 320만 명을 기록했는데, 전 세계 관람객 수 6위에 해당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2023년 연간 관람객 418만 명과 지역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2023년 관람객 25만 명에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결과이다. 이는 전문가뿐 아니라 다수의 시민이 방문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문턱 낮추기에 심혈을 기울인 ACC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융복합 콘텐츠 창·제작 기관으로서 ACC가 지난 9년간 직접 창·제작한 1,255건의 콘텐츠이다. 이는 ACC가 구축한 콘텐츠 총 1,910건의 66%에 해당하는 것으로, 문화예술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다양한 형태의 융복합 예술 연구와 새로운 콘텐츠의 창·제작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창·제작 스튜디오 및 융복합 연구개발 실험실(Lab) 등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문화콘텐츠 창작소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올해 처음 선보인 ‘ACC 미래상’은 혁신적인 미래가치와 가능성을 확장한 창조적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융·복합 예술분야 수상 제도로, 김아영이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게임엔진 기반의 컴퓨터 그래픽 영상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는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시기에 개최되어 수많은 해외 큐레이터와 미술전문가들이 전시장을 찾는 등 비엔날레 혜택을 톡톡히 보았으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같은 전문가의 호평과 함께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김아영은 현재 모리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MACHINE LOVE: Video Game, AI and Contemporary Art》에 참여하고, 독일의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2월)과 뉴욕현대미술관 PS1에서 개인전(11월)이 예정되어 있는 등 국제적인 활동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으니 미래상이 작가의 해외 프로모션에도 일조했다 할 수 있겠다.

‘문화예술 전문가 양성’은 창작 활동에 접목하거나 응용할 수 있는 신기술(매체) 활용 교육을 통해 예술가의 성장을 촉진하고 창작자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교육과정으로, 2016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외 인재 총 3,550여 명을 배출한 ACC의 대표 인력양성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아키비스트, 사운드 엔지니어, 전시 테크니션, 융복합문화기획자, 어린이 문화콘텐츠 기획자, 디지털 헤리티지 전문가 과정과 ‘언리얼 엔진 부트캠프: 실시간 Audio-Visual & Lighting 콘텐츠 제작 워크숍’, ‘미디어 창작자를 위한 사운드 A to Z’ 등 차별화되고 선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전국의 실무자들을 광주로 집결시키는 등 현장의 큰 호응을 받았다.

《ACC 미래운동회》, 《봄의 선언》 등 ACC의 주제 의식 담은 10주년 기념 프로그램
ACC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융복합 콘텐츠와 아시아를 조명하는 전시와 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 중 《ACC 미래운동회》는 일본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와 협력하여 미디어아트, 스포츠, 게임을 융합한 관객 참여형 전시로, 운동회라는 친숙한 방법론을 바탕으로 참여의 즐거움과 예술적 창의성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4월~6월). 또한 전당 설립 기조인 민주· 평화 정신의 현주소를 살피는 10주년 기념 전시 《봄의 선언》은 M+, ZKM 예술미디어센터와 협력하여 아시아 작가를 중심으로 광주에서 제작한 신작을 선보인다. 경제 불평등, 기후 위기를 오늘날의 민주주의 의제로 설정하고 인류세, 자본세 이론을 통해 그 면면을 점검하는 전시이다. 그 외 트로트와 아시아 대중음악이 표상하는 도시문화를 제시하는 《애호가 편지》(3월~8월), ACC 개관 대표 작가였던 사운드 비주얼 아티스트 료지 이케다의 개인전(7월~12월), 상호작용예술랩의 다년간 축적된 창·제작 연구개발 성과를 선보이는 《테크네의 춤》(12월~2026년 2월) 등 흥미로운 기획전으로 개관 10주년의 주요 성과를 펼쳐낼 예정이다.

 ACC 문화예술 전문가 교육과정 운영 전경

ACT 페스티벌 전경

다시, ‘ACC-다움’에 대한 고민 필요
ACC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아시아 문화예술의 교류와 연구’, 그리고 경계 없는 ‘융복합적 창·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아시아는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전반에서 급부상했으며, 융·복합적 콘텐츠는 어느 기관에서나 다루는 흔한 콘텐츠가 되었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문화예술 향유의 문턱을 낮추고, 실험적인 작품의 창·제작과 유통의 성과가 있으나, 창립 10주년을 맞아 ACC의 100년의 미래를 향한 정체성과 미션의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ACC가 출범하며 내세운 고유한 가치와 ACC에서만 볼 수 있었던 실험적인 콘텐츠가 아쉽다는 지적을 종종 듣게된다. 전시관, 공연장, 도서관이 아닌 창조원, 정보원, 창제작센터, 예술극장만이 선보여온, 그리고 더 새롭게 선보일 수 있는 미래지향적 융복합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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