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아트센터 “예술가들” 시리즈: 윌리엄 켄트리지
▶윌리엄 켄트리지 <시빌>
·5월 9일(금) 19:300, 5월 10일(토) 14:00/19:00
▶쇼스타코비치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
·5월 30일(금) 19:30
GS아트센터
<시빌> 공연 사진 ⓒStella Olivier
(재)GS문화재단(대표이사 박선희)은 GS그룹(회장 허태수)의 지원으로 2025년 4월 24일,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 위치한 공연장을 리모델링해 ‘GS아트센터’ 이름으로 개관한다.
GS아트센터는 ‘경계 없는 예술–경계 없는 관객’을 모토로, 여러 장르를 연결한 다층적, 입체적 예술 경험 제공을 통해 “경계 없는 관객”의 요람이 되고자 한다.
“예술가들”은 GS아트센터만의 큐레이팅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 기획공연 시리즈이다. 매년 장르 경계 없는 작품으로 예술 경험을 확장해 온 2~3인의 전방위 창작가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2025년 GS아트센터의 “예술가들” 시리즈는 장르 사이 경계를 지우는 대표 예술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각예술가/연출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와 스페인의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Marcos Morau)’ 작품을 소개한다.
Copy of Sibyl part 1 still
경계를 지우는 세기의 거장, 시각 예술가/연출가 ‘윌리엄 켄트리지’
오페라 <보체크> 캐나다 초연(토론토),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 개인 전시회 오픈(뉴욕), 음악극 <위대한 예, 위대한 아니오> 캘리포니아 초연(샌프란시스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쇼스타코비치 10> 영국 초연(런던), 핸드스프링 퍼핏 컴퍼니와 협업한 인형극 <아프리카의 파우스투스> 30년 만의 리바이벌 공연(케이프타운), 체임버 오페라 <시빌> 아시아 초연(타이페이). 지난 2개월 간, 윌리엄 켄트리지가 유럽과 북미, 아프리카, 아시아를 오가며 선보인 행보를 보면, 장르 경계를 뛰어넘는 넓은 예술 반경을 실감케 한다. 70세 나이에도 여전한 상상력으로 예술가와 관객 모두에게 존경받는 현존하는 세기의 거장. 켄트리지의 예술은 드로잉, 문학, 음악, 연극, 영상, 무용, 인형극 등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으며, 작품 이면에는 역사와 정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깊은 성찰이 담겨있다.
남아공 인권변호사의 아들로서의 성장 과정과 다양한 학문 배경은 켄트리지의 독창적 예술을 구현하는 토대
윌리엄 켄트리지는 다양한 장르를 흡수해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 양식을 선보이는 현존하는 최고의 전방위 예술가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출신으로 1950년대, 백인 우대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시행되던 시기, 인권변호사의 아들로 성장했으며, 백인 엘리트로서의 특권과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폭력 사이의 모순을 생생하게 경험하였다. 그러한 성장배경은 켄트리지 작품의 주제와 표현 방식에 깊이 녹아 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던 켄트리지는 화가가 되고자 예술학교에 입학해 목탄 드로잉과 판화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 소재 연극학교에서 극과 신체 움직임을 공부했고, 영화감독 일을 배우기도 했다. 이러한 학문적 배경과 성장 과정에서 겪은 역사적 현실은 켄트리지가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예술을 구축하는 기반이 되었다. 작품은 각 장르가 독립적으로 작업되는 전통적 작업 방식이 아닌 음악과 극, 시각적 이미지가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지는 완전히 새로운 작업 방식으로 한층 더 깊이를 더한다.
여러 매체 중 특히 ‘목탄’은 켄트리지 작업의 핵심 요소로 그의 작품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한 장의 종이 위에서 지우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는 드로잉 애니메이션 방식을 통해 역사와 기억, 사회와 개인을 모두 담아낸다.
“지워진 자국은 영화 속 시간을 짙게 만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데 들인 날들과 달들을 기록하는 역할도 합니다. 슬로우 모션으로 생각하는 기록이죠.” –윌리엄 켄트리지–
쇼스타코비치 오페라 ‘코’, 베르크의 ‘보체크’, ‘룰루’의 연출가
시각예술계에서 명성을 먼저 얻었지만 켄트리지는 미술가 중 보기 드문 오페라 연출가이기도 하다. 2005년, 메트로폴리탄에서 오페라 <마술피리>를 애니메이션, 설치, 영상, 퍼포먼스 기법을 결합한 총체예술작품의 형태로 연출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전통적 무대 공연의 형식을 해체, 재구성하여 올린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코>(2010)와 베르크의 <룰루>(2015), <보체크>(2017)를 통해 시각적, 개념적으로 새로운 오페라를 선보이며 스타 연출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켄트리지는 오페라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리브레토가 있는 오페라 형식을 차용하되 동시대 이야기와 자신만의 표현 방식이 담긴 독특한 음악극 시리즈를 선보인다. <시간의 거부(Refuse the Hour)>(2012), <시빌(Sibyl)>(2019), <위대한 예, 위대한 아니오(The Great Yes, the Great No)>(2024) 등이 그것이다. ‘체임버 오페라’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들 음악극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여러 사건들과 기억들이 만나고 해체되는 켄트리지 특유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전형적인 벨칸토 창법의 오페라에서 벗어나, 각 시대와 문화의 특징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다양한 시대적, 문화적 의미들을 발견하고 연결하도록 유도한다.
시빌 (5.9 -5.10)
<시빌> 공연 사진 ⓒStella Olivier
시, 음악, 연극, 무용, 영상이 한데 어우러져 영화처럼 펼쳐지는 작품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인간의 불확실한 삶에 대한 아름다운 은유
“그 순간은 흩어져 버렸다”와 “시빌을 기다리며”, 두 작품으로 구성된 <시빌>은 라이브 음악과 연극, 무용, 문학, 그리고 드로잉 애니메이션, 영상, 움직이는 조각 등 켄트리지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한데 결합된 대표작이다. 켄트리지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동시대 체임버 오페라, 새로운 음악극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1부: 그 순간은 흩어져 버렸다(The Moment Has Gone)
헛될 줄 알면서도 끈질기게 지속하는 광부의 노동과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연결
<시빌>의 전반부 ‘‘그 순간은 이미 흩어져 버렸다’’는 켄트리지가 제작한 22분 길이의 영상과,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카일 셰퍼드(Kyle Shepherd)의 연주, 그리고 남성 합창단의 아카펠라 공연이 함께하는 형태이다.
영상은 켄트리지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프로젝션을 위한 드로잉’의 11번째 작품인 <시티 딥(City Deep)>(2020)의 일부 장면과 켄트리지가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장면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켄트리지는 특유의 목탄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30년 넘게 이어진 아프리카 민간 광산 산업의 가혹한 현실을 묘사하는데, 단순한 시대상을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영상 속 광부와 영상을 제작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중첩되며, 이는 모든 예술가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확장된다.
<시빌> 공연 사진 ⓒStella Olivier
2부: 시빌을 기다리며(Waiting for Sibyl)
알고리즘을 신봉하는 우리 시대에 대한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은유
“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미래는?”
알렉산더 칼더의 ‘회전하는 모빌’에서 영감, ‘혼돈 속 순환’
‘시빌을 기다리며(Waiting for Sibyl)’는 오페라, 무용, 영상, 시각예술을 켄트리지 특유의 스타일로 한데 엮어낸 작품으로,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현대인의 혼돈과 불안을 묘사한다. 알렉산더 칼더의 대표 무대 작품 ‘워크 인 프로그레스(Work in Progress)(1968)’ 50주년 기념, 로마 오페라 극장의 위촉으로 2019년, 초연되었다. 켄트리지는 칼더의 ‘회전하는 모빌’에서 영감을 받아 혼돈 속에 순환하는 패턴을 이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
불확실한 인간의 미래, 낱장 페이지로 흩어지다, 한권의 책으로 모아진다.
작품의 또 다른 축은, 그리스 쿠마에의 무녀 시빌에 관한 신화이다. 단테의 『신곡』 중 ‘천국’편 마지막에서, 무녀 시빌은 사람들의 운명을 참나무 잎에 적어 동굴 밖에 내어두지만, 사람들이 운명이 적힌 잎사귀를 잡으려는 순간 불어온 바람에 잎들이 공중으로 소용돌이치며 뒤섞여 버린다. 시빌 주위로 흩날리던 많은 잎사귀들이 낱장 페이지로 변하고, 바람이 이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다. 자신이 운명이 어딘가에 적혀 있지만 찾을 수 없는 상황은, 미래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두려움, 기대, 그리고 불길한 예감을 은유하며, 이 작품의 주제를 이룬다. 자신의 운명이 적힌 잎사귀가 흩날리자 황망해했을 쿠마에 사람들의 모습이, 미래를 조금이라도 예측해 보고자 알고리즘을 신봉하는 동시대 우리와 묘하게 중첩된다.
켄트리지가 모은 150개의 구절들, 살아 움직이는 캔버스에 펼쳐져
9명의 무용수와 보컬들이 펼치는 무대에서는 영상과 연기, 음악이 어우러지고, 수작업으로 그린 배경은 무용수의 그림자와 어우러져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변화한다. 이 캔버스에 나타나는 구절은 켄트리지가 영어, 러시아어, 히브리어 시집 등에서 본 인상 깊은 구절들로, 수수께끼처럼 모호해 보이지만, 때로는 그 어떤 말보다 선명한 통찰을 전달한다.
‘시빌을 기다리며’는 2019년, 로마 오페라 극장 초연 이후, 런던 바비칸 센터, 파리 테아트르 드라빌, 빈 페스티벌,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공연되었고, 2023년 영국 공연예술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오페라 부분 최고상)을 수상하였다.
시빌은 21세기의 국제 문화를 대표하는 최고의 걸작이다–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쇼스타코비치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5.30)
<쇼스타코비치 10> 공연 사진 ⓒ William Kentridge Studio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년 기념,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교향곡 10번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초연되는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을 중심으로 영상과 음악이 함께 하는 공연이다. 켄트리지는 영상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훌륭한 연주에 묻혀 배경처럼 흘러가는 영상이 아닌, 그렇다고 음악을 압도하는 비주얼과 내러티브로 연주를 배경 음악으로 축소시키는 영상도 아닌,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를 매개체로 영상과 음악을 동등하게 연결하는 특별한 무대를 창조한다. 이 작품은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미하엘 잔데를링 지휘)의 위촉으로 2022년 6월 초연 되었다.
레닌, 스탈린 등 독재자들의 시대를 살아간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오마주
그 시대, 그들이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
스탈린이 죽은 해인 1953년에 발표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은 러시아 정치가와 당시 시대를 살아가던 예술가들의 다양한 상황과 감정,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악장은 ‘스탈린’을 표현하는 다양한 음악적 요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3악장에는 쇼스타코비치의 뮤즈로 알려진 엘미라 나지로바(Elmira Nazirova)의 이름을 딴 E-A-E-D-A와 쇼스타코비치를 칭하는D-S-C-H 모티브가 어우러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켄트리지는 이 곡이 지닌 다면적인 특성에 주목하며, 본 교향곡의 초연이 있었던 1953년 시점에서 되돌아본 1920년대에서 50년대에 이르는 소련 사회를 조명한다. 영상에는 버려진 박물관을 본뜬 판자로 만든 미니어처 세트에 쇼스타코비치의 제자이자 연인으로 알려진 엘미라 나지로바, 시인 마야콥스키와 그의 뮤즈 릴리 블릭, 혁명가 트로츠키, 그리고 독재자 레닌, 스탈린 등이 등장한다. 쇼스타코비치가 보인 정권과의 미묘한 관계, 그리고 레닌, 스탈린 등 독재자들의 사회에서 예술가들의 모습이 켄트리지의 상상과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영상으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쇼스타코비치 10> 공연 사진 ⓒ William Kentridge Studio
클래식계 편견을 깬 흑인 지휘자 ‘로더릭 콕스’의 첫 내한
이번 작품은 클래식 지휘계에서 보기 드문 흑인 지휘자로 무서운 성장과 활약을 보이고 있는 로더릭 콕스의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에 참여한다.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2018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2024년에는 프랑스 몽펠리에 국립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이 첫 한국 내한이다.
쇼스타코비치 10번은 작곡가와 주변 사람들의 내면, 시대를 반영한 깊이와 다면성을 지닌 작품이죠. 이 곡을 듣다 보면 나 자신이 역사가이자 기자,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사회학자, 철학자, 음악가가 되는 듯한 복합적인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 로더릭 콕스–
GS아트센터 개관 페스티벌 일정
일정 |
공연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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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27 |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클래식에서 컨템포러리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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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5.1 |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 마르코스 모라우 아파나도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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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0 |
윌리엄 켄트리지 시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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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18 |
라 베로날 컴퍼니 & 마르코스 모라우 파시오나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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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18 |
라 베로날 컴퍼니 & 마르코스 모라우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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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 |
GS아트센터 x 서울재즈페스티벌 브래드 멜다우, 크리스천 맥브라이드, 마커스 길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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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25 |
GS아트센터 x 서울재즈페스티벌 팻 메시니: 드림 박스/문다이얼 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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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
윌리엄 켄트리지 쇼스타코비치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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