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Art Week 2025
심지언 편집장
Art Market Report
5월의 뉴욕 아트신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고 활기가 넘쳤다. 9개의 아트페어가 뉴욕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었고 미술관, 갤러리에서는 빅스타들의 수준급 전시를 선보였으며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등 경매사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컬렉터들을 겨냥한 메이저 경매의 프리뷰를 공개했다. 더불어 하이라인파크 등에서 페어와 연계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각종 기업의 프로모션 행사와 파티도 이어졌다. 과연 전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 1위(43%)의 규모에 걸맞은 퀄리티와 다양성으로 뉴욕이라는 도시 전체가 아트위크에 반응하며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금의 뉴욕 아트신을 페어, 전시, 경매 등 이벤트를 위주로 살펴보며 가장 뜨거운 세계미술의 중심을 들여다보자.
프리즈 뉴욕 2025에 참여한 가고시안 부스.
제프 쿤스의 헐크 엘비스 연작 조각 3점을 전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제공: 프리즈
아트바젤과 UBS가 발표한 『Art Market Report 2025』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미술시장의 작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 감소한 575억 달러(약 85조원, 2025년 3월 기준)이다. 1000만 달러 이상의 고가 작품 거래액이 45% 감소한 것이 시장 위축의 주요 원인으로, 이러한 신중한 거래는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트럼프 2기 정부의 강력한 관세 정책에 따른 첨예한 국제 정세 속에서 2025년 뉴욕 아트위크는 여러 한계 상황을 안고 출발했다. 뉴욕 미술시장은 규모와 상징성에서 곧 세계 미술시장의 향방을 예측하는 바로미터이기에 2025 뉴욕 아트위크의 귀추는 더욱 주목되었다. 결과적으로 페어는 미술관 등 기관급 컬렉션 측면에서 제법 선전하였으나 옥션은 아트위크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감소세를 이어갔다.
비록 경제와 정치 분야에는 트럼프 정부의 여러 제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트페어부터 미술관과 갤러리의 전시까지 뉴욕의 아트신에서는 지역적, 장르적 다양성과 더불어 그동안 주목받을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흑인, 여성, 게이,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출신 작가들의 강세가 지속되며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작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굵직한 전시를 선보였던 피에르 위그 등의 스타 작가들이 뉴욕의 전시장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장욱진, 김윤신부터 송예환에 이르기까지 한국 작가들의
활약상도 눈에 띄었다.
하이라인아트와 프리즈가 공동 기획한 하이라인 퍼포먼스 장면 2024
사진: Liz Ligon 제공: 프리즈, 하이라인
각양각색 아트페어: 차별화된 컬러와 포지셔닝으로
프리즈 뉴욕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트페어는 5월 7일부터 VIP 프리뷰를 시작하며 본격 세일즈에 나섰다. 작년까지 1주일 내외의 시간차를 두고 개최되던 페어들이 올해엔 하루 간격으로 좁혀 컬렉터와 방문객을 공유하며 5월 아트위크 특수에 박차를 가했다. 팬데믹 이후 짧고 굵은 회복세를 보였다가 침체기에 들어선 시장의 회복 신호를 아트페어의 세일즈 리포트에서 간간이 엿볼 수 있었다.
팬데믹 이후 2021년 페어를 재개하며 허드슨 야드에 위치한 다목적 문화예술공간인 더셰드(The Shed)로 장소를 옮긴 프리즈 뉴욕은 규모가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축소되었으나, 되레 관람하기 쾌적하고 알찬 구성의 14번째 에디션을 선보였다. 프리즈 뉴욕에는 전 세계 18개국에서 67개 갤러리가 참여했는데, 가고시안, 데이비드즈워너, 하우저앤워스, 페이스 등 뉴욕에 기반을 둔 메가 갤러리를 포함하여 페로탕, 화이트 큐브, 에스더쉬퍼와 빅토리아미로, 타데우스 로팍 등 유수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갤러리즈 섹션에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티나킴갤러리가 참가했고, 설립 12년 이내의 신생 갤러리가 참여하는 작가 솔로쇼 형식의 포커스 섹션에 지갤러리가 참여해 신진 작가 송예환의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이번 에디션에는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출신 작가들과 여성작가의 참여, 그리고 패브릭, 태피스트리 등 유연한 재료를 사용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포커스 세션에서 여워크숍, 퍼블릭갤러리, 지갤러리가 신선한 작품들로 시선을 끌었고, 현재 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진행 중인 라시드 존슨(구겐하임), 크리스틴 썬 킴, 에이미 셰럴드(휘트니)와 전시를 앞두고 있는 로나 심슨 등의 작품을 부스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이들의 작품은 미술관의 보증을 바탕으로 좋은 세일즈 결과로 이어졌다.
제프 쿤스의 헐크 엘비스 연작 조각 3점을 선보인 가고시안이 올해 최대 화제의 부스였다. 초록색의 풍선처럼 보이는 3점의 헐크 조각(헐크 오르간, 헐크 튜바, 헐크 용과 거북이)은 청동 및 혼합매체로 제작된 것으로, 이 중 헐크 튜바가 300만 달러(약 41억원)에 거래되며 프리뷰 데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화이트 큐브는 트레이시 에민의 회화를 120만 파운드(약 22억 원)에 판매했고, 티나킴갤러리는 이신자의 작품을 20만 달러(약 2억 7400만원)에 판매했다. 문경원의 회화 작품으로 솔로쇼를 구성한 갤러리현대도 작품을 5만 달러(약 6900만원)에서 20만 달러 사이의 가격으로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페로탕은 클레르 타부레의 솔로쇼 전시작을 완판했고, 투안 앤드류 응유옌에게 헌정한 단독 부스를 선보인 제임스코헨갤러리도 2점을 미술관 소장품으로 판매했다. 프리즈는 60개국에서 2만 5000명 여명의 방문객이 방문했으며, 미국 주요 박물관 및 대학 컬렉션, 미주, 유럽, 아시아 전역의 재단 및 기관에서 상당한 규모의 기관 소장품을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프리즈 뉴욕은 전 세계의 갤러리들이 미국 시장에 작가를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프리즈 뉴욕 2025 부스 전경 사진: Casey Kelbaugh 제공: 프리즈, CKA
올해 프리즈는 퍼포먼스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강조했는데, 하이라인아트와 협력으로 선보인 퍼포먼스는 하이라인의 공원과 더셰드의 내부 공간을 교차하며 진행해 관람객의 공공적, 체험적 경험을 확장했다. 또한 뉴욕시 노숙자연합을 지원하기 위한 아티스트 플레이트 프로젝트(Artist Plate Project)로 장 미셸 바스키아, 라시드 존슨, 신디 셔먼, 요나스 우드, 로렌스 와이너 등 예술가 50여 명의 한정판 플레이트 205개를 판매해 50만 달러(약 6억 8500만원) 이상을 모금하여 뉴욕 노숙자와 저소득층 구호 기금으로 전달했다. 페어 개최 1주일을 앞두고 프리즈는 미디어 거물인 아리 이매뉴얼에게 2억 달러(약 2740억 원)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을 알렸다. 프리즈 뉴욕 등 7개 아트페어와 프리즈 매거진, 런던의 갤러리 공간 ‘No.9 코크 스트리트’가 모두 매각 대상에 포함된다. 프리즈를 인수한 이매뉴얼은 런던에서 개최되던 프리즈를 뉴욕, LA, 서울, 시카고 등으로 글로벌 확장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이번 매각으로 프리즈의 확장과 변화 그리고 프리즈 서울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한국 미술계도
주목하고 있다.
뉴욕의 전통적인 부촌이자 올드머니의 성지인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개최된 테파프 (The European Fine Art Fair, TEFAF)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Maastricht)에서 시작해 박물관급의 고미술과 보석, 앤틱가구, 현대미술과 디자인을 복합적으로 선보이는 전형적인 유러피언 아트페어이다. 유럽미술재단이 주최하는 테파프는 “7,000년 미술사를 한 장소에서 선보인다”는 기조 아래 박물관과 미술관, 미술사학자와 갤러리스트들이 모이는 사교의 장을 지향하고 있다. 입구부터 천장과 복도 곳곳을 장식한 튤립등의 생화가 향기를 뿜어내고 샴페인과 굴이 곳곳에서 제공되며, 부스에서는 고대 석조각, 아프리카 가면, 티파니 램프, 자하 하디드 가구와 현대미술의 조화를 만끽할 수 있는 하이엔드 아트페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올해 11번째 테파프 뉴욕에는 전 세계 13개국에서 91개의 갤러리가 참가했으며, 동시기에 개최된 9개의 아트페어 중 VIP 오프닝에 입장 대기 줄이 가장 긴 아트페어였다. 프리즈와 테파프, 양 페어에 모두 참여한 갤러리들이 있지만 테파프는 고가의 미술품이 거래되는 페어인 만큼 부스와 작가 구성 측면에서 차별화를 추구했고, 특히 한 작가의 작품을 집중해서 소개한 갤러리들이 좋은 판매 성과를 거두었다. 가고시안은 안나 웨이언트의 섬세하고 정교한 주얼리 페인팅으로 부스를 구성해 완판했고, 데이비드즈워너는 루스 아사와의 정교한 조각과 드로잉을 선보여 32만 달러(약 4억 4000만원)에서 280만 달러(약 38억 4000만원) 사이의 가격에 조각 4점을 판매하는 등 전시작을 모두 판매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다니엘 리히터의 작품 여러 점을 94만5000달러(약 13억원)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조지 콘도의 드로잉 45점으로 부스를 구성한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1만5000달러(약 2000만원)에서 15만 달러(약 2억 500만원) 사이의 가격에 작품을 판매했고, 마크 셀윈파인아트는 리 본테쿠의 작품을 200만 달러(약 27억원)대에 판매했다.
테파프 2025 사진: Loraine Bodewes 제공: 테파프
한국 갤러리 중에는 가나아트가 전광영의 작품을, 더페이지갤러리는 최명영, 박석원, 이수경, 정구호, 정수진, 나점수의 작품으로 부스를 꾸몄다. 그 외 첼시에 위치한 티나킴갤러리는 하종현, 김창열, 이신자, 박서보의 작품을, 프리드만벤다갤러리는 최병훈 작가의 벤치와 장, 이탈리아의 마시모데카를로는 이수경 작가의 도자기 작품을 선보여 전시장 곳곳에서 한국 작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형 아트페어 외에도 신진 갤러리와 작가, 아프리칸 미술 등에 집중한 위성 페어들이 신선하고 새로운 미술을 소개했다. NADA(New Art Dealers Alliance)는 대형 아트페어가 다루기 어려운 신진 갤러리와 그들이 주목하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아트페어이다. 따라서 새로운 작가들이 세간에 알려지기 전에 발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가들과 함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갤러리들이 다수 참여한다. 한국의 ‘더프리뷰’와 유사한 NADA는 올해 11회를 맞았으며 참여 갤러리 120여 개 중 절반이 첫 참가라 하니 그 신선도를 짐작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는 에이-라운지, 갤러리 플레이리스트, 도잉아트가 참가했다. 신진 작가의 발굴처로 통하는 만큼 뉴 페이스를 찾는 기관 및 컬렉터 다수가 방문했으며, 작품의 가격대도 4만 달러(약 5000만원) 이하로 구성되어 세일즈 결과도 좋았다.
한 작가의 솔로쇼에 집중하는 인디펜던트 (Independent)는 작가의 작품을 심도있게 살펴보기에 좋은 아트페어다. 기존의 아트페어 모델에 대한 대안으로 2010년 시작되어 전시 구성에 있어 상업성보다 큐레토리얼 역량을 강조한다. 엄선하여 초청한 80여 개의 갤러리가 참가했으며, 올해 첫선을 보인 ‘Independent Debuts’ 세션을 통해 뉴욕에서 개인전 경험이 없거나 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하는 25명 작가를 뉴욕 시장에 데뷔시켰다. 이 외에 아프리카 현대미술과 디아스포라 미술을 소개하는 1-54 컨템포러리 아프리칸 아트페어(1-54 Contemporary African Art Fair), 에스토니아와 동유럽 갤러리 중심의 에스더(Esther) 아트페어, 다음 세대의 작가를 소개하는 퓨처(Future) 페어 등이 동시에 개최되어 다양한 지역과 세대의 작가들로 아트위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인디펜던트 뉴욕 2025 전시 전경
사진: Leandro Justen 제공: 인디펜던트
침체기의 옥션: 보장된 블루칩은 없고, 작가와 구매자 모두 변화 중
5월 뉴욕의 메이저 경매를 개최한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본햄스 등 주요 경매사들의 총 낙찰가는 12억5000만 달러(약 1조 7127억 원)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5월 대비 17%가량 감소한 수치의 저조한 결과로 미술시장의 신중한 분위기가 확인되었다. 특히 소더비에 출품된 자코메티 작품의 입찰 결과는 침체기 시장에선 보장된 작품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반면 여성작가 등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과 주체들이 선방한 결과를 보였고, 여성과 아시아 권역 컬렉터들의 거래량이 증가했다. 한편 침체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장 미셸 바스키아는 세 경매사 모두에서 기록을 세우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
크리스티 뉴욕의 5월 20세기 및 21세기 미술품 경매는 6억9300만 달러(약 9500억원)의 매출로 마무리되었다. 프리뷰에서부터 기대를 모은 피에트 몬드리안의 1992년 작 〈Composition No. III, with Red, Blue, Yellow and Black〉이 4756만 달러 (약 651억원)에 낙찰되어 5월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고, 클로드 모네의 〈Peupliers au bord de l’Epte, crépuscule〉(1891)는 4296만 달러(약 558억 7200만원)에 낙찰되며 해당 연작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장 미셸 바스키아의 1982년 작 〈Baby Boom〉은 2341만 달러(약 304억 3300만원)에 낙찰되었으나, 앤디 워홀, 르네 마그리트 등 경매의 주요작으로 예상되었던 작품들이 철회되거나 예상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보였다. 반면 강력해진 여성파워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마를렌 뒤마의 〈Miss January〉(1997)가 1365만 달러(약 187억원)에 낙찰되며 생존 여성작가 작품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 외에 시몬 리, 엠마 매킨타이어, 루이스 부르주아, 로니 혼, 세실리 브라운, 줄리 머레투 등 여성작가의 작품에 큰 관심이 몰렸고, 상당수가 본인의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결과는 주로 여성 컬렉터들의 참여가 증가하며 이루어졌다.
소더비는 현대미술품 판매에서 1억 8610만 달러(약 2550억원) 매출을 냈는데 이는 작년 5월의 2억 2790만 달러(약 3123억원)에 비해서 18% 감소한 수치이다. 블루칩 작품 수요는 비교적 강세를 보였지만, 중견 작가와 신진 작가에 대한 거래는 더욱 신중해졌다. 작년에 작고한 갤러리스트 바바라 글래드 스톤과 딜러 다니엘라 룩셈부르크의 컬렉션이 예상치를 넘는 금액으로 낙찰되며 이번 경매를 견인했다. 바스키아의 〈무제〉(1981)는 1640만 달러 (약 225억원)에 낙찰되었는데, 이는 바스키아 작품 중 두 번째로 높은 낙찰가 기록이다. 그 외 라시드 존슨, 에이미 셰럴드, 잭 휘튼의 작품은 전시 효과로 추정가를 훌쩍 넘은 금액에 입찰되었다. 가장 큰 반전은 소더비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자코메티의 〈Grande Tête Mince〉(1954~1955)에서 일어났다. 7000만 달러(약 960억원) 이상으로 낙찰이 예상되었던 이 작품은 6400만 달러(약 877억원)에 낙찰되었으나 판매자의 철회로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소더비의 5월 경매는 메인 디시 없이 밑반찬으로 가득 채운 잔칫상과 같이 허전하게 마무리되었다.
필립스는 출품작의 90%를 시장에 처음 선보이거나 15년 이상 경매에 등장하지 않았던 작품들로 구성해 기대를 모았고, 5195만 달러(약 712억원)의 매출로 마무리되었다. 필립스의 화제작은 데이비드 보위가 소장했던 바스키아의 〈무제〉(1982)로 659만 달러 (약 90억원)에 낙찰되었다. 필립스에서도 여성 작가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 거래가 이어졌고, 특히 지역적으로 다양한 지역 작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콜롬비아의 올가 드 아랄의 데뷔작이 추정가의 4배에 달하는 120만 달러 (약 16억 5000만원)에 낙찰되었고, 오스트리아 키키 코겔닉도 데뷔작에서 시작가의 4배에 달하는 낙찰 기록을 남겼다.
크리스티 뉴욕의 5월 20세기 및 21세기 미술품 경매에서 마를렌 뒤마의 〈Miss January〉가
생존 여성작가 최고가인 1365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제공: 크리스티
미술관과 갤러리를 점령한 유색인종, 그리고 한국 작가의 약진
미술관과 갤러리는 빅네임 작가들의 개인전을 통해 페어에서 보여줄 수 없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깊이있게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였다. 작년 베니스에서 규모있는 전시를 개최했던 피에르 위그(마리안굿맨), 윌리엄 켄트리지(하우저앤워스), 윌렘 드 쿠닝(가고시안), 로버트 인디애나(페이스)가 뉴욕에서는 대형 갤러리 전시로 돌아와 미술계의 관심을 이어갔다. 비엔날레 본전시에 소개되었던 김윤신과 이강승도 뉴욕까지 이어진 비엔날레의 웨이브를 타고 개인전을 선보이며 유럽 아트신을 거쳐 최대 미술시장인 미국 미술계에 당도했다.
몇 년 전부터 이어진 흑인, 여성, 제3세계, 성소수자와 장애인 등에 대한 주목은 미술관과 같은 기관부터 미술시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DEI 폐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뉴욕의 주요 미술관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며 정부의 보수적 시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먼저 휘트니미술관은 에이미 셰럴드의 개인전을 기획해 《American Sublime》이라는 제목 아래, 자칭 평범한 미국인의 초상을 선보였다. 유명세를 떨친 미셸 오바마의 초상을 비롯하여, 아프리칸 아메리칸을 모델로 한 초상화들은 피부톤을 회색조로 표현해 특정 인종과의 연관성을 되도록 희석했다. 즉 작품 속 모델들은 단지 유색인종의 미국인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전시에 등장하는 평범한 소녀와 농부, 카우보이부터 경찰 폭력에 희생된 여성, 게이, 드래그퀸의 초상은 미국을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원을 상기시키며 이것이 바로 미국, 미국인의 초상임을 강조한다. 휘트니미술관의 또 다른 전시인 크리스틴 썬 킴의 《All Day All Night》는 언어, 커뮤니케이션의 복합성을 정치적인 시선으로 풀어내고 청각 장애인 공동체의 경험을 미술로 이야기하며 ‘접근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뉴욕현대미술관(이하 MoMA)에서도 아프리칸 아메리칸 잭 휘튼의 대규모 회고전과 나이지리아 출생 오토봉 엔캉가의 대형 태피스트리와 조각, 사운드 작품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통해 두 명의 흑인 작가를 미술관의 대표 전시에 내세웠다. 구겐하임미술관도 작가이자 미술사학자로 흑인 대중문화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라시드 존슨의 개인전을 메인 전시로 준비해 또 한 명의 아프리칸 아메리칸 작가와 그들의 문화에 대한 헌사를 표시했다. 미국 정부가 제거하려던 ‘부적절한’ 주체들이 뉴욕의 주요 미술관을 장악하고 있었다.
지난 9월의 뉴욕, 그리고 올해 3월의 홍콩에 이어 5월 뉴욕에서도 한국 작가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아트페어는 물론 미술관, 갤러리, 출판 기념회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곳곳에서 한국 작가들의 활동을 접할 수 있었다.
구겐하임미술관에서진행된 제3회 LG 구겐하임 어워드의 수상식, 수상자는 김아영
‘제3회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식이 8일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최되었다. 이에 맞추어 첫 한국인 수상자 김아영의 수상 축하 영상이 타임스퀘어 LG 전광판에서 상영되었다. 영상은 작가의 대표작인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의 장면과 수상 소식으로 구성되었으며 타임스 퀘어의 전광판에서 5월 한 달간 상영됐다. 현재 함부르거 반호프미술관 개인전과 모리미술관 기획전 등에 참여하고 있는 김아영은 올해 11월부터 MoMA PS1에서 개인전과 하반기 구겐하임미술관에서의 퍼블릭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이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제네시스 파사드 프로젝트를 통해 4점의 조각 작품 〈롱테일 헤일로〉(2024)를 선보이고 있는 이불의 작품도 5월 뉴욕을 찾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24시간 공개되고 있었다. 이불은 최근 하우저앤워스와 전속 계약을 맺으며 더욱 폭넓은 해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9월 리움미술관과 홍콩 M+가 공동으로 기획한 서베이 전시는 리움미술관에서 개막 후 2026년 3월 M+를 시작으로 해외 주요 기관으로 순회할 예정이며, 2026년 하우저앤워스에서의 개인전도 예정되어 있다.
뉴욕 한국문화원에서는 장욱진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특별 회고전이 양주시립미술관과의 공동 기획으로 마련되었다.〈가족도〉(1972) 등 40여 점의 회화 작품과 함께 장욱진을 국제 미술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 화집 『황금방주』(1993)와 수록된 판화 작품을 소개했다. 작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유영국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촉발된 한국 현대미술의 선배 세대 작가에 대한 관심이 뉴욕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제갤러리와 더불어 단색화의 세계화를 주도해 온 티나킴갤러리는 《The Making of Modern Korean Art: The Letters of Kim Tschang-Yeul, Kim Whanki, Lee Ufan, and Park Seo-Bo, 1961-1982》를 통해 김창열,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네 명 작가의 예술적 교류를 조명하여 그들이 주고받은 서신과 사진, 전시 브로슈어 등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 도쿄, 파리, 뉴욕을 오가며 활동한 이들은 비서구권 예술가로서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자각하며, 세계 미술사 속에서의 정체성과 실천 방향을 함께 모색했다. 따라서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적 담론 장으로 진입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제시하고 있다. 동명의 영문 연구서에는 정연심 홍익대 교수와 정도련 M+ 아티스틱 디렉터 겸 수석 큐레이터, 안경 구겐하임미술관 큐레이터가 공동 집필자로 참여했으며, 출간을 기념해 세 명의 저자와 이우환의 좌담회를 아시아소사이어티에서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티나킴갤러리의 뉴욕 첼시 공간 개관 10주년과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의 단색화 특별전 공동 기획 10주년을 맞아 마련되어 한국미술 국제화의 성과를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
그 외에 리만머핀에서는 김윤신, 갤러리현대 뉴욕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이진한, 프리드만벤다에서는 최병훈, 알렉산더 그레이 어소시에이츠에서 이강승, 브루클린 파이어니어웍스에서 송예환이 개인전을 개최했고, 카날프로젝트와 MoMA PS1에서는 정금형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또한 프리미엄 코스메틱 브랜드 ‘더후(THE WHOO)’가 론칭하며 김옥, 설수빈과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작년 런던만큼의 대형 이벤트는 아닐지라도 다양한 층위의 기관에서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작가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한국 기업들도 아트위크의 주요 후원자로 이름을 올렸다. 프리즈의 타이틀 스폰서인 LG전자는 페어 공간 내에 부스를 마련해 팝아트 작가 스티븐 해링턴과 협업으로 자사의 투명 올레드 TV를 선보였고, ‘LG×구겐하임 어워드’를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폭넓은 지원을 각인시켰다. 현대차는 휘트니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전시장 바깥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야외 설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휘트니미술관의 테라스 커미션을 통해 마리나 저코우의 작품을 선보였고,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제네시스 파사드 프로젝트는 이불의 작품을 미술관 정문 파사드에서 소개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MoMA를 후원하며 잭 휘튼의 대규모 회고전을 지원했고, ‘현대카드 퍼스트 룩’을 통해 MoMA의 최신 소장품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카드 소지자에게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하는 등 MoMA 곳곳에서 현대카드 로고가 노출되고 있었다.
뉴욕의 미술시장도 국내 미술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옥션은 줄어드는 실적 속에 버겁게 이어가고 있는 반면, 아트페어는 방문객과 세일즈 실적 측면에서 반짝 증감세를 보였고, 초고가 작품은 줄었으나 블루칩 작가의 적절한 가격대 작품은 여전히 인기를 끌었다. 갤러리와 미술관은 다양한 전시로 붐볐다. 트럼프 정부가 제거 대상으로 삼은 “부적절한 이념”에 해당하는 흑인, 여성, 소수인종, 성소수자들은 미술관은 물론 시장까지 광범위하게 포진하여 미술계의 다양성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원화 환산은 5월 23일 적용 환율에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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