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 이르다》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심지언 편집장

Sight & Issue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마루

전통과 가치를 잇고, 전하다(Weaving Heritage)
신세계백화점은 한국 고유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재해석하여 전통과 현재를 잇는 재료와 작품,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귀한 가치를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하는 공간인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를 론칭했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71호로 지정된 옛 조선은행 본점 건물을 매입한 신세계 백화점은 10여 년간의 리뉴얼 공사를 거쳐, 근대 건축물에 가장 한국적인 요소를 접목해 ‘더헤리티지’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시켰다. 1930년대 신고전주의 영향의 건축 양식과 준공 당시의 재료와 외관을 유지한 ‘더헤리티지’는 문화재의 가치를 유지하고 복원하여 과거와 현대를 연결하는 공간이다. 이 곳에 위치한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는 ‘한국의 미’를 알리는 문화 공간으로, 장인 및 작가들과 함께하는 연구와 협업의 과정을 전시와 워크숍의 형태로 선보이고, 전통 다과와 차 문화를 선보이는 디저트 살롱과 작가들과 협업한 공예, 아트 상품을 기프트숍에서 소개한다.

한국적 소재를 연구하는 워크숍 공간에서는 도자, 금속, 나무(목재)와 같이 현재에도 흔히 사용하는 전통 재료에서부터 짚풀, 한지, 명주 등의 전통 섬유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의식주와 맞닿아 있는 다양한 소재를 발견, 채취하여 원료를 탐구한다. 더불어 재료가 작품이 되는 과정의 장인정신에 주목하여 날것의 소재가 작품으로 변모되기까지 장인이 들이는 시간과 정성, 그리고 그 속에 응축된 기술력에 깃든 귀한 가치를 전한다.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 작가 아카이빙과 더불어 강의, 체험 프로그램, 공유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김수연〈옥책갑 모티브 보자기〉견, 명주, 천연석
20 × 20 × 26cm, 16 × 16 × 16cm, 20.5× 12 × 7cm 2025

김나연〈모시 밥멍덕〉모시, 혼합재료 21 × 20cm 2025

하우스오브신세계는 개관전시로 한국인의 라이프 사이클 속에서 보자기의 쓰임과 현대적 변용을 선보이는 《담아 이르다》를 개최한다. 우리 조상들은 무언가를 보관하거나 선물할 때 보자기를 사용해 왔는데, 보자기에는 물건과 함께 상대를 귀히 여기는 마음까지 담아 전했다. 전시는 우리 일생의 장면들 속에서 소중한 것들을 감싸 보관해온 보자기를 통해 보자기가 지닌 조형적, 미적 가치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조상들의 생활의 지혜를 소개한다. 아이가 오래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탯줄을 보관하던 탯줄주머니, 일생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는 도장을 감싸는 도장주머니, 내부에 여러 개의 주머니를 만들어 다양한 물건을 보관한 두루주머니, 기러기보, 수저집, 버선본보, 밥그릇 보온용 밥멍덕에 이르기까지 탄생, 성년과 결혼, 춘추와 회향으로 구성된 삶의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용된 보자기의 활용과 의미를 살필 수 있다. 전시에는 조선시대 보자기와 근대 컬렉션이 현대 명장, 작가들의 전통을 재해석한 작품들과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미감을 감상할 수 있다.

보자기는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인 바느질로 완성되는 예술이다. 이에 《담아 이르다》에는 전통 바느질 기법인 침선을 연구하는 작가 11인을 초대해 소재부터 형태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공예의 재료와 기법, 바느질에 대한 계승과 그 변용의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한산모시짜기를 계승하는 김나연, 해지기 쉬운 부분에 원단을 덧대어 내구성을 높이는 바대 기법의 보자기를 선보인 김영은, 자투리 천을 이용한 코사지 조각보를 선보인 최희주, 다양한 폭으로 구성된 보자기 포(包 )를 선보인 임서윤, 다채로운 색실과 금실 자수의 복주머니를 선보인 김현정,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이수자인 온누비(김은주, 배강례, 유지유, 하은정) 등 참여작가들은 전통기법을 바탕으로 한 각기 다른 보자기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비닐, 쌀 포대 등 쉽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상적인 소재로 실과 직물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김태연은 전통 직물 기법을 바탕으로 한 현대 미감을 전한다.

김현정〈금실 자수 복주머니〉명주, 금사, 태모시 11 × 11 × 4cm 2025 최희주〈코사지 조각보〉실크 2025
이미지 제공 :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김수연은 매듭이나 묶는 방식이 아닌 단추를 이용하여 내용물의 형태를 유지하며 감싸는 변형 보자기인 옥책갑 모티브 보자기를 선보인다. 옥책갑 보자기는 세자빈을 왕비로 책봉하면서 제작한 옥책을 내궤(內櫃 )에 넣기 전에 한 번 더 감싸기 위해 만든 십자형 보자기로, 작가는 “십자 보자기는 하나의 함을 위한 맞춤 재단이라는 점에서 귀한 포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책갑 모티브 보자기는 상자의 펼친 도면처럼 맞춤 재단된 보자기로 책갑의 각 변에 서로 맞물리는 위치에 천연석으로 만든 단추와 고리를 달아 여닫기의 기능과 고급스러운 장식을 더한 독특한 형태의 보자기이다. 국가무형문화재 누비장 전수교육생이기도 한 김 작가는 “한 땀 한 땀이 모여 한 줄이 되고, 그 줄이 모여 옷이 되는 누비는 기술의 연마가 아닌 명상과 수행 같다. 누비는 작업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를 배우는 시간 같다”고 전통 침선의 매력을 설명했다. 참여 작가 11인은 전통 바느질인 침선에 기반을 두지만, 시대나 표현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통적이되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다양한 보자기 작품을 통해 지금의 공예를 선보인다.

지하 1층에 위치한 기프트숍에서는 장인의 손길과 정성이 깃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별한 날 귀한 손님을 위한 선물, 또는 고아한 소품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 공예가들의 완성도 높은 작품과 장인정신을 확인하며 전통의 멋을 일상으로 이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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