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네임: 2025 아트위크
작전 코드 7
기획·진행 황수진 기자
Special Feature
매년 9월, 한국 미술계는 하나의 거대한 미션을 수행하듯 움직인다. 키아프-프리즈 서울이 촉발한 아트위크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미션으로 고착되었고, 기관들은 제한된 자원 안에서 전면적 대응을 요구받는다. 모든 전략이 한 시점에 집중되면서, 미술관·갤러리·독립 공간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시를 설계한다. 이번 특집은 그들이 실제로 선택한 운영 방식을 들여다보며, 미술계가 축적해 온 작전 노트를 기록한다. 매해 누적되는 전략은 9월의 지형을 새롭게 그려낸다.
프리즈가 서울에 상륙한 지 4년. 그동안 국내 미술계는 무엇을 확보했고, 무엇을 대가로 치렀는가? 들뜸과 피로가 교차하는 이 복합적 국면 속에서, 월간미술은 미술관·갤러리·독립 공간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이들이 구축해 온 대응의 양상과 판단의 구조를 분석했다. ‘아트위크’라는 코드 네임 아래 작동하는 전술은 무엇이며, 그 구조는 오늘날 미술계에 어떤 장력과 과제를 남기고 있는가.
한국 미술계에서 아트위크는 하나의 전략판처럼 펼쳐진다. 월간미술은 올해 기관과 갤러리의 행보를 7가지 코드로 번역했다. 정면승부형, 거장 맨파워형, 멀티히트형, 의제포착형, 연합전선형, 단독 스포트라이트형, 비타협형—각각의 코드가 전혀 다른 전술로 9월의 미술계 판도를 흔든다. 이제 이 작전 매뉴얼을 펼쳐들고, 7개의 코드가 어떻게 전시로 구현되었는지 한 장씩 넘겨보자.
전시를 기획한 기관과 갤러리들이 아트위크를 맞아 어떤 생각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는지도 함께 살펴보자.
VS 정면승부형 (Versus)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대형 미술관이 아트위크를 정면 돌파하는 전략. 동시대 작가를 조명하는 연례 기획전과 같은 핵심 프로그램을 이 시기에 맞춰 공개하며, 집중 화력을 쏟아부어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VS-1《올해의 작가상 2025》
국립현대미술관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8.29~2026.2.1

《올해의 작가상》 2025 전시 포스터
《올해의 작가상 2025》는 김영은, 임영주, 김지평, 언메이크랩을 선정해 동시대 미술이 마주한 인식의 경계를 탐색한다. 네 작가는 각기 다른 매체와 주제를 경유하며 감춰지거나 누락되고, 소외되거나 잊혀진 세계의 층위들을 추적한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단일한 주제에 수렴되기보다 청취와 정치, 전통과 동양화, 미신과 과학, 데이터와 생태라는 이질적인 접점을 오가며 확장된다. 전시는 ‘비가시적인 세계는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축으로 삼아, 재현의 역학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나란히 제시되는 네 작가의 작업은 충돌과 간극 속에서 서로를 비추며, 그 틈새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감각과 서사를 드러낸다.
VS-2 2025 타이틀 매치《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Buk-Seoul Museum of Art
8.14~11.2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 전경 2025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대표 연례전 ‘타이틀 매치’ 12번째 전시는 장영혜중공업과 홍진훤의 작업을 조명한다. 장영혜중공업은 8년 만의 국내 대규모 전시에서 신작 7점을 선보이며, 예술가의 정치적 책임과 사회적 역할을 묻는 텍스트 기반 영상 작업을 전개한다. 홍진훤은 첫 대규모 미술관 전시로, 사진의 사건화 가능성을 탐구하는 신작 4점을 포함해 6점을 전시한다. 두 작가는 각각 허구의 시나리오와 기록 이미지를 통해 공동체 내부의 긴장과 충돌을 시각화하며, ‘중간 지대는 없다’는 전시 제목처럼 다수가 불화하는 사회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전시는 예술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MP 거장 맨파워형 (Man Power)
“내 비장의 카드를 받아라”
국내외 거장을 내세운 대형 회고전 혹은 기획전. 검증된 작가의 영향력은 시장과 담론을 동시에 견인하며, 단기간에 폭발적인 파급력을 발휘한다.
MP-1《이불: 1998년 이후》
리움미술관 Leeum Museum of Art
9.4~2026.1.4

©Lee Bul 사진: 알지르다스 바카스 제공:작가
리움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이불의 대규모 서베이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약 1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1990년대 후반 이후 현재까지의 작업 궤적을 아우른다.〈사이보그〉, 〈아나그램〉, 〈노래방〉 연작 등 초기의 문제적 작품에서부터, 2005년 이후 본격화된 건축적 조각 설치〈몽그랑레시〉 연작, 그리고 2010년대에 전개된 〈취약할 의향〉,〈퍼듀〉 연작까지 주요 작업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드로잉과 모형, 최근의 신작 조각도 함께 전시되어, 작가의 상상적 과정과 조형적 탐구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전시는 인간과 기술, 유토피아적 이상과 그 좌절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서사를 교차시키는 이불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MP-2《마크 브래드포드: Keep Walking》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morepacific Museum of Art
8.1~2026.1.25

마크 브래드포드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 혼합재료 제공: 작가, Hauser & Wirth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동시대 추상회화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20여 년간의 작업을 아시아 최대 규모로 모아낸 자리로, 회화·영상·설치 등 약 40여 점을 선보인다. 브래드포드는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와 신문지를 겹겹이 붙이고 긁어내는 방식을 통해 도시와 인종, 계층의 문제를 추상화로 전환시키며, 이를 통해 ‘사회적 추상화’라는 독자적 언어를 구축해왔다.
웅장한 스케일과 밀도 높은 화면은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 사회적 균열과 구조적 불평등을 시각화한다. 흑인, 퀴어, 도시 하층민이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브래드포드는 주변부의 시선을 동시대 추상회화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며, 추상이 사회적 현실을 직면하게 하는 강력한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MP-3《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호암미술관 Hoam Museum of Art
8.30~2026.1.4

뉴욕 자택에서 루이즈 부르주아 2003 / 루이즈 부르주아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SACK, Korea
사진: 낸다 랜프랭코
작가의 전 생애에 걸친 작업 110여 점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망한다. 전시는 1940년대 초기 회화와 〈인물〉 군상, 대형 〈밀실〉 연작, 후기 섬유 작업까지 60여 년에 걸친 궤적을 담으며, 의식과 무의식, 추상과 구상, 남성과 여성이라는 상반된 개념이 긴장과 균형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루이즈 부르주아: Rocking to Infinity》
국제갤러리 Kukje Gallery
9.2~10.26

〈10 AM Is When You Come To Me〉(부분) 동판화, 종이에 수채, 연필 20점 각 38.1×90.8cm 2006
©The Easton Foundation/(Licensed by VAGA at ARS, New York)/(SACK, Korea)
사진:Christopher Burke 제공:국제갤러리
루이즈 부르주아의 생애 후반 20여 년간 제작된 조각과 드로잉을 선별해 조명한다. 전시 제목은 부르주아의 글에서 가져온 문구로, 아이를 품에 안은 어머니의 이미지가 지닌 안정과 친밀감을 환기한다. 이번 전시는 부르주아가 삶의 마지막까지 탐구한 정서적 결속과 시간의 감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MP-4《김창열》
국립현대미술관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8.22~12.21

《김창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 전경 2025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김창열의 작고 이후 첫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앵포르멜에서 뉴욕과 파리 시기를 거쳐 평생의 상징이 된 ‘물방울’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창작 여정을 연대기적으로 조망한다. 초기작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120여 점이 출품되며, 특히 뉴욕 시절의 미공개 회화와 드로잉, 희귀 아카이브 자료가 최초로 대거 소개되어,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를 예술적 사유로 승화시킨 김창열의 독자적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MP-5《김을: Twilight Zone Studio》
사비나미술관 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8.23~10.26

김을 〈무제〉 혼합재료 19×17×16cm 2025 제공:사비나미술관
김을이 10년간 이어온 스튜디오 프로젝트의 결산이자 마지막 장으로, 작업실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제시한다. 실제 작업실을 축소 재현해 미술관 안으로 옮겨오며, 창작의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과 환경을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여기서 스튜디오는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황혼의 지대’로 설정된다. 세 채의 스튜디오 설치와 함께 드로잉, 입체 작업 등 다층적인 작업이 전개되며, 김을이 직접 지은 구조물은 사적인 창작의 장소이자 존재론적 질문의 무대가 된다. 이번 전시는 반복과 갱신을 거쳐온 프로젝트의 마지막 시도로, 작업실을 예술과 삶이 교차하는 상징적 구조물로 재위치시킨다.
MP-6《유현미: Hybrid Reality》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8.1~9.28

유현미 〈네 번째 별 No.2〉 C-프린트 195×180cm 2008
200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유현미가 지난 20여 년간 전개한 ‘혼성(Hybrid)’ 전략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조각과 설치에서 출발해 회화, 사진, 영상으로 확장해 온 작가는 석고와 목재 오브제에 빛과 그림자를 입히고 이를 촬영하거나, 사진 위에 유화를 덧칠하는 방식으로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이어왔다. 전시는 〈스틸 라이프〉, 〈수의 육체〉, 〈코스모스〉,〈굿 럭〉, 〈십장생〉을 포함해 주요 연작들을 전관에 걸쳐 소개한다. 더불어 제작 과정을 담은 단편영화 〈그림이 된 남자〉(2009)와 작가가 집필한 소설을 함께 선보이며, 유현미가 구축해 온 시각적 실험과 서사적 상상력의 폭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MP-7《김민정: One after the Other》
갤러리현대 Gallery Hyundai
8.27~10.19
MP-7 김민정 〈Zip〉한지에 혼합매체 131×182cm 2024
30여 년간 종이와 먹, 불이라는 최소한의 재료로 수행적 작업을 이어온 김민정은 동아시아 서예와 수묵화 전통, 동양 철학을 토대로 현대 추상의 어휘를 확장해왔다. 이번 전시는 작년 프랑스 매그 재단 개인전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첫 전시로, 불에 태운 한지를 지그재그로 쌓아 올린〈Zip〉 연작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태우기와 반복의 행위를 통해 우연과 질서, 물질성과 비물질성의 경계를 탐구하는 그의 작품은 한지가 지닌 재료적 특성을 넘어 명상의 과정과 정서적 울림을 환기한다. 전시는 불과 종이, 반복과 소멸의 리듬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곱씹게 한다.
MH 멀티히트형 (Multi Hit)
“어벤져스 어셈블!”
여러 세대의 유망 작가가 모인 단체전. 미술관과 갤러리는 국제 홍보와 네트워크의 거점으로 기능하며, 동시에 담론 교류의 장을 구축한다. 단일 화력 대신 다목적 포진 전략으로 다층적 입지를 쌓는 방식이다.
MH-1《백남준의 도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
백남준아트센터 Nam June Paik Art Center
8.7~10.19

백남준 〈M200〉 CRT TV 모니터 86개, 2채널 비디오
‘비디오 몰입’을 주제로 백남준과 동시대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교차시킨다. 랭보의 시에서 가져온 전시 제목은 비디오 특유의 비선형적 시간성과 연결되며, 오늘날 몰입 환경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성찰하게 한다. 백남준의 다채널 설치〈M200〉(1991)을 비롯해 강이연, 구기정, 권혜원, 염인화의 신작이 360도 프로젝션과 미디어 파사드로 구현된다. 작품들은 기술과 예술, 자연과 기계가 교차하는 동시대의 시공간을 탐구하며, 백남준이 상상한 미래 도시의 비전을 오늘의 언어로 확장한다.
MH-2《안티-셀프: 나에 반하여》
아르코미술관 ARKO Art Center
8.22~10.26

강홍구 〈나는 누구인가 10〉디지털 합성, 디지털 C-프린트 40.5×60cm 1998
아르코미술관 기획초대전 《안티-셀프: 나에 반하여》는 중견·원로작가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하이라이트 전시다. 강홍구, 김나영 & 그레고리 마스, 김옥선, 김지평, 하차연 등 5인의 작가가 참여해, 자기 비평과 참조를 통해 구축해온 예술 세계를 탐구한다.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각자의 시각언어를 전개하며, 매체의 역사성과 문법에 반목하거나 이를 갱신하는 과정을 선보인다. 전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매체로 치환해, 자아 성찰의 과정이 동시대 한국미술사의 흐름과 어떻게 교차하는지 보여준다. 작가들은 개별 작업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재정의하면서도, 공동의 시공간 속에서 새롭게 위치 지어지는 ‘나’의 좌표를 제시한다.
“프리즈 기간 한국미술계의 과몰입, 유행의 시간성 속에서 중견작가의 자기 반영적 작품세계를 통해 회고적인 것과 시대착오적인 것의 가치에 주목한다” —아르코미술관
MH-3《두번째 삶: 변화하는 삶에 대한 단상》
아뜰리에 에르메스 Atelier Hermès
7. 2 5 ~10.5

이요나 〈간 방 벽〉 스테인리스 스틸, 오브제 10.5×1.5×3m 2025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 전경 2025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다섯 명(팀)의 한국 작가 김보경, 박민하, 백현진, 이요나, 한&모나를 초대해 《두번째 삶》을 개최한다. 전시는 ‘세컨드 라이프’라는 가상 세계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오용하면서, 현실을 벗어난 대체 공간이 아닌 이미 현실 속에서 경험되는 삶의 변곡점과 변화의 국면을 탐구한다. 각 작가는 자기 인식과 삶의 변화를 작업의 바탕으로 삼아, 실존적 질문과 자기 변형의 가능성을 예술 언어로 풀어낸다. 뜨개질을 통한 식물성 조각, 인공지능의 무의식을 시각화한 애니메이션, 몸과 목소리를 매개로 한 다층적 퍼포먼스 등 매체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개인의 삶과 존재가 지닌 복수성과 전환의 순간에 주목한다. 전시는 타자와 공동체 담론이 우세한 오늘의 문화 지형에서 다시금 ‘개별 주체’의 시선을 환기시킨다.
MH-4《PANORAMA》
송은 SONGEUN
7. 2 5 ~10.5

《PANORAMA》 송은 전시 전경 2025
2023년부터 시작된 송은의 연례 그룹전으로, 한국 작가들의 국제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이자 쇼케이스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협력해 해외 프로모션의 출발점을 마련하고, 동시대 작가들의 장기적 활동을 후원하는 성격을 지닌다. 올해 전시에는 권병준, 김민애, 박민하, 이끼바위쿠르르, 이주요, 최고은, 한선우, 아프로아시아 컬렉티브 등 8팀이 참여해 회화·조각·설치·영상·사운드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로 사회 감각과 도시 경험, 시공간의 층위를 탐구한다. 공통된 주제 대신 개별 작업 세계를 응축해 보여주며, 전시장 전체를 다층적 풍경으로 구성한다.
“해외 미술 관계자들이 다수 방문하는 기간에 맞물려 열리는《PANORAMA》는 국내 작가 프로모션의 출발점이자 향후 체계적인 국제 홍보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송은
MH-5《멜랑콜리아》
프라이머리 프랙티스 Primary Practice
8.29~10.11
김익현 〈fig. section l.s., 제미니 발사 전 컨셉트 드로잉, 1965년 8월 18일〉 사진,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50×62.5cm 2017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애도의 실패에서 비롯된 상실을 주제로 한다. 고대의 체액 이론에서 출발해 중세의 죄악, 근대의 창조적 고뇌, 20세기의 정신의학적 질병, 그리고 오늘날 번아웃에 이르기까지 멜랑콜리아는 시대마다 다른 얼굴로 반복되어 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역사적 궤적을 바탕으로, 개인의 신체에 부과된 규율과 억압의 메커니즘을 살피고, 동시에 개인적 상실의 경험이 어떻게 사회적·역사적 차원으로 연결되는지를 4인의 작업을 중심으로 탐구한다.
“한국 동시대 미술의 주요 실천과 담론을 선보이는 것은 비영리 예술 공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해외 관객들과 이 시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프라이머리 프랙티스
MH-6《Velvet Hammers》
핌 FIM
8.22~9.27

최유정 〈A Quiet Walk〉 캔버스에 유채 130×162cm 2025
1990년대생 여성 작가 이승희, 장예빈, 전다화, 최유정이 참여해 동시대 회화의 다층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벨벳 해머’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이들의 작업은 부드러움 속에 단단함을, 유연함 속에 저항을 품는다.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디지털 이미지의 파편성, 신체의 불안정한 순간, 심리적 균열을 다루는 작품들은 각기 다른 결을 지니면서도, 회화가 여전히 감정과 연대의 언어로 갱신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MH-7《스팸 앤 스캠》
갤러리 SP Gallery SP
9.11~10.11

기슬기 〈Primal Selfie 2_7〉 거울에 UV 프린트 60×60cm 2024
급변하는 동시대 이미지 환경과 그로부터 파생된 지각의 구조를 재사유하는 4인의 작업을 통해 변화하는 진실 패러다임에 대해 질문한다.
SA 의제포착형 (Seizing Agendas)
“사회적 감수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젠더, 세대, 생태, 지역 등 동시대 이슈를 민감하게 반영한 기획전. 예술적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사회적 반향을 노린다.
SA-1《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경기도미술관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7. 24 ~10.26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경기도미술관 전시 전경 2025
전시는 기후 위기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감각적 경험과 윤리적 사유의 층위로 전환해 보여준다. 장진승의 인공지능 시뮬레이션, 한윤정의 환경 데이터 시각화, 올라퍼 엘리아슨의 회화 등은 서로 다른 언어로 기후 현실을 번역하며, 아카이브 섹션은 1980~1990년대 한국 생태미술을 다시 호출해 예술이 환경과 맺어온 역사적 맥락을 현재와 연결한다. 전시 제목은 시인 김형영의 동명 시에서 차용한 것으로, 회복을 기다리면서도 희망이 소멸해 가는 역설적 정서를 환기한다.
SA-2《다시, 지구: 다른 감각으로 응답하기》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SeMA Archives
8.28~2026.2.22

이르완 아멧, 티타 살리나〈스리 룸풋(아름다운 풀)〉(스틸)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5분 11초 2023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다시, 지구: 다른 감각으로 응답하기》를 통해 기후 위기 시대에 요청되는 미술의 책임과 실천을 탐구한다. 기존 작업의 재해석과 재구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창작 방식을 실험하고, 돌·식물·바다 등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며,현장 조사와 타 분야와의 협업으로 예술이 환경과 맺어온 사회적 책임을 확장한다.
SA-3《봄의 선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sian Culture Center
9.5~2026.2.22

SA-2 《봄의 선언》 전시 포스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개관 10주년 특별전. 전시는 민주주의와 저항을 상징하던 ‘봄’이 오늘날 어떤 풍경으로 변형되었는지를 묻는다. 청춘의 희생으로 기억되던 봄은 이제 자유무역과 세계화 체제 속에서 착취당하는 생태계의 장면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전시는 서구 중심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착취 구조를 비판적으로 조망하며, 생물 다양성과 지역성, 미래 세대에 초점을 맞춰 대안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작품들은 경제적 세계화와 생태적 위기의 맥락을 교차시키며, 이번 전시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선언’으로 자리한다.
SA-4《나 아닌, 내가 아닌,나를 통해 부는 바람》
갤러리현대 Gallery Hyundai
8.27~10.5

이강승 〈무제(에틸 누드 (1), 1979년경, 피터 후자)〉 종이에 흑연 30.5×23cm 2025
이강승과 캔디스 린은 사회적 제도와 역사적 폭력 속에서 배제되거나 지워진 존재와 서사를 꾸준히 호명해 왔다. 이강승은 최신 영상작 〈피부〉(2024)를 통해 퀴어 선배 세대의 짧은 생애와 유산을 기록하며, ‘피부’를 변화와 기억의 층위가 겹쳐지는 아카이브로 제시한다. 캔디스 린은 곰팡이, 발효, 얼룩 같은 유기적 매체와 더불어 회화·조각·영상을 통해 식민주의와 젠더, 인종, 섹슈얼리티에 얽힌 권력 구조를 드러낸다. 전시 제목 ‘나 아닌, 내가 아닌, 나를 통해 부는 바람’은 D. H. 로렌스의 시에서 인용한 구절로, 억압된 기억이 바람처럼 다시 살아 숨 쉬는 과정을 은유하며 두 작가의 문제의식과 맞닿는다.
SA-5《지미 로버트: 에클립세》
바라캇 컨템포러리 Barakat Contemporary
8.28~10.26

지미 로버트 〈Comment taire〉(스틸) 비디오, 퍼포먼스 2025
과들루프 출신 작가 지미 로버트의 국내 첫 개인전. 로버트는 사진,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인종화된 흑인 신체, 퀴어 정체성,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정치학을 탐구해 왔다. 종이처럼 쉽게 찢기거나 구겨지는 취약한 재료와 자신의 신체를 중심에 둔 작업은 응시 속 권력 구조, 재현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며 미술사적 관습을 교란한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과 더불어 차학경의 언어와 신체 실험에 대한 응답으로 제작된 신작을 선보인다.
SA-6《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
아트선재센터 Art Sonje Center
8.26~10.26
국제갤러리 K2 Kukje Gallery K2
9.2~10.26

야광 〈날 것의 증거〉 퍼포먼스 2024
아트선재센터는 국제갤러리와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기존 퀴어 담론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여성·젠더퀴어 작가들의 목소리를 전면화한다. 198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여성·젠더퀴어 작가 11팀이 바라본 오늘날의 사회상과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2026년 3월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릴 젠더·퀴어 담론 기반 대규모 그룹전을 예고하는 서곡이기도 하다.
UF 연합전선형 (United Front)
“하나보단 둘, 전략적 연대의 힘”
갤러리 간 협업을 통해 해외 작가를 공동 유치하거나 공동 기획. 단독으로는 어려운 파급력을 연대의 힘으로 배가시키며, 이를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한다.
UF-1《안토니 곰리: 불가분적 관계》
타데우스 로팍 서울 Thaddaeus Ropac Seoul
화이트 큐브 서울 White Cube Seoul
9.2~10.18

안토니 곰리 〈Dwell〉 6mm 코르텐강 196×229.5×230.5cm 2022
안토니 곰리의 서울 첫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가 화이트 큐브 서울과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공동 기획으로 열린다. 두 갤러리는 서로 다른 구성을 통해 곰리의 대표작을 입체적으로 제시하며, 그의 조각 세계를 통합적으로 조망한다. 곰리는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오늘날, 도시가 인간에게 부여하는 자유와 제약에 주목한다.
“해당 전략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갤러리의 정체성을 보다 공고히 하고 국제 미술계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한 방향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
UF-2《Fantasy in the Unexpected》
WWNN
9.4~27

Hanna Antonsson 〈Auto wing XI〉 박제 까마귀 날개, 폐차 타이어, DC 모터, 마이크로컨트롤러, 목재, 금속선, 알루미늄, 스프레이 페인트, 부적 75×50×100cm 2024
WWNN과 도쿄의 CON_이 함께 기획하는 교환 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로 다른 도시적 맥락과 미학적 조건을 공유한다. CON_이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일본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도시라는 환경 속에서 예기치 못한 만남과 상상력의 교차가 드러나는 방식을 탐구한다. 이어 10월에는 WWNN이 기획한 전시가 일본 CON_에서 이어지며, 서로 다른 예술적 조건이 교차하는 장을 실험적으로 시도한다.
“올해는 일본의 CON_과 교류 전시를 기획해, 일본·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초대한다. 글로벌 시각과 동시대 정신을 서울 현장에서 제시함으로써, 규모의 경쟁 대신 콘텐츠와 네트워크로 차별화를 꾀하려 한다” —WWNN
UF-3《間 Interstice》
캡션 서울 Caption Seoul
8.30~9.30

Shu Da 〈대상(大桑)〉 유리, 볏짚, 철, 고무, 거울 조각 가변크기 2024
캡션 서울과 도쿄 기반 중국인 기획자 세이분이 공동 기획한《間 Interstice》는 동아시아 3국의 작가 케이윤, 김길리, 키루 미요시, 슈다를 선보인다. 네 작가는 압축된 시공간과 정보 과잉의 환경 속에서 불안정해진 자기 인식과 흔들리는 주체성을 탐구한다. 전시는 젊은 세대가 마주한 불안의 단면을 드러내며, 재구성된 표상을 통해 동시대 주체 형성과 자기 인식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캡션 서울에서는 보다 지역적인 맥락과 동아시아적 시선을 바탕으로 한 전시를 기획하고자 했다…국적이나 거주지, 활동 기반이 더 이상 경계로 작동하지 않는 시대에 세 나라의 젊은 작가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모색했다” —캡션 서울
ES 단독 스포트라이트형 (Exclusive Spotlight)
“내가 제일 잘 나가”
전도유망한 중견·신진작가 한 명에 집중하는 전략. 신작 발표와 큐레이션으로 그 가치를 극대화하여, 단일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ES-1 《이진주: 불연속연속》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Arario Gallery
8.13~10.9

이진주〈겹쳐진-사라진〉이정배블랙, 광목에 수간채색 56×37×200(h)cm 2025
이번 전시 제목 ‘불연속연속’은 파편화된 이야기가 단절과 연결 사이를 오가며 독특한 서사를 형성하는 회화적 구조를 함축한다. 독립된 단편이 모여 긴밀한 연속성을 이루는 화면은, 세대 간의 기억처럼 개별적이면서도 하나의 흐름 속에 엮인다. 대형 설치, 양면화, 입체 회화로 확장된 신작들은 회화의 평면성을 넘어 장소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아라리오 갤러리 전관에 펼쳐져 이진주의 방법론이 지향하는 새로운 지평을 드러낸다.
“한국 시장에서 중견작가의 해외 소개와 판로 개척은 장기적인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필수적인 요소라 생각하기에 아라리오갤러리는 올 9월에 한국의 대표 중견작가 이진주에 집중한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ES-2《우한나: 품새》
지갤러리 G Gallery
8.27~9.27

우한나 〈꼬리빗〉 옻칠, 3D 프린팅 PLA, 천, 면천, 끈, 실 62×53×22cm 2025
우한나가 지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으로, 지금껏 구축해 온 신체적 변이와 감정적 균형의 예술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 제목 ‘품새’는 한국 전통 무술에서 몸의 균형과 중심을 잡는 자세를 가리키는 동시에 작가의 예술적 태도를 은유한다. 작품은 패브릭의 흔들림과 주름, 금속·점토·알루미늄 캐스트 같은 물성의 충돌을 통한 균형을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는 파괴와 회복, 자멸과 재구성이 반복되는 몸짓을 통해, 완벽함이라는 환상보다 불완전함 속에서 다시 중심을 찾아가는 힘이야말로 존재의 본질임을 보여준다.
ES-3《최지목: 백 개의 태양》
갤러리 바톤 Gallery Baton
8.20~9.20

최지목 〈눈〉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2×130.3cm(×3) 2025
최지목은 수년간 몰두해 온 ‘잔상’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신작 18점을 선보인다. 태양과 마주한 뒤 망막에 맺히는 보색 잔상 개념은 작품의 색채 구성과 미학적 구조의 핵심을 형성한다. 눈을 감았을 때 나타났다 사라지는 색채의 환영을 안료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회화는 지각 실험이자 추상적 사유의 장으로 확장된다. 에어브러시의 부유하는 색 입자와 브러시의 물리적 흔적은 빛의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을 반영하며, 감각과 물질, 환영과 추상의 경계 위에 선 회화적 언어를 구축한다.
“갤러리 바톤은 프리즈 서울 & 키아프 협력이 시작된 이래로 매해 9월에 송번수, 이재석, 김덕희 개인전을 통해 한국 미술의 시대적 흐름과 매체와 표현 방식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시를 개최했다” —갤러리 바톤
ES-4《이재이: All That Glitters All That Flickers》
씨알콜렉티브 CR Collective
8.26~9.27

이재이〈All That Glitters All That Flickers〉(스틸) 비디오, 컬러, 사운드 10분 37초 2025
‘낙원의 재현’과 ‘꿈의 현현’으로 기능해 온 도시의 시각적 장치로서 유효기간이 지난 미래 이미지의 잔재를 수집하고 재조명한다. 20세기 중반 미국적 복고-미래적 상상력은 한때 찬란한 진보와 낙원을 약속했지만, 오늘날에는 향수를 자극하는 문화적 유물로 소비된다. 전시는 과거의 미래가 남긴 허상과 장소성, 기억과 재현의 메커니즘을 더듬으며, 반짝이지만 사라지는 이미지 이면의 존재론적 결핍을 함께 되짚는다.
ES-5《배윤환: 딥다이버》
스페이스K 서울 Space K Seoul
8.14~11.9

배윤환 〈요람〉캔버스에 아크릴릭 224.2×436.5cm 2025
《딥다이버》는 일관된 검은 화면을 통해 작가의 심연을 응시하는 회화적 여정이다. ‘검은 그림’ 시리즈는 구체적 묘사 속에 불안과 저항의 감정을 응축하고, ‘서커스’ 시리즈는 왜곡된 시공과 낯선 도형을 통해 서사를 걷어내며 감정의 낯설음을 드러낸다. 이는 감정을 더욱 함축적이고 직접적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로, ‘복잡하고 명확한 형상’에서 ‘단순하고 비정형적인 형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이번 전시는 배윤환이 회화적 언어를 재정립하는 전환점에서 관객을 그 심연 속 여정에 동참하게 한다.
“아트위크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의 전시를 기획했다. 국내작가의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스페이스K 서울
ES-6《갈라 포라스-김: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
국제갤러리 Kukje Gallery
9.2~10.26

갈라 포라스-김 〈6 Balanced stones〉종이에 색연필, 플래쉬 물감 152.4×182.cm 2025
갈라 포라스-김은 문화 기관의 분류 체계와 소장품 제도를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유물과 자연물이 지닌 다층적 역사를 드러내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왔다.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에서는 드로잉 13점을 선보인다. 그중 〈신호〉 연작은 전시장의 습기를 수집해 무작위 흔적을 남기며, 기후와 방문객의 움직임 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를 추상적으로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는 제도와 자연, 환경적 조건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하는 포라스-김의 실험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갈라 포라스-김과의 첫 협업이자 상업 갤러리에서 여는 첫 전시로, 한국 기관전 이후의 주요 작업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이다. 특히 한국의 ‘수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도 함께 소개된다” —국제갤러리
ES-7《옥승철: 프로토타입》
롯데뮤지엄 Lotte Museum
8.15~10.26

옥승철 〈Tylenol〉 캔버스에 아크릴릭 80×160cm 2025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 소비와 감각 방식을 탐구해 온 옥승철의 서베이 전시다. 전시는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회화와 조각 등 80여 점을 선보이며, 원본성과 실재성을 넘나드는 작가의 실험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끊임없이 복제·변형되는 이미지를 전통 매체로 옮겨낸 작업은 이미지의 가벼움과 작품의 무거움이 충돌하는 긴장감을 드러낸다. 또한 전시장은 소프트웨어 유통 방식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를 모델로 구성되어, 관객은 비선형적 동선을 따라 가상적 전시 공간을 경험하며 이미지가 호출되고 재구성되는 오늘의 감각적 조건을 마주하게 된다.
ES-8《현남: 필드 안의 둥지》
휘슬 Whistle
8.30~10.18
현남 〈Home〉 C-프린트 각 16×7.2cm 2025
초연결 사회라 불리는 동시대의 통신 네트워크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현남의 새로운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는 전자파과민증(EHS)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보이지 않지만 삶 전반에 흐르는 전자기파에 투사된 공포와 믿음을 물질적 실험으로 가시화한다. 강한 자기장으로 굳혀진 철가루 조각, 전기분해를 통해 형성된 금속 크리스털로 그린 한지 드로잉, 전파가 닿지 않는 폐광을 기록한 영상 등을 통해 비가시적 에너지가 불러오는 불안의 감각을 드러낸다.
ES-9《홍영인: 서투른 작곡가》
PKM갤러리 PKM Gallery
8.20~9.27

《홍영인: 서투른 작곡가》 PKM & PKM+ 전시 전경 2025
지난 몇 년간 이동과 여정 속에서 채집한 소리를 색, 촉감, 이미지로 편곡해 선보인다. 새의 울음은 실, 로프, 세라믹 등으로 엮여 3차원의 악보이자 악기 같은 조각으로 변주된다. 완결된 결과물보다 열린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는 드로잉에서 대형 조각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관통하며 관객과 공유된다. 이번 전시는 규정된 역사를 수평적으로 재구성해 온 홍영인의 기존 실천을 이어가면서, 삶 주변의 위계 구조를 유연하게 허물고 관계와 감각을 새롭게 조직하는 방식을 탐색한다.
“PKM갤러리는 매년 9월, 갤러리에 전속한 국내 작고·중견작가의 작업세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해 왔다. PKM 갤러리의 미션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한국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와 차별성을 두고 국내 작가의 잠재력을 글로벌 컬렉터·미술 관계자에게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다” —PKM갤러리
UC 비타협형 (UnCompromising)
“칠하게~ 내 갈 길 간다”
아트위크의 흐름과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리듬과 노선을 고수. 시장 중심의 논리에 편승하기보다 실험과 정체성을 우선하는 방향성을 택한다.
UC-1《형상 회로: 동아미술제와 그 시대》
일민미술관 Ilmin Museum of Art
8.22~10.26

《형상 회로: 동아미술제와 그 시대》 일민미술관 전시 전경 2025
일민미술관은 1970년대 동시대적 리얼리즘의 발아와 ‘형상’ 논의를 촉발한 동아미술제를 기점으로, 형상 탐구의 의미를 되짚는 기획전《형상 회로: 동아미술제와 그 시대》를 개최한다. 전시는 현실 모사를 넘어선 형상적 충동이 만들어낸 미학적 성취를 조망하며, 오늘날 다시 주목받는 구상미술이 현실과 맺는 관계를 탐색한다. 이미지가 현실의 결과라기보다 현실이 이미지의 결과처럼 여겨지는 오늘날, 형상적 충동은 현실에 직접 충격을 줄 수 있는 미학적 시도이자, 무겁고 느린 이미지를 통해 사유를 지속시키는 미술 본연의 힘과도 맞닿는다.
UC-2《방금 전의 소문과 오래된 증거로부터》
챔버 CHMBR
8.29~9.14

최가영 〈103년 전의 가이드북과 털이 자라나는 게〉(스틸)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8분 20초 2025
리서치 기반으로 기획된 본 전시는 남한·북한·중국·일본을 잇던 철도망의 흔적을 따라 중국 다롄, 단둥, 선양, 장춘, 옌볜, 투먼 등을 답사하며 수집한 기록과 물품을 재구성한다. 반재하와 최가영은 이동과 단절, 우회와 연결의 감각을 탐구하며, 분단과 식민의 역사가 남긴 왜곡된 유통의 궤적을 추적한다.
“시각적으로 덮어두고 현혹하는 작업은 정말 많지만, 이면을 조망하는 조금 더 날카롭고 통찰적인 작업과 전시가 필요했다. 이번 전시는 그런 기획자와 작가들이 협업한 전시로 상업적인 논리에서 오히려 조금은 자유로운 전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챔버
UC-3《패치워크!》
더 윌로 The WilloW
8.28~9.28

아오야기 나츠미 〈관계명 데몬스트레이션〉(스틸) 3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025
파편화된 세계 속에서 언어와 서사의 가능성을 다시 묻는 전시. 네 명의 여성 미디어 아티스트 박선호, 사토 토모코, 아오야기 나츠미, 임지지는 무빙이미지와 텍스트, 퍼포먼스를 통해 파편을 단순한 잔해가 아니라 복수의 서사를 직조하는 재료로 제시한다. 전시는 발터 벤야민의 문학적 몽타주 개념과 동시대 하이퍼텍스트적 감각을 교차시키며, 해체된 이미지와 텍스트가 비선형적으로 얽히는 장을 실험한다. 작품들은 기술 진보의 신화 속에서 누락된 여성의 미시사(박선호), 서구·남성 중심 근대화 담론의 틈새에서 재구성되는 서사(사토 토모코), 일본 호적 제도를 비트는 관계적 상상(아오야기 나츠미), 성차의 경계와 간극(임지지) 등으로 확장된다.
UC-4《박경근: 땅이 기억하는》
스페이스 애프터 SPACE ÆFTER
8.20~9.20

박경근 〈땅이 기억하는〉 2025
‘땅’은 역사와 지리 속에 축적된 감정과 기억의 층위이며, 개인적 경험과 집단적 서사가 겹쳐지는 장소다. 박경근은 이국에서 성장한 자신의 타자적 시선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경계와 균열을 재탐색하며,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는 영상의 시학을 구축한다. 이번 전시는 ‘사이의 공간’에서 부유하고 수장되는 현재의 불확실성을 포착하며, 냉소적이면서도 뒤틀린 시간의 감각을 드러낸다.
“상업 갤러리나 아트페어에서는 담아낼 수 없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집중하여, 한국 미술 현장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본 공간의 전략이다. 이번 전시는 거대 아트페어로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그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미술의 다양성과 비평적 문제의식을 보여주려는 시도이다” —스페이스 애프터
UC-5《나레쉬 쿠마르: March to March》
PS CENTER
8.26~9.13

나레쉬 쿠마르〈Mother Tongue〉 오래된 전화번호부(노란 페이지) 위에 수채, 동가루, 먹, 운모가루, 쪽가루, 대리석 가루 145×133cm 2024~2025
나레쉬 쿠마르는 반복과 의식, 충돌 속에서 연결되는 세계의 긴장을 탐구한다. 파트나에서 뭄바이로 이어진 여정과 광주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작가는 이주자의 일기이자 여행의 기록을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서사로 엮는다. 물리와 은유의 세계를 오가며 형성된 이 서사는 저항과 기억이 새겨진 장소들을 거울처럼 비추며, 혼란한 시대 속에서 회복의 힘과 희망을 모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작은 갤러리이기에 새로운 이벤트나 전략적인 기획전을 하기보단 인도 출신 나레쉬 쿠마르 개인전을 열어 국내외 컬렉터들에게 신선한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PS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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