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초 MoMA 북스토어,
서울에 문을 열다

노재민 기자

Sight&Issue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18-10 소재의 북스토어 외관. 현대카드로 도서와 굿즈를
구매하면 10% 할인받을 수 있으며, M포인트를 사용하면 2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제공: 현대카드

뉴욕현대미술관(이하 MoMA) 북스토어가 9월 9일 서울 압구정에 문을 열었다. MoMA 디자인스토어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 있지만, 북스토어는 세계 최초로 서울에 개관했는데, 이는 현대카드와 MoMA가 지난 20여 년간 이어온 파트너십의 결실이다. 이곳은 단순한 책방을 넘어 MoMA의 정체성과 사유를 압축한 공간이다.

MoMA 북스토어는 미술관이 직접 출판한 전시 도록을 비롯해 미술, 디자인, 건축 등 예술 관련 전문 서적 약 200종, 1,000여 권을 선보인다. MoMA 큐레이터가 선정한 도록과 작가 모노그래프는 물론, MoMA의 하이라이트 작품을 담은 『MoMA Now』, 특정 작품을 깊이 조명하는『MoMA One on One』 시리즈, 만화와 그래픽으로 미술관 경험을 재구성한 『Drawn to MoMA』 등을 포괄한다. 새라 스즈키(Sarah Suzuki) MoMA 부관장과 대니얼 페레즈(Daniel Perez) CFO는 지난 3일 월간미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책을 만들 것인가, 그들의 관심과 필요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한다” 며, 학술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출판 전략을 강조했다.

이어 요제프 보이스의 말을 빌려 MoMA 북스토어에 대해 설명했다. “보이스가 작은 오브제를 모두 소장하면 곧 자신을 가진 것과 같다고 했듯, MoMA가 출간한 책을 갖는 것은 곧 MoMA를 집에 가져가는 것과 같다.” 그들은 책이야말로 미술관의 지적 에너지와 시각적 흥분, 그리고 젊은 세대와 학생들에게 예술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MoMA Now』, 『Bauhaus: Workshops for Modernity』 등은 커피 테이블 북에서 입문 교양서까지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하며, 책을 통해 미술관을 집으로 가져가는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메인 도서존. 화요일부터 토요일은 정오부터 밤 9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사진: 박홍순

서울이 세계 최초 북스토어의 무대가 된 배경에는 한국 관람객의 증가와 더불어 현대카드와 MoMA의 협업이 자리한다. 2006년부터 MoMA와 손잡은 현대카드는 아트 라이브러리, 큐레이터 교류 프로그램, MoMA의 근현대미술 연구 서적 『프라이머리 다큐먼츠』 시리즈 발간 등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이어왔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서울 골목에 MoMA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지만, 세계 최초의 MoMA 북스토어를 뮤지엄 외부에서 열 수 있었던 것은 “20년간 쌓인 신뢰” 덕분이라고 직접 밝혔다.

오스즈키 부관장과 페레즈 CFO가 꼽은 대표적인 도서.
MoMA의 출간물은 책의 
성격을 고려해 페이퍼백을 비롯한 다양한 판형을 택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즈키 MoMA의 부관장과 대니얼 페레즈 CFO

북스토어 내부는 화려한 표지가 돋보이는 서적들을 전면 배치해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고, 디지털 월에서는 MoMA의 최신 전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소개한다. 이와 함께 MoMA 디자인 스토어의 아이코닉한 소품들도 캡슐 셀렉션에 일부 구성해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번 개관은 미술관 밖의 미술관을 지향하는 실험이다. 스즈키 부관장은 “53번가의 MoMA를 직접 찾는 이들은 한정적이다. 그러나 서울은 음악, 연극, 갤러리 등으로 가득한 찬란한 문화도시이며, 시민들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MoMA를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번 북스토어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페레즈 CFO는 “수익금은 전시, 소장품 보존, 교육 프로그램에 다시 투입된다”며, 북스토어가 단순 상업 공간이 아닌 공공적 사명을 수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세계 최초의 MoMA 북스토어가 서울에 자리 잡은 것은, 글로벌 미술관의 전략적 지향과 한국 문화 생태계가 맞닿은 결과다. 책을 통해 미술관의 세계를 집으로 들여오는 일, 그것이 이번 개관이 서울 시민에게 선사하는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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