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이강욱 역설적 공간: 신세계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1.7~3.6

이선영 미술비평

이강욱의 <paradoxical space; the new world전>은 ‘para-’라는 접두사에 암시되어 있듯이, 두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이한 논리를 표현한다. 이 같은 역설과 달리, 단선적 논리는 한 방향으로 명확히 나아가는 가운데 다양한 것을 배제하고 억압하곤 한다. 담론-권력의 장에서 벌어지는 것은 임의적인 것을 필연적으로 만들기 위한, 상식적인 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책략들이다. 부자연스러운 것을 자연화하는 것은 허위의식이나 이데올로기가 행하는 일이다. 그러나 예술은 의식적으로 그러나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다양한 것을 하나로 몰고 가려는 지배적 체계에 저항한다. 저항은 반드시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 동일한 논리와 대오로 정렬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배적 논리를 복제할 뿐인 전형적인 저항의 논리는 이항대립처럼 기존 질서를 더욱 강화할 뿐이다. 그러나 예술의 역설적인 논리는 정-반-합이라는 화해 지향적 방식을 해체하면서, 더 은밀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저항한다. 이강욱의 ‘paradoxical space’, 즉 양 방향으로 뻗어가는 공간은 소우주와 대우주의 교차를 말한다. 전시작품의 한 그룹을 이루는 ‘geometrical form’은 원자나 별, 또는 그것들의 궤도를 떠올리는 형태이다. 여러 크기의 원, 또는 타원형이 사방팔방으로 무한 증식하면서 앞으로 다가오거나 또는 멀어지는 형태들은 현기증을 자아낼 만큼 압도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현란하고 강렬한 느낌은 무겁고 둔중한 방식이 아니라, 비눗방울처럼 가볍고 투명한 요소들로 야기된다. 크기, 농담, 밀도가 서로 다른 (타)원들은 잠재적인 운동감을 가지면서 여러 방향에서 교차된다. 그것들이 예기치 못한 시공간에서 한 번씩 겹쳐질 때 마다 지상에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천계의 음악들이 팅팅 들려올 것 같다. ‘geometrical form’ 시리즈에는 숫자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우주에서 울려 퍼지는, 피타고라스학파가 상상했던 우주 음악 이미지가 있다.
또한 그것은 원자나 우주뿐 아니라, 신경계나 네트워크에서 발견되는 그물망의 형식으로 많은 접면을 생성한다. 추상적이면서도 원근감이 있는 화면들은 주어진 캔버스를 확장한다. 하나의 선으로 완결된 원과 타원형들은 단자들을 떠올린다. 아서 러브조이의 《존재의 대연쇄》에 의하면,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은 자연이 어디에나 생명으로 꽉 차 있음을 말한다. 《단자론》에 의하면, 자연이 추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양성의 극대화이며, 논리적 가능성의 한도에 이르기까지 종(種)과 아종(亞種)과 상이한 개체를 증식시키는 것이다. 독실한 라이프니츠는 무신론을 암시하는 텅 빈 공간을 부정했지만, 이강욱의 화면에는 원자라고 할 만한 기본 입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허공 또한 존재한다. 장 살렘은 《고대원자론》에서, 만일 모든 것이 꽉 차 있다면 운동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원자론자들의 주장을 소개한 바 있다. 섬세하고 투명한 느낌의 구성요소들은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공간을 동시에 제시한다. 닫힌 (타)원이 상징하는 충만함, 그리고 허공이 상징하는 변화가능성이라는, 상충될 수도 있는 두 요소가 역설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시리즈인 ‘the gesture’의 엔트로피는 더 높다. 씨앗이나 입자들이 공간에 흩뿌려져 있는 형상들은 생겨난 것들이 소멸하는 이미지다. 새로운 세계의 생성에 필요한 것은 이전의 대상이나 의미들이 분해된 잔해들이다. 공간 전체에 흩뿌려진 점들과 그 흔적들은 산종(散種)의 양상을 띤다. 기원을 추적할 수 없는 분포, 또는 중심이 없는 구조는 여러 작품에서 색만 달리하면서 반복과 차이의 유희로 펼쳐진다. 번진 점과 얼룩들은 시간성을 암시한다. 시간적 차이가 흔적화한 화면은 질감을 강조한다. ‘the gesture’ 시리즈는 무엇을 재현하는 광학적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를 지시하는 촉각적 공간으로, 투명한 광학적 공간이 지시하는 대상 및 의미와 차이가 있다. 광학성과 촉각성의 공존 역시 그가 이 전시에서 추구하는 역설에 속한다.

위 이강욱 <무제-12050(Untitled-12050)>(왼쪽)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2

CURATOR’S VOICE 현실활용가

두산갤러리 1.13~2.27

이설희, 장혜정, 최희승 ‘2015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참여자

미술과 그 외 모든 것에 각자 다른 관심사와 취향을 가진 우리(이설희, 장혜정, 최희승)는 서로를 알아가는 방식으로 “왜”라는 질문을 많다. 어떻게 들으면 너무 원론적이거나 이상적이어서 낯부끄럽기도 한데, 우리는 정말 궁금했다. 왜 미술판에 있는지, 왜 기획을 하는지…. 여러 날 동안 이유를 찾기 위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명쾌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공통적 정서는 있었다. 바로 (비슷하거나 다른 이유로) ‘미술 생태계에 속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현실이 쉽지 않음을 실감하는 시기를 거치는 중’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우리가 느끼는 미술계에는 열악한 제반 환경과 그 외의 것으로부터 파생되는 ‘현실’ 속에 정확히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는 어려움이 부유하고 있었고, 아쉽게도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대면하는 이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함께 호흡하는 태도의 부재로 인한 요소들이 삶의 결핍으로 녹아든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그렇게 “왜”라는 질문을 던진 이유는 아마도 이 불명확함에서 오는 불안한 마음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어 보았다. “어떻게”로. 스스로를 포함하여 이러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미술계에서 호흡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존재하는데, 이곳을 ‘떠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어느 작가의 말에 공감하며, 이 생태계에 속한 개개인의 활동을 지지해주는 원동력, 즉 ‘주어진 현실의 조건들 속에서 예술가로서 존재하는 그들만의 방식’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결국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은 ‘살아가는’ 생존의 문제와 연결될 수도 있겠지만, 자본과 직결된 경제적인 상황을 배제하고 현실의 상태와 요소들을 활용하는 작가 개인의 작업과 태도에 집중하고자 했다. 이는 그들의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 작가를 위한 가장 큰 지지이며, 이러한 우리의 태도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방식에 대한 탐구로, 우리 또한 우리만의 현실활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집중한 4명의 작가는 현실을 인식하고 관계 맺으며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독자적인 태도를 취한다. 재치 있는 언어로 주어진 조건들을 활용하는 박보나는 제도 혹은 구조에 가려진 예술 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고착화한 삶의 현실에 금을 낸다. 삶과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취사선택하는 현실 속에서 그는 배후에서 지켜보는 인물로 변용되기도 한다. 유목연은 ‘실생활 속의 경험’이 곧 ‘작업’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작가로서 생존해나가는 방식을 결과물을 통해 솔직하게 제시한다. 그가 ‘미술계’에서 실질적으로 마주한 상황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애처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정작 작가는 작품에서 자신을 타자화하고 그 상황을 제시할 뿐이다. 우리가 윤지영의 방식에 주목한 이유는 작가로서 가지는 에고(ego)를 통해 표현되는 결과물의 섬세한 언어 때문이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현실은 내·외부의 자극과 의미 작용, 저항 및 공존 등이 심리·물리적으로 균형을 이룰 때 작업으로 구현되는데, 이는 아주 개인적인 것 같지만 동료 예술가들로부터 공감하는 지점을 양산하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마지막으로 시선의 객관성 유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윤지원이 다루는 현실은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동시대적이다. 그의 탐구는 시공간을 넘나들지만, 지금 발생하는 현상과 사건들 그리고 우리와의 인과관계에 집중하며, 그의 태도는 현실에 무뎌지지 않기 위한 경계이기도 하다.

위 박보나 <코타키나 블루 #1>(위 벽면) 10채널 영상 2015

REVIEW

구자현 개인전
갤러리 조선 1.6~26

일평생 판화를 탐구해온 작가의 개인전 <현현顯現>. 1970년대 작부터 최근작까지 광범위하게 선보였다. 재현을 떠나 절제된 색상과 형태로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초월하는 수행적 자세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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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링앤딜링

PT&Critic-2013 Reunion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5.12.22~1.17

신진작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작업을 하는 작가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구민정 김영민 노은주 한성우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고전적인 형식의 회화뿐만 아니라 실험성 가득한 다양한 작업으로 전시장을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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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

PARK HERE
스페이스 오뉴월/오뉴월 이주헌 2015.12.18~1.30

1년간 용산미군기지를 리서치하며 용산기지 이전 과정을 기록하고자 진행한 프로젝트를 영상, 사진, 사운드, 조각, 설치,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전시엔 6명의 작가뿐 아니라 미군기지 근처의 근무자와 지역주민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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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미

윤정미 개인전
이화익갤러리 2015.12.18~1.31

피사체를 그들의 생활공간에서 촬영해 인물과 주변을 함께 담아내 작가 윤정미의 개인전, <반려동물>.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주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촬영한 신작 100여 점 중 일부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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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욱

고재욱 개인전
송은아트큐브 2015.12.15~1.20

본디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만 하는 현대인이 일종의 도피처 삼아 드나드는 공간인 ‘방’에 착안했다. 노래방, PC방, 찜질방 등을 이동식으로 꾸며 욕망이 분출하는 공간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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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립 (2)

2016 전북청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1.20~2.8

전북도립미술관이 ‘2016 전북청년작가’로 선정한 4명의 작가 박성수 박재연 박종찬 홍남기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5월 말, 전북도립미술관 전관에서 다시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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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수_루프 (2)

지지수 개인전
대안공간 루프 2015.12.15.~1.17

작가는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현대 자본주의하 가부장제의 이면을 주목해왔다. 특히 ‘꽃밭에서 | 가짜 종이꽃 접기’로 명명된 이번 전시에서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이에 대한 덧없음과 허무함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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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김강

김영만 소장품전
갤러리 희 2015.12.19~2.28

작가 안창홍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수집, 소장하고 있는 김영만 동의대 교수가 자신의 수장고를 갤러리로 잠시 옮겼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전시이자, 컬렉터의 소장품전이라는 이례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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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적목차_케이크 (2)

분석적 목차
케이크갤러리 2015. 12.17~1.17

미술 작품을 제작하는 설계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전시. 김나래, 김아영, 박아람X김정태, 양아치, 이윤호, 차혜림이 참여해 기존 작업의 레이어를 다시 들여다보고 참조해 재작업한 신작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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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_이배 (6)

정혜련 개인전
갤러리 이배 2015.12.8.~1.9

이번 전시 ‘연쇄적 가능성?행성’에서 작가는 발광 플라스틱 폴리카보 네이트와 브론즈를 재료로 입체구조물을 선보였다. 자신이 기억하고 상상하는 세계의 풍경을 선과 면으로 그려내고 이를 입체화하는 일종의 ‘드로잉 조각’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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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해나_정미소 (1)

조해나 개인전
갤러리정미소 1.7~27

영상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는 이번 전시 ‘타원궤도’에서 수많은 이미지의 파편을 통해 절대적이고 완벽한 이미지에 대한 환상을 좇는 삶의 모순을 드러낸다. ‘2015 정미소 어워드’ 수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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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숙김강

설희숙 개인전
통영시민문화회관 2015.12.3~2015.12.8

‘아! 동백’이라는 전시부제가 말하듯 유년시절 추억에 등장하는 꽃, 동백을 모티프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에게 동백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며, 자아를 표상하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PREVIEW

쇼케이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19~2.27

서울시립미술관이 전년도에 수집한 새로운 소장작품을 선보이는 연례 전시. 이번 전시는 2015년 한 해 동안 수집한 222점 가운데 회화, 드로잉, 사진, 조각, 설치, 뉴미디어 작품 등 60여 점을 소개한다. 2015 SeMA 신소장작품은 국내 대표적인 원로작가를 비롯, 중진작가의 작품과 함께 신진작가들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전체 수집작의 42%에 해당하는 93점을 기증 받아 장르별, 주제별로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대표 작품들로 구성된2015 SeMA 컬렉션 <쇼케이스> 전시는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2에서 사진갤러리 2로 이어지며, 미술관 야외 광장에서는 한용진 작가의 돌조각 작품 5점을 전시한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을 비롯하여 역량있는 중진작가와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시각예술의 아름다움은 물론 동시대 사회문화적 담론을 들여다 본다.
이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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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섭

심문섭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1.29~4.24

한국 추상 조각가 심문섭의 40여년 예술 여정을 총망라하는 전시 <Represent : 심문섭의 조각 회화 사진-항해일지>. 심문섭의 개인전 중 국내 최대 규모 전시인 이번 전시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예술과 자연에 대한 탐구의 결실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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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원&전준호

스테이징 필름
부산시립미술관 1.29~4.17

대중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와 달리, 미술관을 무대로 연출된 ‘비디오 아트’를 통하여 영상예술의 체험방식의 전환과 영상예술 표현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12명의 작가(팀)이 참여하여 비디오 아트의 현대적 미감과 인문학적 해석, 그리고 창의적인 재인식의 기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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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시간!이거

다중시간
백남준아트센터 1.29~7.3

백남준 10주기를 맞이하여 전 세계 인문학자, 과학자, 미학자 등이 기획자로 참여하는 전시 <다중시간 ? Wrap around the time>. 백남준의 작업을 연구하여 다양한 담론을 생성하고, 동시대 미디어아티스트를 선정하여 백남준의 작업과 링크시켜 융합한다. 전시는 부제 Wrap around the time에서 느낄 수 있듯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미디어’라는 소재와 정신으로 이어짐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국적의 15명(팀)의 미디어아티스트 김소라·야마시로 다이스케·백정기·버블데크오토워시·빠키·A.Typist·왕유양· 우지노 무네테루·유비호·이자벨라 페르케스·장 펠리·조이스 힌터딩·데이빗 헤인즈·카스텐 니콜라이·라파엘라 보겔이 참여하여 20세기의 백남준과 21세기 동시대 예술인들이 시공간을 넘어 서로 손을 맞잡는 상황을 다양하게 구현한다. 시대와 장르를 뛰어넘는 협업을 통해 백남준의 작업세계가 지닌 무한한 확장성에 주목하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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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

백현진
pkm 갤러리 1.27~2.27

미술,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예술적 영감을 구현하는 백현진의 개인전. 작가는 자유로운 붓 터치,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무는 밀도 높은 회화작업으로 추상적인 내러티브를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매체로 풀어내며 자신의 감정을 캔버스 위에 무의식적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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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정정엽
갤러리 스케이프 1.21~2.27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여성과 생명, 공존 문제를 다양한 예술행동으로 펼치는 정정엽의 개인전 <벌레>. 자신의 삶과 이반되지 않는 예술형식을 고민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싹, 나물, 나방, 열매 등 구질구질하고 징그러울 수 있는 미산리 마을의 생명체를 통해 자신의 작업과 삶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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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드_aisslinger-books-press2

뉴 올드: 전통과 새로움 사이의 디자인
서울대학교미술관 1.28~4.17

서울대학교 미술관과 독일국제교류처(ifa), 큐레이터 폴커 알부가의 협업 한 전시. 이번 전시는 동시대 디자인에서 전통과 새로움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7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며 물질, 구조, 배치, 제작, 전통적 사용법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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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희

최진희
금호미술관 2.18~28

깨지기 쉽고 투명한 재료인 유리를 다루면서 자신에게 내재된 유리같은 연약함을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최진희의 개인전. 작가는 자신의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 속에서 수용과 버림을 예술로써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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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윤민섭

윤민섭
신한갤러리 역삼점 1.28~3.17

작가는 삼차원의 공간 안에 플라스틱 막대를 구부려 확장된 드로잉의 개념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드로잉이 구성된 공간을 관람하는 행위를 통해서 스스로 예술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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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장미셸-1

장 미셸 오토니에
국제갤러리 2.2~3.27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존재의 상실과 부재, 그리고 신체와 정신의 상처를 주제로 다루어온 작가의 개인전. 이번 초대전 <Black Lotus> 에서는 Axis, Nexus, Vortex 시리즈의 일부 30여 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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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정영돈

정영돈
송은아트큐브 1.26~3.9

정영돈은 일상적 경험에서 주시하지 않으면 그 의미를 알아차릴 수 없는 낯선 모습들에 의구심을 갖고 우연히 마주한 사물과 풍경, 인물 등을 탐구해왔다. 작가는 익숙한 풍경이 어느 한 순간 특별하게 느껴지는 시점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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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ga  oil on canvas  41x53cm  2015

나광호
이랜드스페이스 2.2~29

나광호는 어린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기반으로 회화작업을 진행하며 이미지를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한다. 이런 작품을 통해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색채와 터치에도 미술의 근본은 즐겁고 유쾌해야한다는 작가의 감성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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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남준

백남준, 서울에서
갤러리 현대 1.21~3.6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그가 생전에 고국 한국에서 행한 활동과 남긴 작품 그리고 그러한 유산들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전시를 마련한다. 백남준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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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_Taekwondo_acrylic_on_canvas_130x194cm_2015

RETRO SCENE
스페이스k 과천 1.18~3.3

김성수, 이상원, 정재호 세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RETRO SCENE>. 이번 전시는 지나간 시대의 기억과 이미지를 그들만의 시각을 통해 익숙하고도 낯선 장면으로 재구성하여 펼치며 흘러가는 시간속에서 어제와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상원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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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톤-막스프리징거

막스 프리징거
갤러리 바톤 1.27~3.4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설치와 조각작업을 하는 독일 작가 막스 프리징거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수집한 주철 라디에이터를 기반으로 제작한 다수의 조형물과 산업용 자재와 LED를 결합한 평면 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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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숙-157000-수정

이승희
박여숙화랑 2.18~3.18

정통 도자 기법을 사용한 평면 회화 도자 작품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는 이승희 작가의 두번째 개인전 <TAO>. 역사속 유물로만 간주되어온 도자기를 창조적인 계승을 통하여 평면 도자회화로 재탄생시키는 노력과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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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강

전채강
인사미술공간 2.19~3.19

회화 매체에 대한 실험을 지속해 온 작가 전채강의 개인전. 사건의 특정 장면에서 사회 정치적, 그리고 일상으로 소재의 범위를 확장시켰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몇 해 전 우리 사회를 관통한 참사의 현장을 보며 작업한 조명탄 시리즈 400여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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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노미츠오

영상과 물질-1970년대 일본의 판화
경기도미술관 2.1~4.3

다양한 미디어가 다뤄지는 현대미술에서 여전히 가장 기초적인 미디어로서 판화에 주목한다. 특히 19세기 일본 우키요에의 유행으로 판화가 독자적 주목을 받게 된 전후 상황을 살펴보고 전통에서 벗어나 현대적 개념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주는 일본 판화를 소개한다.
가노미츠오 작

PREVIEW 2

곽정희
구리 커피베이 갤러리 1.29~2.26

자연의 질서와 그 안의 조화로움을 보며 인간의 조형성과 조화에 대해 질문하며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되는 식물의 모습에서 발견하는 조화의 아름다움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실천할수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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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후

김길후
포항시립미술관 1.14~4.3

동양적 사유세계의 대표적 색채인 검은색을 주조로 한 작업으로 주목 받는 김길후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매체와 설치미술이 주류로 자리 잡은 국제적 미술 경향에서, 오랜 역사를 안고 있는 동아시아의 회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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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문정

황문정
파비욘드갤러리 2.16~27

작가는 주변 환경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특정 장소의 맥락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일상을 이국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는 갤러리 공간을 활용한 설치로 이번 전시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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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림

그레이스 림
핑크갤러리 2.1~23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사랑의 감성을 표현해온 작가 그레이스 림의 개인전. 작가는 파스텔톤의 하얀색을 사용하여 평화롭고도 안정된 마음을 표현하며 지난 시간들에 대한 기억과 감사, 기도, 미래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작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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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김미화
진해 몽갤러리 2.2~9

아름답고 신비한 숲의 느낌을 주관적,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김미화의 개인전. 작가는 단순한 색과 선으로 율동감을 표현하고 단색조의 색상과 수없이 겹치는 간결한 선을 통해 서정적이고 고요한 숲의 느낌을 공감각적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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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식

이두식 3주기 추모전
갤러리 H 2.23~3.22

한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이두식의 3주기 추모전. 이두식 작고 후 처음 열리는 전시로 초기 드로잉에서 미발표 근작에 이르기까지 50여 점이 공개된다. 40여 년간 한길을 걸어온 이두식의 예술인생을 한자리에서 집약해 보고 그의 예술정신과 가치를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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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낙

전낙
에이블파인아트갤러리 1.27~2.20

‘Mysterious Universe’ 라는 주제로 전낙의 개인전이 열린다. 보는 순간마다 이미지가 바뀌며 무수한 레이어가 누적되어있는 렌티큘러 작업을 통해 다양한 비전과 실험을 거듭해온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Axis, Nexus, Vortex 시리즈의 일부 3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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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김수진
이천아트홀 2.13~19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화면에 옮기는 김수진의 개인전. 작가는 그림을 평범하게 짜여진 삶에서 탈피하여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데려다주는 도구로 생각하고 늘 꿈꾸던 감성충만한 소녀의 마음으로 화판을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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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을

박노을
최정아갤러리 1.18~2.15

중간톤의 색채와 강조된 윤곽을 통해 단순화된 대상을 평평하게 바라보는 박노을의 개인전. 작가는 <광휘를 찾아가는 집>이라는 타이틀의 이번 전시에 서정적인 화제(畵題)를 따라 ‘멈춰선 곳마다’ ‘보이는 것 그대로’ ‘주관적 시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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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도시-김진석

두 도시 이야기; 부다페스트 이후, 그리고 서울
KF갤러리 1.22~2.20

한국 사진작가 김진석과 헝가리 사진작가 게르게이 사트마리가 참여하는 전시. 동시대 두 도시, 부다페스트와 서울의 풍경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 표정을 담은 사진작품들을 전시하여 ‘삶의 소리’를 찾아 가고자한다.
김진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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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깊

차주만
군산 예깊미술관 2.4~3.1

인간의 욕망에 관해, 그리고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조각과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온 작가 차주만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 <TRACE- 생명을말하다>에서 대표작 ‘psuche’를 비롯한 다수의 신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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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김경덕

Space In & Out
아트스페이스 J 2.16~3.30

당대의 주거공간과 건축물, 나아가 도시는 현대 사진가들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된다. 그 중에서도 동시대 주거공간의 내부와 외부에 주목한 김경덕 김진호 박찬민 이문호의 작품을 통해 일상의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탐색해본다.
김경덕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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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디

조르디 지스페르트
갤러리 토스트 1.30~2.17

한국·스페인 교류 66주년과 갤러리토스트 개관 5주년을 맞이하여 기획되었다. 예술활동을 통한 환경보호를 지향하는 작가 조르디 지스페르트는 자연파괴적 현대사회에서 벗어나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은 이상의 원초적 자연을 오일페인팅으로 화폭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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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자

최현자
갤러리 카페 담 2.1~26

오늘날의 무겁고 힘든 현실 속에서 익살스럽고 유쾌한 악동의 모습을 통해 소소한 웃음을 안겨주는 작가 최현자의 개인전. 작가는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소재인 소행성과 별, 악동의 모습을 화면에 적절히 배치하며 위트있는 화면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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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박민
광화문 동아일보사옥 전광판 1.14~2.29

다채로운 형식의 미디어작업에 매진해온 작가 박민의 개인전. 작가는 설치미술의 형식이 가미된 독특한 배열과 양면거울을 이용한 인물 사진들의 뒤섞인 이미지를 통해 우리시대 정신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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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선

최광선
갤러리 위 1.18~3.4

‘장미화가’로 알려진 최광선의 개인전 <Le Roman de la rose>. 50여 년간 사물에 대한 부단한 관찰과 본질 모색을 거쳐 작가의 깊은 사유가 담긴 독창적 기법으로 완성해낸 구상과 추상이 조화된 짜임새 있는 작품들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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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김영애
갤러리 조선 2.16~28

나무조각들을 수집하여 모자이크로 조합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김영애의 개인전 <Pieces to Whole>. 이번 전시에서는 각각의 작은 조각들이 만나 전혀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변화와 화합의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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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22-권태균

노마드
스페이스22 1.4~2.20

故권태균의 유작 사진집이 그의 1주기를 맞아 출간되었다. 한국인의 정서가 듬뿍 담긴 사진세계를 추구한 진가의 대표작인 『노마드』 시리즈를 한데 엮었다. 작가는 1980년대 한국의 문화, 역사, 사회상을 배경으로 서민의 삶을 담아냈다.
권태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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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요시토모_나라_pubcup-1

백화점(百畵點)展_100가지 그림전
부산 롯데갤러리 광복점 1.29~3.1

보다 쉽고, 유쾌하고, 가치 있는 미술작품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전시로, 국내외 인기 작가들의 회화, 조각, 사진, 판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요시모토 나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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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에노

나탈리 에노
대전 이공갤러리 2.4~15

현대 프랑스 영화사 한 가운데를 관통하며 많은 배우들을 카메라에 담은 나탈리 에노의 전시.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주로 찍었던 소피마르소의 모습을 통해 영화배우로서의 삶과 함께 인간으로서 소피마르소의 면면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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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크로마-김명진

모노크로마
이목화랑 2.2~23

무채색 회화라는 공통점을 가진 김범중 김명진 하대준이 참여하는 <모노크로마>. 단순한 흑백의 톤으로 의식과 무의식사이를 유영하며 닿을 수 없는 의식의 끝을 화면에 구현하는 3명의 작가 작업을 통해 다양한 검은색과 흰색의 깊이를 느껴볼 수 있다.
김명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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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아트

에바 알머슨
부산 소울아트스페이스 1.22~2.19

동그란 얼굴에 까만 눈, 발그레한 볼 아래로 소박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에바 알머슨의 개인전이 소울아트스페이스 전관에서 열린다. 따뜻하고도 솔직한 메시지로 공감을 자아내는 신작을 포함한 유화 15점을 비롯한 총 2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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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일

박용일
훈갤러리 1.22~3.15

작품 ‘He-story’ 시리즈는 그의 이야기와 역사(History)의 뜻을 포함한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시대적인 사회변화에 대한 기록을 나타내는 동시에 작가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4

생애전환기의 작업실

나는 저자 소개란을 공들여 쓰는 편이다. 첫 책 저자란은 꽤 열정적인 톤으로 썼고, 그 뒤로는 좀 덤덤하게 썼는데, 어쨌건 짧게 끝내지는 않았다. 책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활동이나 관심사를 명쾌하게 쓰려고 한다. 그리고 메일 주소를 반드시 적어두는데, 독자의 요청이나 질타 등을 듣고 소통하기 위해서다.(독자의 다양한 의견이 실제로 온다!) 요즘은 “달콤한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문구를 넣는다. 작업실은 나라는 ‘작가’를 설명해주는 주요한 지점이다.
첫 책의 저자 소개 말미에는 “레나의 티룸이라는 작은 공간을 갖고 싶은 꿈이 있다”라고 적었는데, 그래서 작업실을 찻집이라고 오해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홍차에 관한 책을 쓴 후에는 티룸을 열어야 할 것 같았고, 근대문화유산 기행문을 썼을 때는 학위 과정을 밟아 근대건축 연구자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미술 에세이를 쓰고 나니 아쉽게 끝낼 수밖에 없었던 예술사 공부를 더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고, 문학기행서를 펴낸 후에는 문학가의 반열에 들기 위해 등단이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그것도 잠시, 다음 책에 돌입하게 되면 ‘내가 끝까지 하고 싶은 건 글 쓰는 일이었지. 어려서부터 꿈꾸던 일이잖아. 나는 꿈을 실현한 거야”라며 써야 할 글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런 글을 계속 쓰는 일이다. 글을 쓰며 사는 일에 온전히 몸과 마음을 맡기자고 결심한 건 더듬어보건대 마흔을 지나면서다. 생애전환기라며 건강보험공단에서 특별한 검진표가 날아오는 그 마흔. 난 여전히 외롭고 소심한데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한 마흔.
서른과 비교해보면 이 나이는 참 묘하다. 20대엔 얼른 서른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감정의 혼란이 그때쯤엔 가라앉길 바라면서. 그러나, 서른은 언제 왔는지도 모른 채로 후다닥 스쳐지나갔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나날이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마흔은 얼마나 다행스러웠던가. 여전히 허둥거리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던 30대가 끝나갈 즈음, 나는 속도를 늦추고 다가오는 마흔을 우아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나라는 인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았고, 앞으로 펼쳐질 삶도 괜찮아보였다.
무한정 남아있을 것만 같은 인생이 예상보다 짧을 수도 있다는 깨달음도 왔다. 그래서 복잡하게 벌여두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생활을 간결하게 만들었다. 밥벌이기도 했고 미련을 버리지 못해 해오던 일들도 잘라냈다. 쓰임이 있겠지,하고 쌓아두었던 것들도 과감히 버렸다. 버리고 나니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다. 쓰려고 묵혀둔 이야기들을 꺼내서 완성하는 일이었다. 글을 쓰는 건 사유하기 위한 방식이다.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되므로 탈고하고 나면 조금은 심오한 철학을 한 듯하다. 그때 나는 가장 충만해진다.
자주 가는 곳 중에 나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공간들이 있다. 기분 좋은 날엔 원서동길을 걷고, 마음이 무너지는 날엔 혜화동성당에 간다. 홍대앞 만화서점에서 만화덕후들을 구경하면 열띤 에너지가 쑥쑥 차오르는 기분이고, 주인이 골라놓은 몇 권의 책만 판매하는 ‘서울오감도’라는 서점 겸 작은 공간은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다. 동갑내기 지인이 하는 곳이라서일까? 말없이 교감하는 느낌이 든다.
최예선 (7)그리고 작업실. 내 손길이 닿지 않으면 빛이 바래는 이 작고 어두운 공간은 말없이 나를 지켜보는 희한한 존재다. 여기선 내가 어떤 일을 해야할 지 분명해진다. 그동안 프리랜서 에디터로 해온 일들을 여기서 벌여놓으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새로운 이슈에 재빠르게 대응해야 하고 세련되고 매끈한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일들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과 모여서 재미난 걸 하자며 작당을 하고, 조분조분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홍차를 마시고, 상상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덕질을 하는 일들, 손을 움직이고, 사람들과 시선을 맞추고, 고요히 나를 응시하고, 어떤 결심을 하고, 먼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이런 일들을 할 때 작업실은 반짝반짝 빛난다.
이 작은 공간이 마음에 들어 꼬물꼬물 만들던 그때, 이미 내 미래가 결정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곳에서 생활의 모순을 조금씩 해결하고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을 연습한다. 그리고, 더 고민하고 고민하며 내 목소리를 내어보기로, 내가 가치를 두는 것들을 끌어 모아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마흔은 인생의 전환기가 틀림없다. 글 쓰는 사람으로 나를 단련하겠다, 앞으로 끝까지 이 세계를 탐구하고 조금씩 나아가겠다는 결심을 했으니까. 내 목소리를 내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내게는 내 손으로 만든 작은 세계, 작업실이 있다. 이 공간은 내게 무한한 용기를 준다. 무엇이건 해보라고, 벽을 부수고 좀 더 자유로워지라고 등을 두드리는 것 같다.
한번이라도 경계를 넘어간 사람은 다시는 그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한번 작업실을 만들어본 사람은 작업실이 없는 삶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것은 진리다. ●

CRITIC 임민욱 만일(萬一)의 약속

플라토 2015.12.3~2.14

이찬웅 철학, 이화여대 HK교수

소녀는 연약하다기보다는 취약하다. 키가 달라질 때마다, 지각이 또다른 높이에 도달할 때마다 새로운 비난과 슬픔에 속절없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목이 나무 높이보다 더 길어졌을 때, 앨리스는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는다. “커다란 비둘기가(…) 날개로 앨리스를 세게 쳤다. ‘뱀이다!’” 작아진 앨리스는 쥐에게 여러 차례 사과하고 공감을 표현한다. “아, 미안해! 네가 고양이를 안 좋아하는 걸 깜빡했어.” 보통 키로 돌아온 그녀는 난폭한 여왕에게 단호하게 동등한 권리를 주장한다. “고양이도 왕을 볼 수 있어요. 책에서 읽었어요.” 키가 커지고 작아지는 미친 생성 속에서, 그녀는 낯선 척도의 세계를 목격하고, 이상한 풍경에 당황하고, 적절한 대응에 실패하고, 고양이를 지키려 하지만, 계속해서 사과하면서 슬퍼하고, 드물게 화를 내기를 반복한다.
이 이상한 공감 능력은 때로 조울증과 뒤섞인다. 버지니아 울프와 니체가 각자 보여준 것처럼, 조울증의 높낮이는 세계를 감각하는 새로운 관점들이기도 하다. 우울증의 슬픔은 세계의 부분들이 울고 있으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수면제가 인도하는
저 심연에는 세계의 칸막이들을 가로지르는 기이한 존재가 산다. “보이지 않는 적막이 문을 열고/ 세상의 모든 방을 넘나드는 소리의 귀신”(최승자). 임민욱 작가에게 미술은 이 넘나드는 귀신을 따라 가는 것이다(<포터블 키퍼>).
이렇게 따라갈 때 어떤 세상이 보이는 것일까? 소위 “풀의 삼단논법”이라고 알려진 분열증의 사고를 조금 고쳐서 이렇게 써보자. X는 운다, A도 운다, 따라서 X는 A다. 이것이 임민욱 작가가 세계 안에서 일의성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세계의 일의성이란 무엇인가? 모든 물방울은 그 크기와 형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다 안에서 동등한 물방울이다. 작가에게는 울음이 모든 존재자를 은밀하게 잇는 일의성의 질료이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구체적으로 X와 A는 무엇인가? 2012년 <절반의 가능성>에서 북한은 남한이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경산/진주는 광주다. 오늘 이 전시의 동명 작품 <만일의 약속>에서는 헤어진 두 이산 가족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분할된 화면의 양쪽에 서로 닮은 형제자매의 모습을 보는 일은 거의 기적을 느끼는 체험을 준다. 한반도라는 영토에서 40여년의 시간 동안 멀리 떨어져 있던 두 개의 물방울이 가장 가깝게 모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입자와 반입자처럼 거의 무한도의 속도로 두 사람은 이산가족 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시청자 역시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터져 나오듯이 감동하게 된다.
이것이 임민욱 작가가 엄격하게 소통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와 국가주의의 장벽을 넘어 언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또는 느린 속도로 가 닿는 것 말이다. 그녀가 예술이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통은 이산가족들이 미디어를 점령하면서 벌어진 지극히 예외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므로 미디어 역시 다른 무엇이 되어야 한다. 예술의 미디어-되기와 미디어의 토템-되기.
이렇듯 이중의 생성이 있고, 임민욱 작가는 이번 전시장의 두 방에 각자 하나씩을 배분한다. 후자에서 미디어는 원초적이고 관능적인 힘을 회복한다. 작가의 이전 작업과 비교할 때,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이번 전시는 확실히 새로운 지점이다. 작가는 비판적인 질문 옆에 이제 작은 소망을 붙여놓는 것일까. 한반도를 내려보던 작가는 이제 다시 소녀처럼 키가 작아져서, 기러기로 변한 열두 오빠를 위해 화형대 안에서 가시덤불로 뜨개질을 하는 것일까. 아, 그러나 동화처럼 제시간에 행복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작품들의 재료는 겨우 존재하는 것들이고, 따라서 아마도 곧 사라질 것이다.
1983년 이산가족 상봉 방영 장면을 2015년 말에 불러오는 작가의 작품은 어떤 시대착오처럼 보인다. 그녀의 시선의 위치가 차라리 시간축을 따라 급격하게 움직인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 이상한 시간 감각은 아마도 그녀가 1990년대 내내 한국을 떠나 있었던 사정과도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 시기에 한국은 문민정부 시대의 문화적 낙관주의와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경제적 침통함을 차례로 경험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이 시기를 기원으로 삼고 있고, 1980년대의 정서적 공동체에 대한 감각은 거의 상실됐다.
시대착오적인 호출은 강렬한 정치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파커 파머, 김찬호 역,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글항아리, 2012) 같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민주주의의 첫 번째 집” (101쪽)이며, 그것이 “사회적 품위를 지켜주는 규범”(113쪽)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이 정치의 영역이 되기는커녕, 위안의 소비 시장에서 헤매고 다니는 사정을 볼 때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심정은 비참하다. 이 중요한 질문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업이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결국 예술인 이유는 항상 은폐되거나 방치된 쪽에 서고자 하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가 적군과 아군을 구분해서 우리를 구성하는 기술이라면, 예술은 그러한 행위의 정당성을 따져 묻는 것이다.
임민욱 작가의 이전 인터뷰들과 한 번의 대화에서, 직간접적으로 연상되는 사상가는 손쉽게 열 명이 넘는다. 그녀는 그것들을 대부분 체화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붙잡히지 않고 어디론가 달아나고 있는 것만 같다. 비평가들은 그녀로부터 원하는 누군가를 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늘 충분치 않을 것이다. 그녀가 간직하고 있는 예술의 정의는 거의 흠잡을 데 없어 보인다. 실현 불가능할 것을 알면서도, 모든 규정으로부터 계속해서 진행형으로 벗어나고 있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말이다. 문제는 이런 것이다. 이렇게나 많고도 깊은 슬픔을 원동력으로 삼는 예술의 방식을 얼마동안이나 한 정신이 버텨낼 수 있는가? 예술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들 안에서, 주제넘지만 나는 이 예술가의 미래가 염려스럽다.

위 페이지 임민욱 <허공에의 질주> 설치 2015

CRITIC 평면 탐구: 유닛, 레이어, 노스탤지어

일민미술관 2015.11.27~1.31

김인선 윌링앤딜링 대표

‘평면’은 회화라는 전통성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확장적인 의미를 생산할 수 있는 전략적 용어이다. 이에 ‘탐구’라는 단어를 결합하여 작품 자체를 전체 미술 흐름의 ‘과정’에 놓음으로써 이 전시의 실험성을 강조하려는 기획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참여 작가들은 각각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데 특히 회화 작가의 경우 캔버스 위에서 재현보다는 평면성을 획득하는 방식을 꾸준히 다루고 있는 작가들을 선별함으로써 본 전시의 기본 취지를 선명하게 한다. 한편 어떤 장르를 다루든 ‘평면’이라는 기본적 형식을 출발지점으로 삼고 이를 확장하는 작가로의 테두리를 빠져 나가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만큼 ‘평면’이라는 용어는 포괄적이다.
참여 작가들은 어린 작가라 할 수 있는 세대부터 한국 모더니즘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기성 작가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이러한 포괄적 형식의 성격에 대해 좀 더 확신이 든다. 이들 작가의 성향과 다루는 매체 및 소재의 해석은 제각각이나 이 전시의 틀은 다시 한 번 이들은 회화적 태도, 이미지를 어떻게 평면적으로 다룰까 혹은 그들의 이미지가 어떤 지점에서 평면성을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 전시는 의도대로 흘러간다.
전시는 ‘유닛’, ‘레이어’, ‘노스탤지어’ 라는 세 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되고 이를 구성하는 작가별로 해당 키워드와의 분명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형식을 다소 우위에 둔 듯한 구성 때문인지 사실 ‘평면’이라는 형식을 기반으로 한 작업 속에서 이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로서 키워드들을 두고 좀 더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기보다는 구획을 나누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점이 아쉽다. 즉, 이들 용어를 평면성에 대한 연구의 하위 개념으로 두기에는 이 역시 포괄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한 명 한 명의 평면에 대한 탐구가 꽤나 흥미롭고 입체적인 데 비해 이러한 키워드를 제시하는 것이 이들을 맥락화하는 과정 속에서 다소 단순하게 해석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이들을 하나로 묶는 평면 탐구 그 자체로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지점들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 전시의 결은 두터워 보인다. 수집된 데이터를 색채라는 표면으로서 시각화하는 박미나와 박아람의 작업과 관객이 직접 평면이 입체로, 입체가 평면으로 환원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곽이브와 강서경, 삭제된 요소가 이미지와 그에 따른 텍스트 자체를 재배치시키는 현상을 목격하게 하는 윤향로의 영상작업, 본질적 요소로의 회귀와 동시에 행위적 요소가 가미됨으로써 평면의 근원적 단위를 직조하게 된 차승언, 색채 자체에서 폭발적으로 확장되는 시각적 감각의 화면을 만들어낸 성낙희, 잘게 분할되어 세계의 파편이 어긋나고 맞닿게 되는 그리드 구성 속에 새로운 풍경을 제시하는 박정혜 등은 매체를 다루고 이해하는 방식에서 뛰어난 작가군임에 틀림없다.
특히 형식주의를 중요시 해오며 모더니즘의 중심에 서 있는 홍승혜의 평면 탐구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1930년대 영화음악과 디지털이라는 미술 신소재를 마주치게 하는 동시에 기하학적 형상의 배치들의 형식적 요소들이 등장하며 구상적 이미지로 배치되면서 드러나는 유기적인 생명력은 작품의 입체적인 감상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백경호의 캔버스는 마치 인터넷 창을 동시에 열어둔 화면을 들여다보듯 두서없고 이미지 자체로는 상호 연결성 없는 이미지들의 축적이지만, 요즘 등장한 비슷한 또래의 회화 작가들 스타일이나 동세대 문화를 반영하는 행위나 태도로 읽을 수 있다. 또한 그 어떤 것도 중요할 수 있고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다차원적 사고의 흐름을 좇을 수 있다. 이처럼 세대 사이의 간극을 가진 이들이 모여서 하나의 전시를 구성하는 모양새는 작가들의 이미지와 표현 형식을 대하는 데에 다각적으로 변하는 태도의 흐름을 가늠케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위 박아람 <나뉜 검은 사각형>(왼쪽) 월 페인팅 2015

CRITIC 유비호 해 질 녘 나의 하늘에는

성곡미술관 2015.11.13~2015.12.31

양효실 미학

어떤 예술가는 생산적 실체를 허구적 이미지로 대체한다. 예술가는 의미를 비우기 위해, 의미의 결핍을 가리키기 위해, 무의미의 힘을 증언하기 위해, 텅 빈 이미지를 획책한다. 절룩거리는 사내는 소복 입은 노파를 업고 골목을, 아파트 근처의 천변을, 흙더미 근처를 배회하거나 육교에서 오래도록 내려온다. 그것은 맥락 없이 불현듯 나타나서 도처를 횡행한다. 맹인에게 업힌 다리 ‘병신’은 완전성을 보충·반복한다. 유비호가 찾아낸 이미지인바 노파를 업은 사내는 더 절룩거릴 뿐이고 더 고통받을 뿐이다. 사내에게는 배가된 불행, 넘쳐나는 불행이 입혀져 있다. 그러나 핍진성이 아니라 서정성이어야 했기에 사내는 노동자도 장애인도 아닌 절룩거림을 ‘연기’하는 젊은 남자이다. 사내는 견딜 수 없는 불행을 철거 예정인 폐가 ‘안’에 버린다. 폐기의 장소는 불가능한 유기의 이미지 덕분에 ‘완성’된다. 기다리다가 죽어갈 늙은이를 등 뒤로 남기고 남자는 화면 밖으로 나갔다.
근대적 재난은 무차별적이고 무한히 반복된다. 근대적 재난은 신적 의미를 탈각한 채 계속 일어날 뿐이다. 사후적으로 선정된 원인은 제거 불가능한 것으로서만 기재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근대적으로 죽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근대적 삶이 잔인하리만큼 무의미하듯이 근대적 죽음은 우스우리만큼 잔인하다. 그리고/그런데 우리는 슬프다. 우리는 근대적 죽음 앞에서 논리적으로는 웃어야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울고 있다. 너의 죽음은 사랑하는 자의 죽음이고 그렇기에 ‘나’의 죽음이다. 단원고 여학생의 엄마 박혜영은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39분38초 동안 카메라 앞에서 윤민이에 대해, 고통에 대해, 슬픔과 분노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이 긴 여자인 박혜영이 결국 눈물을 보일 때, 카메라를 향해 “윤민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게, 엄마가 금방 갈게”라고 말할 때, 1999년 LG에서 출시한 낡은 TV 수상기 앞에서 ‘나’는 운다. ‘나’가 앉은 자리에 먼저 앉아 있었을 작가의 작고 가냘픈 신음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들린다. 묻고 기다리고 들었을 그의 몸-소리가 우연처럼 흔적처럼 실수처럼 화면에 묻어 있다. 그는 정면을 바라보는 카메라처럼 고통을 보는 자이다. 상실의 슬픔은 우리를 늙고 낡은 노파나 절룩거리는 사내로 만든다. 작가는 슬픔의 서정성을 재난의 핍진성에 단단히 묶는다. 슬픔은 장소, 사람, 기억을 갖는다.
전시장 1층에서 노파를 업고 걷다가 유기했던 사내는 2층의 한 전시실에서는 노파를 지게에 지고 산을 오른다. 부조리의 화신인 뫼르소를 연기하는 등장인물은 기왓장이나 물건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노동자처럼 올라가지만 버릴 노파를 짊어짐으로써 고려장을 환기시킨다. 버리기 위해 오르는 사내의 노동은 5개의 채널에서 반복된다. 현실을 가리키지 않는 헐거운 이미지는 무겁다, 올라간다, 버린다처럼 실존적 무게를 담지함으로써 알레고리 기능을 한다. 그리고 유비호의 작품 속 인물들의 행동은 모두 기다린다로 수렴한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뒷모습이고 미동(微動)의 호흡이고 전시장에 깔리는 안개이고 망향탑이고 밀물이고 풍경이다. 유비호의 인물들은 일부러 올라가고 일부러 절룩거리고 일부러 멈춰서고 일부러 기다린다. 근대적 재난을 언급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사라짐과 기다림의 시적 이미지로만 채워진 무대를 연출하는 작가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사회적 상처를 떠안는 미적 형식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상처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이지만 노래는 보편적이고 서정적이기에 누구나 위로받는다는, 근대적 예술의 문제 혹은 이념 말이다.

위 유비호 <안개바다 N35.625979 E126.466054>(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디지털 프린트 2015

CRITIC 송상희 변강쇠歌 2015: 사람을 찾아서

아트스페이스 풀 2015.11.12~2015.12.13

윤민화 독립큐레이터

송상희가 찾아낸 사람들이 나의 마음에 콱 박혀서는 자꾸 부대낀다. 그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대체 어떤 죽음이냐고 물으니, 살아있는 내 몸에 와서 들러붙는다. 세 개의 화면에서 분열적으로 떠도는 죽음들은, 역으로 나의 생존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죽음을 묻는 나는 그 죽음과 나란히 생존해 있었다. 매장하고 애도하고자 하나, 함부로 곡소리를 내서도 안될 것처럼 너무나도 숨죽인 죽음들이다. 부대낌과 불편함이 전시장에 감돌았다. 역사에서 추방되어 망각 속으로 사라졌던 죽음들이 송상희에 의해 2015년의 어느 날 소환된 것이다.
<변강쇠歌 2015: 사람을 찾아서>에는 많은 양의 이미지 자료가 산발적으로 등장한다. 작품에 쓰인 이미지들의 출처를 정리한 ‘인덱스’가 따로 전시장 한편에 배치되어 있을 정도로, 하나같이 쉬이 넘길 수 없는 묵직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인덱스와 영상작품을 교차 확인하면서 관람하더라도, 모든 정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지 않은 한, 그 내용을 이해하면서 온전히 감상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송상희의 전작들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눈치를 챘겠지만, 각각의 개별 작품에서 어떤 단서들은 지속적이고 공통으로 등장한다.
이를테면, 내가 3~4년 전에 공동 기획했던 전시(2013년 두산갤러리 서울과 뉴욕에서 열린 <다시-쓰기 Translate into Mother Tongue>)에서 송상희는 작품 <postcards>와 <정신과 기회>를 선보인 적이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몇 가지 요소들은 이번 작품 <변강쇠歌 2015: 사람을 찾아서>에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개별 작품이나 개별 전시라는 하나의 나무를 봐서는 송상희의 작업을 이해할 수 없고, 각 작품을 모두 모아서 큰 그림으로서의 숲을 봐야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숲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나무를 이루는 요소들을 정교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먼저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송상희의 작업들을 보건대 그 요소들은 일정한 키워드들로 범주화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지면을 빌어서 <변강쇠歌 2015: 사람을 찾아서>에 등장한 이미지 출처들을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묶는 작업을 해보고자 한다.

이동 화성 탐사차 Spirit Rover가 찍어 보낸 화성 표면의 사진과 사진에 찍힌 ‘블루베리’라고 불리는 구립체의 모습, 각종 엽서들 (1920년대의 평양시가 담긴 엽서, 일본의 인도네시아 통치 기념 우표, 1944년 엽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2호 25주년 기념 엽서), 17세기 네덜란드의 인도 식민지 지배자 Hendrik Adriaan van Rheede가 집필한 인도 서식 식물 종에 대한 연구를 담은 책, 동인도 지역을 여행한 상인이자 역사가인 Jan Huyghen van Linschoten이 집필한 여행기에 관한 자료, 구한말에 조선을 방문한 뒤 영국으로 돌아가 여행기를 출간한 Isabella Lucy Bird의 책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확산 2015년 주한미군 탄저균 불법반입사건, 비브리오 콜레라 박테리아의 사진과 콜레라 확산을 헤드라인으로 실은 1912년 프랑스 신문
노예 히메유리 학도대와 관련된 각종 자료들, 부산제일화학 여공들의 모습, 전라북도여성 근로정신대 사진, 일제에 강제로 징용된 10대 소년들, 일본군의 위안부 모집에 관한 명령서,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선감원 앞의 숲
투쟁 한국 최초의 고공농성자이자 혁명가였던 강주룡, 독립운동가 남자현 의사, 한국혁명여성동맹 창립기념 사진, 용산 4구역 철거현장 참사
전쟁포로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1945년 오키나와 포로수용소, 1950년 중국과 북한의 전쟁포로들, 강원도 철원군 민간인통제구역,
오키나와 한국인 징용군 묘지
난민 로힝야 난민들, 아프리카 난민선 침몰, 네덜란드공항에서 발견된 트렁크 속에 숨은 난민, 아이티 난민선의 침몰, 시리아 난민 캠프
민간인 학살 1951년 통영거제 국민보도연맹사건, 1950년 노근리 양민 학살, 남영동 대공분실, 마산 여양리 민간인 학살 사건, 충남 공주시 상왕동 산 29-19 살구쟁이 숲
멸종 도도새, 파란 영양, 캐롤라이나 앵무새

<변강쇠歌 2015: 사람을 찾아서>에 등장한 이미지들의 푸티지를 8개의 카테고리?이동, 확산, 노예, 투쟁, 전쟁포로, 난민, 민간인 학살, 멸종-으로 분류해 보았다. 각각의 키워드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이동’과 ‘확산’은 유사한 어휘라고 볼 수 있다. 물리적인 움직임이라면 ‘이동’을, 미생물과 관련된 이동에는 ‘확산’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이동’과 ‘확산’은 기존의 위계를 흔들어 새로운 결과를 낳는다. 그것은 주로 전쟁, 정치, 식민화 등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포로’가 되거나 ‘노예’가 되고, 누군가는 ‘투쟁’하며, 도망쳐 ‘난민’이 되기도 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학살’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어떤 것은 지구 위에서 완전히 사라져 ‘멸종’되기에 이른다. 결국 선후관계처럼,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의 ‘이동’과 ‘확산’이 수많은 ‘죽음’으로 귀결된 것이다. 특히 여기에 호명되는 죽음들은 역사에서 밀려난 잊힌 죽음들이다.
작가는 죽음들을 기억하고 다시 쓰면서 망각이라는 악순환에 갇힌 죽음들에 응답한다.
저 죽음과 이 죽음이 닮아있음을 알고, 가만히 그것들을 꿰매어 엮는 것이다. 나에게 이러한 봉합의 과정은 계보적으로 읽힌다. 누군가가 니체의 계보학을 ‘회색의, 조심스럽고, 끈기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나 또한 송상희가 역사를 들추어 다시 쓰는 죽음들에 대한 계보를 ‘회색이고, 조심스럽고, 끈기 있다’고 말하고 싶다.

위 송상희 <변강쇠歌 2015: 사람을 찾아서> 4채널 영상, 무빙 스포트라이트 설치, 사운드/컬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