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관람 권유

알아서 스케줄 정리를 해주는 스마트한 손전화기도 없다. 예쁜 손 글씨로 꾹꾹 눌러 쓴 일기장도 없다. 대신 매일 있었던 일을 간단히 메모하는 A4용지 크기 다이어리를 가지고 있다. 펼치면 한 달 치 요일과 날짜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루 24시간이 가로세로 5cm 면적으로 구분 되어있다. 거기에 하루 동안의 일상과 기억을 저장한다. 그렇다고 완벽한 문장으로 기록하지도 않는다. 사람이름과 고유명사 그리고 숫자와 = → ※ 같은 기호를 사용해 아주 간결하게 끄적이는 수준이다. 필체는 지랄발광체. 그러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암호문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내용은 별 것 없다. 만난 사람과 장소, 식당이나 술집이름 그리고 주종(酒種)과 안주 등 주로 먹고 마시고 떠들며 보낸 흔적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작가이름이나 전시제목 또는 갤러리/미술관 이름 따위 단서가 보태진다. 이처럼 개인적인 음주활동 내역하고 촬영·간담회·인터뷰·출장 등 회사업무와 관련된 음주활동 내역 비율이 대략 반반이다. (그나마 음주가무보다 음주잡담을 즐기는 것을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아무튼, 이런 생활패턴에서 公과 私의 구별은 애초에 무의미하다.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사적인 만남의 시간이고, 또 어디서 어디까지가 공적인 업무의 공간인지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다른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이 대목에서 기자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특히 (미술전문지) 기자들은 일반 직장인처럼 하루 종일 시원하고 쾌적한 사무실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질 못한다. 혹여 그렇더라도 일을 많이 한다거나 잘하는 게 아니다. 주말이나 휴일, 심지어 휴가 중에도 전시를 보거나 작가를 만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만약에 이런 경우를 일로 여긴다면 그거야말로 고역일 게다. 자기가 좋으니까, 관심이 있으니까, 진심으로 우러나서, 윗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흔쾌히 전시를 보러 다니고 밤늦도록 음주활동에 매진하는 거다.(부디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길!)
지난달 나는 이 지면에서 “제발 돈 내고 책을 사서보시라”고 말했다. 이번엔 감히 또 이렇게 권유한다. “제발 전시를 직접 관람하시라!”고. 학교에서 시키니까 마지못해 가거나, 남들이 보러 간다니까가 덩달아 따라 가는 식이 아니라, 평소에 자발적으로 자주 전시장을 둘러보길 바란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작품을 훑어보고  그 전시를 진짜로 봤다고 착각하거나 오해하지 마시라. 제 발로 전시장을 찾아가 작품 앞에  서서 두 눈으로 직접 봐야 그게 진짜다. 아무리 화질이 좋은 모니터나 인쇄상태가 좋은 도록, 잡지에서 봤더라도 그건 다 가짜다. 실제 미술작품을 본다는 것, 그것은 리얼리티와 오리지널리티 나아가 ‘아우라’를 체험하는 일이다.
이번 특집, 옛 그림에 나타난 이상향이다. 솔직히 이상향은 ‘(옛)그림’ 속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작금의 현실이 비루할지라도 이상향은 분명 이 땅 위 어딘가에 있다. 어떻게 사유하고 실천할 것인가?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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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3이현주  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는 한·중·일 3국의 대표 산수화를 한데 모아놓은 유례가 없는 전시다. 본지의 편집 마감날 개막(7월29일)하는 전시라 사전에 취재해야 하는 상황. 전시 직전이라 매우 바쁜 데도 기자의 자료 요청과 취재에 시간을 기꺼이 할애해 준 이현주 홍보 전문경력관. 20여 년 박물관을 알리는 일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그는 대학원에서 홍보를 전공했을 정도다.  “열심히 일한 직원이 맺은 열매인 전시를 세상에 내놓아 반짝거리게 하는 것이 홍보”라고 말하는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돋보인다.

 

 

 

MM_CT장계현  갤러리 담 대표

소담한 공간을 가꾸는 아담한 주인. 염성순 작가 기사를 준비하며 하루가 멀다하게 드나들어도 한결같이 따뜻한 차를 우려 기자의 바쁜 마음을 평온히 해주었다. 통인가게에서 16년간 근무한 경력은 전시마다 휴관일 없이 혼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그녀의 우직한 인내를 대변한다. 회화, 조각, 공예를 주로 전시하는 갤러리 담은 2006년 4월 개관하여 내년이면 어느덧 10주년을 바라본다.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시점. 갤러리 담이 깊게 우린 우롱차처럼 짙은 향이 우러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오진이_Photo오진이  서울대학교미술관 학예연구사

취재를 위해 여러 미술관, 갤러리를 돌아다니지만 기자를 항상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는 이가 있다. 특히 이번 취재 때는 전화 통화만 나눠 얼굴을 모르던《월간미술》 필자와 직접 인사시켜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리고   2013년 5월호 ‘미술공부’ 특집에 필진으로 참여해 미술 공부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해 준 바 있다. 오 학예사는 2006년부터 서울대학교미술관에 재직 중이다. 주요 전시 기획으로 <기록문화: 전통에서 현대까지>(2009),    <한국전쟁의 초상>(2012), <리:퀘스트-1970년대 이후 일본 현대미술>(2013) 등이 있다.

[Column] 리얼리즘의 한국적 버전은 가능한가?

1974년 <이것은 돌입니다> 시리즈를 시작으로 한국 극사실 화의 태동과 형성에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고영훈의 개인전을 계기로 ‘한국 리얼리즘의 장르와 양식 규정의 가능성 모색을 위한 콜로키움’이 지난 5월 31일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건강한 미술생태계 조성과 현대미술 전개에 필수적인 비평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한국 현대미술의 주류로 성장해 온 형상미술의 계보와 유파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양식인 리얼리즘의 맥락에서 고찰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다. 평론가 6인(김복영, 김영호, 김영순, 정연심, 정은영, 김성호)과 화가 17인(한만영, 이석주, 주태석, 김강용, 고영훈, 황순일, 김영성, 이원희, 정보영, 김남표, 두민, 권경엽, 강세경, 마리킴 등)을 논객으로 30여 명의 미술인이 머리를 맞대었다. 이 콜로키움은 ‘한국 리얼리즘’이라는 주제를 내세운 난상토론회라는 점 외에도 극사실회화의 주역들과 이론가들이 함께 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지하듯 예술의 영역에서 리얼리즘이란 ‘객관적 현실을 가능한 한 충실하게 재현·묘사하려는 태도와 창작방식’을 말한다. 리얼리즘에 대한 논쟁은 ‘리얼리티’의 개념과 그 표상방식을 둘러싼 담론을 거치며 전개되어왔다. 논쟁의 중심에는 실재(real), 존재(being), 사실(fact), 진실(truth), 본질(essence), 현실(actuality)과 같은 철학적 개념들이 혼재하며 근대 미학과 예술학의 발전과 더불어 의미가 재규정되면서 복잡성은 가중되었다. 미술의 경우 19세기 프랑스의 리얼리즘 사조가 시대와 현실을 진실하고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으며 출현한 이래, 사회주의 리얼리즘, 쉬르레알리즘, 누보레알리즘, 하이퍼리얼리즘, 포토리얼리즘, 네오리얼리즘 따위가 바통을 이어받으며 변태와 분화를 계속해 왔다. 최근 장 보드리야르의 하이퍼리얼리티와 시뮬라시옹 개념에서 제기되는 실재와 이미지 해석 방식은 리얼리즘 미술의 생태계를 전과 다른 차원으로 옮겨놓고 있다. 이렇듯 예술의 본성이 변화하는 현실과 존재에 대한 성찰인 이상 리얼리즘의 진화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주제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리얼리즘 논의는 (신)형상미술의 출현과 맥락을 같이한다. ‘단색화’로 대변되는 추상미술 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중반 이후 국내 화단에서 새로운 형상성을 보여주는 작가들이 등장하고, 1980년을 전후해 형상미술이 하나의 경향으로 정착한 이래 한국 리얼리즘 미술은 다양한 갈래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형상성의 발현 현상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리얼리즘은 독자적인 양식으로서의 위상을 갖추지 못한 채 섹트주의(sectarianism)의 울타리에 가두어졌거나 서구 특정양식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면이 있다. 한국의 형상미술이 민중미술이나 극사실회화처럼 이제 국제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다면 한국 리얼리즘의 특수성과 양식적 규정의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닐 것이다.
포스트모던 시대가 전개되면서 미술에서 계파와 그룹이 사라지고 개별적 경향들이 부각되는 현실에서 한국 리얼리즘의 현주소를 가늠할 계보를 세우는 일은 가능할까. 또한 미술시장과 미술관의 권력이 미술현장의 경향성과 대중의 미의식을 지배하는 왜곡된 현실에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양식을 세우는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번 콜로키움은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제기하고 있다. 리얼리즘 포럼이 지속가능한 행사로서 담론 형성의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하며 주최 측은 한국 리얼리즘의 모색과정을 네 마디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첫째. 한국 리얼리즘에 대한 양식적 규정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둘째. 한국 리얼리즘의 경향성을 지니는 작가군을 조사한다. 셋째. 한국의 리얼리즘 작품을 양식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는 논리적 틀을 모색한다. 넷째. 대규모의 기획전 <한국 리얼리즘전>을 개최해 담론을 전시로 구현한다. 이상의 네 마디가 하나의 프로젝트가 될 것이며 첫째 마디에 해당하는 이번 행사에서 드러난 작가와 비평가들의 관심은 차기 행사에 대한 타당성을 제시해주었다.
‘한국 리얼리즘(Korean Realism)’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이란 무엇일까? 그동안 현상으로써 인정되어 온 다양한 리얼리즘의 계파들을 섹트주의를 넘어 장르현상으로 설정하기 위한 논리개발을 시도하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또한 한국 리얼리즘의 세계화를 위해 포괄적 외연을 갖추는 가운데 전개되어야 하는 사업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리얼리즘의 전통적 맥락과 현대적 계승이 모색되어야 하며 단순히 외면적인 것을 넘어 현실의 본질적 측면을 묘사하기 위한 전형을 창출해야 한다. 엥겔스의 주장처럼 ‘리얼리즘이란 세부적인 묘사의 진실성 이외에 전형적인 환경에서 전형적인 성격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므로.

김영호·중앙대 교수

위.고영훈 <이것은 돌입니다 7411> 캔버스에 유채190×400cm 1974

[Column] 나전칠기의 귀환 – 고품격의 섬세한 손맛이 그리운 이들에게

옛날 할머니가, 혹은 시어머니가 애지중지하시던 자개장롱이 기억나시는지? 1960~1970년대 중산층 여인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싶어 했던 혼수품 제1 순위가 바로 자개장롱이었다. 자개란 전복, 혹은 조개껍데기를 얇게 자른 조각으로, 자개로 장식한 나전칠기(螺鈿漆器)는 예부터 실생활에 애용되던 값비싼 전통공예품이다. 그러나 아파트 중심의 현대적 주거문화의 확산과 기능주의적인 서구 모던 디자인 양식이 유행하면서, 장식적이고 덩치만 큰 할머니들의 향수어린 자개장롱은 구식으로 치부되어 내버려지거나 처박히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최근 오랜 기간 잊혔던 칠기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새롭게 우리 문화계에 화려한 귀환 행진을 벌이고 있어서 주목된다. 얼마 전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동대문시장에서 나전장식 머리핀을 구매하여 한국 나전칠기의 문화적 명성을 드높였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린 특별전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에서도 나전칠기에 대한 국제 디자인계의 평가는 매우 높았다. 2011년 서울모터쇼에서 BMW가 선보인 명품 자동차 <나전칠기 BMW 750Li>는 차량의 내장재를 한국 나전칠기 장인과 협업하여 만든 것으로서 주목받았다. 이와 같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한국의 전통 나전칠기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어떨까? 아직까지 구식 자개장롱으로만 나전칠기를 기억한다면 그대야말로 모더니티 미술 디자인 양식에 매달려 있는 21세기의 구식 인간이다.
나전칠기의 기원은 중국에서 찾을 수 있으나,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나름대로 독특한 나전칠기를 제작했다. 그중에서도 고려시대의 나전칠기가 가장 고품격의 손맛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존하는 고려시대의 나전칠기는 전 세계를 통틀어 20여 점에 불과한데, 대부분 외국에 있다. 고려 나전칠기에 대한 관심이 대중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천년을 이어온 빛 – 나전칠기> 특별전을 통해서였다. 이 전시에서 나전 장식 공예품이 통일신라시대부터 제작되었으며, 현재 고려시대 나전칠기가 국내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외국, 특히 일본에 남아 있는 여러 점의 고려 나전칠기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던 것이다.
최근 국외 소장 한국 문화재 환수운동에서 고려 나전칠기 환수 문제가 논의된  것은 당연했다. 올해 봄, 드디어 이러한 관심들이 결실을 보았다.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고려 나전경함(螺鈿經函) 한 점이 환수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것이다. 이번에 기증된 나전경함은 고려말 대장경 간행 때 함께 제작한 불교 경전 보관용 상자로서 전 세계에 9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옻칠한 상자의 표면에 모란당초문과 연주문 등의 섬세한 문양을 새긴 나전 조각 2만 5000여개를 붙여서 장식한 이 나전경함은 고려시대 장인의 고품격 손맛과 마음이 모아져서 완성된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고려 미술품의 정수이다. 이 나전경함의 귀환으로 인하여,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국립박물관에서 고려 나전칠기의 실물을 직접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려 나전칠기에 버금가는 명품을 제작하려는 현대적 노력은 2001년 미국 뉴욕의 소호에 세워졌던 비움(Vium)과 같은 디자인 기업에 의해서 본격화되었다. 비움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전통 나전칠기 장인들과 현대 디자이너들의 협업은 현재진형형으로 여러 장인과 디자이너들에 의해서 꾸준히 시도되고 있으며, 그 결과 전통적인 수공예 기법과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이 조화된 현대 한국 나전칠기 작품들은 세계적으로 호평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나전칠기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올해 봄에는 국립제주박물관에서 <빛의 예술 나전칠기전>을 열어 조선시대 왕실의 명품 나전칠기들을 소개했다. 이번 여름 부산 근대역사관에서는 <근대 나전칠기 공예전>을 통하여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우리나라 전통 나전칠기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전시들에서 소개된 옛 나전칠기 유물들은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나전 장식과 검은색 혹은 붉은색의 칠 바탕이 만나서 창출해낸 현란하면서도 아름답고 우아한 한국적 미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간결하고 기능적인  미에 익숙한 현대 한국인들은 최근 귀환한 나전칠기의 국제적 명성을 통해서 섬세함과 느림과 정성이라는 한국 전통 장인들의 손맛이 깃든 아름다움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제 고품격의 손맛을 간직한 나전칠기의 화려한 전통적 아름다움을 할머니의 자개장롱 추억과 함께 곱씹으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대문화와 미적 감수성에 접목시켜 재탄생시키는 일에 다같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주경미·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Hot People] 한국관 참여작가 전준호

우리만의 리그를 벗어나다

작가 전준호가  8월 21일부터 9월 23일까지 갤러리 현대 신관에서    ‘그의 거처’란 제목으로 전시를 연다. 2009년이후 5년만의 개인전이다. 전시 개막을 20여 일 앞두고 그를 만났다. “문경원 작가와 공동작업하면서 개인 작업도 지속해왔기에 개인전이란 틀에 부담은 없다. 다만 대중적인 컨텍스트를 간직한 채 현재 고민하는 문제의식을 녹여내는 것에 대한 짐이 있다”며 전시 소감을 밝혔다. 작가는 예술이 늘 무책임하게 ‘소통’을 외치지만 실상 시장과 유착하고 권력 지향으로 점철되는 면에 염증을 느꼈다. ‘우리만의 리그’를 벗어나는 것이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요 테마다. 문경원과의 프로젝트〈 News from nowhere〉 중 2012년〈 카셀 도쿠멘타13〉에서 선보인, 건축가 디자이너 의사 문학가 등을 만나 함께 작업한〈 Voice of Metanoia〉역시 그러한 시도였다.

전준호 (4)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업〈마지막 장인〉(위 사진)은 나무를 깎은 해골조각이다. 형식적인 면에서 2009년 도쿄 개인전에서 선보인 해골 반가사유상과 비슷할지 모르지만 전혀 다른 맥락을 지닌다. 조각 자체에 대한 경외심보다 그가 관심을 두는 점은 이 작업과 함께 전시될 소설이다. 관객은 해골의 탄생설화가 담긴 14쪽 분량의 단편소설을 읽은  후 전혀 다른 맥락으로 작품을 보게 된다. 이러한 상황 자체가 신화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하나의 담론이 된다. 우리 시대는 일거일동이 신화로 버무려져 있다. 작가는 이런 시대에 ‘현실은 과연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를 물으며 현실과 신화 사이를 표현했다. 한편 오는 9월〈후쿠오카 트리엔날레〉에 선보이게 될 문경원과의 공동작업  〈묘향산관〉도 이번 전시에서 국내 첫선을 보인다. 북한에서 운영하는 중국 북경의 ‘대성산관’이라는 식당에서 남북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말을 건내거나 동료들과 예술에 대해  밤새 이야기를 나눈 경험을 영상으로 풀어냈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오묘한 제3의 지대에서 펼쳐지는 예술, 사랑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다. 신화가 현실이 된 세상에서 그 중간지점을 찾는 점이 전준호의 개인 작업과도 맥을 같이한다.
문경원과 함께〈 2015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할 작품은〈카셀 도쿠멘타13〉에서 전시한 바 있는   영상작업〈세상의 저편(El Fin del Mundo)〉의 연작이다. 이 작업에 대해서는 “아직 기본적 배경만 나와 있는 상황으로 어떤 방식의 전시로 엮을지는 고민 중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시스템은 무엇이고, 그 속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이전보다 더 구체적이고 명료해진 상태”라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준호는 현실 기반의 작업을 하면서 ‘사회적 참여의식이 강한 작가’ 혹은 ‘정치적 발언이 두드러지는 선동적인 작가’라는 주변의 평을 듣곤한다. 이에대해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담론을 꾸미는 작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는 예술과 대중의 진정한 소통 방법을 연구하며 우리의 현실과 허상을 일루전이란 시각언어로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임승현 기자

전준호는 196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동의대를 졸업하고 영국 첼시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석사를 졸업했다. 1995년 송아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 일본, 프랑스에서 9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수많은 단체전에 참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영국 컨템포러리 아트 소사이어티, 미국 휴스턴 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여섯 차례의 국내외 수상 경력이 있다.   2013년부터 작가 문경원과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으며 <201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함께 선정되었다.

[Hot People] 한국자수박물관 관장 허동화

보자기는 내  삶과 예술의 바탕

한 장의 천으로 물건을 싸서 보관하거나 운반하는 보자기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 터키에만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조각보는 한국 고유의 것이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한복은 제작하는 과정에서 조각천이 나오기 마련인데 한국의 옛 여성들은 버려진 천 조각을 모아 보자기를 만들었다. 한국의 전통 보자기는 국내에서는 일상용품으로 치부되어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국외에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와 아름다운 조형성으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으며,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의 공로가 크다. 한국자수박물관은 1978년부터 40여 년간 미국,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 55회에 달하는 전시를 열어 한국의 전통 자수와 보자기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최근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 인근 한국자수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규방문화의 극치, 보자기>(7.7~31)는1683년 10월에 만들어진 <궁중화문자수보>를 비롯해 대표적인 소장품 80여 점을 선보였다. 올해 초 일본 교토 고려미술관, 지난해 터키 국립회화건축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에도 출품돼 큰 호응을 받은 작품들이다. 허 관장은 “우리는 우리 것이 귀한 줄 잘 모르고 계속 남의 것, 서구적인 것에 치중한다.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과거와 현대를 잇는 끈으로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전과 함께 허동화 관장의 개인전(한국자수박물관 7.7~31)도 열렸다. 허 관장은 컬렉터이면서 1999년 하남 국제엑스포 초대작가로 개인전을 가진 이후 오브제, 콜라주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였다. 심지어 그가 입고 있는 옷도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버려진 옷감을 활용해 작업한 콜라주 작품과 버려진 기물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작품 40여 점을 공개했다. 허 관장은 오랫동안 조각보를 분석하다보니 원, 네모, 세모 세 가지 문양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보자기는 하늘, 땅, 사람, 즉 천지인(天地人)이자 우주를 표현한 것이다.
내 작업도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우주를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그의 작업에는 꽃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사실적인 것이 아니라 상상의 꽃이며, 축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보자기가 버려진 조각천을 활용한 것처럼 낡고 하찮은 물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허 관장의 작품에는 환경친화적이며, 조화를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한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가 진하게 배어있다. 또한 그의 작업은 작가 개인의 색채보다 몇 백 년에 걸쳐 내려온 한국의 색에 뿌리를 두고 그 가치를 재창출하는데 의의가 있다. 허 관장은 몇 십년 혹은 100여 년이 된 옷감을 수집해 이를 자르고 오려 붙여 비구상적인 작품을 선보여 왔다. 색은 조금 바랬지만 오랜 세월을 머금어 특유의 색감을 드러내는 작품의 색채는  더 오묘하다. 허 관장은 “내 작품은 나의 단독 작품이 아니다. 자연과 선조, 나의 합작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수(米壽)전을 열기도 한 그는 앞으로도 수집과 연구는 계속하겠지만 작업 활동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다. 89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내 작품은 기존 작가와 다르게 특별한 제약이 없고, 자유롭다”고 말하는 허 관장은  “기존 작가들이 하지 않은 표현방법을 시도해 한국의 전통적인 미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슬비 기자

사전(絲田) 허동화는 1926년 황해도에서 태어났다. 육군사관학교와 동국대 법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Linda Vista Paptist대, 명지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전력공사 지사장, 재향군인회본회 이사, 한국사립박물관장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사전자수연구소와 한국자수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문화훈장 보관장, 제57회 서울시문화상,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 한국미술 저작상, 제15회 월간미술대상 전시기획부문(<이렇게 소담한 베갯모전>) 장려상 등을 수훈 및 수상했다.

DF2B1695

[Hot Art Space]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는 뉴욕현대미술관의 공모 프로그램 <YAP(Young Architects Program)>은 1998년 시작되어 칠레, 이탈리아, 터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한국에서 진행되었다. 한국에서는 최장원, 박천강, 권경민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문지방의 <신선놀음>이 최종 선정됐다. 이 작품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15_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전>(7.8~10.5)에 출품되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야외에서 관객과 만난다. 구름을 형상화한 풍선과 나무계단, 물안개, 잔디, 트램펄린으로 구성된  <신선놀음>은 관객이 스스럼없이 지나가며 관람할 수 있다. 서울관 제7전시실에서는 최종후보군에 오른 나머지 4팀(명)의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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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샤오강

6월 14일부터 9월 10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장샤오강 개인전 <Memory+ing>이 열린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장샤오강의 이번 전시는 한국의 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최초 개인전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198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중국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삶을 보낸 장샤오강의 작업세계를 엿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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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을호 (1)

부부 건축가 서을호와 김경은이 참여한 글로벌 아트 전시 <Inspiring Journey: 소재로 꽃을 피우다>는 소재에 대한 작가적 시각을 보여준다. 이에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고 늘 쓰이고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 소재를 전면에 등장시켜 그것의 존재를 환기한다. <4Havitats>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부직포를 재료로 하여 인간의 형상으로 오려낸 160장의 중첩된 통로를 지나면서 쉽게 지나치는 것이 어떻게 미적 경험으로 작용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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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k (1)

설치작가 천대광의 〈아이소핑크 Nr.1(isopink Nr.1)전〉이 6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스페이스K 과천에서 열렸다. 전시장 공간에 정선의<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를 모티프로 한 대형 구조물을 인공적 소재인 분홍색 고밀도 스티로폼 단열재 패널 300여 장으로 축조했다. 관람객은 작업 내부를 통과하며 저마다의 인공자연을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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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뉴엘 (1)

피규어 디자인, 패션 디자인과 브랜드 매니지먼트를 아우르는 대만 팝아티스트 그룹 스테이리얼(STAYREAL)의 대표 작가 노투굿(NO2GOOD)의 첫 한국 전시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롯데 에비뉴엘에서 열린다. 범람하는 캐릭터 이미지 속의 작가 자신을 표현한 마우지 시리즈를 대표하는 조각 20점, 페인팅 및 판화 10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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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백자 (2)

<백자대호(白磁大壺), 빛을 그리다: 김환기, 오수환전>은 백자의 미적가치가 김환기 오수환이 작품에 구현한  현대미술과 어떻게 조우하는지 보여준다. 관객은 백자를 바라보는 김환기와 오수환의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7월 16일부터 8월 17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보물로 지정된 백자 3점을 비롯, 총 7점의 백자대호가 조선청화백자와 함께 선보인다. 또한 김환기의 유화와 과슈, 그리고 오수환의 추상화와 드로잉 등이 함께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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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 (2)

또 하나의 백자전은 호림박물관에서 열린다.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에서 기획한 올해의 특별전 두 번째 순서인 <백자호 Ⅱ_순백에 선을 더하다>(7.1~10.18)가 바로 그것. 1부에서 순백자항아리의 단아한 면을 통해 조선의 미의식을 살펴봤다면 이번 전시는 청화·철화백자를 통해 왕실의 엄숙함(청화백자)과 자유분방한 필치(철화백자)를 엿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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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60 (2)

박소영의 개인전이 7월 7일부터 16일까지 가회동60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가회동60이 기획한 <2014한국화 힐링을 만나다전>의 일환이다. 대나무와 매화를 원으로 표현하여 마치 포도를 보는 듯한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는 이를 통해 우주와 자연이라는 주제를 구현한다. 또한 그 우주와 공간에 사색하며 거니는 작가를 그 것들과 공존하게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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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아트사이드 014

<Text &Text Monster>로 명명된 오윤석의 개인전이 7월 10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렸다. 오윤석은 종이에 칼로 구멍을 내는 방법으로 텍스트에서 발견되는 이미지를 구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지속적으로 작업했던 <Hidden Memories> 연작을 선보이는데 작업이 곧 수행이라는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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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화각 (3)

올해 처음 소장품을 미술관 문 밖으로 내어 관람객을 맞이한 간송미술관. 그 2부 전시가 <보화각(葆華閣)>이라는 타이틀로 7월 2일부터 9월 28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국보 제72호), 신윤복의 <미인도>(국보 제135호) 등 대표적인 유물과 함께 1부에 전시되었던 주요 지정 문화재가 재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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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1)

김범수의 개인전 <tête>가 7월 3일부터 15일까지 스페이스 선+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 조각과 사진작업을 선보인 작가는 익숙한 사물을 불안정하게 배치하거나 요소를 제거하고, 비정상적인 조합을 통해 기존 질서 구조의 근간을 흔든다. 이러한 과정은 시각 위주 담론에 균열을 제기함으로써 현대미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를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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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주_메이크샵 (3)

안정주의 개인전 <아득한 세계>가 6월 27일부터 7월 26일까지 파주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작가는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전현직 대통령이 들고 국민 앞에 대통령직을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선서하는 이미지를 구해 A4 용지에 출력하고 한 장씩 테이프로 붙여 거대한 종이 현수막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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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 (7)

 

한국 전위미술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건용(1942~)의 개인전 <달팽이 걸음_이건용>이 6월 24일부터 12월 1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일환인 이번 전시는 실험성 가득한 이건용의 대표작 80여 점이 소개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는 ‘관계의 시작’, ‘신체적 회화’, 그리고 ‘예술도 소멸한다’ 3개 섹션으로 나뉘어 <신체항>, <포> 등의 초기작부터 <장소의 논리>, <달팽이 걸음> 등 화제의 퍼포먼스까지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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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 (1)

7월 4일부터 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전시실에서 열린 <느낌의 공동체전>은 스튜디오 입주작가들이 기획과 출품에 참여한 전시다. 작가들은 이를 통해 입주작가 간 뿐만 아니라 작품과 공간, 관객 등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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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섭 (3)

호남대 교수이자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본부 부회장인 윤진섭이 기획한 <여름, 7일간의 난장 퍼포먼스 페스티벌_Slow Slow Quick Quick전>이 6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쿤스트독갤러리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사전에 짜인 기획에 의해 행사가 진행되는 형식을 벗어나 기획자의 즉흥적인 발상과 영감에 의한 퍼포먼스와 이벤트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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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 (2)

전희경의 캔버스는 동양의 산수화를 보여주는 듯 이상향, 즉 유토피아적 요소로 가득하다. 그의 개인전 <Utopia in Emptiness>가 7월 9일부터 15일까지 갤러리 고도에서 열렸다. 전시 타이틀과 전희경의 작업에서도 보이듯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제3의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이상을 좇지만 결국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끼는 우리의 지금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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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이 (1)

이윤이의 첫 개인전이 6월 20일부터 7월 27일까지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렸다. 출입문이자 회전하는 하모니움으로 관객과 조우를 꾀하고 관람객이 전시장의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게 했다. 작가는 전시와 관객 사이에서 벌어지는 담화를 담고 있으며 그 속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알레고리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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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면_자하 (2)

‘공화(共和)의 터에서 움트는 유위(有爲)의 공동체’라는 다소 난해한 전시명을 내세운 강용면의 개인전이 7월 4일부터 27일까지 자하미술관에서 열렸다. 출품작 <현기증>은 고은의 시 <만인보>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수많은 이의 두상을 모아 설치한 것으로
폭 15m에 달하는 대규모 작업이다. 이는 각각의 개인이 동등한 자아로서 그것의 유기적 집합체가 이루는 이상적 공동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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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강 (1)

홀씨의 이미지를 통해 역동적인 생명력을 표현하는 작가 김선강의 10번째 개인전 〈생명 사랑〉이 7월 16일부터 21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 자기 전개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작가는 생명의 창조적 과정을 보여준다. 한지를 가득메운 채색이 또 하나의 여백으로 읽힐 수 있도록 얽매이지 않은 열린 공간을 창출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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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 (1)

옻칠로 회화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가 성태훈의 개인전이 7월 16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 이즈에서 열렸다. ‘날아라 닭’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작업실에서 키우던 수탉이 날개를 파닥거리다가 나는 모습을 쫓으며 시작된 작업들을 선보인다. 현실과 이상의 부조화와 모순을 우화적 소재와 옻칠이 주는 짙은 질감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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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4)

2013년 문신미술상을 수상한 고정남의 초대전 <새총 곰의 초대>가 7월 4일부터 8월 13일까지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곰을 소재로 유년시절 천진난만함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Kim shin’s design essay 2

의리는 이미지를 낳는다

김신  디자인 칼럼리스트

신문을 봐도, TV를 봐도 ‘의리’가 빠지지 않는다. 배우 김보성이 열연한 의리 광고를 처음 봤을 때 정말 웃긴다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트렌드가 될 줄은 몰랐다. 온갖 광고와 기사, 댓글 들에서 ‘의리’라는 단어를 인용한다. 신문과 잡지  등 미디어에서는 의리 열풍의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대충 요약해보면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한국 사회가 하도 정의롭지 못해서, 법도 원칙도 상식도 힘을 못 써서 정부, 기업, 개인 모두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리’의 첫 번째 사전적 뜻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다. 이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지금 필요한 건 의리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의리라는 단어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번 월드컵 한국 대표팀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난의 키워드는 ‘의리 기용’이다. 오히려 의리 때문에 원칙과 상식을 버리고 특정 선수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자기네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줄 때 흔히 쓰는 말 “우리가 남이가?”도 이 의리를 강조한 말이다. 이때 의리는 법과 질서, 정의와 관계 없이, 남이야 어떻게 되든 같은 편끼리 잘 먹고 잘 살자는 뜻이다. 의리의 사전적 의미 중 세 번째가 “남남끼리 혈족 관계를 맺는 일”이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나이’라는 말은 이렇게 혈족이 아닌데 공동의 이익을 위해 뭉친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배신당하지 않으려고 하는 주문 같은 것이다. 마피아와 다를 바 없는 ‘관피아’라는 사람들이 바로 이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내들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니 의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 있다. 옛날 폭력배들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이다. 아주 조잡한 글씨체로 ‘의리’니 ‘사랑’이니 하는 단어를 몸에다 새겨 넣었다. 조폭 영화 <넘버 쓰리>에 보면 떠돌이 건달 송강호가 새끼 건달들을 키우며 ‘건달’의 의미에 대해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의리’와 ‘충성’을 강조하며 건달 문하생들에게 문신 새길 것을 명령한다. 건달 사부는 말로 하는 교육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 것이다. 시각적 기호, 즉 이미지의 필요성을 무식한 3류 건달도 통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믹한 <넘버 쓰리>와 달리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로미시스>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마피아의 세계를 잔인하게 묘사한다. 주인공 비고 모테슨은 양 어깨와 무릎에 명예로운 별 문신을 새기는 것으로 조직의 회원으로 인정받는 의식을 치른다. 러시아 마피아의 문신 기호체계는 아주 정교해서 그것으로써 그의 계급은 물론 과거의 행적까지 알려준다.
문신은 지울 수 없는 낙인과 같다. 왜 그런 치명적인 결함을 몸에다 영구히 새길까? 그건 폭력배들이 갖는 직업적 취약성과 관계가 있는 거 같다. 살인과 협박, 갈취와 같은 가장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불법 조직에 조직원의 배신만큼 두려운 건 없다. 한 사람의 배신만으로도 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조직원의 배신을 막아야 한다. 배신은 곧 죽음이라는 인식을 뼛속 깊이 각인시켜줘야 한다. 이로써 살벌한 맹세 의식과 문신이 발달한다. 한국의 조폭과 일본 야쿠자의 몸을 휘감은 용 문신은 그들을 지켜주는 신용카드일 뿐만 아니라 그들을 영원히 구속하는 일종의 노예 표시인 셈이다.
그것은 또한 결속과 연대의 뜻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문신은 유럽 중세시대 영주의 문장(紋章)과 맥을 같이하기도 한다. 중세 유럽에서 문장이 발달한 것은 전쟁 때문이다. 기사의 갑옷과 방패, 말 안장 등에 새겨진 영주와 가문의 문장은 전투에서 적과 아군을 구별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계급과 명예를 드높이기도 한다. 문장의 이미지는 공포스러운 전투에서 도망치지 않고 주군을 위해 기꺼이 ‘명예롭게’ 희생하도록 독려한다. 아시아에서는 유독 일본에서 이런 문장이 발달했다. 왜 그런가? 15세기부터 일본은 극심한 내란 상태였다. 따라서 각 지방의 영주들은 아래 사무라이들의 결속력을 높이고 주군을 위한 희생을 가르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명예로운 가문의 문장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백 마디 말보다 이미지 하나가 사람을 강력하게 통제한다. 태평양전쟁 때 카미가제 특공대원들은 항공모함에서 휘날리는 욱일승천기의 붉은색 태양을 보며 천황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러 떠날 수 있었다.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심벌 역시 당시 독일 젊은이들에게 숭배의 대상이었으며, 10대의 어린 히틀러 유겐트(Hitler Jungend)들은 총통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
범죄집단의 문신과 전쟁을 치르는 영주의 문장, 제국주의 국가의 상징체계 모두 법과 질서, 정의가 사라진 탐욕스러운 상황,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조건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신을 막고 복종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상징 이미지 체계가 발전했다. 우리끼리 배부르고자 할 때, 그러면서도 서로를 믿지 못할 때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의리를 강조한다. 그때 의리의 의미는 사람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리가 아니라 “우리가 남이가?” 하는 식의 극단적인 집단 이기주의다. 그것은 결속과 배신 방지를 위한 이미지를 낳는다. 국가와 기업, 개인들 사이에서 오늘날처럼 치열하게 경쟁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대는 인류 역사상 없었다. 상징 이미지의 범람이 그걸 말해준다.●

04 hitler jugend

제2차세계대전 히틀러 유겐트 포스터는 사회주의와 유대인이라는 적을 어린 히틀러 유겐트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심벌로 막아내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위·김준 <Tattoo Guys> 혼합재료 120x42cmx4cm(각) 1995

[Art Journal]

종횡무진 세대공감의 현장

플라토에서 열린 〈스펙트럼 스펙트럼전〉

플라토는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스펙트럼 스펙트럼전〉(7.24~10.12)을 열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2001년부터 5회간 진행된 아트스펙트럼에서 전시했던 작가 7인이 각각 7인(팀)의 신진작가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총 14팀이 참여해 26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김범과 길종상가, 미나와 Sasa와 함께한 슬기와 민, 지니서와 홍영인, 오인환과 이미혜, 이동기와 이주리, 이형구와 정지현, 정수진과 경현수가 함께 했다.
이들이 협업으로 하나의 작품을 선보인 방식은 아니나 전시 기간 자유롭게, 한편으로 서로의 작업을 다독이며 각자의 작품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이동기와 이주리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고 작품세계 또한 매우 다르다. 그러나 회화라는 매체에서 동질감을 찾으며 공통점을 공유했다. 정수진과 경현수는 동년배 화가란 공통점을 갖는다. 김범과 길종상가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고민과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오고갔다. 지니서와 홍영인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선후배이자 동료 사이인 오인환과 이미혜는 전혀 다른 주제의 작품을 전시에 선보였다. 결국은 ‘차이’라는 문제를 중요시 하는 공통점이 드러난다. 이렇듯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통을 이뤄냈다. 선배 격인 추천인이 추천받은 작가를 단순히 소개하거나 가르치는 식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고민과 이상을 공유하는 형태로 전시가 진행되어 흥미롭다. 작가 개개인의 작업과 더불어 작업 간의 하모니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다. 또한 회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가 복합된 전시로 시각적 자극을 준다.
전시기간 3차례의 아티스트 토크와 2번의 라운드 테이블(참여작가들과 비평가 및 미술전문 기자 토론)이 진행되어 작가들이 작품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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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_김종영 (5)

쇳가루 산수로 잃어버린 형태를 그리다

김종구, 김종영미술관 ‘2014 오늘의 작가’로 선정

캔버스나 전시장 바닥을 화폭삼아  쇳가루로 산수를 그려내는 작가 김종구가 김종영미술관의 ‘2014 오늘의 작가’로 선정되어 그간의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  형태를 잃어버렸어요-쇳가루 산수화〉를 6월 13일부터 7월 31일까지 열었다.  4개의 대형 캔버스에 쇳가루로 6000자의 비망록을 쓴 <쇳가루 6,000자의 독백>, 평면과 입체, 실재와 재현을 넘나드는 <하얀공간>, 인체 조각작품인 <무거운 그림과 한 사람> 등이 전시되었다.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첼시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스펜서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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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5)

전시의 신풍속도를 열다

제2회 〈아마도 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

젊은 작가와 기성 예술가의 상호 비평을 통한 ‘과정’과 ‘담론’을 중시하는 새로운 방식의 전시인〈  아마도 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이 아마도 예술공간에서 개막했다. 이 전시는 기존의 전시에서 한 단계 진화한 형식을 띈다. 6월 9일과 16일 두 차례의 난상 토론을 가쳐 6월 23일 작가들의 기존 작업을 설치하는 프리 오픈이 있었다. 이후 한 차례의 난상토론을 더 거친 후 새로운 작업과 그간의 아카이빙 자료를 모아 7월 14일 그랜드 오픈을 했다. 큐레이터와 작가의 일대일 방식으로 4팀이 전시에 참가해 참여 비평단과 회의와 토론을 거쳐 작품과 전시 방식을 다듬어 나갔다. 큐레이터로는 문두성, 안소연, 오선영, 박가희가 참여했고 작가로는 이정형, 노상호, 김태연, 손혜민이 참여했다. 폐막일인 8월 7일까지 전시는 조금씩 진화하며 변화해 나감으로써 관객이 전시를 지속적으로 지켜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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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책

김홍희 천호선 부부, 백남준을 말하다

백남준 관련 서적 나란히 출간

현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과 천호선 전 쌈지길 대표 부부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와 예술행정가로서 작가와 나눈 예술적 교류를 정리한 책을 펴냈다. 백남준 탄생 82주년인 7월 20일에 눈빛출판사에서 펴낸《  큐레이터는 작가를 먹고 산다》(김홍희 저),《  내 생의 한 획, 백남준》(천호선 저)이 그것. 이 책은 백남준에 대한 두 저자의 오마주로 읽힐  뿐 아니라 두 저자의 보완 상충되는 시각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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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저항을 표현하라

2014 저항예술제 개최

〈   2014저항예술제〉가 ‘망국의 예술가여 단결하라!’라는 타이틀로 8월 30, 31일 이틀간 인천 아트플랫폼 일대에서 개최된다. 저항예술제는 한국민예총 결성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짚어보고 진보적인 예술 성과를 발표하던〈  민족예술인대회〉를 재정비하여 여는 예술축제다.
특히 이번에 열리는 저항예술제는 본격적인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 행사로서 예술가들의 공연, 전시를 중심으로 한 사례 발표, 토론 등으로 구성된다. 주최 측은 이외에도 아트마켓과 공모작 등의 참여도 지원한다. 이 행사는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가능한 열린 형식을 취한다. 그러므로 주최 측은 기존의 여름축제에 식상함을 느낀 예술가 및 시민들에게 “서로의 세계와 작업을 알아가고, 교류하고 연대하고, 위로하고 응원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외 저항적 예술가들의 상황을 공유하고 한국에서 예술이 가진 저항성의 의미를 탐구하고 이를 고찰하는 사회적 분위기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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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진원 (2)

파리에 걸린 추상적 현대인의 존재

방진원,Px3 국제사진대회 수상

지난 6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PRIX DE LA PHOTOGRAPHIE PARIS (이하 PX3) 대회에서 작가 방진원이 ‘Absolute Being’으로 파인아트 분야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 대회는 85개국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카롤 존슨(워싱턴 국회도서관 사진 큐레이터), 알리스 가브리너(뉴욕타임스 월드피처 편집자) 등 세계적인 사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단의 심사를 거쳤다. 수상자는 파리의 유명갤러리에 전시 기회가 주어지며 PX3 연감에 실릴 예정이다. 방진원은 1988년 서울 출생으로 2011년 경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예대 사진학과를 전공하고 현재 홍익대 대학원 사진학과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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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_봉산 (2)

대구에서 벌어졌던 비디오아트를 현재로 불러오다

봉산문화회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비디오아티스트 1978〉

1978년 대구현대미술제에 참여한 미술가들 가운데 김영진, 박현기, 이강소, 최병소의 영상작업과 기록물들을 공개한〈  비디오아티스트 1978전〉이 대구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개관 10주년에 맞추어 기억 공작소 기획으로 준비된 이 전시는 네 작가의 ‘비디오아트’ 4편과 구술자료 및 당시 보도자료 등을 선보이고 있다.
벌거벗은 본인의 몸을 유리판에 대어서 눌린 자국을 따라 드로잉하는 과정을 기록한 김영진의〈   Drawing〉, 물에 비치는 이미지의 변화를 통해 대상의 본질을 영상으로 은유한 박현기의〈   Untitled〉, 카메라 맞은편에서 유리에 물감을 발라서 그리는 행위를 기록하여 회화와 조각과 영상작업의 장르를 탐구한 이강소의〈   Painting〉, 칠판에 끊임없이 흰 분필을 그어가는 행위를 통하여 자신의 미술세계를 구축한 최병소의〈   Drawing〉, 이 4편의 작품은 모두 1978년 한 해에 완성됐다. 이들 작품은 백남준과 김구림 등이 일찌감치 시도한 미술과 영상의 결합, 즉 비디오아트가 현대미술에 하나의 경향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무렵에 완성됐다는 시기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  비디오아티스트 1978〉은 과거에 벌어졌던 실험적인 영상작업 그 자체와 더불어, 그 사실을 신기한 볼거리로 다루어 보도한 당시의 신문기사, 그리고 현 시점에서 과거의 일에 관한 자기 기술을 기록한 인터뷰 등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물들은 한국 미술사에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로서 공개되는 의미와 함께 그 자체로 전시공간 속에서 일종의 오브제 설치로서의 조형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는 현대미술제에 참여하며 자료를 관리하고    (이헌재), 구술 영상을 편집하고(이태희), 전시 설치를 기획한(정종구) 다수의 학예연구가 뒷받침되었다. 지난 6월 11일부터 8월 10일까지 두 달간 계속되는〈  비디오아티스트 1978전〉에는 7월 12일에 작가들을 직접 초청하는 워크숍이 준비되어 있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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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2)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제3회 아티스트레지던스 프리뷰전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에서는 <제3회 아티스트레지던스 프리뷰전>(6.19~9.28)을 개최하였다. 창작센터는 레지던스 작가 3명(김웅현, 권용성, 이선희)과 프로그램 운영작가    (원동민, 박정선, 강호연, 머머링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전시공간을 마치 개별 레지던시 공간인 것처럼 운영하면서 작가들이 대덕 연구개발 특구의 연구소들과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지식과 예술의 융복합에서 파생되는, 성과보다 과정에서 생기는 미시적인 변화들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이끌어갔다. 또한 과학예술포럼과 아티스트워크숍,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김웅현은 가상현실과 실재현실의 접점을 찾는 영상작업을 한다. 그는 휴대전화와 같은 미디어 기기의 상용과 샤머니즘 등을 주제로 가상세계가 일상생활에 침투하면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과정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가상현실부 또는 KAIST의 신호체계 연구자와 함께 탐구해 나가고 있다.
권용성은 정보를 담고 있는 설계도면, 지도, 그래프, 해부학과 같이 기호나 숫자로서 정보를  시각화하여 개인과 집단의 경험을 관객에게 제공하는 정보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관심을 가지고 수리연구소 또는 뇌기능 연구자들과 협업하고 있다. 이선희는 ‘기억의 직조’라는 주제로 사람들이 입던 옷을 재단해서 실로 엮어 뜨개질을 하는 수행적 작업을 되풀이함으로써 뇌가 기억하는 메모리, 시냅시스 등의 메커니즘을 인지과학 전문가와 만나 연구하고자 한다. 이들 외에도 강호연, 머머링 프로젝트, 원동민, 박정선 등이 프로그램 운영작가로 활동 중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의 과학과의 협업은 2001년〈   미술에 담긴 과학전〉부터 올해 열릴〈  프로젝트 대전〉까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으며 격년제로 진행되고 있다. 창작센터의 이번 전시는 가시적 성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부터 재고하겠다는 미술관, 작가, 연구자들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번 전시는 11월에 시작되는 <프로젝트대전 2014>의 주제인 ‘더 브레인(the brain)’이라는 키워드와 연관하여 입주기간보다 다양한 창작활동을 시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이정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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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정취가 숨쉬는 곳

청안갤러리 개관

“이곳을 지나갈 때면 늘 마음이 아련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이에요.” 청안갤러리 대표 윤선영의 말이다. 돌담길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정동에 6월 19일 청안갤러리가 개관했다.  윤 대표는 향수와 예술이 살아있는 이곳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청안갤러리를 세웠다고 한다. 도심 속 문화가 있는 공간을 표방하는 레스토랑 ‘어반가든’ 건물에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전시와 음식으로 눈과 입이 행복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위치의 이점을 살려 전시기간 크고 작은 모임의 자리를 열어 그림에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는 살롱 역할도 하고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편안하고 행복한 쉼터로서 발돋움하고자 현대미술의 큰 획을 긋는, 또는 앞으로 긋게 될 굵직한 작가들의 기획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윤선영 대표는 “대관전이나 상설전보다 기획전을 중심으로 갤러리를 꾸려 나갈 예정이다. 세대와 장르를 막론하고 마음이 동하는, 감동을 주는 작품을 선택하여 예술로서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꾸미고 싶다”고 갤러리의 방향을 밝혔다.
청안갤러리는 개관전으로 김선형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개관전 직전 청안갤러리와 고려대학교박물관이 공동기획한 작가 김선형의 50회 개인전과 연결되어 주목을 끈다. 현재 윤 대표는 작년 5월 개관한 KDB대우증권 Art space를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경기도 양평 교외지역의 자연 속에서 미술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청안갤러리의 다음 전시는 7월 28일 진행되는 문형태 작가의 개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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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 (1)

공모전으로 근현대미술사 읽기

〈한국미술 공모전의 역사전〉 열려

한국미술 공모전의 역사를 살펴보는 전시가 6월 26일부터 10월 31일까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개최된다.〈  한국미술공모전의 역사전〉은 일제강점기의 조선미술전람회(선전), 광복 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부터 1980년대에 대두된 민전, 기금 지원 시스템이 늘고 공모전이 줄어든 1990년까지 공모전의 변모를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관련 기사, 상장과 메달, 공모전 도록 등 150여 점의 자료로 보여준다. 공모전의 역사를 통해 한국근현대미술사의 흐름을 되짚어 본다는 취지다. 전시와  연구자들의 비평글, 인터뷰를 모은 단행본을 함께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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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혜 (2)

갤러리 탐방 | 리서울갤러리

언제나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리서울갤러리의 전시장에선 늘 전시가 진행된다. 휴일 없이 전시가 이어지고 인사동 중심에 위치해 있음에도 건물 2층에 있고 갤러리로 통하는 입구가 개방적이지 않아 전시장을 찾는 사람은 고정적인 편이다. 그런데 정작 갤러리 대표 조윤조는 작품에 관심 있는 관람객만이 전시를 오롯이 즐기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소수정예가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상업갤러리인 리서울갤러리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1년 7월에 개관했다. 법학을 전공한 조 대표가 갤러리를 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1994년 중앙일보 출판기자로 입사해 3년간 《월간미술》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미술 전공자가 아니기에 일하면서 한계에 맞딱드리고 1997년에 홍익대 대학원에 입학해 예술학을 수료했다. 이후 광주비엔날레 전시지원팀에서 근무하고 CNB저널 사옥 내부 갤러리 관장으로 1년 반 동안 운영하는 등 미술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배운 정보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갤러리를 열게 된 것이다.
리서울갤러리는 기획 및 초대전 만큼 대관전도 많이 진행한다. 보통 2주가량 진행되는 기획전이 전체 전시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나머지 기간은 1주가량 진행되는 대관전으로 꾸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전시가 없을 때 상설전을 진행하기보다는 전시를 원하는 좋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대관전은 의미가 있다. 또한 유동인구가 많은 갤러리 입지 특성상 전시를 꾸준히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경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수익을 내기 어려운 미술시장에서 상업 화랑이 버티기란 쉽지 않다. 갤러리 유지를 위해 수익 창출은 필수불가결하기에 쉼 없이 달려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리서울갤러리는 연중 여름이나 겨울에 1주일가량 쉬며 갤러리 개보수를 하는 시간 외에는 언제나 전시를 계속한다.
현재 국내외 다양한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갤러리를 홍보 중이다. 특히 뒤늦은 나이에 미술계에 입문한 작가들, 젊은 작가들, 기성작가들에 주목하여 아트페어에 참여하고 있다. 전속작가체제를 갖추고 있는 곳은 아니나 작가의 나이, 학력, 장르 등 에 대한 편견 없이 늘 좋은 작품과 작가에 관심을 표명하고 그들을 지지한다. 상업갤러리로서 작가 발굴과 홍보 및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리서울갤러리는 언제나 모든 작가와 관람객의 열린 전시공간을 지향하며 앞으로 나가고 있다.  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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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2)

존재의 의미를 담다

뉴욕에서 열리는 〈김영자 개인전〉

생성과 소멸에 대한 고민을 담는 작가 김영자가 7월 24일부터 8월 6일까지 뉴욕의 쿠하스 아트갤러리(coohaus Art)에서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색면을 통해 어둠에서 분절되고 빛에서 변형되는 존재의 의미를 담았다. 각 색면의 조합은 또한 작가의 어릴적 기억인 색동저고리를 연상시키는 등 작가 자신의 생활이 묻어난다.
김영자는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68년 삼천포문화원 초대전을 시작으로 20회 이상의 개인전 및 부스전을 가졌다. 2006년 갤러리 로 초대전 이후에전시활동을 본격화했다. 예원예대 객원교수로 활동했으며 현재 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 한국공연예술원 이사, 한국미술협회 상임워원회 국제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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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경 (1)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체험의 공간

곽선경의 설치작품, 도쿄 도라노몽 힐즈 모리타워에 영구 설치돼

마스킹테이프로 공간을 리드미컬하게 드로잉 하듯이 설치하는 작가 곽선경의 작업 <Untying Space>가 도쿄의 새로운 랜드마크 도라노몽 힐즈 모리타워(Toranomon Hills Mori Tower) 컬렉션으로 건물 2층과 3층 사무실 로비 벽에 영구 설치됐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경험하지 못한 감각을 일깨우고 스스로 상상의 공간을 펼쳐내는 체험의 미술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1일 개관한 도라노몽 힐즈 모리타워는 52층, 247m 높이의 도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로 복합상업시설이다. 모리미술관에서 작품 선정 및 진행을 맡았다.
곽선경은 숙명여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뉴욕대에서 스튜디오아트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브루클린 미술관, 영국 뉴아트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PS.122 프로젝트 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며 작업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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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2) 사본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살펴본 고흥의 문화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린 〈남도문화전Ⅴ-고흥 특별전〉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조현종)은 고흥군과 공동으로  특별전 <남도문화전Ⅴ-고흥>(7.8~9.28)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고흥을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나누어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뜻 깊은 자리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됐다. 전시 도입부에서는 ‘연표와 지도 등을 통해 고흥의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소개한다. 2부는 ‘선사와 고대’를 주제로 1만8000년 전 고흥 지역 인류 역사를 소개하는 고흥 풍양면 한동리 한동마을 구석기 유적을 선보이고, 2000여 기의 고인돌에서 출토된 고흥의 청동기 유물들을 전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발굴 조사된 포두면 길두리 안동고분 출토 금동관모를 비롯하여 금동신발, 청동거울, 갑옷과 투구, 대도와 구슬 등 14점의 유물을 한 자리에 전시해 고흥 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였던 고대 해상세력의 실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3부 ‘중세와 근세’에서는 봉래사 관음보살상에서 나온 복장 유물과 운대리 분청사기가마터 출토 유물 등을 보여준다. 특히 충무공 이순신이 친필로 작성한 <이충무공친필첩자>가 광주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4부‘근대와 현대’에서는 한말, 고흥 지역에서 동학농민운동과 독립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였던 인물들을 조명하고 국립소록도병원 소장 유물들이 섬을 벗어나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아울러 한국 항공우주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는 고흥의 역동적인 모습도 보여준다.광주=박진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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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3)

한지 위의 콜라주

부산 오션스아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개인전(7.11~31)〉

이건희는 문자와 이미지, 문자와 소통의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했다. 그 방안으로 작가는 20여 년 넘게 한지를 소재로 종이의 물성이 이루어내는 조형적 실험을 해왔다. 작가는 한지 제작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다른 과정 없이도 종이 그 자체가 점·선·면의 콜라주를 형성하며 회화적인 형상을 이루어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Paper on paper’,          ‘The Language of Distance’, ‘Rebus’ 세 가지 주제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기록매체로서의 문자(언어)와 소통의 관계를, 한지가 지닌 물성의 우연성을 이용하여 조형미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미지의 이미지로서의 문자’, ‘상징적 언어로서의 문자’, ‘불가독성으로서의 문자’가 한지에 저부조 기법으로 제작되어 600개의 대형 종이 퍼즐처럼 전시장을 메우고 있다. 이것은 약속된 기호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자에게는 읽히지 않는 언어, 정보전자 시대인 현대사회의 문화적 현상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이후에 작가는 기술과 인식의 발달에 따른 매체 진화 시대에 인터넷에서 떠도는 알 수 없는 이미지, 해독되지 않는 문자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소통과 불통의 간극 사이에서 작가는 파편화된 이미지와 기호들이 끊임없이 연쇄하는 지금의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소통의 풍경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Editor’s letter

독자의 의무와 권리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다. 언론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일부)기자를 조롱하고 비꼬아 비아냥거릴 때 사용한다.  여기엔 ‘불공정, 편파, 선정적, 왜곡, 무책임, 무능’같은 부정적인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남 얘기가 아닌 것 같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말처럼 왠지 뒤통수가 따가운것 같다.
여하튼 매체 성격이나 소속 부서에 따라 기자들은 특화된 영역을 뛰어 다니며 취재한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이나 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의 현장, 혹은 대중을 현혹하는 연예계 언저리나 승패의 희비가 엇갈리는 스포츠 경기장 등. 전문 분야에 따라 활동무대가 각양각색이다. 속내 또한 그렇다고 장담하지는 못하겠지만, 미술판은 그나마 젊잖고 적어도 겉모습은 우아하고 고상하다. 그래선지 미술 전문기자는 다른 분야 기자보다 비교적 욕을 덜 먹는 편이다. 왜냐면 미술 전문기자의 역할은 취재  능력보다 기획과 편집 능력에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술 전문기자는 엄밀히 따지면 언론인 journalist이기보다 문화생산자 cultural producer에 가깝다. 주관적인 비평가보다 직관적인 큐레이터에 가깝다고나 할까.
새삼스레 이번호 레퍼토리를 훑어본다. 특집 이우환. 생존 작가 한 사람을 특집으로 삼는다는 부담과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인 작가로서 백남준과 더불어 말 그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의 현재 좌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심사숙고해서 임동식 작가를 스페셜 아티스트로 소개한다. 이우환에 비해 덜 알려진 작가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평가하는 잣대가 다를 뿐, 단언컨대 그에 못지않은 ‘좋은 작가’다. 이번호에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균형추로 손색없다고 생각한다. 혜안 있는 독자라면 이런 의도에 공감하고 복선을 헤아릴 수 있으리라. 지난호 <서용선 개인전>에 이어 <윤동천 개인전> 기사를 대담 형식으로 만들었다. 좀 더 다양한 정보와 전시 뒷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하고자 다각도로 접근 했다. 이밖에 미학자 강성원의  ‘인문학미술觀’ 연재를 시작한다. 일반 독자에겐 다소 버겁고 어렵겠지만 작정을 하고 곱씹으며 정독하길 권한다. 강우방의 ‘民畵이야기’ 와 더불어 미술이론 깊이읽기에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역시 새로 시작한 디자인 칼럼리스트 김신의 ‘디자인 에세이’도 짧지만 재밌고 흥미로운 페이지로 기대된다.
돈으로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돈을 버는 속도를 추월한지 이미 오래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한달 동안 책을 구입하는 데 쓰는 돈보다 커피 값이나 핸드폰 요금으로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다. 분하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독자들이여, 제발 돈 내고 책을 사서 보시라. 그런 후에 흉을 보든지 욕을 하든지 칭찬을 하든지 하시라!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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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826고충환  미술비평

이른 아침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 같은 날 늦은 저녁 서울로 돌아왔다. 심영철 작가의 개인전 취재를 위한 이 일정을 묵묵히 동행해주었다. 일정이 꼬여 긴 시간 지체되는 와중에 상황을 너털웃음으로 넘기며 오히려 다채로운 대화로 기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젠틀맨.
영남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미술비평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며 월간미술대상 학술평론부문 장려상(2006)을 수상하기도 했다. 회화를 전공해서일까. 그는 늘 장르에 구분 없이 작가의 작업과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비평가다.

 

IMG_9286전민경  국제갤러리 홍보디렉터

파리, 바젤, 프라하로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날수로만 열흘이 넘고. 약 두 달 전부터 준비된 이번 취재는 일정 조정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전민경 디렉터는 갤러리 홍보담당자로서 일정 조정과 적극적인 어필이 돋보였다. 일례로 아트바젤의 지아니 예처가 지나가는 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붙잡아 스탠딩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항상 자신감 있는 어조로 취재원과 취재진을 연결해주는 중개인 역할은 물론 때론 통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귀국하자마자 바로 브라질로 자원봉사를 떠난단다. 체력이 바닥났다는 건 거짓말이었구려!

 

김신김신  디자인 칼럼리스트

김신의 디자인 잡문집《  고마워 디자인》을 읽으면 디자인이 우리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고마운 생활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호부터 연재되는 ‘김신의 디자인 에세이’를 통해 그가 디자인이라는 망원경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현장을 엿볼 수 있다. 디자인과 예술, 그 차이보다 인간의 본질적 측면과 맞닿아 있는 디자인의 속성을 포착하는 점이 흥미롭다. 김신은 월간《  디자인》 편집장, 대림미술관 부관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디자인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 저술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Column] 예술서적 시장은 언제나 위기였다

나는 몇 년 전 폴 클레 전시회를 보러 올림픽공원 미술관에 갔을 때의 복잡한 심경을 잊지 못한다. 나름대로 유명한 화가의 단독 전시였음에도 3시간 넘게 관람하는 동안 관람객을 5명도 보지 못했다. 그림을 감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어서 어떤 그림 앞에서는 30분 동안 가만 앉아 바라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전시마저 외면당한다면 소위 몇몇 유명 전시에 사람들이 그토록 많이 몰리는 이유가 뭘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6년쯤 예술도서를 팔아오면서, 왜 예술 관련 책들이 팔리지 않는지 어렴풋이  이유를 짐작하게 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미술 교양 도서 붐이 일었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적 지식이 일종의 ‘일반 대중 교양’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외국 유명 미술관 소장 작품전 같은 대형 전시회가 꾸준히 히트를 기록했고 덩달아 그런 유명 작품들 및 화가들의 삶에 대한 입문서들이 심심찮게 스테디셀러 대열에 올랐다. 이때 많은 출판사가 예술도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버블을 키워가던 미술품 경매 시장이나 각종 국제 비엔날레 등을 통해 미술은 화제를 낳았고 그러자 책이 팔렸다. 바야흐로 예술도서 시장은 떠오르는 신대륙 같았다.
그러나 도서 구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 즉 1년에 책을 2권 정도 구입할까말까 하는 대한민국 평균 독자들, 또는 일반인이 기대하는 바는 거기까지다. 가까스로 그나마 유명한 전시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딱 거기에 대한 지식까지만 요구했던 것이다. 이 수요는 일종의 이슈 소비이지 예술에 대한 관심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이슈 소비를 계기로 삼아 미술 애호가로 거듭난 경우도 있겠으나, 예외적인 정도의 수치일 것이다. 방학마다 열리는 유명 전시회에 가보면 알 수 있다. 도떼기시장 같은 곳에서 뭘 어쩌자는 건지 혼란스럽기까지 한데도 많은 사람은 그냥 여기 와서 저 유명 그림을 본 걸로 만족한다. 미술이니까 와서 눈으로 보면 된 거 아닌가. 물론 아니다. 유명 작품의 실물이라는 아우라를 소비하는 행위는 지극히 대중추수적인 행위다. 관객들은 유명 화가라는 일종의 셀러브리티의 컬렉션을 구경하러 온 것이다. 미술이라는 의미계를 벗어나서 이미지 그 자체와 그를 둘러싼 아우라를 소비하는 ‘행위’ 또는 ‘현상’은 사회학적인 현상이나 메타-예술의 소재 또는 주제는 될 수 있을지언정 미술작품의 창작과 비평 사이에서 감상자 자신이 능동적으로 재해석에 임하는 ‘감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 소비자들이 같으므로, 예술도서 시장 역시 전시회 소비 시장과 유사한 형태를 갖추었다. 단지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구야?” 정도의 호기심이 시장 확산의 원동력이었다. 호기심이 충족되면 소비는 거기에서 끝난다. 바로 이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작된 책들, 소수의 셀러브리티 예술가의 삶과 대표작들을 담은 일종의 다이제스트 미술서가 21세기 초 미술도서 시장의 일시적인 확산을 가져왔다. 그러나 초심자용 다이제스트라는 포맷은 가용자원과 그 변형에 한계가 있다. 결국 동어반복을 계속하던 이 장르는 몇 년 가지 않아 급격히 쇠락했고, 전체 예술도서 시장 역시 그와 유사한 시기에 다시 위기론을 꺼내들었다. 예술도서 시장은 살아남기 위해 시대의 흐름에 편승했다. 힐링이 유행일 때는 치유하기 위한 그림과 음악들을 소개했고, 스펙이 세상 모든 것처럼 보였을 때는 자기계발의 일종으로 예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 흐름들 어디에 예술이 예술로서 소개되었는가? 예술은 소비재의 하나로, 유행 따라 피고 지는 일시적인 아이돌 기능을 했을 뿐이다.
예술 책 출판을 포기하는 출판사가 늘어나고 출간 종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한때의 좋았던 시절을 제외한 평균을 향해 수렴하는 것뿐이다. 한때의 붐은 그저 갑자기 찾아온 호재였을 뿐, 그 특정 변수를 제외하면 예술도서들은 자체 역량으로는 성장해본 적도 없이 전체 도서시장의 위축과 함께 서서히 잦아들고 있을 뿐이다. 예술이 소비재로 이용되는 현실은 고착화된 지 오래다. 만약 지금이 위기라고 말하고 싶다면, 그건 언제나 위기였다는 뜻이다. 따라서 “예술 책은 왜 팔리지 않는가” 하는 질문은 “왜 예술이 사람들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는가” 하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 ‘더 좋은 책을 만들고 더 나은 글을 쓰자’는 그다음 문제다. 하던 대로 하면 아무리 좋은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애당초 관심을 가진 사람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뒤집을 수는 없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자명한 대답을 할 수 있다. 예술이다. 그러나 어떻게 말할 것인가? 어떻게 취미 사진가들과 대형 전시회 애호가들과 논술 문화 학습의 시스템에 침투할 것인가? 비단 도서뿐만 아니라 예술을 둘러싼 소비 시장의 전체적인 기조가 유사함을 상기해볼 때, 예술 소비의 부흥은 정치적 슬로건이나 명약관화한 대의(예술은 좋은 것이다!)보다는 전략전술의 유연함에서 출발할 것이다. 역사를 통틀어 정의 그 자체는 어떤 성공도 보장해주지 않았다.

최원호·인터넷 서점 알라딘 예술부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