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밥과 예술

고암 이응노(顧庵 李應魯, 1904~1989).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직접 본 건 1989년이었다. 대학 2학년 때, 지금은 없어진 서소문 호암갤러리에서였다. <군상(群像)> 시리즈가 개미떼처럼 보였던 기억이 또렷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알지 못하면 제대로 보지 못하는 법’, 그때는 그랬었다. 고암을 깊이 알지 못했기에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백남준과 더불어 고암이야말로 세계 미술계에 자신있게 자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한국인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고암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2000년 평창동에 이응노미술관이 생기면서였다. 이응노미술관이 개관하기까지 부인 박인경 여사와 윤범모 교수 같은 후학들의 숨은 공력과 가나아트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후 이응노미술관은 2007년 대전시립미술관 바로 옆에 독립 건물을 지어 이전해 오늘에 이른다. 2011년엔 충남 홍성에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도 건립됐고, 올해 프랑스 파리 근교 보쉬르센(Vaux-sur-Seine)에 고암아카데미 건물도 개관한다고 한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을 다녀왔다. 그곳에 가면 6월 1일까지 고암의 미공개 기증작품 500여 점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조그만 작품이 있었다. 이번호 표지에 실린 <구성>이 그것이다. 훼손된 원작을 복원한 것으로 고암이 윤이상, 천상병 등과 함께 이른바 ‘동백림(동베를린)사건’에 연루되어 2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동안 교도소 안에서 종이와 밥풀을 짓이겨 만든 작품이다.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서 고암을 생각했다. 차디찬 감방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꼼지락거리며 그것을 만들었을,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뱃속을 채워줄 눈앞에 밥보다 창작에 더 굶주리고 목말라했던 고암을 말이다.
이 대목에서 유진상 교수의 컬럼(p.60-61)이 오버랩 됐다. ‘전시 지원비’를 받지 못했다고 SNS에 불평불만을 표출하는 (일부) 젊은 미술인의 행태 말이다. 물론 예술가라고 해서 먹고사는 문제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작가로서의 합리적인 권리요구 또한 정당하고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제 맘대로 작가를 ‘을’로 규정하고 ‘갑’이라고 칭한 선배 세대를 향해 볼멘소리는 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 주려해도 어린애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작 예술에 대한 절실함이나 진지함에 대한 고민보다 기껏 당장 제 앞에 놓인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특집에 소개된 13명 ‘미술 친구들’이 오히려 제도권 미술계를 욕망하는 이런 젊은 작가들보다 더 순수하고 진솔해 보인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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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달성 AHAF 운영위원장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미술계에서 늘 새로운 시도로 한국 현대미술을 해외 미술무대에 소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화랑협회에 제안해 2002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탄생시켰고, 1995년 제정된 <서울판화미술제>를 세계 유일의 판화·사진 전문 아트페어인 <아트 에디션>으로 발돋움시켰다. 취재 차 방문한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AHAF) 홍콩 2014> 현장에서 황 대표는 한국미술의 도약을 위해 아시아권 갤러리와의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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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숨SUMM 대표
조덕현의 개인전과 자하 하디드의 전시를 모두 기획하였다. 이번 달 유난히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늘 친절한 설명으로 취재에 도움을 주었다.《 월간미술》의 2012년 2월호 특집 <2012년을 빛낼 미술인20>에 선정되기도 해 인연이 깊다. 현재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이자 아트디렉터로서 강의와 전시기획 글 연재까지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하는 그녀가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길 기원한다.

edi2이경민 이응노미술관 홍보담당전시
홍보담당자는 그 기관의 얼굴이다. 그 임무의 중함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그렇게 보면 대전 이응노미술관 홍보담당 이경민 큐레이터도 그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셈. 고암의 미공개 작품 500여 점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인 이번 <신소장품전> 취재를 위해 각종 자료와 일정을 준비하고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국내 대학에서 불문학과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는 이 큐레이터가 앞으로 이응노미술관을 더욱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컬럼] 후배 미술인들에게

후배 미술인들에게

한국의 현대미술 창작영역, 다른 말로 우리가 ‘미술계’라고 부르는 공간은 그것이 생겼을 당시(다시 말해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많은 왜곡과 결여를 드러내고 지녀왔으며 앞으로도 상당히 그럴 것처럼 보인다. 미술대학, 미술시장, 미술정책, 미술제도, 미술비평, 미술출판, 지역미술 등등 심지어 미술창작과 그에 대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문제점을 안고 있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이 문제점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전부 개선되거나 혁파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현재의 지점에서, 이제까지 해 온 이야기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에 한 가지 이슈가 거론되었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전시에 참가하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 지원비’에 대한 것이었다. 대안공간 루프 서진석 디렉터가 담당한 <제4회 공장미술제>(사진)에서 불거진 지원비 지급 여부에 대한 이슈는 처음에는 공장미술제라는 기획 자체에 대한 성토처럼 보였으나, 그 이후에 이어진 토론의 초점은 공장미술제를 넘어서는 범위의 것이다. 처음부터 ‘전시 지원비’ 정도가 문제 되었을 리 없다. 실은 기성세대, 나아가 사회 전체가 체계적으로 젊은 세대의 예술가들을 착취하고 이용하고 있다는 좀 더 광범위한 이슈가 제기된 것이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군대문화처럼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져 온 몸에 밴 악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만 치부해버릴 수 있는가?
이번 논쟁은 마치 기업의 노사분쟁처럼 전개되었다. 회사 측 간부들이 노조 측 대표들과 노동조건 등에 대해 따져보는 것처럼 다뤄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성세대라고 토론에 나선 서진석, 김노암 등은 사용자라고 하기엔 턱없는 개인이고 젊은 세대를 대변한 이들 역시 연대를 자처할만한 뚜렷한 예술가 집단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서진석이나 김노암은 지난 15년여의 기간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안공간을 묵묵히 꾸려온 ‘자원봉사자’ 같은 인물들이다. 정부나 기업, 각 재단의 기금을 열심히 타서 자신들의 기획을 펼쳐온 것 외에 이들이 미술계의 해묵은 열악함의 원흉이 될 만한 이유는 없다. 이들의 활동이 비평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대체로 존중받을 만한 것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다른 독립 기획자들 역시 이들이 거쳐 온 경로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영역은 아직 대안적 지점들에 머물러 있다.
<공장미술제>에 대해 말하자면 1999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서울대, 홍대로 양분되어 있는 미술계에서 대학 간의 교류와 학벌을 탈피한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 주된 이슈였다. 2012년에 이것이 다시 등장한 배경에는 젊은 세대 작가들의 과도한 상업화에 대응하여 실험적 작품들을 프로모션한다는 이슈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큐레이터에게 실행을 위임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공장미술제>가 2회로 멈췄던 이유는 매우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는 이 전시기획을 맡고자 하는, ‘총대를 멜’ 자원자가 없었고, 교수들 역시 너무나 피곤한 이 프로젝트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프로젝트는 미술대학 교수연합인 ‘대학미술포럼’을 탄생시켰고 이후 ‘대학미술협의회’로 이어져 미술대학 간 연대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번 논란 이후 공장미술제의 지속 여부가 시험대에 오를 테지만, 미술대학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공유 플랫폼으로서 어떤 방식이 좋을 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리라 본다. 홍태림이나 안광휘 같은 젊은 미술인들이 촉발시킨 이번 논의가 전시 지원비나 부실한 전시기획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더 확대해서 미술에서 불합리하게 과대평가된 비합리적 가치들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이 제기한 문제는 그물처럼 엮여있는 더 큰 문제들의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허름한 신비주의로 포장된 예술의 가치나 의의에 대한 논의들, 교육 수혜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미술대학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 및 평가방안, 비평에 요구되는 인정하기 어려운 도덕주의적 편견들, 근거 없는 복종이나 추종을 요구하는 선후배 관계나 사제 관계의 관행들, 타인의 노동에 대해 돈으로 표시되는 보상과 거래관계를 평가절하하거나 금기시하는 주제넘은 비난들, 예술가들을 우습게 여기거나 예술을 공짜라고 생각하는 저열한 관료주의, 주제를 검열하는 파시즘과 안 그래도 힘겨운 예술가들에게 현실정치와 창작을 반드시 뒤섞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죄의식을 조장하고 극단적 진영으로 나눠대는 정치적 징발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이 조건들은 2014년 현재 예술적 중세를 지속하거나 재생산하는 핵심적 요인들이다.
나는 이들이 기왕 비평가로 방향을 설정했다면, 그리고 자신들의 세대를 구축하고 또래의 젊은 예술가들이 당대의 독자성을 실현하도록 하고 싶다면 전선(戰線)을 정확히 설정할 것을 권하고 싶다. 큰 전선들과 지엽적인 전선들을 구분하고 현재의 논의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가늠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은 평생에 걸쳐 동시대미술을 냉소의 대상으로 깎아내리려는 온갖 ‘무식한 자들(philistines)’과 싸워야 할 것이다. 미술계 내부에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미술계 전체를 빈곤으로 몰고 가는 사회 전체의 무관심, 평가절하, 편견, 고립 등과 싸워야 할 것이다. 이번 <공장미술제>를 둘러싼 논의가 내포하고 있는 함의가 서진석과 같은 개인이나 공장미술제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이 논의를 ‘먹고사는’ 문제로만 다루어서도 안될 것이다. 이것이 복지논쟁이나 노사분쟁 혹은 세대 갈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 모든 이슈는 예술적 ‘수월성’을 통해 어떻게 탁월한 동시대미술을 제공할 것인지, 그것을 통해 어떻게 미술 전반의 환경을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비평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이제 50대에 접어드는 우리도 더 치열하게 노력할테니 당신들도 노력하기 바란다.

유진상・계원예술대학교 교수

[핫피플] 한국문화예술연구소장 김미경

아카이빙, 리얼리티에 다가가기 위한 밑거름

강남대 회화과 김미경 교수가 설립한 한국문화예술연구소(Korean Art Research Institute, 이하 KARI)가 4월 10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새롭게 문을 연다. 김 소장이 2006년 강남역 인근 오피스텔을 빌려 연구소를 연 지 8년 만이다. 갤러리 공간까지 마련해 아카이브, 연구, 전시, 아카데미, 아티스트 워크숍이 한 건물 안에서 가능하다. 김 소장의 오랜 염원이 실현된 것이다. 그동안 연구소는 아카이브 작업을 중심으로 출판, 번역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한국화에 대한 비평을 연구한
《 우리그림 비평》(2008)을 출간했으며, 2011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코리안 랩소디전>에 ‘이상’과 ‘최승희’, ‘1960~70년대 한국의 행위예술’ 영상 제작, 그리고 같은해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데페이즈망-벌어지는 도시전> 기획 등을 해왔다. 김 소장은 “연구소는 비영리기관으로 지원금을 받아서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보다 안정적인 연구를 위해 재정 확보 의 자가동력으로서 갤러리를 영리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ARI는 1960~70년대 미술을 중심으로, 1940~50년대 해방공간, 최근 작가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며 아카이브 정리를 하고 있다. 현재 이우환을 비롯해 400명의 작가가 기본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앞으로 계속해서 작가 수를 늘리고 작업 전반에 걸쳐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작가 강국진, 하종현의 경우 숨어있는 자료까지 모두 확인해 작업 전반의 아카이브를 정리하는 방대한 작업을 마쳤다. 아카이브는 심층 연구를 토대로 전시까지 이어진다. 스페이스 카리아트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전시 <더 모노톤–리피티툼(repetitum)>(4.10~5.30)은 이우환, 하종현, 최병소 3인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반복성을 철학적 증상 혹은 징후로 조명한다. 앞으로 ‘모노톤’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일 것이며 8월에 전시와 연계해 영문학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단색조 회화, 모노하, 모노크롬 등 용어에 대한 재검토부터 시작해, 한국의 단색조 회화와 서양의 모노크롬이 공유하는 지점과 차이점을 재조명해 논의의 장을 적극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모든 연구의 발판은 ‘아카이빙’이다. 김 소장은 1990년부터 한국 근현대미술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며 아카이빙 작업에 돌입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 현대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한국인이 아니면 누가 한국미술을 연구하겠느냐는 심정에 사명감이 들더라. 한국의 실험미술은 유신시대 언더그라운드로 발생해 미술계 내에서 논의된 적이 거의 없었다. 자료 수집을 위해 마이크로필름을 통해 7종 신문을 비롯해《 선데이 서울》,《 주간경향》등 4대 주간지까지 꼼꼼이 살폈다.”
하지만 아카이브는 단순한 자료 수집이 아니다. 김 소장은 “아카이브를 검토할 때에는 작가 집에서 굴러다니는 접시도 다시 확인한다”고 말한다. “강국진의 아카이브를 정리하면서 그의 퍼포먼스 <색 물을 뽑는 비닐 주머니>가 한국 최초 행위예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카이빙의 결과로 퍼포먼스 연구의 궤적이 달라질 수 있다. 아카이브는 당대 리얼리티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최근 미술계에서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아카이브 기관이 늘고 있다. 김 소장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자료를 많이 수집하는 기관이 있다면 이 자료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팀이 협업해서 결과물이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또한 “KARI는 앞으로 세계와 교류하는 통로도 넓힐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지난 2월에는 홍콩 파라사이트(Para Site)에서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sia Art Archive)’와 연계해 일본, 한국, 대만의 1960년대 행위예술을 조명한 전시 <거대한 초승달(Great Crescent)> 한국 섹션에 참여해 한국의 실험미술 작업을 선보였다. 그리고 김 소장은 4월 15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한국의 실험미술과 단색조 예술’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슬비 기자

[핫피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축가 자하 하디드

건축물이 곧 지형이다

시작단계부터 완공까지 기대와 우려 속에 큰 관심을 모았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3월 21일 문을 열었다. 개관을 앞둔 지난 3월 11일 DDP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방문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자하를 취재하기 위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DDP의 운영 방향을 소개하고 패트릭 슈마허(자하 하디드 건축설계사무소 파트너이자 상임 디자이너)의 건축소개가 있기까지 그녀는 등장하지 않았다. 얼마 후 그녀는 스타 건축가답게 DDP의 잔디공원을 가로지르며 골프장에서나 봄직한 카트를 타고 등장했다.
그녀는 1993년 독일 바일 암 라인의 ‘비트라 소방서’를 첫 완공작으로 시작해 굵직한 건축 프로젝트를 맡아왔을 뿐 아니라 각종 디자인 전시를 수차례 열며 2004년에는 여성 건축가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가도를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그녀 건축의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어색한 부조화, 지나치게 큰 규모와 비용의 효율성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DDP 역시 이러한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가운 시선 속에 개관한 DDP의 건축적 핵심, 더 나아가 자하의 건축철학은 무엇일까.
자하 하디드가 건축관으로 내세우는 중심은 두 가지다. ‘커브(curve)’ 와 ‘어버니즘(urbanism)’. 무빙 이미지가 난무하는 현대 도시 사회에서 그녀의 건축은 정적으로 멈추지 않고 함께 흘러간다. 불규칙하고 복잡한 곡선을 사용하여 어느 공간에 위치하든지 마주하는 이미지는 무한히 변화하여 건물 내부 어디에도 같은 뷰가 보이지 않는다. 자하와 함께 내한한 페트릭 슈마허는 DDP에 대해 “얼개가 없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곡선이 전체 건물을 구성한다”라며 “지붕이 잔디로 덮여 있는 것만 봐도 건축물이 존재하는 것 자체로 새로운 지형을 인공적으로 창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적인 감각과 흐르는 듯한 곡선은 창문 없이 외부를 장식한 4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과 기둥없이 이어지는 내부에서 강조된다.
DDP를 둘러싼 또 다른 비판은 건물 주변의 역사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는 점과 필요이상으로 크게 지어진 것 아니냐는 규모(총사업비 4840억원, 연면적 8만5320㎡)의 문제였다. 이에 대해 자하는 “건물의 용도에 맞게, 의뢰자의 희망에 따라 설계했다. 어떠한 근거로 규모가 크다고 하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방어적이면서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 더 이상의 질문은 무의미했다. DDP에 대한 논란은 결국 주체 없이 공회전하는 메아리였다. 규모가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한 그녀의 입장은 어떠한가. “DDP는 형태적 독창성과 주변과의 조화를 중시한 작품이다”라며 곡선을 사용해 도시의 특성을 살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지형임”을 강조했다. 페트릭 슈마허는 “DDP 이전 그 자리에 있던 야구장의 역사성을 설계에 반영했다. 경기장의 조명탑을 보존하였고 설계에서 경기장의 느낌을 살렸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peo2최초의 3D 비정형 건축으로 주목받는 DDP에 대해 자하는 일단 “성공적”이라 자평했다. 안도 다다오, 알바로 시자 등 외국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 국내에 지어진 경우 무조건적 주목을 받듯 DDP가 과연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일단 자하 하디드란 여성 건축가의 이름을 국내 대중에게 널리 알린 점에서는 ‘성공적’ 이다. 건물 개관과 함께 DDP에서는 작은 숟가락부터, 가구와 신발 보석 등 그녀가 디자인한 4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를 3월 26일까지 열었으며 2차로 4월 4일부터 5월 31일까지 1차 전시품 외의 건축 모형과 샹들리에 등을 선보이는 <자하 하디드_360도 전>을 선보인다.
다음 행보는 도쿄 올림픽경기장(2020)이다. DDP 설계자로 선정됐을 때와 유사하게 일본 언론에서도 자하의 건축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과연 일본에서는 어떤 도시적 건축을 만들어낼지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역사성과 지역적 특수성이 도쿄에서는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 궁금하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그녀의 예술행보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임승현 기자

[현장] Art Fair Tokyo 2014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일본 미술시장의 현주소

올해로 9회를 맞이한 <아트페어 도쿄>가 3월 6일 VIP 오픈을 시작으로 7, 8, 9일 사흘 동안 도쿄국제포럼 전시장에서 열렸다. 고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아트페어 도쿄>는 갤러리(Galleries), 아티스틱 프랙티스(Artistic Practice), 도쿄 리미티드(Tokyo Limited), 프로젝트(Projects), 디스커버 아시아(Discover Asia), 지-플러스(G-Plus), 아웃라인(Outlines) 등 7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이번 페어에는 일본을 비롯한 한국, 스페인, 인도네시아 등의 157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국내 갤러리로는 갤러리 스케이프와 갤러리 엠이 참가했다.
2012년부터 아트페어도쿄는 지정학적 한계성과 일본 고미술, 크래프트부터 현대미술까지의 너무나 방대한 영역을 포괄하는 데서 발생하는 구조적 진부함을 해소하고 분위기를 일신하고자 고민하고 노력해왔다. 특히 젊은 디렉터 다카히로 가네시마를 영입한 이후 아트페어의 구성을 세분화해서 다듬고, 해외 주요 컨템포러리 갤러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벌여왔다. 이에 ‘리뉴얼’된 <아트페어 도쿄>는 ‘지역 아트페어’의 이미지를 벗고 국제적이며 컨템포러리한 이미지로 어필함과 동시에, 페어 특유의 조직력을 극대화시켜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
아트페어도쿄의 ‘오버하지 않는’ 적절한 섹션 나누기도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인데, 특히 디스커버 아시아에는 서울을 비롯하여 타이베이, 홍콩, 마닐라, 자카르타의 ‘젊은’ 갤러리들이 초청되었고, ‘지-플러스’ 섹션에서는 지-도쿄(G-Tokyo, 도쿄 내에 있는 컨템포러리 갤러리들이 모여 개최한 아트페어)에 참여하던 갤러리들이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협업해 전시 형태의 부스를 선보였다. 김정욱, 정지현 등 한국 작가를 꾸준히 소개해 온 갤러리 스케이프는 도쿄라는 도시의 규모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내실 있는 <아트페어 도쿄>를 통해 컬렉터 층을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로 넓히게 되었다.
이같은 긍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아트페어 도쿄>는 아시아 주요 도시의 기존 아트페어들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아트바젤>이 성공적으로 홍콩에 입성함으로써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아트페어는 미술계의 모든 구조가 얽혀있는 유기체이며 예술의 고결함과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의 반어적 성질로 인식되는 상업성이 공존하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자리다. 미술계 구성체의 복합적 이해관계가 한 자리에 모인 아트페어에서 참여기관 모두가 만족할 만한 균형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균형점에 최대한 근접하는 아트페어가 정당성과 지속성에 힘입어 명성을 유지할 것인데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국내의 아트페어들과 마찬가지로 <아트페어 도쿄>도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김윤경・갤러리 스케이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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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Art Space

중국 작가 쑹둥(宋東, 사진)과 한국 작가 김길후의 개인전이 송원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이장욱 큐레이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최후의 수장고’를 주제로 한중 두 작가 각자의 방식으로 선보인다. 첫 번째 주자인 중국 설치미술가 쑹둥의 전시(3.22~4.18)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는 뜻의 ‘비흔교집(悲欣交集)’이다. 2층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설치작업으로 보인다. 지하 2층에는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이한 12명의 초상과 재난 현장을 담은 영상작업을 배경으로 중국 침대 60개가 9층으로 쌓여 있다. 플라스틱 거울이 벽면 전체를 채운 지하 1층에는 지하 2층의 설치작과 연결되어 가축의 깃털로 만든 학 두 마리가 놓여 있다. 쑹둥(사진)은 “침대는 생사가 교차하는 환승역입니다. 아래층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시작도 끝도 없는 현실의 세계라면 위층은 천상의 세계를 표현한 것입니다.
거울 속에 반사되는 모습도 끊임없이 변하고, 새도 모두 허상이죠. 최후의 수장고에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요? 결국 담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이번 전시가 ‘올해에 열리는 전시 중 나에게 가장 중요한 전시’라고 강조했다.

 

hot2최정아갤러리에서 3월 6일부터 27일까지 <Space:Life&Routine>란 제목의 기획전을 열었다. 풍경을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전시로 김대수 박노을 정직성 황선태 김병주가 참여했다.일상을 둘러싼 풍경을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사회적 해석으로 조명한 작가들의 독창적 시각을 볼 수 있다.

hot3서완 이윤희 정혜윤 한성재 한수정 현정윤 6명의 젊은 작가가 우리 전통악기를 재해석해 다채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3월 13일부터 31일까지 space k 서울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장인과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한 ‘아티잔스(ARTisans)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6명의 작가는 전통 현악기 제조기술을 보유한 이영수, 이동윤 장인과 함께 한 워크숍을 통해 악기를 직접 만들며 그 영감을 작업 속에 담아냈다. 예술을 통해 전통과 동시대가 교감한다는 취지 하에 루이비통코리아가 기획 및 후원을 맡았다.

 

hota35실재 세계를 그대로 캔버스에 옮기는 작가 박성환의 개인전 〈영적(靈的)-실재 그 자체의 세계_우주 최초 창시(創始)〉가 3월 5일부터 16일까지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 위치한 가온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는 스스로 회화를 표현하는 미학에 대해 “우주 시대의 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평한다.

 

hota36서양화가 강승애의 17번째 개인전이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선화랑에서 열렸다. 말기 암 환자를 돕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 작가는 따뜻하고 선명한 색감으로 씨앗, 새싹, 풀잎, 둥지, 빛 등 자연의 생명력을 암시하는 풍부한 이미지를 선보여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 자연과 함께 공명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hota373월 19일부터 25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 지하 전시실에서 조각가 허진욱의 첫 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작가는 버려진 스테인리스 스틸판과 봉을 하나 하나 붙여 형태를 만든 다음 갈고 광을 내어 꽃과 나비, 사람의 형상을 만들었다. 작품 내부에는 조명을 설치해 전시장 작품의 그림자가 비치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hota38김선형 경인교대 교수의 개인전이 3월 12일부터 25일까지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열렸다. 푸른색을 기조로 강렬한 붓의 움직임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특유의 필획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캔버스는 단순하면서도 힘찬 기운으로 가득하다.

hota39한지 부조회화의 대표 작가 박철의 개인전 <紙에 壽福을 담다>가 3월 1일부터 5월 4일까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영은미술관에서 열린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한지로 멍석, 문틀, 떡살 등 오늘날 사라져가는 토속적인 오브제에서 차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또한 1991년부터 지속적으로 ‘앙상블’을 연구해온 작가는 멍석이나 고서와 바이올린, 첼로 등 동양과 서양, 옛것과 새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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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염색의 현대적인 해석을 모색하는 작가 장혜홍의 개인전 <화양연화>가 3월 1일부터 5월 23일까지 수원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행궁재갤러리에서 열린다.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을 염색물감과 아크릴물감을 함께 사용한 염색기법으로 그려내어 은은한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스와로브스키와 진주를 더해 화려함을 표현했다.

hota42한국의 전통을 현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한 작가 오승윤의 개인전이 2월 21일부터 3월 23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음양오행을 상징하는 오방색과 십장생 등에서 우리의 삶의 기원을 찾고 한국의 상징적인 사물과 표현들에서 민족전통의 뿌리를 찾는다. 〈풍수〉 〈바람과 물의 역사〉등 초기작부터 이어지는 작가의 예술세계를 볼 수 있다.

hota43해학과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토시마츠 구레모토 개인전이 3월 18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담에서 열렸다. 오랫동안 회화작업을 해온 작가의 조각은 회화성이 짙다. 15점의 조각을 선보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바쁜 일상에서 자아를 잃고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모습을 양쪽이 다르게 그려진 눈, 벼랑 끝을 붙잡은 팔 등으로 표현하는 등 힘겨운 현실을 해학적이면서도 담담하게 나타냈다.

hota44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는 2011년 <미디어극장전>에 참여했던 작가 중 지속적으로 새로운 화두를 모색하는 작가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그 첫 전시로 심철웅의 개인전 <De-Sp[l]ace>(3.6~23)를 선보였다. 작가는 서울성곽의 흔적을 다각도로 보여주며 성벽 이면에 담긴 시간성을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2011년 전시 이후 작가의 작업 양상과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hota45아날로그 방식을 통해 자연과 인체를 독창적이고 구조적인 시선으로 담는 사진가 스칼렛 호프트 그라플랜드의 국내 첫 개인전이 2월 22일부터 4월 19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Unlikely Landscape〉란 제목의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지를 찾아다니며 만난 자연과 토착민의 모습을 계획하고 조정하여 생산해낸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사진을 찍기 전 끊임없는 모색과 구상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철저히 “계획하고 생산”한다고 말한다.

hota46작가 최성환의 개인전이 3월 10일부터 4월 11일까지 삼성동에 위치한 카이노스갤러리에서 열린다정감어린 배경과 따듯한 색채로 표현된 풍경과 간간히 등장하는 인물의 모습은 도시의 각박한 환경에서 벗어나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감성을 전한다. 작가는 소재를 과감히 생략하고 골격만을 화면에 배치하여 관객에게 잊혀 가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여 동화적 상상력을 북돋워준다.

hota47윤곽이 간결하고 명확한 회화를 선보이는 작가 김성은의 개인전 가 3월 14일부터 29일까지 에프앤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현재 외국계 금융사 사내변호사로 근무 중인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사무실 풍경을 그렸다. 회사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삶이 매몰되지 않도록 절대적인 시선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며 이를 팝아트적인 작품으로 나타냈다.

hota48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독자적 회화세계를 개척한 작가 박영대의 개인전 〈보리, 생명의 소리〉가 3월 12일부터 19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섬세한 필치, 울렁이는 생동감으로 보리에 생명을 더한 사실적 표현의 작품과 추상으로 보리를 표현한 작품 등 일관된 소재를 다채롭게 표현함으로써
그의 농익은 회화관을 확인할 수 있다.

hota49<창조적 역설전>은 2011년 타계한 故 이원일 큐레이터를 추모하며, 생전에 그가 기획한 미완의, 동명의 전시를 재구성한 것이다. 2월 21일부터 3월 6일까지 쿤스트독에서 열린 이 전시는 이경호 이이남 이탈 세 작가의 작품과 이 큐레이터의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되었다. 결국 이 전시는 고인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인 셈이다.

hota50문화공장 오산에서 <뜻밖의 풍경>(3.7~4.17)이란 제목으로 기획전을 연다. 풍경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9인의 작가 김동기 김종구 노주환 박철호 송대섭 심영철 이성실 임근우 한석현이 참여했다. 풍경의 범위를 미시적 의미의 자연을 넘어 인공, 가상현실 등으로 확장시켜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며 우리를 둘러싼 환경 이면에 담긴 의미를 찾아간다.

hota51아트선재센터는 북촌 일대 5개 갤러리(갤러리 인, 갤러리 스케이프, 이화익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옵시스 아트)와 함께 <하늘 땅 바다>(2.22~3.23)를 연계전시로 진행했다. 아트선재센터와 호주 브리즈번을 중심으로 호주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미디어아트를 기획 및 지원하는 MAAP가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는 한국, 중국, 호주 3개국을 순회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동시대 예술가 20여 명의 ‘수평선(horizon)’을 표현하는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영상작업을 선보였다. 이 전시는 중국 상하이(4.20~7.20, OCT-OCAT Contemporary Art Terminal, Shanghai)와 호주 브리즈번(9~11월, MAAP SPACE, Griffith University Art Museum)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hota52단국대 예술대 학장인 작가 조기주의 개인전 <삶의 흔적들 1998-2014>이 2월 27일부터 3월 9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열렸다. 작가는 원형과 편형 캔버스에 흑연과 시멘트를 칠한 후 얼룩처럼 물감덩어리를 부착해 현재까지 이어진 자신의 흔적을 표현했다. 물성이 강조된 작품들로 우연과 의도 사이, 의미와 무의미 사이의 무한한 반복을 통해 그 속의 균형잡기를 시도한다.

hota53작가 다음이 깊이 있는 맛과 멋을 즐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2월 27일부터 3월 28일까지 〈윤회매, 차를 피우다〉라는 제목으로 가인갤러리에서 윤회매를 전시했다. 윤회매란 벌인 만든 꿀에서 생긴 밀랍을 재료로 매화의 형상을 만든 것을 뜻한다. 특히 2월 27일에는 다음과 함께 산당 임지호, 행위예술가 신용구, 해금연주자 강은일이 참여해 매화의 멋을 다각도로 즐길 수 있는 합동 퍼포먼스를 벌였다.

hota54<Body and Nature전>이 3월 11일부터 4월 25일까지 분당에 위치한 사진전문갤러리 아트스페이스J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4명의 작가를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몸을 주제로 탐구하는 가브리엘라 후크(Gabriela Huk), 카야 도브로볼스카(Kaja Dobrowolska), 로테 플뢰 크리스텐센(Lotte Fløe Christensen), 한경은이 주인공으로 이들의 사진은 몸을 매개로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다.

hota55hota562008년부터 도쿄, 서울, 홍콩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선보여온 <아시아호텔아트페어(AHAF)>가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마르코 폴로 홍콩 호텔에서 열렸다. 호텔 객실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이번 행사에는 홍콩, 중국, 일본, 한국의 갤러리 70곳이 참여해 5000여 점을 선보였다. 본전시장인 호텔 외에도 하버시티 내외부 곳곳에 설치미술가 이은숙의 (위), 조각가 정욱장의 (왼쪽) 등 대형 작품들을 설치해 현지 매체와 일반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행사에는 8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으며, 약 10억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AHAF 이사장을 맡은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홍콩은 세계 경제 금융의 중심지로 미술시장이 급부상했지만 아직 기초예술 분야가 약한 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컬렉터층이 두텁지 않고 미술시장이 어렵지만 우수한 예술가가 많아 공급 면에서 풍부하다. AHAF는 아시아의 중요 작가들을 프로모션하고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활로를 개척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이슬비 기자

Art Journal

정부 지원에 힘입어 국내 미술시장에 봄바람 부나

제32회를 맞은 성황리에 폐막
1979년 시작해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아트페어 ‘화랑미술제’가 3월 5일부터 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화랑협회 소속 94개 화랑이 참여해 3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정 작가의 작품이 여러 화랑에서 중복 출품되는 것을 방지해 미술시장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2013년 도입 시행된 ‘집중조명작가’ 제도는 화랑당 주력 작가를 3명으로 제한한 것을 올해 5명으로 늘려 컬렉터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방문객 수는 지난해 보다 증가한 3만6000여 명을 기록했고, 다양한 작품들이 거래되어 총 620여 점이 총 37억 원에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 30억8000만 원이었던 지난해 대비 20%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편 개막식에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참석해 안창홍 의 <꽃>(2009, 왼쪽)과 강주영의 <향기- 떠다니기>(2013, 오른쪽)를 현장에서 구매해 미술시장 활성화에 앞장서려는 적극적 행보를 보여주었다. 총 1억 원의 예산으로 구매된 두 작품은 정부미술은행에 귀속돼 국가기관 대여에 활용될 예정이다. 정부미술은행은 정부 미술품의 전문적 구입과 국가기관 무료 대여 등을 통합한 제도로 올해 6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유진룡 장관은 “미술시장 활성화에 정부도 힘을 보태겠다. 정부 미술품 구입규모를 점차 확대해 100억 원대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정부는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미술시장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5월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행사기간 중 ‘올해의 CEO 대상’을 수상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아트콜라보레이션-기업과 미술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윤 회장은 화랑의 뛰어난 감각과 인프라를 활용한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국내 화랑에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방법을, 기업에는 브랜드 가치 상승 방안과 새로운 투자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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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는 누구일까?

구동희 김신일 노순택 장지아, <올해의 작가상 2014> 후보 작가로 선정돼

aj2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은 SBS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4> 참여 작가로 구동희, 김신일, 노순택, 장지아가 선정됐다. 오는 8월 5일부터 10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선정작가 전시에서 후보작가 4인은 각자 신작을 선보이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다.
전시작가 4인은 ‘올해의 작가상’ 운영위원회의 미술계 추천위원 10인에 의해 추천됐고, 이숙경 테이트 아시아태평양 리서치센터 큐레이터, 이영준 계원예대 교수, 구로다 라이지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학예실장, 톰 트레버 전 아르놀피니 미술관장 등 5인의 국내·외 심사위원단의 스튜디오 방문과 인터뷰를 통한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전시작가에게는 SBS문화재단에서 제공하는 각 4,000만 원의 후원금이 제공된다. ‘2014 올해의 작가’ 최종 수상자는 전시기간인 9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며, SBS를 통해 다큐멘터리가 제작·방영되는 혜택이 부여된다.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수상제도로 자리매김한 ‘올해의 작가상’은 제1회 때 문경원·전준호, 제2회 때 공성훈이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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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한 세계 속에서 예술의 역할은?

<2014부산비엔날레> 주제 발표

aj3개막 200일을 앞두고 지난 3월 4일 <2014부산비엔날레>(9.20~ 11.22)를 관통하는 주제가 발표됐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본전시 감독을 맡은 올리비에 케플렝(Olivier Kaeppelin)은 ‘세상 속에 거주하기’라는 주제를 통해 “오늘날의 불안정한 세계 속에서 예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Voyage to Biennale-비엔날레 속의 한국현대미술 50년’을 주제로 기획되는 <비엔날레 아카이브展>은 부산문화회관 대전시실과 중전시실에서 개최되며, 이건수 큐레이터 (前 월간미술 편집장)가 전시 기획을 맡았다. 한편 또 하나의 특별전인 <아시안 큐레토리얼展>은 아시아 주요 도시의 젊은 기획자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전시이다. 이외에도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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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11년간 테이트미술관을 후원한다

테이트모던 ‘터바인홀’ 전시 지원 및 백남준 작품 9점 구매

aj4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1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2014년부터 10년간 12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 1월 20일 영국의 세계적인 미술관 ‘테이트 미술관(Tate Muse-um)’과 향후 11년간의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테이트미술관의 원칙상 후원금액은 밝혀지지 않았다.
테이트미술관 니콜라스 세로타(Sir Nicho-las Serota) 총관장은 3월 7일 방한해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가 백남준(1932~2006)의 작품을 9점 구매하도록 후원했으며, 테이트 모던 하반기 첫 전시로 백남준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테이트미술관은 2010년 테이트 리버풀에서 백남준 회고전을 개최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소장한 적은 없다. 이번에 구입한 백남준의 작품은 <캔 카>(1963), <세 개의 달걀>(1975~1982), <오피스>(1990~ 2002) 등 1963년부터 그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 백남준의 40여 년 작업세계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또한 이번 협정에 따라 테이트 모던의 심장부인 ‘터바인홀’에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The Hyundai Commission’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매년 가을부터 봄까지 열리게 된다. 터바인홀은 동시대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는 국제적인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1층에서 5층까지 하나의 공간으로 관통된 초대형 전시장이다. 아니시 카푸어, 루이즈 부르주아, 올라퍼 엘리아슨, 아이웨이웨이 등 세계 정상급 작가들의 전시가 이곳에서 열렸다. 세로타 총관장은 “특별 커미션 작가는 당해 프로그램을 발표할 때 공개한다는 테이트의 원칙에 따라 리스트는 공개되지 않지만 한국 작가는 1명 이상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작가로 첫 전시를 시작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각국의 미술계에는 알려져 있지만 세계 미술계에는 인지도가 낮은 작가를 발굴해 터바인홀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테이트미술관은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총 네 개의 미술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테이트 모던은 연간 관람객 수가 500만 명이 넘는 세계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은 현대미술관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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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 작가 12명이 최고의 자산

갤러리 시몬 개관 20주년 기념전

aj5<시몬의 친구들>역량 있는 작가를 꾸준히 발굴하고 지원해 온 갤러리 시몬(대표 김영빈)이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3월 20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리는 <시몬의 친구들전(Simon’s Friends)>에는 문범 배형경 노상균 강애란 최선명 권소원 김주현 황혜선 구자영 김신일 이창원 김지은 등 전속작가 12명이 참여했다. 갤러리 시몬은 1994년 개관년도부터 해마다 4월이 되면 ‘시몬의 친구들’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었다. 작가와 화랑은 친구라는 개념으로 기획해 온 그룹전이다. 신사동 본점과 청담동 분점을 운영하던 ‘강남 토박이’ 화랑에서 2011년 종로구 자하문로에 건축가 유병안이 설계를 맡은 4층 건물을 신축해 활동무대를 옮겼다.
김 대표는 “미술시장이 불황이지만 큰 걱정 없다. 갤러리 20년 운영해서 12명의 작가가 남은 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전속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작품을 보고 매혹되어야 한다. 작품과 인품이 일치하지 않는 작가를 싫어한다. 작가의 인품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시퀸으로 작업하는 노상균의 별자리 형상 작품과 책을 소재로 빛과 기술을 이용한 강애란의 작품 등이 출품됐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젊은 작가를 계속 발굴해 전속작가를 늘리고 세계무대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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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토론의 장

전국 미대 학장협의회 심포지엄

aj7전국미술디자인계열 학장협의회(회장 이순종, 서울대 미대 학장)는 미술과 디자인분야의 교육과 연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예술교육 연구 진흥을 위한 Art Korea(AK)’ 사업을 계획하고, 3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창조국가를 위한 예술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예술교육과 연구 분야에 대한 국가 지원이 매우 미비한 수준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기조 발제 <창조사회와 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시작으로 1부에서는 김성희 서울대미술관장의 <예술교육의 새로운 시대적 요구>, 하준수 국민대 교수의 <국내외 예술교육 연구 지원현황과 한국 예술교육 연구의 과제>, 2부에서는 최민영 성신여대 교수의 <창조국가 구현을 위한 AK사업의 제안> 등이 주요 발제로 진행됐다. 토론에서는 예술교육과 예술진흥을 위한 AK사업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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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벼랑에서 희망을 시작한다.

대안공간 힘이 기획한 지역협업전 <옥상의 정치>

aj17부산 수영구에 새롭게 자리 잡은 ‘대안공간 힘’이 ‘벼랑의 삶, 벼랑의 사유’를 주제로 지역협업전 <옥상의 정치>를 기획했다. 3월 14일 5개 도시(부산, 광주, 대전, 대구, 서울)에서 동시 오픈한 <옥상의 정치>는 옥상을 다루는 작업들을 통해 우리 시대 미술이 삶의 어느 지점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고자 한다. 삶의 임계와 미술의 임계를 통해서 우리 삶과 미술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부차적 효과일 수 있다.
전시의 연장선에서 동명의 책《 옥상의 정치》가 갈무리 출판사에서 발간된다. 글쓰기를 통해서 ‘옥상’의 의미를 검토하고 도처에 펼쳐진 삶의 임계들을 통찰하려 한다. 삶의 경험 그리고 문학, 영화, 건축, 미술, 역사를 아우르며 동아시아적 맥락을 포괄하는 ‘옥상’을 통찰한다.
부산 전시는 권도유 김경화 김해진 노순택 박항원 방정아 서평주 은주 이영현 전이영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열렸다.부산=김은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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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미술사에 끼친 효산의 영향력을 조명하다

<효산 이광열–필묵의 흐름전> 열려

aj8전북도립미술관 (관장 이흥재)에서는 <효산 이광열-필묵의 흐름전>(2. 21~4.20)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서화 삼절에 능했던 효산 이광열(1885~1966)이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끼친 영향력을 명확히 밝히고 전북미술사에서의 위상을 정리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1935년 호남지역 최초의 서예학원인 한묵회(翰墨會)를 결성하여 서화 발전에 힘썼던 효산은,《 전주부사(全州府史)》를 편찬해 전주 지역의 숨은 역사를 찾아 기록하고 많은 작품을 남기는 등 작가이자 교육자 그리고 향토사학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면서 항일정신을 불태운 그는 글씨와 그림 (사군자)분야에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1927년과 1928년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작품을 출품하여 입선했으며, 1930년에는 일본 교토문예전에 입선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효산의 서예, 문인화, 전각, 사료 등 100여 점을 비롯해 효산의 필묵을 이어받은 두 아들인 인당 이영균과 윤당 이기봉의 작품 30여 점, 특별한 인연을 맺은 고암 이응노(1904~1989)와 묵로 이용우(1902~ 1952)의 작품 등 모두 160여 점이 선보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효산과 교유한 묵로 이용우와 고암 이응노의 작품이 한 자리에 선보인다는 점이다. 효산은 17세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묵로와 절친하게 하게 지냈다. 효산은 묵로의 작품에 화제를 써주기도 하고 서로 평생을 의지하며 생활했던 인물이다. 고암은 1928년 젊은 나이에 고향을 떠나 전주에 7년간 거주하면서 ‘개척사’라는 간판집을 운영했다. 이 당시 고암은 효산의 문하에 들어가 서화의 가르침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 고암이 효산의 진갑을 기념하여 제작한 <묵죽> 작품이 최초로 공개되어 고암에게 효산이 어떠한 존재였는가를 짐작게 한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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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대중화를 위한 미술박람회

<A&C Art Festival 2014> 열려

aj9한국미술평론지《 미술과 비평》이 주최하는 <A&C Art Festival 2014(이하 ACAF)>가 3월 15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등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한국 미술시장의 대중화, 작가와 컬렉터 간의 교류를 구축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이 국제무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올해 7회째를 맞이한다.
회화, 조각, 사진, 판화, 영상 미디어 작품을 망라하는 작가 공모를 통해 선정작가와 초대작가 총 120여 명이 참여해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동시대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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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맞서 짱돌을 쥐어라

프로젝트 스페이스 반야지에서 열린 여상희 개인전

aj10여상희의 7번째 개인전이 프로젝트 스페이스 반야지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제도와 권력, 이데올로기와 전쟁 등 수많은 폭력에 대항하는 분노와 저항 등을 주제로 한 작업들로 구성됐다. 강렬한 색감의 극사실적 유기체를 다루던 이전의 작품들은 최근 큐브 등의 미니멀한 형태와 무채색의 설치작품들로 변모하고 있었다. 주된 매체로 사용된 신문지는 지난해 부산시청에서 열린 <한일 리싸이클링 아트전>에서 선보인 바 있는데, 신문지를 물에 담가 불린 뒤 틀에 응고시킨 작업들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전시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짱돌이다. 신문지를 일일이 만두 빚듯 손으로 꾹꾹 눌러 빚고 매끈매끈하게 닳도록 여러번 바닥에 문질러 동그스름하고 단단한 돌과 같이 윤을 냈다. 짱돌은 때론 저항의 상징으로, 때론 바둑돌과 같이 정치적 사회적 의도의 역학적 점유와 영역 표시, 즉 땅 따먹기를 은유한다. 신문지 역시 물에 풀어지고 문자가 해체되는 현상으로 권력의 옹호자 언론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바로 옆에 놓여있는 콘크리트 큐브들은 체스판을 상징하며 같은 맥락의 영역 찾기 게임을 상징하고 있었다.
한편, 전시장 입구에는 작은 원뿔, 큐브 등의 입체모형들을 방사형으로 쌓아올리고 가운데 동그란 등을 낮게 달아 마치 원자폭탄을 맞은 히로시마처럼 파괴, 소멸되고 재생되는 도시를 연상케 하는 작품을 설치,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한 도시파괴를 재현하였다. 이것은 또 다른 작은 방안에 있는, 책《 집단 기억의 파괴》와 함께 놓인, 건물이 분진을 일으키며 붕괴되는 모습의 드로잉이나 모형들과 같이, 한 집단의 정체성을 말살시키고 그 속에 담긴 가치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파괴자의 도시학살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들이다.
여상희 작가의 독립자생공간인 반야지의 이번 전시는 기획 의도부터 전시 형식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고정관념 비틀기를 표방했다. 전시기간을 ‘3월’로만 정해 전시시작과 마침의 날짜를 없앴으며, 홍보는 인쇄 매체없이 SNS만을 활용하는 자율적 운영을 시도했다. 작가로서 운영자로서 여상희의 작업 근간은 미술과 사회, 예술과 정치가 분리될 수 없다는 의지와 신념으로 읽힌다. 그것이 끊임없이 그 접점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다음번 선택을 벌써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대전=이정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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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는 인간과 풍경에 대한 탐구

이상국 화백 별세

aj11소시민의 생활상과 자연풍경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표현해 온 이상국 화백이 3월 5일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7년 전 대장암 판정을 받은 고인은 투병 중에도 작품 활동에 매진했으며, 2011년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에 이어 지난해 가을에는 관훈동 나무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고인은 1970년부터 약 40여 년간 투박하지만 절제된 조형언어의 그림과 목판작업을 고집했다. 그의 작업의 주제는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풍경’이었다. 삶의 현장에 다가가 <산동네>, <공장지대> <맹인 부부 가수> 등 암울한 시대상을 그려내 화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산>과 <나무> 시리즈 등 굵고 거친 선과 제한된 색을 통해 자연의 생동하는 기운을 신명나게 표현했다. 고인은 한때 민중미술운동에 참여한 바 있지만 미술사의 흐름이나 사조에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작품세계에 천착해 한국적 정서와 인간의 삶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 점을 높게 평가받아 2011년 제12회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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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정, 허수아비 철학

서양화가 남궁원 개인전

aj14‘허수아비’라는 인간 대리역을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탐구한 서양화가 남궁원의 개인전 <2막1장-Fantasy of Husuabi>(3.19~27)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약 2년간 작업한 회화, 디지털아트, 설치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의 ‘허수아비 철학’을 심도 있게 표현했다. 허수아비란, “허(虛)- 비움과 나눔, 수(守)-지킴, 아(我)-키움, 비(非)-세움”의 철학을 뜻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지난 44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로 한 채 40여 년간의 작품세계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작가인생을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100여 점의 작품을 독도수호기금으로 전달함으로써 의미있는 나눔활동을 펼친다.
남궁원은 가천대학교 회화과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남송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다. 2009 성남시문화상, 2010 문화예술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3 황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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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골목에 담긴 시간의 흔적

제이 안 개인전

aj12오랫동안 미국에 거주하면서 뉴욕을 비롯한 유럽 대도시 거리의 분위기를 독특한 색채감각으로 담아 온 사진가 제이 안의 5번째 개인전 <청계천- 기억될 시간들>이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렸다. 작가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청계천 공구상 골목의 독특한 정서와 풍경을 자신만의 색채감각으로 표현한 사진을 선보였다. 사진평론가 김승곤 순천대 교수는 “제이 안의 멈춰선 시간에는 빛과 그림자와 색채가 빚어내는 초현실적인 광경이 민감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적인 조형과 화려한 색채를 가진 도심의 번화가가 아닌 청계천의 뒷골목을 누비면서 이제 곧 사라져 볼 수 없게 될 공구상 거리의 사람 냄새와 이야기를 오랜 세월 그곳에 켜켜이 쌓여서 높은 밀도로 응축된 시간의 흔적으로 담아냈다.
제이 안(안정희)은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동양방송(TBC) 아나운서, 뉴욕 한미방송 아나운서를 했다. 현재 한국여성사진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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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도의 현대적 의미

라오미, <제1회 KOTRA 한류미술공모전> 대상 수상전 열어

aj16서양화가 라오미의 개인전 <행복의 진화>가 KOTRA 오픈갤러리에서 3월 5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작가는 지난해 4월 시행된 <제1회 KOTRA 한류미술공모전>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이번 전시에는 수상작인 <십장생도 – 복 짓는 길>을 비롯해 십장생도를 다각적으로 해석한 회화작품 13점을 선보였다. 라오미는 “동양의 유토피아를 담은 십장생도를 통해 현대인이 갖는 불로장생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시장 전면에는 십장생과 십이지 모양의 전통 나무인형 ‘꼭두’ 150여 개로 채워진 <백수백복도 (百壽百福圖)> 아트월이 설치됐다. 작가가 ‘한류 문화체험 문화교실’을 두 차례 진행하면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라오미는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인도 뉴델리 한국문화원 오픈 아트월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외벽에 작품을 설치한 바 있으며, ‘인터파크 아트월 프로젝트 NO.1’ 대상을 수상했다. 2013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주관 아트키스트(ART KIST) 레지던시 1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Art Book -새로운 존재양식으로의 몸

김원방 《몸이 기계를 만나다》 예경 2014

후기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은 현대미술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으로 공공연히 인용되고 있다. 김원방은 포스트모더니즘 철학가들과 미술이론가들의 이론을 면밀히 분석하고 테크놀로지아트 혹은 뉴미디어아트에 적용하여 해석한 《몸이 기계를 만나다》를 출간했다. 저자가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저술한 첨단미디어예술에 대한 기존의 논문들을 발췌하고 새로운 연구를 추가하여 엮은 책이다. 뉴미디어아트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끊임없이 발전되어 적용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책을 출간할 때 그 리서치가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리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과거가 되어버린 이론이 아닌 동시대에 적용 가능한 이론을 강조한다. “이론이란 시간과 무관하게 적용될 수 있을 때에 붙일 수 있는 말이다”라며 리오타르, 라캉, 데리다, 바타이유 같은 후기구조주의 철학이론부터 로잘린드 크라우스, 디디 위베르만 같은 70~80년대 이후 후기모더니스트 미술이론가들의 이론을 뉴미디어아트에 적용한다. 그러나 단순히 이론가를 나열하기보다는 그들 이론의 “기술에 대한 철학적이며 미학적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적용을 보여준다.
저자는 첫 장에서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 형상성의 개념을 설명하며 디지털 이미지가 고전적 언어학과 기호학이 가진 특징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디지털 이미지의 액체성과 형상성에 대한 특징은 조르주 바타이유의 잔혹, 비정형, 위반 등을 다루는 4장과 이에 대한 논의를 연장시켜 상호작용예술과 인공생명예술에서의 재현의 문제를 다룬 5장에서 부연설명된다. “바타이유의 (반)미학과 이를 현대미술에 적용한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이론은 뉴미디어아트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며 바타이유의 이론을 소개했다. 바타이유는 기호의 해체학을 하는데 이는 고정된 기표 기의가 없고 끊임없이 와해되는 것을 의미한다. 바타이유는 이러한 “액체성”을 초현실주의에 적용하여 설명했다. 저자는 뉴미디어아트를 해석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브 알랭 부아와 로잘린드 크라우스가 저술한《비정형》은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한편 2장과 3장에서는 가상공간과 사이보그에 대해 논한다. 저자는 가상공간을 “실제로 전개되는 실제적 공간”으로 상정하며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터랙티브한 가상현실, 기계장치 및 혼성기계 등은 몸이 부재하다면 존재할 수 없다. 결국 몸에 의해서 점등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매체와 이론가들은 기계에 대한 논의에서 몸을 배제했다. 이는 잘못된 착각을 줄 수 있다. 테크노페미니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여성의 영역을 배제하고 마치 기계가 몸에 대해 승리하고 종국에는 삭제하는 것을 이상향이라고 부추기는 군사산업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저자도 이에 동감하며 “테크놀로지는 신체 자체를 확장, 변화 새롭게 갱신한다”며 기계와 몸이 종합되어 공진화하는 상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몸에 대한 보편항은 기계 존재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므로 테크놀로지의 발달된 기계의 등장으로 몸에 대한 이론이 바뀐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적 접근으로 뉴미디어아트의 해석을 시도했지만 저자는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아트는 후기모더니즘을 심화시키는 과정일 뿐 최종 종착점이 아니라”고 한다. 저자는 “현대미술은 ‘미’를 배제하고 미술의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예술적 감각, 승화를 배제하고 개념주의와 탈승화를 강조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한계를 꼬집었다.《몸이 기계를 만나다》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접목한 뉴미디어아트 해석을 마치고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부분적으로 흡수하되 그 한계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 저자의 다음 목표다.
임승현 기자

김원방은 1958년 출생했다. 파리 1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9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포스트모던미술평론, 미술평론, 미디어아트 이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잔혹극 속의 현대미술: 몸과 권력 사이에서》가 있고 역서로 《기술매체시대의 텍스트와 미학》《동시대 한국미술의 지형》등이 있다. 이 외 다수의 논문과 평론이 있다. 2008년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냈다. 현재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Art book – 새로운 존재양식으로의 몸

후기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은 현대미술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으로 공공연히 인용되고 있다. 김원방은 포스트모더니즘 철학가들과 미술이론가들의 이론을 면밀히 분석하고 테크놀로지아트 혹은 뉴미디어아트에 적용하여 해석한 《 몸이 기계를 만나다》를 출간했다. 저자가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저술한 첨단미디어예술에 대한 기존의 논문들을 발췌하고 새로운 연구를 추가하여 엮은 책이다. 뉴미디어아트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끊임없이 발전되어 적용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책을 출간할 때 그 리서치가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리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과거가 되어버린 이론이 아닌 동시대에 적용 가능한 이론을 강조한다. “이론이란 시간과 무관하게 적용될 수 있을 때에 붙일 수 있는 말이다”라며 리오타르, 라캉, 데리다, 바타이유 같은 후기구조주의 철학이론부터 로잘린드 크라우스, 디디 위베르만 같은 70~80년대 이후 후기모더니스트 미술이론가들의 이론을 뉴미디어아트에 적용한다. 그러나 단순히 이론가를 나열하기보다는 그들 이론의 “기술에 대한 철학적이며 미학적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적용을 보여준다.
저자는 첫 장에서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 형상성의 개념을 설명하며 디지털 이미지가 고전적 언어학과 기호학이 가진 특징을 넘어선다고 말했다. 디지털 이미지의 액체성과 형상성에 대한 특징은 조르주 바타이유의 잔혹, 비정형, 위반 등을 다루는 4장과 이에 대한 논의를 연장시켜 상호작용예술과 인공생명예술에서의 재현의 문제를 다룬 5장에서 부연설명된다. “바타이유의 (반)미학과 이를 현대미술에 적용한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이론은 뉴미디어아트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며 바타이유의 이론을 소개했다. 바타이유는 기호의 해체학을 하는데 이는 고정된 기표 기의가 없고 끊임없이 와해되는 것을 의미한다. 바타이유는 이러한 “액체성”을 초현실주의에 적용하여 설명했다. 저자는 뉴미디어아트를 해석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브 알랭 부아와 로잘린드 크라우스가 저술한《 비정형》은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한편 2장과 3장에서는 가상공간과 사이보그에 대해 논한다. 저자는 가상공간을 “실제로 전개되는 실제적 공간”으로 상정하며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터랙티브한 가상현실, 기계장치 및 혼성기계 등은 몸이 부재하다면 존재할 수 없다. 결국 몸에 의해서 점등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매체와 이론가들은 기계에 대한 논의에서 몸을 배제했다. 이는 잘못된 착각을 줄 수 있다. 테크노페미니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여성의 영역을 배제하고 마치 기계가 몸에 대해 승리하고 종국에는 삭제하는 것을 이상향이라고 부추기는 군사산업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저자도 이에 동감하며 “테크놀로지는 신체 자체를 확장, 변화 새롭게 갱신한다”며 기계와 몸이 종합되어 공진화하는 상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몸에 대한 보편항은 기계 존재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므로 테크놀로지의 발달된 기계의 등장으로 몸에 대한 이론이 바뀐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적 접근으로 뉴미디어아트의 해석을 시도했지만 저자는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아트는 후기모더니즘을 심화시키는 과정일 뿐 최종 종착점이 아니라”고 한다. 저자는 “현대미술은 ‘미’를 배제하고 미술의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예술적 감각, 승화를 배제하고 개념주의와 탈승화를 강조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한계를 꼬집었다. 《몸이 기계를 만나다》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접목한 뉴미디어아트 해석을 마치고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부분적으로 흡수하되 그 한계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 저자의 다음 목표다.

임승현 기자

김원방은 1958년 출생했다. 파리 1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9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포스트모던미술평론, 미술평론, 미디어아트 이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잔혹극 속의 현대미술: 몸과 권력 사이에서》가 있고 역서로 《기술매체시대의 텍스트와 미학》《동시대 한국미술의 지형》등이 있다. 이 외 다수의 논문과 평론이 있다. 2008년 <부산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냈다. 현재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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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도움주신 분들

隔世之感

#1. 평소 영화나 TV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재미가 없다. 몰입도 안 된다. 어린 애들이 떼로 나와서 춤추는 쇼는 정신이 없고 드라마는 현실성이 없어 마땅찮다. 게다가 TV 화면이 너무 선명한 탓에 과하게 덕지덕지 화장을 한 배우 얼굴 보는 것도 부담스럽다. 엉성한 세트나 엉뚱한 소품 등 눈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그냥 보면 그만일 텐데 그게 잘 안 된다. 시시콜콜 트집을 잡고 깐족거리며 불평불만을 내뱉고 만다. 그러면 뭐든지 하나를 보면 초집중해서 보는 마누라가 참다못해 소리를 꽥지른다. “제발 좀 입 닥치고 보던지 아니면 꺼져버려”라고. 깨갱, 내가 생각해도 욕먹어 싸다.
#2. 이번 달부터 <아트스타 코리아>라는 프로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단다. ‘아트 서바이벌’을 표방한 이 프로그램에 서울시립미술관까지 적극 동참하기로 했단다. 이래저래 한동안 화제가 될 듯하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이 프로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여러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니 나까지 이러쿵저러쿵 맞장구 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화면에 등장할 ‘아티스트’나 ‘멘토’, ‘심사위원’들 보다 궁금한 게 따로 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한 프로듀서와 (방송)작가, 그리고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 ‘보이지 않는 손’의 머릿속 꿍꿍이가 무엇인지 궁금하단 말이다. 과연 그들은 한국/현대/미술/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미술/작가란 존재를 어떻게 생각할까? 미술마저 거대자본을 등에 없고 대중 홀리기에 혈안이 된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노리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미술-작가를 소재로 실험하는 그 의도가 탐탁지 않고 불편하다
#3. 나는 2003년 1월호에 ‘비평가 44인이 선정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젊은작가’라는 특집을 만들었었다. 당시 이 기사 때문에 온라인 게시판에서 정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었다.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 일이지만, 핵심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미술이 <가요 Top 10>이냐? 어떻게 잡지에서 작가들 순위를 매겨서 줄을 세우느냐!’였고, 또 하나는 ‘작가가 무슨 연예인이냐? 왜 작품보다 작가 얼굴사진을 더 크게 나오냐!’ 였다. 심지어 어떤 작가(누굴까요?)는《 월간미술》 불매운동을 주장하기도 했다. 옛말치고 틀린 것 하나도 없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이젠 작가들이 제 발로 방송카메라 앞에서 포즈 취하고 심사를 받겠다고 나서는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4. 격세지감의 현장 하나 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박노해 사진전>.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새벽 쓰린 가슴 위로/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던 얼굴 없는 시인이 35㎜ ‘라이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타났다. 30년 만이다. 벽에 걸린 사진보다 전시장 분위기가 더욱 감동적이었다. 이제부터 그를 ‘박기평’이란 진짜 이름으로 불러주련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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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정 미술비평

반이정
미술비평

미술판에서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평론가이자 파워 블로거(blog.naver.com/dogstylist)다. 그만큼 관심사와 활동범위가 다양하고 폭넓다. 현대미술부터 영화나 대중문화, 시사정치 그리고 자전거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2013년 3월호부터 시작한 ‘반이정의 9809 레슨 ‘연재를 이번호에 마감한다. 횟수로는 12회였지만 연재 기간은 꼬박 2년이 걸렸다. 최근이 연재를 바탕으로 강연회도 열였다. 앞으로 단행본을 낼 계획이라고.[/one_sixth][one_sixth]

김남수 안무비평가

김남수
안무비평가

이번 특집 기사의 기획 단계에서 그를 정식으로 처음 만났는데 다양한 분야의 참고 자료를 망라하는 박식함으로 기자를 한 번 놀라게 하더니 엄청난 양의 원고로 두 번 놀라게 했다. 이영철 관장의 제안으로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로 근무하면서 신화, 샤먼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 드라마투르그로 재직 중이다. 연출을 도와 공연을 만드는 전반적인 일에 참견하는 자라고 추가 설명을 보내왔다.[/one_sixth][one_sixth]

임금님 올댓시네마 과장

임금님
올댓시네마 과장

영화 <만신>을 감독한 작가 박찬경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화 스틸 컷을 얻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다. 특히 이번 호 표지를 장식한 박 감독의 인물사진을 고화질로 구하기 위한 기자의 등쌀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시종일관 친절하게 대하는 고귀한 자태를 보여주었다. 동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영화 홍보 마케팅 전문회사인 올댓시네마에 입사해 <더 울버린>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6년>, <소원> 등에 참여했다.[/one_sixth]